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6
126화 돈이 좋은 이유?(1)
판교 본가로 내려가는 시멘트 도로.
내 지시 때문에 은혜가 탈 안전 버스는 독일 벤츠 본사에서 제작에 돌입했고 인수까지 2개월이 소요가 된다는 보고를 받았다.
“대표님, 1년 전보다 비닐하우스가 많이 생긴 것 같습니다.”
“그래요?”
“예, 유리온실도 3개나 더 생겼고 저 끝에는 목장 비슷한 것도 생긴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김 비서 아니 김 실장의 말에 자동차 밖의 풍경을 봤는데 1년 전에는 없던 농업시설들이 꽤 늘어나 있었다.
“김 실장님.”
나는 밖을 보다가 김 실장을 불렀다.
“예, 대표님.”
“이제 운전은 다른 비서에게 맡기시죠.”
“그럼 저는 무엇을 합니까? 제게 주시는 연봉이 정말 많습니다.”
“법무사시잖아요.”
“그렇죠. 대표님을 만나기 전에는 제가 법무사였죠.”
“이제는 변호사를 호령하는 법무사가 되셔야죠.”
“예?”
황당한 표정으로 내게 되묻는 김 비서 아니 김 실장이다.
“태평양법무법인과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회사 내부에도 법무 부서가 필요하게 됐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법무사인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백영기 변호사가 스카우트될 겁니다.”
“백영기 변호사가요?”
“예, 태평양법무법인 대표와 이야기를 끝냈습니다. 백영기 변호사가 태양종합금융투자의 법무전무가 될 것이고 김 실장님은 비서실장과 법무팀 이사를 겸직하게 될 겁니다.”
“창업 멤버에 대한 예후입니까? 하하하!”
“뭐 그렇다면 그렇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비서실장이 더 마음에 듭니다.”
“그럼 비서실장 하시고요.”
태양종합금융투자 회사 산하 비서실에는 이미 8명의 비서가 존재한다. 물론 그들은 모두 나를 보좌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예, 감사합니다.”
“벌써 도착했군요.”
“대표님은 참 효자십니다. 이렇게 자주자주 본가에 내려오시니 말입니다.”
“못된 아들이죠. 필요한 것이 있을 때마다 오니까요.”
“예?”
“이번에도 필요한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아, 예…….”
김 실장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눈빛이다.
* * *
“또 무슨 일로 왔는데?”
내가 요즘 자주 오니 아버지께서는 신기해하시는 눈빛이다.
‘그제는……!’
천연 과자 때문에 왔었다. 그리고 오늘은 다른 일 때문에 왔다. 그러고 보니 천연 과자 제조회사인 [바른 먹거리]의 영업이 꽤 활기를 띠는 것 같다.
“부탁드릴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무슨 부탁이 또 있는데?”
“아버지, 농사가 천직이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래, 나는 아직도 농사꾼이 내 천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왜?”
“곧 할아버지가 되실 겁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입에 들어가는 것 무엇 하나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내 말에 아버지께서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래서?”
“은혜가 먹는 것 그리고 아버지 손주가 먹는 모든 것들을 아버지가 직접 재배해 주시고 키워 주십시오.”
“쯧쯧쯧!”
내 말에 아버지는 나를 보며 바로 혀를 찼다.
“왜 그러십니까?”
“벌써 내 며느리가 3개월이다.”
“예, 그렇습니다.”
“지금부터 키워서 언제 내 며느리 입에 넣고 내 손주가 먹겠냐? 지금부터 준비한다고 해도 꽤 시간이 걸린다.”
“좀 늦기는 했습니다. 그래도 늦었다고 생각을 했을 때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축복을 받고 태어날 아이가 두 명이지 않습니까?”
“셋이다.”
“예?”
“사돈댁이 쌍둥이란다.”
“아……. 그럼 셋이군요.”
“그래, 셋이다. 쯧쯧, 하여튼 준비성이 너는 참 없다. 그리고 늦었다고 생각을 할 때가 정말 늦은 거다. 그리고 너는 세상에 둘도 없는 팔불출이다.”
“예, 아버지 닮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내 말에 아버지가 나를 보시며 피식 웃었다.
“너는 나보다 더 심하다. 청출어람이다.”
아버지는 일자무식이셨다. 그런데 요즘 자주 문자를 쓰신다.
“아버지?”
“나 국졸 검정고시 합격했다. 그리고 일어나라.”
“예?”
“나랑 갈 때가 있다.”
“……예.”
* * *
꼬끼오~
푸드덕!
사방에서 닭들이 날고 울고 난리다. 개방형 비닐하우스에 검은 천으로 일부가 가려져 있는 곳 내부에는 오골계와 토종닭 300마리 정도가 정신없이 뛰놀고 있다.
‘개방형 양계장이군.’
밖에서 보면 500평이 넘어 보이는 대형 비닐하우스다. 그리고 그 안에 키우는 닭의 수는 암수구별 없이 300마리 정도다.
“오셨습니까, 사장님.”
개방형 양계장을 관리하던 남자가 아버지를 보고 바로 고개를 꾸벅 숙였다.
“닭들 스트레스 주면 안 됩니다.”
“물론입니다. 지시하신 그대로 아침과 저녁에는 비발디를 틀어주고 있습니다.”
개방형 양계장 관리사가 아버지에게 웃으며 대답했다.
“헐……!”
비발디라는 말에 나는 멍해지는 순간이다.
“우리 손자 손녀들이 먹을 계란이랑 닭이니까 절대 스트레스 주면 안 됩니다. 스트레스를 안 받는 닭이 좋은 유정란을 낳고 신선한 고기가 됩니다.”
“예, 명심하고 있습니다.”
“범아.”
“예, 아버지?”
“닭털 입에 들어간다. 딴 곳으로 가자.”
“예, 아버지……!”
정말 제대로 된 졸부는 내가 아니라 아버지시다.
* * *
음메에에에~ 음메에에에~
아버지와 함께 온 곳은 작은 목장이다. 수소 3마리와 암소 10마리 그리고 송아지 20마리 정도가 사육장이 아닌 들판에서 여유롭게 풀을 뜯고 있고 목장 관리인들은 건초들을 내리고 있다.
“사장님!”
그때 목장 관리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아버지 쪽으로 급하게 뛰어왔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젊은 남자 한 명이 따라 뛰고 있었다.
“소리치면 소가 놀라요.”
“아, 죄송합니다.”
“이분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매일유업에서 스카우트한 우유 살균 기술자입니다.”
“안녕하십니까? 황치산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합니다.”
아버지가 황치산이라는 우유 살균 기술자에게 말했고 나는 입이 쩍 벌어질 수밖에 없다.
‘아버지는……!’
내게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아주 오래전부터 준비해 왔던 것이다.
“우리 손자 손녀가 먹을 소고기고 우유입니다. 그러니 젖소도 고기소도 절대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됩니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오늘이 첫 도축 아닙니까?”
“예, 그렇습니다. 제가 도축장에 직접 가서 도축업자에게 신신당부했습니다. 도축 과정에서 절대 스트레스를 주지 말라고 웃돈까지 줬습니다.”
“눈을 떴을 때 도축하지 말고 마취로 기절시킨 후에 도축하라고 하세요.”
“예, 그래서 수의사도 같이 갈 예정입니다.”
나는 목장 관리인과 아버지가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다시 한번 입이 쩍 벌어졌다.
“돼지도 2~3마리 잡으세요.”
“예, 알겠습니다.”
“아버지……?”
내가 아버지를 불렀다.
“왜?”
“그렇게 많이 잡으면…….”
“왜 먹을 사람이 없을 것 같아서?”
아버지가 나를 보며 피식 웃으셨다.
“그런 측면도 있고?”
“딱 필요한 부위 중에서 제일 좋은 것들만 엄선한 후에 인근 보육원하고 양로원에 드리기로 했다.”
“아……!”
정말 제대로 돈을 쓰실 줄 아시는 아버지시다.
“가자.”
“또 보여주실 것이 있으십니까?”
“이왕 자랑질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니 제대로 해야지.”
“…….예.”
* * *
대형 유리온실.
대형 유리온실로 들어서는 순간 나는 무슨 제약회사 연구실에 온 기분이 들었다.
‘이 정도면?’
외부의 오염 물질들이 이 대형 유리온실로는 침투하지 못할 것 같다.
‘마치 식물 공장 같군.’
그저 놀라울 뿐이다.
그러고 보니 아버지는 내가 인수한 나눔 종묘 연구원이시다.
-뭐 그런 것을 하라고 그래?
-지식은 많지만, 재배 노하우가 부족합니다. 아버지의 경험을 전수해 주시면 더 좋은 종자가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알았다.
아버지와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여긴 나눔 종묘 연구개발실이 아닌데…….’
나눔 종묘 연구개발실은 본가에서 5㎞ 정도 떨어진 곳에 설립이 되어 있고 신품종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상태다.
“사장님 오셨습니다.”
아버지가 이곳에 오자마자 대형 온실 관리인이 아버지를 보고 다가와 인사를 했다.
‘다들 웃으신다.’
개방형 양계장 관리인도 목장 관리인도 모두 아버지를 보며 웃었다. 그리고 이곳 책임 관리인도 아버지를 보며 웃으며 반겼다.
‘관리인이 스트레스를 안 받으면?’
당연히 관리를 받는 소와 돼지 그리고 각종 동물 역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재배가 되는 농산물들 역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것 같다.
식물이 무슨 스트레스를 받느냐고?
식물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내 아들입니다.”
“아, 그러십니까? 안녕하십니까.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예, 안녕하세요.”
나는 꾸벅 인사를 했다. 아버지는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반말하지 않으셨다. 그러니 아버지의 아들인 나도 반말을 해서는 안 된다.
“우리 아들이 여기 와서 제대로 넋이 나간 것 같으니까, 설명 좀 해주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사장님.”
책임 관리자가 아버지에게 말하고 나를 봤다.
“이곳은 식물 생산 공장으로 주식인 쌀부터 시작해서 250종의 농산물이 대규모로 재배가 되고 있습니다. 100% 천연 무공해이고 무농약 생산품입니다. 한 마디로 청정 먹거리입니다.”
“대규모로 하셨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천연 재료 과자 바른 먹거리의 원자재 생산 시설입니다. 500평 유리온실 다섯 동을 설치했고, 추가로 10동을 더 설치할 겁니다. 물론 그보다 더 중요한 부분은 사장님의 손자 손녀께서 드실 농산물을 생산해 내는 것이 목적입니다.”
책임 관리인의 말에 나는 입이 쩍 벌어졌다.
“그리고 추가로 구축되는 2개의 유리온실에는 무공해 과일들이 생산될 예정으로 한라봉과 바나나 및 망고 그리고 구아바가 생산될 것이고 사과와 배도 생산이 될 겁니다. 더 정확하게 말씀을 드리면 모든 과일이 무공해로 재배가 될 겁니다.”
“아……!”
그리고 아버지가 얼마나 강조를 했는지도 알 것 같다. 하지만 관리인들은 아버지를 보며 모두가 웃었다. 그것은 지금 하는 일에 스스로 만족하고 있다는 의미고 또한 높은 연봉을 받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범아.”
“예, 아버지…….”
“준비는 이렇게 미리미리 해두는 거다.”
“아, 정말 대단하십니다.”
아버지의 준비성이 존경스러울 정도다.
‘이 정도면……!’
이런 표현은 그렇지만 내 오버는 아버지에게서 전해진 것 같다.
‘정말 오버의 화신이시다……!’
그리고 돈을 어떻게 써야 할지 제대로 아시는 분이 내 아버지시다.
정말 아버지는 제대로 된 졸부의 모습을 내게 보여주고 계셨다.
“아버지 정말 감사합니다.”
“네가 감사할 것 없다. 다 내 손자 손녀 먹이자고 돈 쓰는 거니까. 안 그렇습니까? 김 박사님.”
“예, 그렇습니다. 손녀 손자분들 덕분에 여기서 일하는 관리인들과 가족들도 무공해 농산물을 먹으니 좋고요. 저도 이번에 며느리들한테 제대로 생색 좀 냈습니다. 하하하!”
더 놀라운 것은 이 유리온실 책임 관리인이 농학박사 출신이라는 사실이다.
‘아!’
상상하는 그것 이상을 현실로 보여주시는 아버지시다.
“왜 그렇게 놀래?”
“돈 많이 쓰셨겠네요…….”
“당연하지, 돈 벌자고 하는 일 아니잖아. 하하하!”
“그러시죠.”
“그러니 이제 괜한 걱정하지 말고 네 할 일이나 해라.”
“예, 알겠습니다.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