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3
133화 세상이 놀랄 일을 시작하다(4)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백범의 재단 설립 소식은 뉴스와 방송을 타고 대한민국 전체를 흔들고 있었고 그 보도는 국내를 넘어 아시아 전역으로 퍼졌다. 그리고 CIA 아시아 지부에까지 전달이 됐고 바로 미국 CIA에게까지 전달이 됐다.
“백범 대표가 2조 원의 기금을 두 재단에 기탁해 공익 기금을 조성한다고 합니다.”
대통령의 최측근인 비서실장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금마가 큰일 했군.”
창문 밖을 바라보며 말하는 대통령이었다.
“여당 대표께서 궁지에 몰리고 계십니다.”
“어쩔 수 없지. 내가 나설 힘도 없고.”
[여당 대표님께서는 절대 대통령이 못 되실 겁니다. 국민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대통령은 백범이 여당 대표에게 한 말을 떠올리고 피식 웃었다.
‘금마가 제대로 사고를 치겠네, 하하하!’
대통령은 백범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하.”
“와?”
“언론이 백범 대표를 대선 후보와 같은 선상에 높고 여론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비서실장은 걱정스러운 어투로 말했다.
“그랬나?”
“예, 그렇습니다. 현재 지지율이 조작에 가깝지만 11%에 육박합니다. JP보다 높습니다.”
“그람 이제 40대 기수론을 넘어 30대 기수론이 나오겠구나, 40대 기수론 때도 파격이었지.”
대통령은 과거를 떠올리며 추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백범 대표가 여당 대표와 척을 졌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백범 대표는 김대준 총재를 대선 마지막 순간 지지 선언을 할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그걸 와, 청와대에서 밥 묵는 니가 걱정하노? 여당에서 걱정할 일이제. 그건 그렇고 몇 시고.”
“현재 시각은…….”
“쯧쯧, 그거 말고 1차 실무자 비밀 협상 말이다.”
“오후 5시에 시작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알았다. 니는 나가봐라.”
“예, 각하.”
청와대 비서실장이 묵례하고 밖으로 나갔고 대통령 각하는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렸다.
‘내가 말년이 뿌락지를 다 하는군. 허허허!’
분명한 것은 백범의 청와대 관계자가 대통령이라는 사실이었고,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인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이었다.
* * *
국제호텔그룹 대표이사실.
“백범 대표,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나는 기자 회견을 끝낸 후 바로 국제호텔 그룹 대표이사를 만났다. 국제호텔 그룹은 대한민국 3대 호텔 그룹으로 백제호텔, 대성호텔과 함께 3대 호텔 그룹에 속해 있지만 규모적인 측면에서 꼴등이었다.
“국제호텔 그룹의 최대 주주가 바뀐 것 아십니까?”
국제호텔 그룹 대표이사가 내게 물었지만 나는 다른 질문을 했다.
“압니다.”
“그 대주주가 대표님 앞에 앉아 있습니다.”
“그러니까요.”
그가 나를 빤히 봤다. 그리고 당황스러운 눈빛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제가 대주주입니다. 국제호텔 그룹 총지분의 28%를 가지고 있습니다.”
5%의 지분을 보유하면 공시를 하게 되어 있고 어제까지 해서 국제호텔 그룹 지분의 28%를 확보했다.
물론 IMF 비밀조사단 때문에 지분을 확보한 것은 절대 아니다.
‘키울 가치가 있지.’
해외 카지노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나는 호텔 사업 노하우를 가진 호텔을 찾았고 국제호텔 그룹이 제주도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고 받았다.
-해외 카지노 사업을 시작하셔야 합니다. 나우루공화국이 태평양의 마카오나 홍콩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이건 내가 나우루공화국 재정 장관에게 했던 말이다. 그 말을 했기에 이렇게 차곡차곡 준비해 놓은 것이다.
“압니다. 알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더 황당합니다. 오늘 오후 다섯 시에 화재경보를 울리라니요. 그렇게 되면 호텔의 피해가 막심합니다.”
“그 피해는 제가 보상하겠습니다.”
“왜……?”
“꼭 아셔야 합니까?”
나는 국제호텔 대표이사를 노려봤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모두가 잘되자고 하는 일입니다.”
무슨 일을 할 때든 망나니처럼 움직일 참이다.
‘협상을 중단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국제호텔 대표이사를 봤다.
“모두가 잘되자고 하는 일이라…….”
“피해는 제가 다 보상합니다. 호텔 천장에 스프링클러 설치되어 있죠?”
“예, 그렇습니다.”
“전체가 다 작동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국제호텔의 이미지가 손상됩니다.”
“상관없다니까요.”
단호하게 말했다.
“으음……!”
“주가에도…….”
“상관없습니다.”
“제가 그냥 불을 지를까요?”
“으음……. 왜 이러시는지?”
“스위트룸에 누가 있습니까?”
내 물음에 국제호텔 대표이사는 놀란 눈빛으로 변했다.
“그것은…….”
“도둑놈 아닙니까? 물벼락 좀 맞아야죠.”
“왜 이러시는지.”
“알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국제호텔의 대표이사를 장 대표께서 계속해 주셨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내 말대로 하지 않으면 대표이사의 자리에서 해임할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으음…….”
“정말 나중에, 혹여 비밀이 밝혀지면 자랑거리는 되실 겁니다.”
“아……!”
이제야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눈빛을 보이는 국제호텔 대표이사다.
“아시겠죠?”
“예, 알겠습니다.”
확답까지 받았으니 이제는 성북동으로 가야 한다.
‘이신을 만나는군……!’
대한민국의 빛과 어둠이 이제부터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 일할 때다.
* * *
여당 대표실.
“대표님!”
“왜요?”
최 의원이 여당 대표를 불렀고 여당 대표는 백범을 떠올리며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지지율이 11%입니다.”
“그러니까요. 아무리 영웅 만들기 조작이라고는 하지만 이러면 곤란합니다.”
“조작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아니다?”
“대선에 당선되시기 위해서는 백범 대표의 지지 선언을 끌어내셔야 합니다.”
“그래야 하는데…….”
백범 대표는 2조를 사회에 환원하는 재단을 설립하고 원하지 않은 열쇠까지 쥐게 됐다.
“그를 만나셔야 합니다. 대선 3일 전에 그를 찾아가셔서 지지를 요청하셔야 합니다. 현재 북한의 도발 사건 때문에 보수층이 집결됐다가 백범 대표 때문에 분산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요…….”
여당 대표는 괜히 청와대에서 백범과 날을 세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둥벌거숭이가 이렇게 될 줄은 차마 몰랐다.’
그저 안타깝기만 한 여당 대표였다.
“분명한 것은 백범 대표는 선우 재단 설립 때문에 보수의 중심에 섰습니다. 지금까지 누구도 독립유공자와 국가유공자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백범이 했습니다. 그쪽으로 표가 몰리게 될 겁니다.”
대선에 출마도 하지 않은 백범이 대선의 키를 쥐게 된 것이다.
“최 의원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소. 나를 지지해 준다면 나도 엎드리고 싶소.”
“그러셔야 합니다.”
“아……!”
그저 인상만 찡그리는 여당 대표였다.
* * *
성북동 이신의 고택.
“오늘이지?”
이신이 차분하게 앉아 있는 이 실장에게 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대표님.”
“그 녀석이 어제와 다른 모습이 되어서 나를 만나는군.”
이신 역시 백범의 기자회견을 뉴스를 통해서 봤고 백범의 위치가 달라졌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렇습니다.”
“야당을 지지하겠군.”
“여당 대표와 척을 졌다고 합니다. 또한 스스로 국세청 세무조사를 무력화했습니다. 백범 대표 정도면 누가 국세청에 압력을 넣었는지 모를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은 야당 쪽으로 기울겠군.”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녀석이 달라졌어. 그렇게 달라진 녀석이 나를 찾아오고 있군.”
이신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변했다.
“곧 도착할 것입니다.”
“적금성을 불러라.”
“적금성이라면?”
“무슨 일이든 결정은 빠를수록 좋은 법이지. 내가 백범을 만나본 후에 대한민국의 다음 대통령을 결정해야겠다.”
“예, 알겠습니다. 대부님.”
* * *
성북동 고택 정문.
결국, 나는 이곳에 섰다.
‘내가 나를 보게 되겠군.’
이 순간 기분이 참 묘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신의 도움 없이 IMF와 맞선다는 것은 벅찬 일이다. 아니 이신의 도움이 있다고 해도 벅찬 일이다.
“왔습니다.”
CC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기에 초인종을 누를 필요도 없다. 그리고 내가 잠시 이 정문 앞에 서 있자 이 실장이 바로 나왔다.
“백범 대표님만 모시겠습니다.”
이 실장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님…….”
“김 실장님.”
“예, 대표님.”
“여기 오셨다는 것부터 잊으세요.”
“……예, 저는 밖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아닙니다. 퇴근하세요.”
“대표님…….”
“퇴근하셔도 됩니다.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 퇴근하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김 실장은 이신의 존재를 전혀 모른다. 하지만 불길한 예감이 들었는지 저런 표정이다.
“저 걱정하지 마시고요. 걱정할 일이 없습니다.”
“예.”
김 실장이 내게 묵례를 하고 돌아가 차를 타고 사라졌다.
“딱 3일 만에 백범 대표의 위치를 스스로 완벽하게 변화시켰군요.”
뉴스 보도를 본 모양이다.
“그렇게 되는 겁니까?”
“평화일보에서 실시한 대선 후보 여론 조사에서 11%의 지지율을 기록하셨습니다. 축하를 드려야 할지 고민스럽습니다.”
“저도 오늘 길에 제 비서에게 보고 받았습니다. 평화일보가 신문을 더 팔아먹고 싶었나 봅니다. 하하하!”
나는 말은 이렇게 했지만, 내일부터 모든 신문에서 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에 나를 포함할 것이다.
‘이 역시 노림수였다.’
나는 나를 더 거대하게 만들고 홍보를 해야 한다. 그래야 내 입지가 올라가고 내 결정권이 상승하니까.
“백범 대표는 무엇이든 참 쉽게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어려운 일이 닥칠수록 쉽게 말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국세청 세무조사 정보를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대비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지만 대비가 됐습니다.”
나와 이 실장은 대화를 나누며 넓은 정원을 걷고 있다.
‘저기지!’
이 고택 안에는 두 개의 건물이 있고 하나는 응징한 본관 건물이고 또 하나는 허름하게 보이는 별관이다.
‘이신은!’
별관에서 생활한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별관 쪽으로 몸을 틀다가 아차 하는 생각이 들어 본관 쪽으로 몸을 돌려 걷기 시작했다.
“백범 대표.”
이 실장이 나를 불렀다.
“예, 이 실장님.”
“이쪽입니다.”
이 실장은 내 실수를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다.
“예?”
“제 대부님께서는 이쪽 건물에 계십니다.”
“아, 그렇군요.”
내가 이 실장에게 말했고 그는 나를 빤히 봤다.
“백범 대표는 마치 이곳에 와본 사람 같습니다.”
“예?”
“전혀 긴장하지 않으니 놀랍습니다.”
“제가 긴장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제 친구가 옆에 있는데, 하하하!”
내 말에 이 실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부님께서는 허풍을 떠는 사람을 싫어합니다.”
물론 그 사실은 나도 알고 있다.
“그렇습니까?”
“제가 친구에게 해드릴 수 있는 말은 이게 전부입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나는 이 실장에게 말했다.
“대부님, 백범 대표가 찾아왔습니다.”
문 앞에 섰고 이 실장은 방문도 열지 않은 상태에서 이신에게 말했다.
“안으로 모셔라.”
이신의 목소리가 내 귀에 들렸다.
‘내가 나를 보는구나……!’
그리고 담판을 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