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132화 (132/415)

# 132

132화 세상이 놀랄 일을 시작하다(3)

“대비를 시작했습니다.”

-알고 있었소?

“예상했던 일입니다.”

[절대 대표님께서는 대통령이 되실 수 없을 것입니다.]

괜히 욱해서 괜한 소리를 했었다. 그 입바른 소리가 세무조사로 이어진 것이다.

“제가 그것에는 대비해 놓겠습니다. 그 이후에 조처를 해주십시오.”

-무슨 대비입니까?

권 의원이 내게 물었고 나는 기자 회견을 여는 목적에 관해 설명해줬다.

-백, 백범 대표······!

“여론은 오늘 이후 제 편이 될 겁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소.

“이렇게 되면 제가 세무조사를 받을 이유가 없어야 하지 않습니까? 설마 이것까지 대선에 이용하시려는 것은 아니겠지요?”

-정말 이용하고 싶소. 하지만 우리는 동지를 버리지 않습니다.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대선 직전이다. 그리고 국가 위기 상황이다. 그러니 누구도 믿지 않을 것이다.

-걱정하지 마시오.

뚝!

권 의원이 전화를 끊었다.

“대표님.”

김 실장이 나를 불렀다.

“예.”

“기자 회견까지 10분 남았습니다.”

“그렇다면 10분 후면 세상 사람들이 깜짝 놀라겠군요.”

김 실장을 보며 미소를 머금었다.

* * *

국제호텔 기자 회견장.

“태양종합금융투자 회사는 앞으로 설립될 독립유공자 및 국가유공자와 그 후손들을 지원하는 선우 재단을 설립할 것이고 선우 재단에 1조 원의 자금을 맡길 예정입니다. 또한, 관순 재단을 추가로 설립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국민들을 지원할 예정이고 관순 재단에도 1조 원의 기금을 맡길 예정입니다.”

기자 회견장에는 수백 명의 기자가 모여 내 발표를 듣고 멍해진 상태다.

-모든 기자에게 문자 메시지 발송하세요.

이건 태양종합금융투자 회사 홍보부장에게 지시했던 부분이다.

-예, 알겠습니다.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알아야 합니다. 또한, 언론이 이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해야 합니다.

-물론입니다. 자그마치 2조나 집행되는 기부 사업이니 대대적으로 홍보하겠습니다.

홍보부장은 2개의 재단을 설립하는 것에 대해 대대적으로 홍보하겠다고 내게 말했고 나 역시 2조 원이나 쓰는 기부 사업이기에 홍보의 효과를 최대한 누려볼 참이다. 또한, 그것을 통해 국세청의 표적 세무조사를 막을 참이다.

‘뭐 털어도 나올 것은 없지만!’

세무조사를 받는다는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고 횡령이라는 것이 꼬투리만 잡으면 되는 일이라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선우 재단과 관순 재단은 앞으로 태양종합금융투자 회사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게 될 것이고 계열사인 퀸 화장품과 태양전자의 지원도 받게 될 것입니다. 그와 함께 태양종합금융투자 회사 그룹에서 발생하는 순이익의 10%를 지속적으로 기부할 것을 이 자리를 통해 밝힙니다.”

“아······!”

지금까지 이런 기부 발표는 없었다.

“마지막으로 선우 재단과 관순 재단에서 확보한 자금은 선우 펀드와 관순 펀드라는 이름을 통해서 공익 펀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며 그 펀드에서 나온 수익은 소외된 계층과 세계 기아 구호에도 쓰이게 될 것입니다.”

“백범 대표님!”

그때 기자 하나가 내 이름을 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나는 그를 본 후 김 실장을 봤다. 그리고 김 실장은 두 손을 모으고 있는 상태에서 오른손 새끼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우리 쪽 사람이군.’

이건 언론 조작이다. 내게 이로운 질문을 먼저 시작해서 기자들의 분위기를 내 쪽으로 유리하게 만들려는 조치다.

“아직 질문 시간은 아니지만 제게 궁금하신 부분이 있는 모양이군요. 말씀해 보십시오.”

“두 재단에 각각 1조씩 기부하신다고 하셨고 그 기부된 자금을 이용해 공익 펀드를 설립하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그 공익 펀드를 운영하는 주체는 태양종합금융투자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편법 증여를 위한 조치입니까?”

내 편이지만 모든 기자가 궁금해하는 질문을 공격적으로 내게 해야 다른 기자들이 똑같은 질문을 하지 못한다.

“편법 증여라고 하셨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2조 원이나 되는 기금이 조성됩니다. 편법 증여 말고는 떠오르는 것이 없습니다.”

“저 이제 30살입니다. 제가 편법으로 누구에게 증여합니까?”

내 말에 다른 기자들 일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의구심이 들 수 있기에 두 재단의 감사는 외부에서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그리고 저는 분명 공익 펀드 조성을 국민들에게 말씀을 드렸습니다. 조성된 자금은 각각 1조씩입니다. 그 엄청난 자금으로 더 많은 수익을 올리고 공익 사업에 투자할 생각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뛰어난 펀드 매니저를 선임해야 하는데 대한민국에서 저만큼 뛰어난 펀드 매니저가 존재합니까? 펀드 운영에 대한 모든 감사는 시민단체를 통해서 감사를 받도록 하겠습니다.”

와!

기자들이 탄성을 터뜨렸다.

“정말 공명정대하게 운영하실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지금은!”

내 말에 모든 기자가 나를 봤다.

“저는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은 공명정대하게 펀드가 운영이 될 것이고 최선의 투자를 실시할 것입니다. 또한, 일부 손실을 보더라도 공공의 이익이 된다면 그 투자를 포기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하지만 저도 사람이기에 제가 욕심이 생길 때 국민이 또 기자 여러분들이 항상 저를 감시하시고 질타해서 바른길로 인도해 주셔야 합니다. 또한, 펀드 운영 위원회를 구성하여 제 독단에 의한 펀드 자금 집행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때 다른 쪽에서 기자 하나가 자리에서 일어났고 김 실장은 바로 새끼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두 공익 재단의 설립하시겠다고 발표를 한 것은 백범 대표님께서 독립운동가 백선우 선생님의 후손이기 때문입니까?”

“두 공익 재단을 설립하려는 이유는 제 아버님과의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무슨 약속입니까?”

“하하하, 마치 조사를 받는 것 같습니다.”

내가 기자들을 보며 농담을 던졌다.

“하하하, 하하하!”

모두가 웃는다. 사실 내 발표는 모두가 밝게 웃을 일이다.

“저는 아버님께 사업을 시작하고 어느 정도의 이익을 거두게 된다면 제 조부의 이름으로 독립유공자와 국가유공자 또 그 후손들을 돌보는 재단을 설립하겠노라고 약속했습니다.”

“그렇다면 국가가 독립유공자와 국가유공자를 지금까지 제대로 된 예후를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다른 기자 하나가 예리한 질문을 내게 했다. 그리고 김 실장의 손가락은 움직이지 않았다.

“국가가 하지 못했던 일이라면 개인이라도 해야죠. 대한민국은 지금까지 부자가 존경받지 못하는 사회였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부자가 존경받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자는 자신이 이룬 것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재벌에 대한 백범 대표님의 질타입니까?”

“기자님, 대한민국 전체 재벌을 제 적으로 만들고 싶으십니까? 하하하!”

“하하하, 하하하!”

모두가 다시 웃었다.

“국가는 최선을 다했으나 그 역량이 부족했습니다. 그 부족한 부분을 개인인 제가 채우고자 합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이상으로 모든 기자 회견을 마칩니다.”

나는 단상 옆으로 나와 기자들을 봤다.

“국민 여러분 항상 저를 감시하시고 확인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 말을 하고 기자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찰칵, 찰칵!

기자들은 나를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짝짝짝, 짝짝짝!

한쪽에서 박수갈채가 시작됐고 그 박수가 전체의 박수를 끌어냈다.

‘대비는 이렇게 하는 거지.’

이제는 국세청 청장도 나와 내 태양종합금융투자에 표적 세무조사를 감행하기 힘들 것이다. 지금 이 상황에서 세무조사를 한다면 국민의 질타를 받게 될 것이고 그 여파가 여당 대선 주자에게까지 미치게 될 것이니까.

‘여당 대표님, 부글부글 속이 끓으실 겁니다.’

표 주는 사람과 표 받는 사람이 싸울 때 대선이나 총선 때가 되면 표 주는 사람이 이길 수밖에 없다.

* * *

여당 대표실.

[오늘 낮 태양종합금융투자 백범 대표가 기자 회견을 통해 2조 원 규모의 공익 재단 설립을 발표했습니다. 이번에 설립되는 재단은 선우 재단과 관순 재단으로 국가유공자와 후손 그리고 사회 약자층을 지원…….]

2조 원이라는 자금은 대한민국 언론을 집중시키기 충분했고 기자 회견이 끝나자마자 오후 석간신문부터 헤드라인으로 실었다. 그리고 방송 뉴스 역시 일제히 백범과 태양종합금융투자에 대해 찬양(?)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청년 사업가 백범!]

대한민국은 백범의 이름으로 도배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고 갑자기 대선 후보들보다 더 높은 지지를 받기까지 했다. 또한, 어떤 신문사는 발 빠르게 백범을 대선 후보들과 같은 선상에 놓고 여론 조사까지 하는 촌극까지 펼쳤다.

“이런······!”

뉴스를 보고 있던 여당 대표는 인상을 찡그렸다.

“백범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람입니다.”

“이렇게 되면······!”

“역공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요.”

“그런데 웃긴 것은 평화일보에서는 백범을 대선 후보와 동일 선상에 놓고 여론 조사까지 해서 조작을 시작했습니다.”

“그래요?”

여당 대표는 다시 인상을 찡그렸다.

“예, 그렇습니다.”

“지지율 몇 퍼센트 나왔습니까?”

“11%입니다. 이인제 씨와 JP보다 높습니다.”

“조작이군요.”

항상 여당이든 야당이든 자신이 불리한 보도가 발표됐을 때는 이렇게 조작이라고 치부해 버렸다.

“그렇습니다. 하루아침에 11%의 지지율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최 의원.”

“예, 대표님.”

“따로 평화일보에 전화 좀 하세요.”

“예, 알겠습니다.”

“바로요.”

“아, 예, 알겠습니다.”

“괜한 불씨가 평야를 다 태우는 법입니다······.”

“아······!”

* * *

국세청 청장 집무실.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국세청 청장도 뉴스를 봤고 그와 동시에 권 의원의 전화를 받았다.

-공무원은 정치적으로 중립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나서지 맙시다.

“물론입니다.”

-괜한 청탁에 움직였다가 국민들의 질타를 받게 될 상황입니다.

“예, 그렇죠. 그렇군요.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뚝!

권 의원이 전화를 끊었고 국세청 청장이 인상을 찡그렸다.

“태양종합금융투자 회사에 대한 내사 및 세무조사 중지해.”

바로 지시를 내리는 국세청 청장이었다.

“그래도······!”

“바로 중지하시오. 2조야, 2조를 기부한 회사를 갑자기 세무조사하면 국민들이 분노해. 그리고 그 분노를 내가 고스란히 받아야겠소?”

“죄송합니다.”

“바로 중지하시오. 처음부터 세무조사 예정은 없었던 일입니다.”

“예, 알겠습니다.”

“평화일보에서 조사한 여론 조사에서 11%나 나왔어요. 백범 대표가 앞으로 무슨 일을 할 것 같습니까?”

“앞으로······.”

“그 사람 곧 정치합니다. 정치하는 사람하고 괜히 척을 질 필요가 없어.”

* * *

동교동 김대준 총재의 자택.

“평화일보의 조사에 의하면 여론 지지율이 11%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권 의원은 눈빛은 의미심장했다.

“11%?”

“예, 그렇습니다. 청년들과 노인들이 지지하는 것으로 분석이 됐습니다.”

권 의원의 말에 김대준 총재도 고개를 끄덕였다.

“총재님, 11%입니다. JP를 넘어선 지지율입니다. 평화 일보에서 시작했으니 앞으로는 다른 신문사에서도 백범 대표를 대선 후보들과 동일 선상에 놓고 지지율 조사에 포함할 겁니다.”

“그렇겠군요.”

“백범 대표가 총재님을 지지하고 지지 선언을 한다면 당선입니다.”

“으음······!”

“백범 대표에게 지지를 요청하십시오. 집권 후 같이 가기로 하시지 않았습니까.”

“권 의원.”

“예, 대표님.”

“히든카드는 마지막에 쓰는 겁니다.”

“아, 그렇습니다.”

권 의원은 미소를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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