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0
130화 세상이 놀랄 일을 시작하다(1)
1997년 10월 17일, 태양종합금융투자 회사 사장실.
중역들이 모두 모였다. 나는 어제 모든 중역이 깜짝 놀랄 수밖에 없는 중대 발표를 한 상태다.
“기자 회견 시간까지 3시간 남았군요.”
내 말에 나를 바라보고 있는 중역들은 그저 놀랍다는 눈빛만 보일 뿐이다.
“그렇기는 합니다. 대표님,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황 부장이 내게 말했다.
“태양종합금융투자 회사를 설립할 때부터 계획했던 부분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 막대한 자금을……. 으음……!”
나는 4조 8천억을 산업수출은행과 씨티은행에 예치해 놓은 상태다. 물론 그 금액은 나우루공화국에서 빌린 대출금인 30억 달러까지 포함되어 있는 상태다.
‘현재 환율이라면……!’
현재 환율은 1,720원이다. 내가 달러를 환전해 준 45개 기업이 외국 기업에 달러로 결제를 하기 시작하면서 1,720원까지 하락한 상태다.
‘환율 폭등의 고점을 찍었다는 소리지.’
물론 더 상승할 가능성도 존재하지만 현재로서는 1,900원을 넘지 않으리라고 판단이 된다. 내가 아는 정점과 비슷하고 IMF가 터지고 많은 기업이 도산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1,859원까지 상승을 했었다. 한마디로 내가 환전해 준 17억 달러가 환율까지 방어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나는 평균적으로 2,500원에 달러를 환전해 줬었다.
‘빚이 30억 달러이니……!’
오늘 환율로 계산을 하면 한화로 5조 1600억이다.
그리고 현재 내가 보유한 금액은 4조 8천억 원과 3억 달러고 그 달러를 한화로 환산을 하면 5천 160억이다.
‘둘을 더하면!’
5조 3천 160억이다. 당장 나우루공화국에 달러로 빚을 갚아도 1400억 이상이 남는다. 물론 그 1400억이 내 수익의 전부는 아니다.
내가 가진 것은 퀸 화장품의 주식 지분 85%와 또 태양전자 지분 33%다.
퀸 화장품이 1000억짜리 회사로 탈바꿈이 된 상태이니 850억의 주식 자산을 가지고 있는 것이고 전 대후전자가 시가 총액 5조짜리 회사였으니 1조 6천 500억이 내 자산이다.
그게 전부인가?
아니다.
미국에 설립한 블랙홀 그룹은 현재 10억 달러를 운영하고 있고 이미 단기 주식 투기 수익으로 2억 달러의 수익을 거둔 상태다. 그 수익까지 내 자산에 포함해야 할 것이다. 또한, 두 개의 IT기업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아마존닷컴과 애플 그리고 이베이 주식에 1억 달러씩 투자한 상태다.
‘나우루공화국에 당장 갚을 필요도 없으니!’
이제부터는 돈질 좀 해야겠다.
“황 부장님.”
“예, 대표님.”
“두 은행에 4조 8천억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 금액 중에 2조 원을 분리해서 공익 재단을 설립하신다니 놀랍고 두렵습니다. 지금은 자금을 쥐고 있을 때입니다. 모든 분석관이 그렇게 분석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지금은 자금을 쥐고 있을 때입니다. 하지만 내일, 또 내일 그렇게 미루다가는 계획했던 일들을 집행할 수 없습니다.”
“아……!”
좋은 일을 하겠다는데 중역들은 나를 미친놈처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그 미친 또라이라는 눈빛 속에는 우리 대표님은 뭐가 달라도 확실히 다르다는 눈빛도 포함되어 있다.
“오늘 선우재단 설립과 관순재단 설립을 공식적으로 발표합니다. 두 재단에 기부할 자금은 말씀을 드린 그대로 1조씩입니다.”
“훌륭하신 생각입니다. 하지만 무모하신 결정일 수도 있습니다. 재단에 돈이 묶이게 됩니다.”
“전혀 그럴 일 없습니다. 두 재단은 확보된 기금을 시쳇말로 까먹으면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각각 재단에 선우공익 펀드, 관순공익 펀드를 설립해 태양종합금융투자 회사의 대표인 제가 직접 운영할 겁니다.”
“아, 그런 묘수가 있었군요.”
모두가 놀란 눈빛이다.
물론 두 재단을 설립하고 내가 기부를 한다면 그 자금은 모두 공익 자금이 될 것이다. 그러니 감사도 받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합법적인 방법으로 수익을 낸다면 감사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어떻게 나오는지 보자.’
진짜 돈질이 시작되는 순간이고 나는 이 실장을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3일 후에 성북동으로 모시겠습니다.
-그 결심 감사합니다.
-백범 대표……!
그날 이 실장이 마지막 순간 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었다.
-예, 이 실장님.
-청와대에 가셨을 때 여당 대표를 만나셨습니까?
정말 모르는 것이 없는 이 실장이었다.
-예, 만났습니다.
-어떤 척을 지셨길래…….
-국세청 세무조사에 대비하라는 말씀이시군요.
기업인을 압박하고 굴복시키고 망하게 만드는 도구로 국세청만큼 좋은 것도 없을 것이다.
한마디로 여당 대표는 내가 괘씸했을 것이고 나를 원수처럼 생각한다는 소리다.
-그냥 알려드리는 겁니다. 그러시지는 않겠지만 기업 하는 사람은 털면 털립니다. 먼지는 쌓이는 법이니까요.
-제가 알아서 대비하겠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너무 쉽게 생각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국세청이 시작일 겁니다. 은행이 다음일 것이고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모든 것을 해결할 돈질은 준비되어 있으니까요.
-돈질이라고요?
-예, 그렇게만 아시면 됩니다.
나는 그때를 떠올리며 미소를 머금었다.
“홍보 부장님.”
“예, 대표님.”
“모든 언론사 기자들이 다 소집이 됐죠?”
“그렇습니다. 외신까지 다 소집했습니다.”
“그럼 갑시다. 세상을 놀라게 해보자고요. 하하하!”
나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고 중역들은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돈질이 대비지.’
분명한 것은 기업은 이미지를 먹고 성장하는 존재이니까.
벌컥!
그때 사장실 문이 벌컥 열렸다.
“뭡니까?”
깐깐한 황 부장이 사장실 문을 노크 없이 열고 들어온 종금사 동향 파악 담당관을 보며 물었다.
“죄송합니다. 고려종금이 파산했습니다.”
고려종금은 종금사 규모 7위에 해당하는 종합금융투자 회사다. 그런 회사가 무너졌으니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그렇군요.”
물론 나는 이 시기에 고려종금이 파산 신청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기자 회견장으로 갑시다.”
“고려종금이 파산했다면 본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종금사 동향파악 담당관이 내게 말했다.
“고려종금에 예탁하거나 투자한 금액이 없는데 무슨 영향을 미치겠습니까?”
“투자자들이 불안해 할 수 있습니다.”
“그 불안을 희석하기 위해서 기자 회견을 여는 겁니다.”
중역들은 내 말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눈빛이다.
* * *
여당 대표실.
“고려종금이 결국 파산 신청을 했다고?”
여당 대표는 묘한 눈빛으로 보고자에게 되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방만한 경영과 투자로 결국 무너졌습니다. 고려종금이 파산하게 된다면 고려종금에 투자한 시민들의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판단이 되고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종금사가 문제입니다. 정리가 필요합니다.”
“그렇기는 합니다…….”
보고자는 여당 대표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고려가 무너졌으니!’
여당 대표는 인상을 찡그렸다.
-3일 후에 태양종합금융투자에 대한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돌입하겠습니다.
현재까지 모든 부서의 공무원들은 여당 대표가 당선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 그에게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었고 그런 결정을 내리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북한의 총격 도발이었다.
사실 안보가 불안해지면 진보 진영보다 보수 진영이 더 많은 표를 얻게 되고 항상 선거철이 되면 그렇게 보수 진영들은 안보를 물고 빨았다.
‘망할 녀석, 세무조사에 안 흔들릴 기업 없다.’
여당 대표는 백범을 완벽하게 적으로 돌린 상태였다.
* * *
성북동 이신의 고택.
“백범을 만나봐라?”
“예, 그렇습니다. 그가 나라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천둥벌거숭이 같은 녀석, 쯧쯧!”
이신은 백범을 그렇게 정의했다.
‘성님, 손자답소……!’
하지만 이신은 속으로는 백선우 선생을 떠올렸다.
“그렇습니다. 그는 천둥벌거숭이입니다. 그런데 백범이 그렇게 천둥벌거숭이로 움직이자 환율 폭등이 주춤해졌습니다.”
백범은 17억 달러를 중견기업 및 대기업에 빌려줬고 그 기업의 수가 45개이기에 부도처리가 되는 회사가 줄기 시작했다. 그렇게 중견기업 이상 45개 기업이 부도나지 않으니 하청기업들도 파산하지 않게 됐고 그 여파는 한시적인 안정을 끌어냈다.
“내 손해가 얼마냐?”
“2,500원까지 예상했을 때 3조였고 현재 환율로는 대략 2조 6백억이니 2조 정도의 예상 수익이 하락한 상태입니다.”
“내게 1조의 손해를 끼친 녀석을 만나보라는 소리지?”
“더 큰 수익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도 네가 천둥벌거숭이에게 단단히 홀렸구나. 하하하!”
“죄송합니다.”
“그래 얼굴이나 한번 봐야겠다. 내 예상 수익을 1조나 까먹은 녀석의 얼굴을 직접 한번 보자.”
“예, 알겠습니다. 내일입니다.”
“벌써 약속을 잡았구나.”
“분명 대부님과 제게 이익이 되리라 판단했습니다.”
“도야.”
“예, 대부님.”
“녀석은 몽상가고 알량한 빛이다. 빛에 서려고 하는 녀석과 너는 섞일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네가 걱정이다.”
“빛과 어둠이 동시에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빛이 너무 강하면 눈을 뜰 수가 없고 어둠만 존재한다면 모든 사람이 움츠리게 될 것 같습니다.”
“그 녀석이 한 소리겠지?”
“저도 예전부터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대부님께서도 항상 빛과 어둠의 균형을 맞추셨습니다.”
“하하하, 오늘은 네가 마음에 쏙 든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그 녀석은 나라를 위해서 일하겠다고 말했지?”
“아닙니다.”
“아니다?”
“서민들의 내일을 위해서 일할 거라고 했습니다.”
“쯧쯧, 너무 망상에 빠져 있어, 빛이 실망하고 흔들리면 어둠보다 더 차가워지는 법인데……!”
이신은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렸고 그런 중얼거림을 보고 있는 이 실장은 이신이 백범을 아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선우 선생의 손자이니까……!’
이 실장은 이신이 때때로 백선우 선생의 묘역에 찾아가 넋두리를 늘어놓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 * *
블랙홀닷컴의 대표이사의 사무실.
마법사 이야기를 쓴 여성 작가는 자신이 이 웅장한 사무실에 앉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작가님.”
박태웅이 유창한 영국식 영어로 여성 작가를 불렀다.
“예? 아, 예.”
“블랙홀 그룹의 계열사에는 출판사가 없습니다.”
“아……!”
여성 작가는 거절할 것이면 왜 자신을 이곳까지 불렀냐는 눈빛을 보였다.
“그래서 이번에 출판사를 설립하고자 합니다.”
박태웅의 말에 여성 작가는 멍해졌다.
“저희랑 계약하시죠.”
“정, 정말인가요?”
“예, 그렇습니다. 신인이시지만 최고의 대우를 약속드립니다.”
“최고라고 하셨나요?”
“예, 최고의 대우로 계약해 드리겠습니다. 단!”
박태웅이 여성 작가를 뚫어지게 봤다.
“2차 저작물에 대한 수익은 블랙홀 그룹이 설립하는 출판사가 8대 2의 비율로 가진다는 조건입니다. 그 대신에 말씀드린 것처럼 최고의 인세 비율로 계약해 드리겠습니다.”
박태웅의 말에 여성 작가는 입이 쩍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정, 정말이신가요?”
“예, 그렇습니다. 우선 계약금은 10만 달러를 지급하고 선인세로 90만 달러를 추가 지급하겠습니다.”
가난한 여성 작가로서는 파격 이상의 조건일 수밖에 없었다.
‘이 마법사 이야기는 영화를 만들어야 해!’
박태웅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출판사와 함께 영화제작사 및 투자사 설립을 생각했다.
-문화콘텐츠를 확보해야 미래를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백범이 자신에게 했던 말도 다시 한번 떠오르는 박태웅이었다.
“저희와 계약하시겠습니까?”
“예, 계약하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백범이 살았던 세상과는 조금 다른 세상이라는 것이다. 지금 박태웅 앞에 앉아 있는 여성 작가는 백범이 살았던 세상에서는 1년 전에 자신이 쓴 책을 출판했었다.
“감사합니다. 작가님이 쓰신 찰리포터, 저희가 세상의 빛이 되게 만들어 놓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