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124화 (124/415)

# 124

124화 중간결산부터 해보자(1)

1997년 10월 15일, 태양종합금융투자 회사 회의실.

“현재 환율?”

현재 내 상태를 정확하게 직시해야 한다. 또한, 대한민국의 상황도 정확하게 분석하고 확인해야 한다.

“원·달러 환율 1,890원입니다.”

황 부장이 내게 맑은 목소리로 보고했다.

이제는 여기저기서 국가 부도의 위기론이 대두가 대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태양종합금융투자 회사의 임직원들의 표정은 한없이 밝을 수밖에 없다.

달러를 가진 사람.

또 금을 가진 사람.

그리고 마지막으로 충분한 현금 자산을 가진 사람은 모든 사람의 절망 속에서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곧 2,000원을 돌파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하하하!”

이미 대한민국 경제는 붕괴 직전이고 주식 시장은 완벽하게 무너졌다는 말들이 들린다.

‘바닥 밑에 지하가 있다.’

아직 대한민국의 절망은 시작도 되지 않았다.

“황 부장님.”

“예, 대표님.”

여전히 황 부장은 미소를 머금고 있다. 원 달러 환율이 급등할수록 태양종합금융 회사의 수익이 더 상승한다는 것을 이 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은 알고 있다.

“우리 웃지 맙시다.”

“예?”

“국민이 모두 절망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비록 달러를 보유했기에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웃지는 맙시다.”

“아, 죄송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환율이 폭등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내가 아는 최고 정점이……!’

1,865원쯤이었다. 그런데 이미 1,865원을 돌파한 상태다.

이 상황은 대한민국의 외환 위기가 더 심각하고 더 엄청난 파급 효과를 몰아칠 거라는 예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거기다가 달러가 내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폭등하는 것은 내게도 이롭지 않다. 나는 3년 후에 나우루공화국에 30억 달러를 갚아야 하니까. 물론 그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원·달러 환율은 다시 안정되게 되겠지만 말이다.

‘이렇게 되면 조기 달러 상환은 어렵다는 건가?’

이렇게 된다면 계속된 팽창이 필요해진다. 더 많은 달러를 확보해야 하고 더 많은 외환을 빌려와야 한다는 소리다.

“현재 종합 지수는 얼마나 붕괴가 됐습니까?”

“곧 500포인트 이하까지 붕괴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외환 위기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때 대한민국의 종합 주가 지수는 800포인트를 찍은 상태였다. 그런데 지금 단 몇 주 만에 300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상태다. 그리고 그 종합 주가 지수 하락 때문에 나는 9월 30일 풋옵션 만기 때 옵션 투자의 역사에 신기록을 세웠다.

“옵션 투자의 수익금이 얼마였죠?”

“4500억입니다.”

태양종합금융투자 회사의 옵션 투자 매니저가 담담한 어투로 내게 보고했다.

‘사실……!’

옵션 투자가 활발했고 그 규모가 컸다면 나는 최소 1,000배 이상의 수익을 올렸을 것이다.

450억을 풋옵션 투자에 투입해 겨우 10배의 수익을 올린 것이다.

‘내가 달러 환전을 통해 올린 수익을 제외하면?’

4530억의 주식 및 옵션 투자 수익을 올린 것이다. 그리고 나와 반대로 투자한 사람들은 모두 전 재산을 잃었다는 의미다.

‘옵션 투자는 제로섬 게임이니까.’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찡그려지는 순간이다. 하지만 내 투자는 정확하게 성공한 상태다.

“차 과장.”

“예, 대표님.”

차 과장은 서민행복은행에서 스카우트해온 은행 전문가이고 그는 서민행복은행에서 환율 관련 업무를 해왔다.

“현재 환전된 달러의 금액은 얼마입니까?”

태양종합금융투자 회사가 거둔 이익은 4530억이고 유보금까지 합친다면 5100억이다. 여기까지 내가 거둔 수익이다. 그리고 이 자금은 산업수출은행과 미국 국적의 시티뱅크에 50대50으로 분산해 예치되어 있다.

“원·달러 당 지난주까지는 2,500원에 환전해 줬고 이번 주에는 환율 급등과 동반하여 달러가 필요한 기업과 그룹들에게 3,500원에 환전해 줄 예정입니다. 그렇게 환전을 진행해서 평균 환율을 3,000원에 유지한다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러니까 얼마나 환전이 됐습니까?”

“23억 달러 중에 17억 달러가 환전됐습니다. 대후 그룹과의 빅딜을 통해 3억 달러가 추가로 지출된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남은 달러는 3억 달러다.

“현재까지 4조 2천 500억이군요.”

“그렇습니다. 두 은행에 예치된 금액을 더한다면 4조 8천억에 육박합니다.”

단 몇 개월 만에 나는 4조 8천억을 가진 재벌로 등극했다.

‘졸부의 아들에서 재벌로!’

심장이 뛰는 순간이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나는 이미 홍콩 부동산에 1억 달러를 투자한 상태다. 거기다가 퀸 화장품과 대후 아니 태양전자의 소유주가 된 상태다.

그게 전부인가?

미국 현재에 블랙홀 그룹을 설립해 IT 기업인 블랙홀닷컴과 큐브를 설립해 이제는 상용화 서비스하고 있다. 또한, 대도시 중심에 400개의 물품 유통 보관소를 세운 상태고 그것은 부동산 투자 수익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아마존닷컴의 주식을 1억 달러 보유하고 있고!’

애플의 주식도 1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이베이에 투자에 1억 달러를 투자했다는 박태웅의 보고를 받은 상태다.

-야후 주식까지 매수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단기 수익을 극대화해야 합니다.

-물론입니다.

-현재 얼마의 이익을 거둔 상태입니까?

-대표님은 요즘 부쩍 우물에서 숭늉을 찾으십니다.

-그만큼 마음이 급합니다.

-단기 투기 수익은 1억 달러를 올렸지만, 그 수익들은 다시 단기 투기 주식에 투자한 상태고 다음 주에 처분하게 된다면 100%의 투기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박태웅은 닷컴 버블에 편승한 주식 투자를 투기라고 말한다.

‘말 그대로 투기기는 하지…….’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마존닷컴의 주식을 1억 달러나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고 또한 애플의 주식도 1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베이도 마찬가지고. 이 세 회사의 주식이 훗날 나를 세계 최고의 부호로 만들어 줄 것이다.

물론 아마존닷컴은 블랙홀 닷컴에 의해 흡수 합병 과정이 진행된다면 더 큰 수익을 내게 안겨줄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실시되는 투자 및 투기는 장기적인 계획 투자이기에 현재 대한민국의 암담한 상황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박태웅 대표, 다 처분하면 얼마입니까?

-예?

-미국에 투자한 자금을 다 회수하면 얼마나 되겠습니까?

-왜 갑자기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대한민국의 상황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암울합니다.

-그렇군요. 다 처분하게 된다면 기존 투자금이 7억 달러고 3억 달러 정도의 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합니다.

9월에 시작한 미국 투자다. 그런데 벌써 3억 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이다. 하지만 이 수익들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최소 3000억 달러다.’

그 3000억 달러의 의미는 주식 투자에서만 얻어지는 수익인 것이다. 물론 10년에서 20년 장기 투자를 했을 때 그만큼의 주식 투자 수익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블랙홀 그룹의 두 자회사가 미국 내에 입지를 다지는 그 순간 최소 1조 달러 넘게 될 것이다.

‘천조의 사나이가 되는 건가……!’

20년 후 나는 그렇게 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

하지만 예상은 예상일 뿐이고 현실이 되기 전까지는 신기루에 불과하다.

-처분하고 귀국하면 되겠습니까?

미래의 1000조를 포기한다?

그건 미친 짓이다.

‘IMF가 끝인가?’

아니다.

대한민국은 IMF를 극복해도 세계 금융 위기가 남았다. 지금 나는 IMF를 이용해서 대한민국 대부분의 알짜 기업을 손아귀에 넣을 생각이다.

‘그러라고 하셨으니까.’

그래 볼 참이다. 그리고 세계 금융 위기가 닥칠 때 나는 세계 경제를 내 손아귀에 쥐어볼 참이다.

-블랙홀 그룹이 대한민국의 미래가 될 겁니다. 그러니 반드시 성공해야 합니다.

-예, 알고 있습니다.

이게 어제 국제 통화를 통해 박태웅과 나눈 대화의 핵심이다.

* * *

대진전자 사장실.

“대후전자가 태양종합금융투자에 넘어갔단 말씀입니까?”

이 사건은 대한민국 재계를 깜짝 놀라게 만든 사건이었다.

“예, 그렇습니다. 대후 그룹 김우준 회장이 그룹 전체의 자금 압박을 돌파하기 위해 달러를 보유한 태양종합금융투자에 빅딜을 제시했다고 합니다.”

“그렇군요……!”

대진전자 사장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렇게 되면 사모 펀드가 대한민국 재계를 흔드는 꼴입니다.”

중역 하나가 대진전자 사장을 보며 말했다.

“그 자금은 어디서 났을까요?”

“외국에서 유입된 자금이라는 것만 밝혀졌습니다.”

“외국이라? 아직 대한민국에 달러를 빌려줄 외국이 있었단 말입니까?”

“그래서 이상합니다.”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그때 젊은 중역 한 명이 나섰다.

“뭐라고요?”

“대후전자, 아니 태양전자 대표가 건강보험공단을 찾아갔다고 합니다.”

“우호 지분 확보?”

“그렇습니다. 경영권을 더욱 강화할 심산입니다.”

“그럼 어떤 행보일까?”

대전 전자 사장은 다 알면서도 중역에게 물었다.

“다음은 유통되고 있는 주식을 확보하고 어느 이상 주식을 확보했다고 판단했을 때는 대진 전자의 주식을 매입할 겁니다.”

젊은 중역의 보고에 대진전자 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상태라면 대한민국 재계가 재편성이 될 건데……!”

“그렇습니다. 사장님.”

“태양종합금융투자는 항상 공격적으로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그 공격적인 행보 뒤에는 항상 실리적인 결과를 얻어냈습니다. 백두 소주를 인수전에 참가했을 때 백두 소주를 무조건 인수하는 모양새를 취하다가 결국 목표는 전 주리아 화장품이었습니다. 그와 함께 주정 회사의 주식을 매수하면서 단기 이익을 챙겼습니다.”

“가장 기본에 충실하군요. 하하하!”

대진전자 사장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웃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가장 완벽한 방법입니다. 제 분석으로는 대진전자와 현성전자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압박할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우리가 지분을 가지고 있으니까?”

“예, 그렇습니다. 어쩌면 지분 빅딜을 요구해 올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계속 주시하시오.”

“예, 알겠습니다. 사장님, 그리고 대진 그룹 차원에서 자금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도 태양전자의 지분을 확보하자?”

“예, 그렇습니다.”

“그것도 방법이겠군. 하지만 나는 계획대로 반도체에 집중할 생각이오. 그러니 우리의 목표는 현성전자입니다.”

사실 태양종합금융투자 회사의 대표이며 최대 대주주인 백범은 대진전자를 노리고 있었다. 물론 반도체 공장을 설립해 1985년 국내 최초로 256Kb D램을 만들면서 본격적으로 반도체 생산하고 있는 현성전자도 그 목표에 두고 있지만 말이다.

“예,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내가 말한 것처럼 모든 전자제품에는 반도체가 들어갑니다. 그러니 반도체를 장악해야 합니다.”

이 생각은 백범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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