# 140
140화 봉이 백선달?(3)
나우루공화국 재정 장관의 집무실.
“백범이 나를 만나지도 않고 바로 대통령 각하를 만나고 있다고?”
재정 장관은 불쾌한 표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예, 그렇습니다.”
“아버지랑 또 무슨 꿍꿍이를 펼치려고 이러는 걸까?”
눈빛이 변하는 재정 장관이었다.
“장관 각하……!”
그때 재정 장관의 눈치를 살피던 측근이 그를 조심히 불렀다.
“왜?”
“대통령 각하께서 종신 통치를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종신 통치?”
재정 장관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렇습니다. 각하께서는 그리고 너무 건강하십니다.”
“그래, 너무 건강하시지…….”
재정 장관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 * *
나우루공화국 귀빈실.
“정말 가능하다고 보시오?”
나우루공화국 대통령의 눈에는 이미 탐욕이 가득 찼다. 저 사람을 이렇게 만든 것은 나다. 내 감언이설이 그의 이성을 마비시킨 것이다.
“불가능할 것을 가능케 했을 때 상상을 초월하는 수익이 발생합니다. 사실 사하라는 아주 옛날 바다였습니다. 그리고 그 바다였을 때 이전에는 풍요로운 대륙이었고요. 그렇게 지구는 바뀌고 있습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지구 환경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 나우루공화국에서 나우루공화국의 미래를 걱정하시는 유일한 분은 위대하신 각하이십니다.”
내 말에 다시 고개를 끄덕이는 나우루공화국이다.
“그렇지.”
“이 엄청난 사하라 사막 환경 변화 사업은 2년 후에 시작할 겁니다.”
“왜 2년 후지?”
이제는 나우루공화국 대통령이 내게 재촉하는 상황으로 변했다.
‘탐욕은 이성을 마비시킨다.’
그리고 나는 지금 불가능에 도전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나우루공화국 대통령에게 말한 것처럼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면 상상을 초월하는 막대한 이익이 된다.
‘이건 따지고 보면 영토 외교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좁고 그에 따라 향후 닥칠 식량 전쟁에 대비하기 쉽지 않다. 그러니 지금부터 차곡차곡 준비한다면 식량 경쟁에서 승자가 될 수 있다.
“그전까지 현실적으로 더 이익이 되는 곳에 투자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게 뭔데?”
어느 순간 내게 반말 비슷하게 말하고 있는 나우루공화국 대통령이다.
“대한민국입니다.”
“당신의 조국?”
“예, 그렇습니다. 외환 위기가 심각합니다. 국가의 위기는 결국 수익창출의 극대화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2년 동안 대한민국에 나우루공화국 국부 기금 1호를 투자할 생각입니다.”
이제는 사하라 사막 환경 변화 사업이 아닌 나우루공화국 국부 기금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다.
“그렇기도 하겠군.”
“가장 위험한 투자가 될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위험한데 투자해도 되나?”
“저를 믿으시면 됩니다.”
“그러다가 파산이라도 나면?”
나우루공화국 대통령이 인상을 찡그렸다.
“팩스를 받으시지 않았습니까? 나우루공화국이 망해도 30억 달러 이상은 보존 받으실 수 있습니다.”
“그런가……?”
“예, 각하께서 제가 달가운 것은 투자금을 보존해 드리기 때문이지 않습니까.”
나는 나우루공화국 대통령에게 미소를 보였다.
“그렇지.”
“그래서 저는 펀드 운영 수수료가 비쌉니다.”
“수수료라?”
“예, 그렇습니다. 수수료에 대해서 말씀을 드려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얼마지?”
“순수익의 30%입니다. 100억 달러의 순수익을 거둔다면 제 몫이 30억 달러입니다.”
아무리 대한민국이 외환 위기에 빠진 상태라고 해도 단 2년 만에 100억 달러의 순수익을 올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나라면 가능한 일이지만 말이다.
“100억 달러의 순수익?”
이런 생각을 하라고 100억 달러라고 말한 것이다.
‘인간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지.’
나도 모르게 사악한 미소가 머금어지는 순간이다.
“그렇습니다. 2년에 100억 달러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한 투자지가 대한민국입니다. 그래서 미국과 유럽의 핫머니들이 다 철수를 한 겁니다. 그들은 투자금을 보장해 주는 존재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나우루공화국은 그 부분에서 안심하실 수 있습니다. 제가 소유하고 있는 블랙홀 그룹이 국부 펀드 1호의 투자금을 보존해 주는 것으로 국부 펀드 운영사 계약을 체결할 테니까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나우루 대통령이다.
‘역시 탐욕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한다.’
사실 나는 잠깐만 나우루공화국의 자금을 빌려 쓸 생각이다.
‘내년이면 두 회사가 기업공개를 하니까!’
내년 3월까지만 버티면 된다. 그리고 그 기간 나를 위해 IMF는 대한민국의 모든 규제를 풀어줄 것이다.
“좋아.”
“대통령 각하, 제게 70억 달러를 맡기시겠습니까?”
“맡겨야지.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당신뿐이니까.”
하나가 해결되는 순간이다. 사실 사하라 사막 환경 변화 사업으로 나우루공화국 대통령의 혼을 쏙 빼놨기에 이런 결과를 얻어낸 것이다.
‘이제 아들내미만 찾아가면 되겠군.’
그는 내게 잔뜩 삐져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를 찾아갔을 때는 악당의 가면을 써야 할 것이다.
“감사합니다. 위대하신 영도자이신 대통령 각하께서 저를 믿어주실 것으로 판단하고 미리 계약서를 작성해 왔습니다.”
나는 바로 나우루공화국 대통령에게 계약서를 내밀었다.
‘깨알 같은 약정들 잘 보셔야 합니다. 으흐흐!’
모든 계약의 핵심은 그 계약서를 정확하게 읽고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독소 조항이 득실거리는 계약서다.’
물론 내게는 한없이 이로운 계약서다.
“그건 그렇고 펀드 운영 기간은 얼마나 되지?”
내가 내민 펀드 운영 계약서를 대충 읽은 나우루 대통령은 이제야 가장 중요한 것을 내게 물었다.
“20년입니다.”
“20년?”
“예, 그렇습니다. 2년 후 사하라 사막 환경 변화 사업에 착수하고 성공을 거둘 때까지 10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그 정도로 오래 걸려?”
“물론이죠, 그런 후에 사막이 초지로 변하고 그 지역에 인공호수들이 만들어진 후에 세계적인 관광지로 거듭난 후에 분할 판매까지 생각해 보면 추가로 8년이 더 필요하게 되리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으음.......!”그래서 20년입니다.”
내 말에 나우루공화국 대통령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너무 길다고 생각하십니까?”
“너무 장기간이지 않나?”
“그 대신에 매년 투자 수익에 대한 배당금을 지급하게 되어 있습니다.”
“투자 수익에 대한 배당금 지급?”
“그렇습니다.”
그제야 미소를 보이는 나우루공화국 대통령이다.
‘수익이 나지 않으면 배당금도 없다.’
이게 핵심이라면 핵심이다. 그리고 가장 큰 독소 조항은 계약 기간이 종료되기 이전에 운영사를 바꾸게 되면 순수익에 대한 배당금 지급이 제로 퍼센트에 가까워지는 조항이 정말 깨알 같은 글씨로 적혀 있다. 거기에 추가로 계약 기간 미준수 때문에 원금이 반 토막이 날 수도 있다는 조항도 삽입되어 있다.
“변액 및 변동 금리라는 것은 뭐지?”
내가 계약서에 삽입해 놓은 독소 조항 하나를 찾아낸 나우루공화국 대통령이다.
“수익률이 변동한다는 의미입니다.”
“수익률이 변동해?”
“예, 그렇습니다. 미래에서 일어날 일은 아무도 모르지 않습니까.”
“수익이 하락할 수도 있다는 건가?”
조금씩 탐욕에서 이성을 찾아가는 나우루공화국 대통령이다.
“하락이라니요. 미국 주식 경기가 저렇게 활성화가 되어 있는데 하락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일주일 만에 12억 달러를 30억 달러로 만들었습니다. 저는 누구보다 뛰어난 투자가라고 자부합니다. 그리고 저는 대통령 각하의 편입니다. 고정 금리로 수익률을 계산하면 차후에 수익률이 폭등했을 때 저만 이익이 됩니다. 그래서 공정하게 수익률을 나누고자 하는 겁니다. 그래서 변동 금리를 통해서 수익률을 보장해 드리겠다는 말씀입니다.”
보험회사 직원들이 소비자를 속일 때와 똑같은 방법을 쓰고 있다. 그리고 사실 이게 정말 잘 먹힌다.
‘20년 후면…….’
2017년이고 그때 세계 금리는 거의 1% 아니 제로 퍼센트다. 한 마디로 나는 20년 동안 나우루공화국 국부 펀드 1호를 공짜로 쓰겠다는 소리다.
‘이게 미끼지.’
여기서 핵심은 내가 곧 나우루공화국 재정 장관을 찾아가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게 가서 딱 한 마디만 하고 떠나면 된다.
‘종신 통치를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으흐흐!’
그 말만 하고 떠나면 나우루공화국에 엄청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아주 크다.
“아, 그렇군.”
“예, 대통령 각하.”
“알겠네, 내가 서명을 하지.”
“그런데 국회의 승인을 받으셔야 하지 않습니까?”
“내가 대통령이야.”
“예,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나는 곧 70억 달러를 확보하게 될 것이다.
‘나는 참으로 사악하다.’
* * *
재정 장관의 집무실.
“부르려고 했던 참인데 직접 왔군.”
“대통령 각하께서 급히 부르셨기에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브라더.”
그와 나는 브라더로 묶여 있다. 물론 그 브라더의 의미는 좋을 때나 해당하는 말이겠지만 말이다.
“브라더라. 하하하!”
묘한 표정으로 웃는 재정 장관이다.
‘이 집구석은 처음 왔을 때부터 망할 집구석이었지……!’
나는 그런 집구석이 더 빠르게 활활 타도록 기름만 붓고 가면 된다.
“각하께서 브라더를 왜 불렀지?”
“제게 나우루 국부 기금 1호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내 말에 재정 장관의 표정이 굳어졌다.
“아버지께서 내게 상의도 없이?”
“상의가 없었습니까?”
나는 더 놀란 척을 했다.
“저는 이미 장관 각하와 모든 상의가 끝이 난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대통령 각하의 국부 펀드 운영사 요청을 수락했습니다.”
“그, 그래?”
“예, 그렇습니다. 20년 장기 운영사로 선정이 됐습니다.”
“20년이라고?”
재정장관의 표정이 굳어졌다.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 장관 각하…….”
나는 재정 장관을 걱정하는 눈빛으로 그에게 살짝 다가섰다.
“왜?”
“대통령 각하께서는…….”
“그러니까 왜?”
“제가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될지 모르겠지만 재정 장관 각하가 걱정되어서 참을 수가 없습니다.”
제대로 밑밥을 깔고 있다.
“뭔데, 말을 해야 내가 알지?”
“대통령 각하께서는 종신 통치를 생각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부자지간을 제대로 이간질하고 있는 악마 같은 나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백범인 내가 아니라 이신처럼 행동하고 있다.
“으음……!”
“최소한 20년 넘게 반드시 통치해야 한다고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재정 장관에게는 어린 동생들이 많다.
“반드시?”
“예, 제게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우루공화국 재정장관은 종신 통치라는 단어보다 이제는 반드시라는 말에 더 신경을 쓰게 될 것이다.
‘나도 참 사악하구나……!’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으음…….”
“그건 그렇고 펀드 운영사 선정 계약서를 보시겠습니까?”
“……됐어.”
“그저 저는 재정 장관 각하가 걱정됩니다.”
“알고 있어.”
“그럼 저는 미국 투자 일정 때문에 오늘 바로 떠나야 합니다. 재정 장관 각하. 다음에 뵐 때까지 건강히 지내십시오.”
이제는 건강하라는 말에 신경이 쓰일 것이다.
* * *
나우루공화국 국제공항.
“스위스 은행 비밀 계좌에 500만 달러가 입금됐다는 보증서입니다.”
나는 재정 장관의 측근에게 보증서를 건넸다.
“고맙소.”
모든 일을 꾸밀 때는 밑밥을 던져놓고 포석을 깔아놔야 한다.
“이 자금은 나우루공화국의 민주화에 쓰이게 될 겁니다.”
재정 장관의 측근은 내게 자신은 민주화 투사라고 포장하고 싶은 모양이다.
‘개가 웃을 일이다!’
하지만 내색할 필요는 없다.
“이 작은 섬나라에서 독재정권을 타파할 때인 것 같습니다.”
“저는 이제 미국으로 가야 합니다.”
별로 듣고 싶은 소리가 아니기에 작별을 고했다.
“다음에 오실 때는 모든 것이 달라져 있을 겁니다. 하하하!”
그가 내게 웃어 보였다.
그리고 나는 그와 악수를 하고 비행기를 탔다.
-아마존닷컴의 창립자가 빅딜을 제안해 왔습니다.
오늘 나우루공화국 재정 장관을 찾아가기 직전에 박태웅 대표이사에게 받은 전화다.
‘아마존닷컴을 흡수하겠군……!’
비행기가 이륙했고 내 입가에는 미소가 머금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