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9
139화 봉이 백선달?(2)
이신의 성북동 고택
놀랍게도 이신의 앞에는 조비가 앉아 있었고 조비를 이곳에 앉힌 사람은 이 실장이었다.
“용하신 무속인이시라고?”
이신이 조비를 보며 담담히 물었다.
“저를 찾으신 이유가 뭐죠?”
“내 사주나 한번 볼까 해서 모셨소.”
“아니신 것 같은데요.”
“그렇게 보이오?”
“예.”
조비는 담담한 어투로 말했다.
“용하기는 하군요.”
“어둠이시네요.”
“어둠?”
“살아계신데 지옥에 사셨네요.”
조비의 말에 이신이 인상을 찡그렸다.
“사주를 볼 생각은 없었는데, 허허허!”
“이게 제 버릇이네요. 보이니 말씀을 드릴 수밖에요.”
“그럼 어디 한번 내가 어떻게 될지 들어봅시다.”
“저를 여기 앉게 만드신 이유부터 들어야겠네요.”
조비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서로 솔직해지자는 건가?”
“그래야 하지 않을까요?”
“좋아.”
이신의 눈빛도 변했고 그런 이신을 조비가 뚫어지게 봤다.
-아마도 엄청난 힘을 가진 사람이 너를 찾아오거나 납치할 거야.
이 순간 조비는 나우루공화국으로 날아가기 전에 백범이 자신에게 해줬던 말이 떠올랐다.
-왜?
-그 힘을 가진 사람이 김찬 할아버지를 끔찍하게 아끼시거든.
-그 검은색 차였나?
-봤어?
-봤어.
-하여튼 너를 찾아오거든 나한테 이로운 이야기만 해줘.
-호호호, 그게 목적이었구나.
-나한테도 중요한 사람이거든.
백범은 이신이 조비를 따로 찾을 거로 생각하고 미리 조비에게 귀띔을 해줬었다.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의 옆에 붙어 있지?”
이신이 조비에게 차가운 눈빛으로 물었다.
“제가 돌봐야 할 분이니까요.”
“그게 전부인가?”
“돈은 제가 더 많아요. 제 친구 때문에 제가 엄청난 부자가 됐거든요. 그 친구 말로는 1000억쯤 가졌다네요.”
조비의 말에 이신은 살짝 놀란 눈빛을 보였다.
“그 친구가 백범인가?”
“예, 그러네요.”
“정말 사랑해서?”
“전생의 은혜는 갚고 가야죠.”
“임신했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
“제 친구가 어르신께 별소리를 다 했군요.”
“내 마지막으로 묻지, 김 상사의 아이인가?”
“제가 동정녀 마리아는 아니잖아요.”
“정말이지?”
“나중에 아이가 태어나면 유전자검사라도 하실 생각이시네요.”
“제수씨. 김 상사는 참 힘들게 살았어.”
“알아요. 그 힘들게 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어르신 때문이지 않나요?”
“으음…….”
이신은 인상을 찡그렸다.
“거두절미하고 김 상사를 죽을 때까지 진심으로 돌봐준다면 태어나는 아이가 누구의 자식이든 상관없이 내가 끝까지 고귀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길을 닦아줄 생각이네.”
“자식을 두고 거래하기는 싫네요.”
조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신이다.
“미안한 소리를 했군.”
처음으로 이신이 조비를 보며 미소를 보였다.
“제수씨, 그럼 이제 내 사주 좀 제대로 봅시다.”
“제가 신빨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그래도 한번 재미 삼아 봅시다.”
“그러시죠, 그럼.”
그와 함께 이신은 자신의 생년월일을 조비에게 적어 내밀었고 조비는 집중해서 사주를 살폈다.
“귀인을 만나셨네요.”
사주를 확인한 조비는 이신에게 그렇게 말했다.
“제수씨 친구가 귀인이란 말이오?”
“걔 사주는 제가 알고요. 그 사주와 합을 맞춰보니 아귀의 생을 마감해 줄 것 같네요.”
“아귀?”
“한없이 채우려고만 하셨으니까, 아귀죠. 지옥에서 벗어나실 겁니다.”
그런데 이 순간 조비의 이마에 살짝 땀방울이 맺혔다.
-하여튼 너를 찾아오거든 나한테 이로운 이야기만 해줘.
조비는 이 순간 백범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럼 다행이고, 이 사주는 어떻소?”
이신이 다시 사주 하나를 내밀었고 그 사주는 이 실장의 사주였다.
“합을 맞춰보시오.”
이신의 요구에 조비는 다시 사주를 살폈고 미소를 머금었다.
“검은 하늘을 영롱하게 비추는 금성이 될 사주군요.”
“금성의 사주?”
“그러네요. 금성의 사주는 태양을 맞이하는 사주고 태양과 같은 방향으로 향하는 사주지요. 둘은 상생의 사주네요.”
이신의 사주를 볼 때는 땀을 흘리던 조비였는데 이도와 백범의 사주의 합을 볼 때는 편안한 표정이었다.
‘백범이 나와는 상극이구나……!’
이신은 단번에 조비가 숨기려고 했던 것을 간파해냈다.
‘하지만!’
이신이 이 실장을 잠시 바라봤다.
‘너와는 상생이니 퇴물은 뒷방으로 물러앉아야겠지.’
정말 이신은 이 실장인 이도를 자식처럼 아끼고 있었다.
“그런데 아드님이 한분 더 계시네요.”
조비의 말에 이신이 조비를 빤히 봤다.
“용하기는 용하군.”
.
“저분과는 상극입니다.”
조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신이었다.
“고맙소. 하여튼 김 상사를 잘 보살펴 주시오.”
“제 남편은 제가 잘 알아서 살필 겁니다. 그리고 제 남편을 찾지 말아 주셨으면 고맙겠네요.”
“그럴 참이오.”
“예,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저는 인연인 줄 알고 돌아가겠습니다.”
조비의 눈빛이 변했다.
“경고라도 하고 싶소?”
“무당년이 목숨을 걸면 살이라는 것을 날릴 수 있답니다.”
“허허허, 허허허!”
이신이 크게 웃었다.
“무슨 말인지 내 알겠소. 이도야.”
“예, 대부님.”
“모셔드려라.”
“예, 알겠습니다.”
* * *
여당 대표실.
이신에 의해 끝내 총풍이 터졌다. 그에 따라 대선정국은 혼란에 빠졌고 여당 대선 후보는 어쩔 수 없이 사면초가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아……!”
선거를 치르기 전인데 패배를 떠올리고 있는 그였다.
“그 망할 인간은 긴급체포가 됐습니다.”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죄송합니다.”
“이번 대선은 가망이 없소.”
“죄송합니다. 대표님…….”
“그래도 내일이 있지 않습니까.”
그때 측근 의원 한 명이 내일을 말했다.
“내일?”
“예, 그렇습니다. 그러니 내일을 위해서라도 이번 대선을 열성적으로 치르셔야 합니다. 따지고 보면 김대준 총재도 삼수생입니다.”
“으음……!”
“대표님, 마음 단단히 먹으셔야 합니다.”
여당 대표에게 희망 고문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다음이라……. 내일이라……. 미래라……!”
누구든 대통령병에 걸리면 자기를 속이고 주변을 속이고 국민을 속이고 세상을 속이게 된다. 그리고 그런 착각 속에서 살게 된다.
“그렇습니다.”
“그런 것 같소. 끝나기 전까지 끝난 것은 아니니까.”
“예, 그렇습니다.”
“마지막에 웃는 내가 승리자가 됩니다.”
여당 대표는 그렇게 말하고 백범의 얼굴을 떠올렸다.
-저 떡볶이 사러 가야 합니다.
‘망할 노오옴!’
자신이 반드시 대통령이 되어 백범을 응징하겠다고 결심하는 여당 대표였다.
* * *
나우루공화국 귀빈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나우루공화국 대통령은 놀란 눈빛으로 내게 물었다.
“나우루공화국은 인산염으로 만들어진 산호초 섬입니다. 수많은 환경 과학자는 지구 온난화에 의해서 바다의 해수면이 상승할 거라는 연구 결과를 지속해서 발표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산호초로 된 나우루공화국 영토는 결국 바다에 잠기게 됩니다. 그럼 나라 자체가 사라지게 됩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지금은 그렇게 들리실 겁니다. 하지만 1년이 지나고 또 1년이 지날 때마다 제가 드린 말씀을 실감하게 될 겁니다.”
“으음……!”
나우루 대통령이 신음을 토해내는 것은 내가 했던 말을 뉴스나 다른 사람에게서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미래를 대비하셔야 합니다. 지금까지 나우루공화국은 풍요에 빠져 미래를 대비하지 못해서 위험할 뻔했습니다. 하지만 위대하신 대통령 각하의 결심으로 제가 나우루공화국의 경제를 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섬이 바닷속에 잠기는 것은 저도 막을 수가 없습니다.”
내가 한 말처럼 나우루공화국 대통령은 단기적으로 3억 달러의 수익을 올린 상태다. 그리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수익이 제공될 것이다.
“너무 먼 미래의 이야기를 하시는 것 같소.”
“20년 후가 먼 미래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소…….”
“제 판단으로는 20년 후에도 위대하신 대통령 각하는 나우루공화국의 통치자로서 국민을 풍요롭게 만들고 계실 겁니다. 20년 후의 일은 절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대통령 각하의 일이십니다.”
“20년 후라…….”
내 사기극에 바로 넘어오면 그게 병신이다. 그래도 결국 나우루공화국 대통령은 내 마수에 넘어오게 될 것이다.
‘나는 이미 숫자를 보여줬으니까…….’
나는 참담한 눈빛으로 나우루공화국 대통령을 봤다.
“지금부터 20년 장기 계획을 세우고 대비를 하셔야 합니다.”
“무슨 대비를 하라는 건가?”
“위대하신 나우루공화국의 영도자시신 대통령 각하께서 나우루공화국 이주 대책을 수립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장기 계획에 돌입하셔야 합니다. 자본이 충실해지고 있는 이 상황에서 미래를 대비하신다면 나우루공화국 역사의 진정한 영도자이며 영웅으로 기록이 될 겁니다.”
영도자라는 말은 사실 대한민국 사람들에게는 절대 달갑지 않은 단어다.
북한의 독재자 김일성이 그렇게 불렀으니까.
‘잘 뒈졌지.’
물론 그 아들이 세습 통치에 성공했기에 통일은 여전히 요원한 상태다. 거기다가 나우루공화국 대통령에게는 다른 아들들도 많다.
“그래서요?”
이래서 아부는 이성을 마비시키는 마약과 같은 것이다.
“제가 이곳으로 올 때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제 성공은 위대하신 영도자이신 대통령 각하의 보살핌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대통령 각하께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방법이 있다는 소리인가?”
“예, 그렇습니다. 힘들지만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방법?”
“북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을 구입하시는 겁니다.”
“사막을 구입해?”
내 말에 나우루공화국 대통령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눈빛으로 나를 봤다.
“예, 그렇습니다. 사하라 사막을 가진 아프리카 나라들은 가난합니다. 또 사하라 사막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들에게 쓸모가 없는 사막은 내게도 쓸모가 없지.”
“사막일 때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사막이 아닐 때는 달라집니다.”
“뭐라고요?”
“두바이.”
내 말에 나우루공화국 대통령이 나를 빤히 봤다.
두바이는 페르시아만 남동쪽 해안에 있는 아랍에미리트의 최대 도시이다. 아랍에미리트를 구성하는 7개의 토후국 가운데 하나인 두바이 토후국의 수도이기도 하다.
‘사막 위에 지어진 거대 도시!’
물론 사막 위에 지어진 도시라는 것은 뻥이다. 하지만 도시 건설 신화를 말할 때 모든 사람은 두바이를 말한다.
“두바이?”
“그렇습니다. 두바이는 사막 위에 건설된 도시입니다.”
“나는 무슨 소리인지 도통 모르겠소.”
“투자는 헐값에 매입해서 가치를 높여 매도하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 사하라 사막만큼 헐값인 땅이 또 있겠습니까? 그 사막을 초지로 만들고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으로 만들 수 있다면 100배 아니 1,000배 이상의 이익을 남길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야.”
“홍해가 있습니다. 대서양이 있습니다. 태평양도 있습니다. 그곳에서 수로를 건설해서…….”
살짝 넘어온 것 같기에 나는 수많은 이야기를 해줬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가 내게 홀린 듯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초지를 탈바꿈을 한다면 그 지역의 가치는 엄청나게 상승합니다.”
“그렇겠지…….”
“그때 국가를 이전하시고 필요가 없는 지역은 모래밖에 없는 중동 국가에 판매하시는 겁니다. 얼마나 대단한 사업 계획입니까? 대통령 각하, 제게 투자를 하시겠습니까?”
나는 이 순간 백범이 아니라 봉이 백선달로 변해 있었다.
“투자라……!”
놀랍게도 나우루공화국 대통령은 고민하는 눈빛을 보인다.
‘넘어왔다.’
지금은 첫 번째 국제 기획 부동산이 시작되는 순간이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내 첫 호구는 나우루공화국 대통령이다.
하지만 그는 나우루공화국의 위대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내가 사하라 사막 녹지화 사업을 꼭 성공시킬 생각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