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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부 집 망나니-131화 (131/415)

# 131

131화 세상이 놀랄 일을 시작하다(2)

1997년 10월 17일 오후, 국제호텔 기자 회견장으로 향하는 자동차 안.

나는 지금 국제호텔로 향하면서 지그시 눈을 감고 있다.

나는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국제호텔 스위트룸에 IMF 조사단이 비밀리에 묵고 있다는 정보를 받았다.

-안기부 도청 전문가들 3개 팀만 보내주십시오.

나는 청와대 관계자에게 IMF 조사단이 방문할 것이라는 정보를 제공받고 그에게 요청했었다.

-니 설마?

-안기부 도청 잘 하지 않습니까?

-미쳤나?

-미쳐가는 세상 아닙니까?

-미친놈……. 알았다.

그렇게 나는 청와대에서 인적 자원을 제공받고 돈질을 시작했다.

-김 실장님.

-예, 대표님.

-서울에 있는 호텔 중에 국제호텔 스위트룸 층을 제외한 모든 호텔의 스위트룸 및 해당 층을 모두 예약하시고 오늘부터 15일간 임대하십시오.

-예?

-시간 없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예약하실 때 외국인 이름으로 예약하고 금액을 지급하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매복 작전이라는 것이 있다. 적이 올 곳을 예상하고 병력을 숨겨놓은 후에 적이 예상대로 그곳을 지날 때 기습하는 작전이다. 그 매복 작전의 핵심은 반드시 예상했던 곳으로 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IMF 조사단이 국제호텔 스위트룸에 묵을 수밖에 없게 만들어 놔야 한다. 그래서 돈질이 필요한 것이다.

-참, 국제호텔 스위트룸 아래층 역시 그 층을 다 빌리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서두르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대표님.

김 실장은 영문을 몰랐지만 내 지시에 대해 바로 조치를 취했고 이제 IMF 조사단이 머물 수 있는 곳은 국제호텔 스위트룸밖에는 없다.

-스위트룸 아래층에서 도청 장치 설치합니다.

나는 청와대 관계자(?)가 보내준 기관 요원들에게 지시했고, 그들은 놀란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왜 그렇게 놀라십니까? 그쪽이 잘하는 것이 도청 아닙니까? 원래 하던 건데 뭐 어려운 것 있습니까?

안기부는 지금까지 민간인 사찰까지 저지르며 불법 도청을 했었다. 그게 발각이 되고 국민에게 손가락질을 받았지만, 지금은 안기부의 원래 취지인 국민을 위해 공작할 때다.

-도청이라고 하셨소?

-그렇소. 나는 IMF 비밀 조사단이 무슨 말을 하는지 미리 들어야겠습니다. 물론 회의 때에 오가는 이야기도 확인해야겠습니다.

-왜 그래야 합니까?

-국가와 국민을 위해, 안기부가 진정 일해야 할 때입니다.

-발각이라도 되는 날에는 외교 문제로 번질 수 있습니다.

안기부 요원 한 명이 내게 말했다.

-외교 문제? IMF가 어느 나라에 속해 있기에 외교 문제로 비화한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그렇기는 하지만!

-나라가 흔들릴 때 안기부가 제대로 일해야 하지 않습니까?

-으음……!

-비밀 작전입니다. 누구도 알아서는 안 될 일이고 먼 미래까지 누구도 몰라야 하는 일입니다.

내 말에 안기부 도청팀은 한참이나 고민을 하다가 청와대 관계자(?)의 명령이 떠올랐는지 내게 알았다는 눈빛을 보였다.

-당신들을 여기 보낸 분도, 당신에게 그 일을 지시한 저까지 모두 잊어야 합니다.

-물론이죠. 이제야 진짜 공작다운 공작을 하는군요.

그렇게 해서 국제호텔 스위트룸에 도청 장치가 급하게 설치가 됐고 그 바로 아래층에 비밀기지가 만들어졌다.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지……!’

따르릉, 따르릉!

딸깍!

내 휴대전화가 울렸고 나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남산입니다.

“어떻게 됐지?”

-안기부 요원들이 기지에 모두 집결해서 도청을 시작했습니다.

남산이라면 안기부를 떠올린다. 하지만 나는 등잔 밑이 어두운 것처럼 안기부 요원들까지 감시하는 별도의 팀을 꾸렸다. 물론 그 별도의 팀은 전두성 부장이 구축해 놓은 인프라고 아쉬운 것은 전두성 부장이 지금 내 옆에 없다는 사실이다.

“외부로 이탈하는 안기부 요원은 모두 납치해.”

-예, 알겠습니다.

사실 납치 전문도 안기부의 특기다. 하지만 국가의 존망이 걸린 부분이니 누가 배신자가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서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따로 준비했지?”

-에, 그렇습니다. 따로 도청 기계를 설치해 놨습니다.

“수고하시오.”

-예, 알겠습니다.

정말 이제부터는 제대로 된 공작을 해야 할 때다. 그리고 누구도 믿어서는 안 되는 순간이다.

‘그 누구도 믿어서는 안 된다.’

* * *

국제호텔 스위트룸

이곳에서는 IMF가 파견한 비밀 조사단이 묵고 있다. 그들은 비밀리에 입국했기에 자신들의 신분을 드러낼 수가 없었다.

“총재님께서 도착하시기 전에 모든 정보를 입수하고 실무자 회의를 통해 기선을 제압해야 합니다.”

중년의 백인이 거만한 눈빛으로 말했다.

“예, 알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현재 상황은?”

“확인해 본 것으로 외화 보유액이 21억 달러밖에 남지 않았다고 합니다.”

“으흐흐!”

보고자의 보고에 중년의 남자는 흐뭇한 미소를 머금었다.

“21억 달러라, 곧 동남아시아처럼 무너지겠군.”

“그렇습니다. 대만이 외환 방어를 포기했고 홍콩 증시가 폭락했습니다. 홍콩 증시가 폭락했으니 그 여파가 이제는 대한민국에 직격탄이 되어 돌아올 것입니다. 또한, 많은 외국계 투자자들이 결국 대한민국에서 빠져나갈 겁니다.”

“내가 더 보고받고 알아야 할 사항이 있나?”

중년 백인이 보고자에게 물었다.

“좀 이상한 부분이 있습니다.”

“뭐지?”

“쌍방울 그룹이라는 회사가 부도처리가 된 후부터 부도처리가 될 것으로 예상한 38개 기업이 아무런 움직임이 없습니다.”

“그래?”

“예, 확보된 정보에 의하면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 것으로 파악이 되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잘 버티고 있습니다.”

“그래 봐야 대한민국의 외환이 21억 달러밖에 남지 않았으니 2주 안에 모두 무너지겠지.”

“예, 그럴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너무 느긋한 것 같습니다.”

“느긋해?”

“예, 비밀리에 입국한 지 이틀이나 지났는데 1차 실무자 협상 날짜가 오늘로 잡혔습니다.”

“골머리가 터지겠지. 시간은 우리 편이야.”

“예, 그렇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이야기가 안기부 도청팀과 전두성이 관리하고 있던 백범 경호팀에 의해 도청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IMF 비밀 조사단들은 감히 누가 자신들을 비밀리에 도청을 감행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한민국의 현재 상황은 백기 투항을 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이틀 동안 이곳에만 있으니 지루하군.”

중년의 미국인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런데 추가로 그곳의 정보가 제공되지 않고 있지?”

“정보를 제공하던 자가 긴급 체포가 됐습니다.”

보고자의 보고에 중년의 미국인이 인상을 찡그렸다.

“왜?”

“집권 남용 및 주가 조작 협의로 긴급 체포가 됐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라인을 가동해야겠지?”

“예, 그렇습니다.”

사실 대한민국에는 북한의 간첩만큼 일본이나 미국 그리고 다른 단체들의 간첩들도 상당수 존재했고 그런 스파이들은 대부분 검은 머리 외국인들이 많았다. 특히 미국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간첩들이 꽤 많았는데 정치, 언론, 경제의 모든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현재 환율은?”

“1,720원입니다.”

“환율 폭등이 주춤하군.”

“믿어지지는 않지만,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판단되고 있습니다.”

“안정기?”

“예, 그렇습니다. 1,870원까지 폭등하면서 2,500원까지 추가로 폭등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파악해 놨던 38개 기업이 부도가 나지 않고 외국에 지급할 결제 대금을 지급하고 있기에 안정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그런데 말이야, 그 38개 기업이 어디서 달러를 구했을까?”

“조사한 것으로는 태양종합금융투자에서 환전했다고 합니다.”

“태양종합금융투자?”

“예, 그렇습니다.”

“대한민국에 썩어빠진 종금사 중에 달러를 미리 확보해 놓은 종금사가 있었다고?”

“예,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그 종금사는 달러를 어디서 구했을까?”

“미국 블랙홀 그룹과 연결된 것 같습니다.”

“미국 블랙홀 그룹? 그건 또 뭐야?”

중년의 백인 남자가 인상을 찡그렸다.

“신생 IT 그룹입니다.”

“좋아, 그렇다면 그 블랙홀 그룹의 실소유자는?”

“CEO는 대한민국 국적의 박태웅이라고 합니다.”

“박태웅……?”

“예, 그렇습니다.”

“박태웅에 대해서 조사 의뢰를 하도록.”

중년의 미국인은 박태웅에 대해서 조사를 의뢰하라고 말했다.

누구에게?

이게 중요해지는 부분일 수밖에 없었다.

“예, 알겠습니다.”

* * *

국제호텔 로비 앞.

따르릉, 따르릉!

기자 회견을 위해 국제호텔 로비로 들어설 때 다시 내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울렸다.

딸각!

“나 백범이오.”

사실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안기부인가?’

-남산입니다.

전두성이 관리하던 경호팀이다.

-오늘 이곳에서 1차 실무자 회담이 열린다고 합니다.

“오늘?”

-그렇습니다. 추가로 박태웅 이사에 대해 조사를 의뢰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블랙홀 그룹이 저들의 관심 선상에 놓였습니다.

‘조사를 의뢰하라고 했다?’

일차적으로 박태웅 대표가 노출됐고 그렇다면 달러 환전에 블랙홀 그룹이 연관되었단 사실이 노출됐다는 의미다. 이건 다시 말해 태양종합금융에서 달러를 확보해서 환전해 줬기에 45개 기업이 부도처리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IMF 조사단이 확인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곧 내가 저들에게 관심을 받게 될 것이다.

‘그건 그렇고 누구에게 의뢰했다는 걸까?’

이 부분이 무척이나 중요해질 것 같다.

‘설마 CIA?’

그럴 가능성도 존재한다. 물론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

뚝!

보고할 것만 보고하고 전화를 끊었다.

‘오늘부터 시작이군.’

1차 실무자 회담부터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놔야겠다.

따르릉, 따르릉!

딸깍!

-효자동입니다.

청와대는 효자동에 있다. 그리고 안기부 요원들은 자신들을 내게 보낸 사람이 청와대 관계자(?)이기에 효자동이라고 자신들을 지칭하기로 했다.

“나 백범입니다.”

-오늘 1차 실무자 회담이 예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외화 보유액이 21억 달러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저들이 알고 있습니다. 이것은 청와대 내부에 끄나풀이 있다는 증거입니다.

“알겠소.”

누군지 대략 짐작이 된다.

‘경제수석이겠지.’

그는 이미 긴급체포가 되어 구치소에 갇혀 있다.

‘검은 머리 외국인들이 너무 많아.’

절로 인상이 찡그려지는 순간이다.

하여튼 과거는 친일파가 민족의 적이었다면 현재는 친미파가 대한민국의 역량을 갉아먹고 있다. 그리고 미래에는 친중파가 그렇게 될 것이다.

-박태웅이라는 사람의 이름과 블랙홀 그룹에 대해서도 거론했습니다.

“수고했습니다.”

뚝!

나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안기부에서는 정보를 빠뜨리지 않고 있군.’

이번 공작에서는 최소한 안기부가 세금값은 할 모양이다.

따르릉, 따르릉!

그때 다시 내가 소지하고 있는 다른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울렸고 갑자기 내 휴대전화가 계속 울리는 것을 김 실장이 이상하다는 듯 바라봤다.

딸깍!

-나 권이오.

“무슨 일이십니까?”

-모레 국세청에서 세무조사를 시행할 거라고 합니다. 우리 쪽에서 막고는 있지만, 대비하셔야 할 겁니다.

동교동에서 나를 보호해주려는 것이다. 하지만 세무조사를 막아줄 힘은 아직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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