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125화 (125/415)

# 125

125화 중간결산부터 해보자(2)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한국은행 총재와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앞에 서 있다.

“태일정밀이 부도 처리 됐습니다.”

경제수석이 초췌한 모습으로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그는 이미 풋옵션 투자를 통해서 지금까지 청와대에서 확보한 정보와 자신의 권력을 통해 얻은 모든 재산을 잃은 상태였다.

“태일이 무너졌구나……!”

대통령은 침울한 표정으로 대답할 뿐이었다.

“각하.”

그때 경제부총리가 대통령을 불렀다.

“와?”

“내일 IMF 총재가 비밀리에 입국 예정입니다.”

“벌써 그리됐나?”

“예, 그렇습니다. 조사단과 함께 입국합니다.”

“부총리……!”

대통령은 덤덤한 눈빛으로 경제부총리를 불렀다.

“예, 각하…….”

“급히 서두를 것이 없다.”

“하지만 경제가 파탄을 넘어 붕괴 직전에 놓였습니다.”

“그러니까, 이미 대한민국 경제는 무너졌다. 그러니 더 잃을 것도 없다. 그러니 급히 서두르지 마라.”

순간 대통령의 눈빛이 변했다.

“그라고 내 임기 때는 절대 IMF와 협상을 마무리해서는 안 된다. 내가 IMF에 다 내어주는 대통령으로 기록이 돼서는 안 된다.”

“아…….”

경제부총리는 무슨 의미인지 알겠다는 눈빛을 보였다.

“은행장.”

“예, 각하.”

“이제는 환율 방어를 못하제?”

“예, 그렇습니다.”

“달러 얼마나 남았노?”

씁쓸한 표정으로 묻는 대통령이다.

“32억 달러 남았습니다.”

“대한민국이 나 때문에 망했네. 쯧쯧……!”

“아닙니다. 각하, 이 모든 것은 미국이…….”

“음모론 같은 것은 내한테 말해도 필요가 없다. 우리 경제가 너무 사상누각을 지었다.”

대통령은 그렇게 말하면서 백범의 얼굴을 떠올렸다.

“하여튼 내 임기 중에는 절대 IMF와 협상이 끝나서는 안 된다.”

“예, 알겠습니다.”

한국은행장과 경제부총리는 대통령이 참 못났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색할 수가 없었다.

‘버텨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다……!’

나라의 국부를 외국 침략 자본에게 절대 빼앗기지 않겠다고 말한 백범에게 대통령이 해줄 수 있는 것은 겨우 시간을 끌어주는 거였다.

“경제수석만 남고 모두 나가 보시오.”

“예, 알겠습니다. 각하.”

한국은행 은행장과 경제부총리가 대통령에게 묵례하고 밖으로 나갔다.

“인마야……!”

대통령은 경제수석을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예, 각하…….”

“와 그렇게 욕심을 부리고 살았노, 쯧쯧!”

“예?”

“니, 다 날려 묵었다매?”

“각, 각하……!”

경제수석은 대통령이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기에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니 국세청이랑 금융감독원에 압력 넣어서 금마를 우째 볼라 캤다매?”

“그, 그건 오해이십니다.”

“니는 와 이렇게 세상 돌아가는 것을 모르노, 니랑 내랑은 이제 아무 힘이 없다. 니가 그래 압력을 넣어도 국세청이랑 금감원이 눈이라도 깜짝할 것 같드나?”

“으음…….”

“니랑 내랑은 이제 끝났다. 이제 대세는 금마다.”

“각하…….”

“니도 지은 죄가 있으니 고생 좀 해야 할 기다. 내가 여당 대표한테는 잘 말해 놨고 김대준 총재한테도 부탁해 놨다. 그냥 이제 좀 쉬어라.”

“각하, 그, 그 말씀은?”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제. 내 아들도 잡혀가는 세상인데 니라고 용빼는 재주가 있겠나?”

“저, 저는 각하께 충성할 목적으로…….”

“야야, 입에 침이라도 바르고 거짓말을 해라. 내는 내 아들 새끼도 이제 못 믿는다. 그란데 니 거짓말을 내가 믿어줄 필요가 없다.”

“각하, 죄송, 죄송합니다.”

“진짜로 내게 죄송은 하나?”

“……예.”

경제수석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오늘 니는 해임될 거고 바로 긴급구속이 될 기다. 물론 내가 지시를 했다. 내도 어쩔 수 없는 여당 출신 대통령인 모양이다. 야당이 알기 전에 먼저 손을 쓸 수밖에 없었다. 이해해도 되고 이해를 못 해도 어쩔 수가 없다.”

“……각하……!”

“억울하제?”

“아, 아닙니다.”

“니는 아직 멀었다. 억울하기만 하고 서운하기만 할 기라서 니는 아직 멀었다.”

“저, 저는 이미 백범 때문에 다, 다 잃었습니다.”

“금마 때문에 다 잃은 것이 아니라 네 욕심 때문에 다 잃은 기다. 그래도 그동안 고생 마이 했다.”

대통령이 경제수석에게 걸어와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줬다.

“나중에 증말 나중에 밥이나 묵자.”

대통령의 위로에도 경제수석은 그저 화가 치밀 뿐이지만 겉으로는 아무 내색도 할 수가 없었다.

“나가 봐라.”

“……예, 각하.”

경제수석이 돌아섰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다시 돌아서서 대통령을 노려봤다.

“각하.”

“와, 이 마당에 더할 말이 있나?”

“백범 각하께서는 백범 그자를 너무 믿으시고 계십니다. 결국, 백범 그자도 자기 욕심에 움직이는 그런 인간입니다.”

“맞다, 나도 안다. 그래도 니처럼 선을 넘지는 않는다.”

“저는 꼭 다시 재기할 겁니다.”

“그래라, 나도 니가 그랬으면 좋겠다. 그런데 니는 와 이렇게 내 마음을 몰라주노, 쯧쯧!”

“죄송합니다.”

경제수석은 반항하듯 대답하고 묵례를 하고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을 나갔다.

***

경제수석이 청와대를 나서자마자 중앙지검 소속 검사에게 긴급 체포가 됐고 중앙지검 소속 검사의 뒤에는 수많은 기자가 대기하고 있었다.

“집권 남용 및 주가 조작 혐의로 긴급체포합니다.”

“나를 신고한 사람이…….”

“대통령 각하십니다.”

검사는 기자들이 다 들을 수 있게 의도적으로 크게 말했고 그 발언에 전 경제수석은 피식 웃고 말았다.

‘다 선거구나, 선거야……!’

이 상황이 이번 대선에 어떻게든 영향을 미칠 거라는 것을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잘 알고 있었다.

* * *

1997년 10월 15일, 태양종합금융투자 회사 회의실.

“대표님……!”

내가 회상에 잠겨 있을 때 김 과장이 나를 불렀다.

“아, 예.”

나는 김 과장을 봤다.

“김 과장. 보유하고 있는 3억 달러는 환전이 아닌 보유하는 것으로 결정하겠습니다.”

더 이상의 환차익은 필요 없다.

‘태양전자……!’

대후전자를 인수해 태양전자로 거듭난 상태이니 나 역시 이제는 달러가 필요한 기업인으로 변신했다.

“오 실장.”

“예, 대표님.”

“태양전자의 유통주식들을 매집하십시오.”

내가 보유한 태양전자의 주식은 33%다. 지난 11일 동안 나는 전 대후전자의 대주주들에게 유상 증자의 필요성을 강변했었다.

‘건강보험공단과 현성전자, 대진전자가 12%를 보유하고 있고……!’

건강보험공단은 대통령 각하께서 압력을 행사해 주셨는지 내 유상 증자에 대해 승인을 했지만, 현성전자와 대진전자는 거부했다.

‘결국, 지분으로 결정이 되지.’

그러니 유통 주식 확보를 통해 태양전자의 지분을 51%까지 늘려야겠다.

‘그들로부터 나중에 소송이 걸려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주식이 더욱 하락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오 실장이 내 눈치를 보며 말했다.

“그럴 겁니다. 더 하락하겠죠, 종합 주가 지수가 300포인트까지 하락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태양전자에 대한 경영권 방어입니다. 제가 가진 지분은 33%고 건강보험공단의 5%의 우호 지분이 있지만, 여전히 38%에 불과합니다. 나는 완벽한 경영권 독점을 확립해야겠습니다.”

“독, 독점이라고 하셨습니까?”

나는 독점이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했고 그래서 주식 매입 및 매수 핵심 담당자인 오 실장이 저렇게 놀라는 것이다.

“그렇습니다. 어감이 이상하군요. 하지만 독점입니다. 제왕적 경영권을 확보할 겁니다.”

“아……!”

“추가로 현성전자와 대진전자를 압박할 수 있게 그 두 회사의 주식도 최대한 매수하십시오.”

나는 빅딜을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전자회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현성전자와 대진전자를 가져야 하는데 내어줄 것이 없다.

‘현금 및 주식 빅딜이 되겠군.’

또한, 현성 그룹과 대진 그룹의 압박하는 카드로 쓸 생각이다.

“예, 알겠습니다.”

내가 무슨 의미에서 이러는지 알겠다는 눈빛을 보이는 오 실장이다.

“해외 투자 동향 분석관?”

“예, 대표님.”

나는 각각 모든 분야의 동향 분석관과 책임 담당관을 지정해 적시 적소에 배치해 사용하고 있다.

“홍콩은 어떤 상태입니까?”

1억 달러가 투자된 곳이 홍콩이다.

“홍콩 증시의 폭락이 예상됩니다.”

“그건 당연한 겁니다.”

나는 해외 투자 동향 분석관을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죄송합니다. 그 여파로 홍콩의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박태웅이 다 했었다.’

정말 박태웅이 그리울 수밖에 없는 순간이다.

“알겠습니다. 홍콩 부동산은 더 보유해야겠군요.”

하여튼 나는 단기간 막대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상태다. 그리고 내가 거둔 성과의 핵심은 내가 부를 축적하면서 대후 그룹의 도산을 막은 것과 달러를 내게 환전해 간 45개 기업이 도산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기업 인수 합병 담당관.”

마치 나는 태양종합금융투자를 군대조직처럼 개편한 상태다. 직책은 그대로 전무, 이사, 부장, 과장, 대리 이런 상태지만 각 부서의 핵심 담당관을 배치해 관리하고 있다.

‘이건 이신의 방법이지……!’

점점 더 나는 이신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예, 대표님.”

“쌍방울 그룹의 기업 합병은 어떻게 진행이 되고 있습니까?”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상태입니다.”

그의 보고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추가로 태일정밀이 위험하다고 합니다.”

“태일정밀?”

“예, 그렇습니다.”

“기업 인수 합병 부서에서 인수 타당성이 있는지 분석하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따르릉, 따르릉!

그때 내 책상 서랍 속에 넣어둔 비밀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울렸고 나는 바로 휴대전화를 꺼냈다.

딸각!

“예.”

-내일 비밀리에 IMF 조사단 한국방문 입국한다. 알고 있그라.

“예, 알겠습니다.”

청와대에 모든 정보를 내게 제공해 줄 프락치를 심어놓은 상태다. 그리고 그 프락치는 대통령 각하시기에 이 사실을 사람들이 안다면 공황에 빠질 것이다.

뚝!

대통령 각하께서는 자기 할 말만 하고 전화를 끊으셨다.

“이것으로 오늘 회의를 끝냅시다.”

“예, 대표님.”

회사 중역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 비서님.”

김 비서는 내 비서지만 이미 실장의 직함이고 그 대우는 이사급으로 발전해 있다.

“예, 대표님.”

“하하하, 이제는 김 비서님이 아니라 비서실장님이라고 불러드려야겠군요.”

“아닙니다. 저는 어떻게 불리든 상관없습니다.”

“부탁드린 것은 어떻게 됐습니까?”

“예, 벤츠 본사에 직접 문의를 했고 내부 개조까지 2개월 소요가 될 것이라고 통보해 왔습니다. 총비용은 12억입니다.”

“비싸군요.”

물론 그래도 상관없다. 나는 내 아내 은혜를 가장 안전하게 출퇴근시키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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