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120화 (120/415)

# 120

120화 나만 어려운 싸움이군.(1)

손 마사요치의 자택.

“확실한 정보겠지?”

“예, 그렇습니다. 회장님. 일본 총리실에서 나온 정보입니다.”

“아버지의 나라 그렇게 위태로워졌군.”

손 마사요치는 아버지의 나라라고 말했다.

“총리로서는 거부할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겠지, 미국의 눈 밖에 나면 어떤 꼴을 더 당할지 모르니까.”

“회장님께서는 태풍이 지나가신 자리에서 떨어진 낙과를 줍기만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한국 투자에 뛰어들 때라는 건가?”

“분석 담당관들이 모두 그렇게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손 마사요치는 재일교포 3세다. 그의 조국은 일본이고 그 할아버지의 조국이 대한민국이었다. 어떤 측면에서는 모국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에게는 그런 감성적인 부분이 없었고 오직 투자와 창업을 통해서 부를 축적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런 과정에서 그는 쇼프틴뱅크를 설립했고 소프트웨어 유통업체를 일본에 설립하면서 거부가 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는 야후에 계약을 체결해 야후재팬의 대주주에도 등극한 인물이기도 했다.

“낙과를 주워 담으라.”

“예상되는 시나리오를 말씀을 드리면 대한민국 정부는 예상했던 것처럼 일본 정부에 차관을 요청했습니다. 당연히 보고드린 것처럼 거절을 당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대한민국은 대선 직전입니다. 아마 여당은 이 사태를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최악의 상황을 막을 골든 타임을 놓치게 될 것입니다. 그와 함께 당연히 IMF 구제 금융으로 향하게 될 것입니다.”

“최악을 선택한다?”

“그렇습니다. 대선 직전입니다. 현 정부의 무능함을 절대 공개하지 않을 겁니다.”

“IMF가 많은 것을 요구하겠지?”

“그렇습니다. 외국 자본의 완전 개방을 요구할 것으로 판단이 되며 대한민국의 은행들까지 집어삼키려고 할 것으로 분석이 됐습니다. 또한, 대한민국의 알짜 기업들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외국인 지분 보유도 늘릴 것을 강요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습니다.”

“그렇겠지……!”

“녹다운 상태에서 투자를 시작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회장님께서 나선다면 모양새가 좋지 않습니까? 성공한 재일교포 3세가 모국의 위기를 위해 투자를 시작했다. 그렇게 언론이 형성되면 대한민국의 알짜 기업들의 지분을 확보하실 때 많은 도움이 되실 것 같습니다.”

“투자 리스트는 분석을 끝냈겠지?”

“여기 있습니다.”

일본인 보좌관이 손 마사요치에게 대한민국 기업의 이름이 적혀 있는 리스트를 내밀었다.

“진성전자, 대후전자, 한성해운……. 태양종합금융투자 회사?”

“그렇습니다. 유통계열로는 백제백화점이 있고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로는 한글과 컴퓨터가 적합할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다 이해가 되는데 왜 여기에 이번 사태를 전초라고 할 수 있는 종금사가 있지?”

“태양종합금융회사는 현재 미국에 법인을 설립하고 닷컴 열풍에 편승해 성공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회사입니다. 반드시 무너트려야 할 회사입니다.”

“그래?”

손 마사요치의 보좌관은 태양종합금융투자 회사를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미국 현지 법인은 블랙홀 그룹으로 블랙홀 닷컴과 큐브 등 몇 개의 IT 기업이 존재합니다.”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 경제가 흔들리고 있어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고 집어삼킬 수 있습니다. 도쿄은행장을 만나십시오.”

“대출을 받아서라도 집어삼켜야 한다?”

“예, 그렇습니다. 야후재팬의 지분을 담보로 하시면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실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좋아. 모양새도 좋고 다 좋군. 추진하자.”

손 마사요치의 오판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 * *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니, 공개하면 정권이 바뀔 거라고 했나?”

“예, 그렇습니다.”

“그것 때문에 왔나 보다.”

“저를 괜히 부르셨다고 생각하십니까?”

“휴우……. 내 입장이 참 지랄이다.”

대통령의 자리에서는 그럴 것이다.

“국민을 희생양으로 삼지 마십시오. 대통령 각하.”

“내도 그러고 싶다. 그런데 지금 임기 3개월도 안 남은 내가 무슨 힘이 있겠노…….”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를 해버리는 대통령 각하시다.

“포기하시는 겁니까?”

“뭐라고 말을 못 하겠다. 미안타…….”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씀을 드리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저만 어려운 싸움이 될 것 같습니다.”

“너만 어려운 싸움이 된다고?”

“예, 저는 막을 생각을 했습니다.”

“니 혼자 되겠나?”

대통령 각하께서는 뚫어지게 나를 보시며 말씀을 하셨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꼴이 될 겁니다. IMF가 호락호락하지 않으니까요. 해 볼 겁니다. 하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내 말에 대통령 각하께서는 인상을 찡그렸다.

“니 혹시, 김대준이 만났나?”

“아닙니다.”

“그럼 누구한테 약속했는데?”

“제 자식에게 약속했고 제 아내에게 약속했습니다.”

“니는 참……. 별나다.”

“그런 것 같습니다.”

“내가 조금이라도 도와줄 것이 있나?”

나를 불러놓고 어쩔 수 없는 자신의 처지 때문에 싸우는 것을 포기하겠다는 투로 말하는 대통령이었다.

“예, 개인적으로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뭐꼬?”

“한호성 양심선언에 대해서는 보고 받으셨습니까?”

이왕 청와대와 손을 잡고 이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실패했다. 그러니 내 개인적인 일이나 처리해야겠다.

“보고 받았다. 여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많이 하락했다고 들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그 일을 말하노?”

“그 범죄 행위의 피해자가 제 손위 처남입니다.”

내 말에 대통령 각하께서는 나를 뚫어지게 보셨다.

“니가 꾸민 일이가?”

역시 연륜은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예, 그렇습니다. 저는 진실을 밝힌 것뿐입니다.”

“니도 어쩔 수 없이 김대준 총재의 편에 섰구나.”

“그럴 마음은 없었는데 그런 모양새가 취해졌습니다.”

물론 현직 대통령이 내 부탁을 거절한다면 나는 다음 대통령에게 특사를 요청해 볼 참이다.

“그래서?”

“제 손위 처남의 특별사면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이건 청탁이다.

“이번 개천절 특별사면에 제 손위 처남이 포함된다면 그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백범아……!”

대통령 각하께서 나를 담담한 어투로 부르셨다.

“예, 대통령 각하.”

“니는 끝까지 싸울 기제?”

“예, 그렇습니다.”

“내는 어쩔 수 없이 무능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이 될 기다. 뭐 무능한 대통령 맞제, 이런 사태가 올 때까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으니까.”

“…….”

“말이 없는 것을 보니 니도 그렇게 생각을 하는 모양이네.”

“대한민국은 너무 빨리 발전했습니다. 그리고 너무 기초가 부실하게 발전했습니다. 미국이든 영국이든 일본이든 경쟁이 될 존재의 빠른 발전은 원하지 않을 겁니다. 저는 그저 시기의 문제라고 생각을 합니다. 물론 동남아시아의 외환 위기가 대한민국까지 여파가 미친 것이라고 말씀을 드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라도 말해 주니 고맙다. 내가 지금 니한테 힘이 되어 줄 것이 없지만 그건 들어주마.”

“진정이십니까?”

“그래, 개천절 특사로 니 식구 특별사면 시켜 줄게. 그 대신에 끝까지 싸워라. 니 말대로라면 외국에 다 빼앗긴다는 거 아니가.”

“그럴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그렇다면 니가 가지라.”

“예?”

“니는 마음만 먹으면 가질 수 있다 아이가. 니가 가지라. 니가 가져서 국민에게 돌려줘라. 이 나라 안에 있으면 그게 국민들 것이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나?”

“대통령 각하, 정말……. 정말 IMF로 가실 생각입니까?”

“니가 오기 전에 다들 IMF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니 생각을 듣고 싶었다. 사실 이미 내는 백기를 든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래도 내는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었다.”

“으음……!”

내게 너무나 솔직하게 대답하는 대통령 각하시다.

‘무능하나 미워할 수 없구나……!’

대통령 각하는 그런 분이셨다.

“대통령 각하.”

“와?”

“IMF와 협상 때 강경하게 대처하셔야 합니다.”

“그건 다음 정권이 알아서 할 문제일 것 같다. 내는 그냥 무능한 대통령으로 기록되면 되는 기다……!”

서글픈 순간이다.

‘2년 아니 1년 전에만 오늘처럼 대통령 각하를……!’

독대할 수 있었다면 내일의 대한민국은 바뀌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럼 저는 이제 물러가 보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라.”

“예, 각하.”

대통령 각하께서는 바로 집무 책상으로 가셔서 전화기 집어 들으셨다.

-예, 각하.

“법무부 장관 연결해라.

핫라인인 모양이다.

-예, 각하.

그리고 잠시 후 법무부 장관이 전화를 받았다.

“내 대통령이오.”

-예, 각하.

“10월 3일 개천절 특사로 한호성 양심선언을 통해서 무죄가 증명된 심철수를 특별사면 하시오.”

대통령 각하께서는 내 손위 처남의 이름을 이미 알고 계셨던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각하.

뚝!

바로 전화를 끊고 나를 보시는 대통령 각하시다.

“니는 내한테 끝까지 싸운다고 했제?”

“예, 그렇습니다. 각하.”

“그럼 다음 대통령 후보를 만나고 가라.”

“예?”

일이 묘하게 꼬이기 시작했다.

“내보다 그 사람이 이 사태를 정확하게 알아야 하지 않겠나?”

“누가 당선될지 아직 모르는 상황입니다.”

“여기서 여당 후보를 만나고 내가 김대준 총재에게는 전화해 놓을 테니까 니가 가서 만나라.”

“각, 각하……!”

“내가 니한테 해줄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다.”

그래도 나라가 또 국민이 걱정되시는 모양이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박쥐 노릇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변했다.

‘상관없다.’

망나니가 되기로 결심을 했으니 내가 생각하는 결과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해야겠다.

“예, 알겠습니다.”

“내가 니한테 이런 기대를 걸면 세상 사람들이 비웃겠지만 나는 니가 믿음직하다.”

“감사합니다. 각하.”

내 대답을 들은 대통령 각하께서는 바로 인터폰을 눌렀다.

“여당 대표, 들어오시라 캐라.”

-안에 계신…….

“그냥 들어오시라 캐라.”

-예, 알겠습니다. 각하

* * *

판교 본가 건조 과자 ‘바른 먹거리’창고.

백범 부친의 추진력 역시 백범 못지않았고 바른 먹거리 회사 직원의 수가 10명까지 늘어난 상태였다. 물론 그 직원 중에는 조비도 포함이 되어 있었는데 조비는 무엇인가 점을 치는 듯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었다.

“사모님!”

점괘가 나왔는지 조비가 백범의 모친을 불렀다.

“왜 그러세요? 신, 아니 조비 씨.”

조비는 자신을 이제는 신녀라고 부르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기에 백범의 모친은 조비를 조비 씨라고 불렀다.

“오늘 아드님하고 며느님 오시겠네요.”

“오늘요?”

“예, 그리고 손녀도 오시겠네요.”

아무 말도 없이 조비의 말을 듣던 백범의 부친이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인상을 찡그렸다.

“손녀라고요? 없는 손녀가 어디서 나타나서 온다는 겁니까?”

“생겼네요. 사장님은 왜 그렇게 겁을 내세요?”

“생, 생겼다고요?”

“부부가 결혼하면 생기잖아요. 호호호!”

“아……!”

그제야 안도하는 백범의 부친과 모친이었다.

“그런데 조비 씨…….”

백범의 부친이 이제는 할 말은 해야겠다는 눈빛을 보이며 조비를 불렀다.

“왜 그러시죠? 사장님.”

“조비 씨, 나 좀 따로 봅시다.”

“……예.”

조비는 백범 부친의 눈빛이 평소와는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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