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128화 (128/415)

# 128

128화 우리 소주 한잔합시다.(1)

서울로 향하는 자동차 안

-애 떨어질 뻔했잖아.

-너 설마?

조비를 만났을 때를 떠올리고 있다.

-왜 안 돼?

-김찬 할아버지는 이미 70세야.

-100수까지 사실 분이야.

-네가 말한 그대로 다 되면 통일도 30년 안에 되겠다.

-그건 너 하기 나름이고.

-뭐?

-네가 대한민국을 움켜쥐려고 하잖아.

조비는 나를 빤히 보셨다.

-하여튼 됐고, 손자까지 보시게 될 거거든.

-조비야, 너는 정말 내가 봐도 똘끼 충만이다.

-호호호, 어쩌니 이미 이렇게 된 것을

그리고 그때 조비는 아주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나를 봤다.

-그건 절대 안 되는 거 알지?

우린 서로 말만 안 했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짐작하고 있다. 그러니 그것만큼은 절대 안 되는 것이다.

-그건 나도 알아. 바쁘실 건데 가셔야죠.

-하나만 더 물어볼 것이 있다.

-사막으로 갈 생각이지?

신빨이 다 됐다고 생각을 했는데 조비는 아직 죽지 않은 것 같다. 이래서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는 것이다.

-너 다시 개업해야겠다.

-됐네요.

-내가 어떻게 하면 될까?

-사막에 꽃을 피워야 해?

-무슨 수로?

-너도 그 생각이잖아.

그때 조비가 나를 물끄러미 봤었다.

‘사막에 꽃을 피워야 한다……?’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사하라 사막을 떠올렸다.

‘사하라, 두바이, 석유 자본……!’

나우루공화국에서 70억 달러를 빌린다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나는 플랜B로 석유 자본을 생각하고 있다.

‘사하라라……!’

내가 미리 알아본 것으로는 사하라 사막은 총면적이 940만㎢에 달하며 해마다 2만여㎢씩 넓어지고 있다.

“골치가 아프네……!”

사하라 사막은 아프리카대륙에 있는 거대 사막이다. 또한, 서남아시아와 붙어 있고 서남아시아는 사막이 많다.

“예?”

내가 혼잣말로 중얼거리고 있는데 김 실장이 내게 되물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예, 대표님…….”

김 실장은 대답하고 운전에 전념했다.

하여튼 사하라 사막은 북쪽으로는 아틀라스산맥 및 지중해, 서쪽으로는 대서양, 동쪽으로는 홍해와 접해 있다.

‘홍해다.’

사막에 꽃을 피우려면 홍해가 핵심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조사해 본 것으로 사하라 사막은 그 주변에 해안선이 8,000㎞나 된다.

‘이건 봉이 김선달도 아니고……!’

나는 지금 희대의 사기극 아니 엄청난 기적을 생각하고 있고 그것을 두바이의 기적과 연결해서 아랍에미리트와 연결하고자 한다.

‘아프리카 국가에게 사하라 사막을 사서!’

아랍에미리트에 희망과 함께 팔아먹어야겠다. 하여튼 과거의 봉이 김선달은 대동강 강물을 팔아먹었지만 나는 사하라 사막을 아랍에미리트에 팔아먹을 미친 생각을 하는 중이다.

‘국내 건설 경기도 활성화를 시키고!’

나도 모르게 미소가 머금어졌지만 미친 생각인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나는 다시 인상을 찡그리며 휴대전화를 꺼냈다.

따르릉, 따르릉!

나는 지금 이 실장에게 전화를 걸고 있다.

‘받아주십시오.’

나는 이 실장에게 소주나 같이 마시는 친구가 되자고 했다. 이것은 사실 이신과의 연결고리를 놓치고 싶어 않아서였다.

딸깍!

-무슨 일로 전화를 하셨습니까?

“오늘 시간이 되면 소주나 한잔하실까요?”

-오늘이요?

“예, 그렇습니다.”

-무슨 일 있습니까?

“그때 그 제안, 다시 한번 생각해 볼까 합니다.”

-으음……!

이 실장이 신음을 터트렸다.

“안 되는 겁니까? 소주나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저번에 제가 모셨던 곳 기억이 나십니까?

“예, 압니다.”

-그곳으로 6시까지 오시면 됩니다.

“예, 알겠습니다.”

뚝!

내 대답을 듣자마자 이 실장이 전화를 끊었다.

“김 실장님.”

“예, 대표님.”

“동두천 갑시다.”

“예, 알겠습니다.”

김 실장이 바로 대답했다.

* * *

성북동 이신의 고택.

백범의 전화를 받았던 이 실장은 지금까지 일어난 대한민국의 일들을 보고하기 위해 이신을 찾았을 때였다.

‘왜 갑자기?’

이 실장은 백범의 말에 의구심이 들었다.

“이도입니다.”

이 실장이 문 앞에 서서 말했고 스르륵 문이 열렸다.

“요즘 네가 바쁘구나.”

이신은 이 실장은 반겨 맞았다.

“예, 바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실장이 공손히 말하며 이신에게 다가와 자리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대부님.”

“그래 어디 한번 들어보자.”

“경제수석이 전격적으로 구속이 됐습니다.”

이 실장의 보고에 이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람이 과하기는 했지.”

“대선에 이용이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겠지. 그래야 하고.”

“IMF 총재가 비밀리에 내일 입국한다고 합니다. 아마도 많은 것을 노리고 요구할 것 같습니다.”

“항상 그랬다. 그들은 항상 그렇게 도와주는 척을 하면서 많은 것을 요구하지. 친구는 없다.”

이신이 친구는 없다는 말에 이 실장은 백범이 떠올랐다.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데 대부님.”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문다는 소리를 하고 싶은 것이냐?”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런 것은 네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내가 다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예…….”

“달러는 어느 정도 모았지?”

백범이 달러를 확보할 때 이신도 이 실장을 통해서 달러를 확보했었다. 물론 그 시기가 백범보다는 한참 늦은 후지만 말이다.

“12억 달러를 확보했습니다.”

“금괴는?”

백범이 준비하고 있는 것과 다른 것은 이신은 안전 자산인 금괴도 매집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10억 달러 정도 확보했습니다.”

“그 짧은 시간에 참 많이도 모았구나.”

이신이 말했고 이 실장은 이신을 보며 궁금해하는 눈빛을 보였다.

“왜 이 상황에서 금괴냐고?”

“송구합니다.”

“너는 궁금해해야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말이다. 아주 옛날부터 멸시를 당하고 핍박을 당해도 나라가 위험하면 다 잊어버리고 다 내놓지. 목숨도 내놓고 재산도 내놓고 그렇게 다 내놓는 버릇이 있다.”

“예?”

“IMF로 가게 될 것이다. 그래야 변명거리가 생길 테니까. 그렇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 같으냐?”

“으음…….”

“재외 동포들은 대한민국에 달러 보내기 운동을 시작하고 또 대한민국 국민은 아마도 금 모으기 운동을 하겠지.”

“아……!”

“그런 민족이야. 그렇게 모인 금은 외국에 헐값에 팔릴 거다. 그 금을 내가 다 가질 생각이고 그래서 미리 금을 모아둔 것이다.”

“그러시면 나중에 금이 헐값이 됐을 때 매집하시는 것이 더 좋지 않습니까?”

“뭐 그렇기도 하지만 한화의 가치가 하락했으니 금이라도 사두는 것이 더 이익이다.”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그리고……!”

“왜?”

“백범이 지난번에 거부했던 제안을 다시 꺼냈습니다.”

“그때 거부했는데 왜 다시?”

이신은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였다.

“오늘 동두천에서 확인해 볼까 합니다.”

“백범이 청와대에 몇 번 왔다 갔다 했지?”

“예, 그렇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 녀석의 행보가 놀랍기는 하군. 벌써 대후전자를 삼켰어.”

“달러를 확보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예?”

“그 녀석은 욕심이 정말 많아. 너는 욕심이 정말 없고.”

“대부님께서 제가 욕심을 부리지 않아도 될 만큼 만들어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렇겠지. 하여튼 녀석이 달러를 기업과 그룹에 환전해 주면서 막대한 이익을 챙기면서도 40개 이상의 기업이 도산하는 것을 막았어. 그게 핵심이지.”

“아……!”

“어떤 면에서 대한민국의 최악의 사태는 그 녀석이 막았다는 것이다.”

“그렇군요.”

“지금 그 녀석은 엄청나게 많이 가졌어. 그런데 왜 너를 보자고 했을까? 그게 궁금해진다.”

“아마도 대부님을 뵙고 싶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나를?”

이신이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렇습니다.”

“왜일까? 그 녀석은 정말 망나니처럼 어디로 튀지 짐작이 안 되는군. 허허허!”

“그런 것 같습니다.”

“도야.”

“예, 대부님.”

“네가 믿을 수 있는 친구가 못 된다면!”

이신의 눈동자에 살기가 담겼다.

“예, 대부님…….”

“제거하는 것이 네게 이롭다.”

이신의 말에 이 실장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나는 너와 그 녀석이 공존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 역시 고심해 보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여당이 괜한 짓을 하고 있다면서?”

“예, 그렇습니다.”

“대부님!”

그때 문밖에서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와라.”

이신이 말했고 남자 하나가 조심히 고개를 숙인 상태에서 안으로 들어왔다.

“이 실장님도 계셨군요.”

“언제 귀국하셨습니까?”

“어제 귀국했습니다.”

중년의 남자가 무릎을 꿇고 앉았다.

“대부님, 대부님의 결심을 듣고자 왔습니다. 어느 쪽으로 결정하셨습니까?”

중년의 남자가 이신에게 물었다.

“며칠 더 고심해 보자.”

“예, 알겠습니다.”

“하는 짓이 너무 개망나니야. 쯧쯧!”

이신이 처음으로 혀를 차며 인상을 찡그렸다.

* * *

여당 대표 측근의 개인 사무실.

[오늘 새벽 3시 27분 경 판문점 인근 북한 초소에서 우리 측 초소로 총기를 난사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이 사건으로 북한군은 총 35발의 탄환을 발포하였으며, 우리군도 이에 즉각 대응하여 북한군 초소 1개소를 완파하였습니다. 국방부는 이 사건으로……]

“하하하, 잘 됐습니다.”

여당 대표의 측근인 국회의원이 호탕하게 웃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옆에 있던 남자가 측근 국회의원에게 말했다.

“무슨 문제요?”

“2000만 달러를 스위스은행 비밀 계좌에 입금했지만, 추가로 5억 달러를 더 입금해야 합니다.”

“정권만 유지하면 그 5억 달러를 못 만들겠습니까? 특별활동비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렇기는 하지만…….”

“그것들은 나중 문제고 선거는 이기고 봐야 합니다.”

“그렇기는 합니다.”

* * *

동두천으로 향하는 자동차 안.

“라디오 좀 틀어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대표님.”

김 실장이 바로 내게 말하고 라디오를 틀었다.

[긴급 속보입니다.]

라디오에서는 뉴스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갑자기 긴급 속보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오늘 새벽 3시 27분 경 판문점 인근 북한 초소에서 우리 측 초소로 총기를 난사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총풍!’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찡그려졌다.

‘요청만 했던 것으로 아는데……!’

내가 아는 미래의 기억과 지금 일어난 일은 완벽하게 달랐다.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이 사건으로 북한군은 총 35발의 탄환을 발포하였으며, 우리군도 이에 즉각 대응하여 북한군 초소 1개소를 완파하였습니다. 국방부는 이 사건으로……]

북한이 먼저 총을 쐈다. 그런데 대한민국 국군은 북한군 초소를 완파시킬 정도로 반격을 가했다는 것이 이 긴급 속보의 핵심이다.

‘국방부 대응 규정에 따르면……!’

북괴군이 소총을 쏘면 국군도 소총으로만 대응하게 되어 있다. 똑같은 무기로 똑같은 발수로 대응하는 것이 지침이다. 그런데 그 이상의 공격을 지시한 것이다.

‘이것은……!’

사전에 계획이 됐다는 소리다. 그렇지 않고서는 국군은 절대 이런 대응을 할 수가 없다.

‘이번에는 얼마를 줬을까?’

대선이기에 정치공작이 시작되는 순간이고 이 엄청난 정치공작이 밝혀지지 않는다면 내가 적으로 돌린 여당 대표가 당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가 없다.

“이러면 안 되는데……!”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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