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122화 (122/415)

# 122

122화 나만 어려운 싸움이군.(3)

‘각하께도 내 할 말 다 했다.’

대통령도 아니고 그저 대권 후보인 저 사람에게 내가 못할 말은 없다.

“지금이라도 공개를 하고 국민이 스스로 대비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건전한 중소기업들의 파산을 막을 수 있습니다.”

“으음.......!”

내 말에 모두가 신음을 토해냈다.

“지금도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은 하도급 업체에 종이 쪼가리가 될 어음을 발행하고 있습니다. 외환 위기가 터지면 그 모든 중소기업이 줄도산하게 될 겁니다. 그때가 되면 어쩌시려고 이러십니까? 대통령 자리가 그렇게 중요합니까? 국민이 고통 속에서 20년 이상 허우적거릴 수도 있는데 위기를 함구하고 저 자리에 꼭 앉아야 하시겠습니까?”

“이 사람이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매섭게 나를 노려보는 여당 대표다.

“국민을 생각하지 않는 그런 마음으로 대통령이 되실 수 있겠습니까.”

“이 사람이 막말을 하고 있군. 젊은 혈기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면 벌써 해결이 됐을 거야.”

“해결책을 찾아볼 생각도 안 하고 있지 않습니까?”

정말 나만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다.

‘완벽한 적이 만들어졌군……!.’

이제는 어쩔 수 없이 김대준 총재의 옆에 서야 할 판이다.

“뚫린 입이라고 막말을 하지 말라니까.”

여당 대표가 내게 말했지만 나는 고개를 돌려 대통령 각하를 봤다.

“각하.”

“진정하게. 망나니처럼 날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지 않나?”

“제게 하셨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나를 빤히 보시는 대통령 각하시다.

-니는 할 수 있다 아니가? 니가 다 가져라. 니가 다 가지면 우리나라 꺼잖아.

그래야겠다.

이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내가 다 가져야겠다.

내가 비록 IMF를 못 막아도 20년간 경제적 고통 속에서 살아갈 국민을 구원해 줄 방법일 것 같다.

“각하, 저는 그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나는 대통령 각하에게 머리를 숙였고 여당 대표를 봤다.

“대표님.”

“왜요?”

“절대 대표님은 대통령 못 됩니다.”

“뭐라고요!”

“국민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그 자체가 대한민국의 불행이니까요.”

“이 사람이 정말!”

이왕 적이 됐다.

‘갈 데까지 가보자.’

왜냐고?

그래야 하니까.

* * *

김대준 총재의 대선 선거 캠프.

[북한으로 월북한 전근형 씨가 평양에서 김대준 총재를 지지하는 성명과 편지를 발송했다고 합니다.]

여당의 즉각적인 반격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김대준 총재의 대선 캠프 분위기는 바로 어두워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국면 돌파를 위해 들고나온 것이 색깔론이군요.”

그저 답답하다는 눈빛을 보이는 김대준 총재였다.

“총재님.”

“왜요?”

“총재님께서 이번 대선에 당선되실 것 같습니다.”

권 의원은 담담한 어투로 말했다.

“권 의원의 믿음 하나는 정말 대단한 사람입니다. 저런 보도를 보고 국민은 흔들릴 겁니다.”

“그럴 겁니다. 하지만 여당에서는 다른 대안이 없기에 측근 비리를 저런 하찮은 보도로 물타기를 하려는 것 아닙니까? 위기를 느끼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 더 큰 무리수를 두게 될 것이고 계속 궁지에 몰리게 될 것입니다.”

“그럴 수도 있겠군요.”

똑똑!

그때 노크가 들렸고 김대준 대표의 비서관이 조심히 문을 열고 들어왔다.

“무슨 일입니까?”

“백범 대표가 뵙기를 청합니다.”

“백범이?”

“예, 총재님을 뵙고 싶어 합니다.”

비서관의 말에 김대준 총재는 시계를 봤다.

“들어오라고 하세요.”

백범은 이렇게 청와대를 나서자마자 김대준 총재의 위치를 파악했고 대선 캠프에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 바로 이곳으로 왔다.

* * *

30분 전,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각하, 혈기밖에 없는 어린 청년의 말에 너무 현혹되신 것 같습니다.”

여당 대표가 대통령에게 말했고 대통령은 인상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내가 그래 보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대한민국이 경제가 발전할 동안 아무런 위기도 없었습니까? 1차, 2차 석유 파동부터 수많은 위기가 존재했습니다. 그때도 위기를 잘 극복했습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잘 극복해 나갈 겁니다.”

“자신 있습니까?”

대통령이 여당 총재에게 물었다.

“예, 자신 있습니다. 우선은 정권 유지만 생각해야 합니다. 국민에게 이번 일을 공개하면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겁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비밀을 유지하며 IMF와 협상을 진행하셔야 합니다. 이미 닥칠 수밖에 없는 외환 위기라면 모두가 고통을 감수하면서 극복해 나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 무슨 말인지 잘 알겠소.”

“다른 방법이 없으니 IMF와 협상을 비밀리에 추진하십시오. 그리고 제가 당선된 후에 모든 일을 처리하겠습니다.”

“알겠소……!”

정치적 역학 부분이 결국 모든 것을 비밀로 만들어 버리는 순간이었다.

‘이게 다 내가 무능한 죄다……!’

그저 대통령은 자신의 무능을 한탄했다.

* * *

김대준 총재의 대선 캠프 사무실.

“으음……!”

내가 김대준 총재에게 IMF 외환 위기에 관해 설명해주자 그 역시 못 믿겠다는 눈빛을 보이면서도 깊은 신음을 터트렸다.

“백범 대표……!”

“예, 총재님.”

“대안은 있습니까?”

“제가 만들 수 있는 대안이 뭐가 있겠습니까?”

“그럼 왜 나를 찾아와서 이런 소리를 하는 겁니까?”

김대준 총재도 답답하기에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것이다.

“대통령이 꼭 되셔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가 대안을 만들어 내겠습니다. 또한, 무례한 말씀이시지만, 또 제가 그런 깜냥이 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총재님을 도와 청와대에 입성한 후에 경제수석이 됐으면 합니다.”

“백범 대표가 경제수석?”

“예, 그렇습니다. 제가 IMF와의 협상의 핵심이 되고 싶습니다. 물론 제가 그런 깜냥이 되는지는 총재님께서 판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으음……!”

또 다른 고민을 시작할 수밖에 없는 김대준 총재였다.

‘크게 공헌한 일이 없으니……!’

김대준 총재의 주변 인물들이 반발할 거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저는 대선 기간에 다른 대비를 준비하겠습니다.”

“대비를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말씀은 그렇게 드렸지만 결국 달러가 부족해서 생긴 문제입니다. 제가 외국에 나가서 달러를 구해 오겠습니다.”

“어떻게요?”

“나우루공화국에서 70억 달러의 국부 펀드를 설립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중동으로 가서 오일머니를 빌릴 생각입니다. 물론 제 사업 목적으로 빌릴 생각입니다. 그래야 그들도 제게 돈을 빌려줄 테니까요. 그래서 말입니다.”

“내가 해야 할 일이 있소?”

“저는 조금 전에 대통령 각하를 만나고 왔습니다.”

따르릉, 따르릉!

그때 김대준 총재의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울렸고 김대준 총재는 자기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

딸깍!

-잘 지내시지요. 나 대통령이오. 김대준 총재.

워낙 목소리가 카랑카랑한 분이셔서 옆에 앉아 있는 내 귀에까지 대통령 각하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이 순간 권 의원은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했다는 것에 놀라운 눈빛을 감추지 못하고 나를 봤다.

“그럭저럭 지내고 있습니다.”

-대선 준비는 잘 됩니까?

“그 역시 그럭저럭 입니다.”

김대준 총재는 덤덤한 말투로 말했다.

-며칠 안에 백범 금마가 김대준 총재를 찾아갈 겁니다. 금마의 이야기를 잘 들으십시오.

“옆에 있습니다.”

-벌써 갔군요. 내게 참 크게 실망하고 당신에게 갔을 겁니다. 어리다고 뭐라 하지 말고 금마가 하는 소리를 잘 들으세요. 누가 당선되든지 금마가 한 말대로 뒷감당을 해야 할 테니까요.

“으음……!”

김대준 총재가 신음을 터트린 후에 나를 봤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그럼 끊겠습니다.”

-그럽시다. 나중에 앙금도 원망도 다 잊힐 때 그때 식사나 합시다.

뚝!

그렇게 통화가 끝났다.

“백범 대표……!”

“예, 총재님.”

“그래서 내게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경제수석이 되겠다는 말 말고 다른 말을 더할 말이 있습니까?”

“외환 위기가 닥칠 거라는 것을 이번 대선에 이용하지 말아 주십시오.”

내 말에 권 의원이 인상을 찡그렸다.

“백범 대표, 국민은 알 권리고 있고 대비해야 하지 않겠소.”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외국으로 나가 달러를 빌려올 것입니다. 그런데 외환 위기가 닥칠 거라는 것이 공개되고 대한민국이 혼란에 빠지면 제가 달러를 구하기가 힘들어집니다. 누구도 혼란한 대한민국에 있는 투자 회사에 돈을 빌려주지 않을 테니까요.”

나는 대통령 각하에게는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대선 때문에 그리고 경제와 사회의 혼란만 가중시킨다고 결국 그 부분에 대해서 공개하지 않고 비밀에 부칠 것이다. 그러면서 IMF와 비밀리에 협상을 진행할 것이다. 그러니 이제는 비밀로 유지가 되어야 한다.

“……에…… 자신 있소?”

김대준 총재는 그 어떤 고민이 있을 때마다 저렇게 버릇 같은 추임새를 터트린다.

“될 때까지 되게 만들겠습니다.”

“그래서요?”

“제가 다 가질 생각입니다.”

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백범 대표가 다 가진다고?”

“예, 그렇습니다. 외국 자본에 빼앗길 것을 지켜내고 제가 다 가질 생각입니다.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외국 자본의 개방도 막을 방법도 없습니다. 또한, 대비를 하지 못한 대기업이나 중소기업들의 파산을 막을 방법도 없습니다. 하지만 자금을 빌려 온다면 약탈 자본들에 그 알짜 기업들을 빼앗기지 않을 수 있습니다.”

“궤변이오!”

김대준 총재가 나를 노려봤다.

“그렇습니다. 궤변입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아전인수처럼 들리실 겁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누군가는 지켜내야 할 국부입니다. 외국으로 빠져나가게 될 국부를 지켜내는 일입니다.”

“으음……!”

다시 고민에 빠지는 김대준 총재다.

“백범 대표.”

“예, 총재님.”

“내 오늘 백범 대표가 내게 한 말은 못 들은 것으로 하겠소.”

“대, 대표님…….”

“내가 당선된다고 해도 젊은 그대에게 IMF와의 협상을 맡길 수 없고 또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소. 내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대통령이 혼자 다 결정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아……!”

이래서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사실 안 될 줄 알았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뭐든 하기 위해서 이곳으로 온 것이다.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안타까운 순간이다. 물론 내가 경제수석이 된다고 해도 엄청난 협상을 이끌어낼 자신은 없었다.

“그 대신에 경제수석의 자리는 어렵지만 내가 당선된다면, 정말 그렇게 된다면 백범 대표를 내 경제고문 겸 비서로는 임명하겠소. 그 자리에서 나를 보좌해 주실 수 있겠소?”

“총재님, 제가 IMF와의 협상에 참석할 수 있습니까?”

“그렇게 될 겁니다. 물론 협상에 대한 결정권은 없습니다. 아니, 누구도 단독으로 그 엄청난 것을 결정할 수 없습니다.”

다행이라면 다행인 순간이다.

“예, 알겠습니다.”

“백범 대표.”

김대준 총재가 나를 불렀다.

“예, 총재님.”

“결국, 이렇게 백범 대표도 정치에 입문을 하는군요.”

가장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예, 그렇습니다.”

“내게 많은 조언을 부탁하오.”

결국, 절반의 성공을 이끌어냈고 정치에도 입문하게 됐다. 이 순간은 어쩌면 내 인생에 또 다른 변곡점이 될 것이다.

‘국내에서 나 다음으로 달러가 많은 사람은?”

그리고 이제는 해결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그리고 나는 이신의 얼굴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그를 만나야겠다.’

나는 나를 만나기를 결심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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