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114화 (114/415)

# 114

114화 망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4)

대후증권 한호성 차장의 사무실.

내가 김 비서와 함께 자시의 사무실로 들어서자 한호성 차장은 기겁한 눈빛으로 저승사자를 만난 듯 벌벌 떨었다.

“왜 그렇게 떠세요?”

만약 한호성 차장이 내 옵션 투자와 반대로 투자를 하지 않았다면 나를 보고 저런 눈빛을 보일 이유는 없을 것이다.

“아, 아닙니다.”

“건강에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가요? 식은땀까지 흘리시네요.”

“아닙니다.”

따르릉, 따르릉!

그때 한호성 차장의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울렸고 한호성 차장이 휴대전화를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곧이어 책상 위에 설치된 전화기도 동시다발적으로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전화 받으세요. 저는 시간이 많으니까.”

현재 시각은 오후 2시다. 앞으로 3시간 후면 한호성 차장은 경제적인 부분에서는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다.

‘사채까지 끌어다가 쓴 거 안다.’

물론 이 정보는 끝순 할매가 제공해 준 정보다.

-한호성이라는 작자가 찾아올지도 모릅니다.

-걔가 누군데?

-못된 놈 하나 있습니다.

-이놈아 내가 아무나 상대하는 구멍가게 사장인 줄 알아?

-물론 할매를 찾아오지는 않겠죠. 하지만 할매는 사채 시장에 큰손이시니 누가 어떤 통로를 통해서 사채를 쓰는지 알려고만 하시면 알 수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 못된 놈이라는 것이 사채를 쓰면 네놈한테 고자질하라고?

-예, 부탁드리겠습니다.

-원래 그런 정보는 타인에게 제공하지 않아.

-접니다. 제가 부탁드리는 일입니다.

-네가 뭐라고?

-할매의 든든한 투자가 아닙니까? 할매의 재산을 더 크고 웅장하게 만들어주는 일꾼이 저인데, 저한테 그 정도는 해주실 수 있잖습니까.

-말은 잘한다. 알았다. 해줄게.

-할매, 감사합니다. 땡큐~

-그래 나도 땡큐다. 쯧쯧, 원수냐?

-예. 사채를 쓰러 오면 풀로 빌려주라고 하십시오.

-풀로?

-예, 최대한 많이 빌려주라고 하십시오.

-그러다가 못 받으면?

-제가 갚겠습니다. 담보만 제게 넘겨주시면 됩니다.

-너 못된 놈이구나.

-착하게 살려고 노력 중입니다.

하여튼 그렇게 할매에게 요구했고 한호성 차장은 명동 사채업자에게 찾아가 사채까지 썼다. 정말 내가 놀란 것은 얼마나 자신이 있었는지, 그게 아니면 나를 얼마나 호구로 봤는지 모르겠지만 신체 포기 각서까지 쓰고 20억을 빌려 갔단다.

‘그리고 그거……!’

내 수중에 있다.

“전화 받으시라니까요.”

“아닙니다. 됐습니다.”

한호성 차장은 바로 자기 휴대전화를 끄고 다른 전화기 선도 뽑은 후에 나를 봤다.

“앉으십시오. 으음……!”

“한 차장님, 옵션 투자 때문에 곤란하게 되셨죠?”

“예?”

내 말에 한호성 차장은 복잡 미묘한 눈빛으로 나를 봤다.

“그래서 제가 왔습니다.”

나는 의자에 다리를 꼬며 앉았다.

“김 비서님.”

“예, 대표님.”

“아무도 이 사무실에 못 들어오게 하세요.”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명동 김 사장님께 사람 보내라고 하세요.”

“예, 알겠습니다.”

김 비서가 대답했고 내 말에 한호성 차장은 기겁한 눈빛으로 변했다.

“백, 백범 대표님……!”

“사채까지 끌어 쓰셨더라. 쯧쯧!”

“어, 어떻게……?”

“그래서 결론을 내려고 왔습니다. 질질 끌 일이 아니라서요.”

나는 기겁한 눈빛을 보이는 한호성 과장을 노려보며 말했다.

“백, 백범 대, 대표님……?”

* * *

이명희의 자택.

이명희는 컴퓨터를 보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이 나쁜 놈이 나 몰래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고?”

전두성 부장은 택배로 이명희에게 자기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동영상을 보냈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 동영상 택배를 받은 이명희는 호기심에 컴퓨터를 이용해서 동영상을 확인했다.

“세상에 믿을 새끼가 없네, 내가 자기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눈에 불똥이 튀는 이명희였다. 이명희도 맞바람을 피우고 있는 상태지만 자기 잘못은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새끼를 칼 같이 잘라버려야겠어!”

동영상을 보며 씩씩거리는 이명희였다. 또한, 분노에 사로잡힌 이명희였다.

* * *

이명희의 자택 아파트 앞.

이명희의 남편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반차를 써서 퇴근했다.

“젠장, 오늘은 또 지명방어전이군.”

불 켜진 자기 집을 보고 인상을 찡그리는 이명희의 남편이었다.

“자기가 예쁜 줄 안다니까……!”

이명희의 남편은 피식 웃었다.

“돈이 많으니까.”

자기가 사는 아파트도 이명희의 소유고 자기가 버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가지고 있기에 이명희의 남편은 이명희에게 잘하는 척을 해왔다. 그런 과정에서 어느 순간부터 자기 아내에 대해 짜증이 나기 시작했고 넉넉하게 주는 용돈으로 바람을 피우기 시작했던 이명희의 남편이었다.

“하태현 씨.”

그때 남자 하나가 이명희의 남편 뒤에서 그를 불렀다.

“누구시죠?”

“이것 좀 보시겠습니까?”

남자는 이명희의 남편에게 노트북을 건넸다.

“뭡니까?”

하태현의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시죠.”

노트북은 켜져 있었고 남자는 켜져 있는 노트북을 이용해 동영상을 재생했다.

-아아아~ 아아아~

버퍼링 때문인지 화면이 재생되기 앞서서 여자의 신음부터 들렸고 그렇게 3초의 시간이 지난 후에 동영상이 재생되었다. 그 동영상 안에는 이명희가 차종만과 성관계를 하는 동영상이 적나라하게 모자이크 처리도 없이 보였다.

“이, 이게, 이게 뭐, 뭐야?”

“보신 그대로입니다.”

“당신 누구야!”

하태현이 자신에게 노트북을 건넨 남자의 멱살을 잡았다.

“왜 이럽니까? 저는 심부름만 하는 사람입니다.”

“뭐, 뭐라고?”

“당신한테 전해주라고 했습니다.”

“아, 시발!”

하태현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정말이야?”

“예, 그렇다니까요.”

남자도 당황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으음…….”

남자의 표정과 말에 하태현은 잡았던 멱살을 놨고 흥분을 했는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시발, 망할 것이 돈값을 하네……!’

분노가 치미는 하태현이었다. 하지만 자기 아내가 돈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이 제기랄!’

화가 나도 참아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하태현이었다.

“휴우……!”

하태현은 노트북도 받아가지 않고 저 멀리 걸어가는 남자를 보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돈 없는 내가 죄다. 시발!”

* * *

태양종합금융투자 회사 빌딩.

이제 빌딩 전체를 회사로 사용하는 태양종합금융투자 회사로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청와대 비서실장이 찾아와 백범을 찾았다.

“백범 대표님께서는 외부 출타 중이십니다.”

“어디로 갔습니까?”

“도대체 누구신데 다짜고짜 대표님을 찾으십니까?”

황 부장이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물었다.

“뉴스도 안 봅니까?”

“예?”

“내 얼굴 모릅니까?”

“누구신지……?”

“저 청와대 비서실장이오.”

“예에?”

황 부장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눈빛을 보였다.

“됐고, 백범 대표 어디로 갔습니까?”

“으음, 말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나 청와대 비서실장이라니까. 각하께서 백범 대표를 급히 찾으신다니까!”

버럭 소리를 지른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다.

“됐고요. 모릅니다.”

“정말 모릅니까?”

“당신을 어떻게 믿고 우리 대표님이 어디에 계신지 알려드립니까?”

“미치겠네.”

비서실장은 바로 청와대 출입증을 꺼내 보였다.

“이래도 못 믿어?”

“그런 것은 만들기 나름인데…….”

“진짜라니까. 나라에 존폐가 달린 일이라고!”

그제야 황 부장은 살짝 겁을 먹은 눈빛을 보였다.

“그, 그게…….”

“어디에 있습니까? 전화라도 하세요.”

“대표님은…….”

“어디냐고? 정말 당신 때문에 일이 커지면 당신이 책임져야 할 거야.”

“아, 대표님은…….”

“빨리 말해.”

“대후증권에 가셨습니다.”

“대후증권? 전화해 봐요.”

“예……!”

황 부장은 기에 눌려 백범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백범은 한호성을 상대하고 있기에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전화 안 받으시는데요…….”

“이런 젠장, 왜 갑자기 전화번호를 바꾼 거야.”

사실 청와대 비서실장은 백범의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었지만, 백범이 청와대를 처음 방문한 후로 전화번호를 바꿔버렸다. 그래서 이렇게 직접 찾아올 수밖에 없었다.

“실장님, 이제 어떻게 합니까?”

경호원 하나가 비서실장에게 물었다.

“뭘 어떻게 해? 대후증권으로 가야지.”

“예, 알겠습니다.”

비서가 대답했고 청와대 비서실장은 황 부장을 노려봤다.

“으음……!”

시간이 촉박하기에 바로 돌아서는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다.

* * *

이명희의 아파트.

철컥!

하태현이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왔고 자기 아내인 이명희가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미친년이 왜 여기에 서 있어?’

이미 불륜 동영상을 봤기에 없던 정도 떨어져 버린 하태현이었다.

짝!

그때 이명희가 다짜고짜 하태현의 뺨을 갈겼다.

“아, 왜 이래?”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야?”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너 따위가 바람을 피워?”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하태현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내가 준 돈으로 딴 년이랑 바람을 피워, 네가 그러고도 인간이야? 개 같은 새끼!”

“개 같은 새끼?”

그 순간 참고 참았던 하태현의 분노가 폭발했다.

“그래, 이 발정 난 개새끼야.”

“너는?”

하태현이 이명희를 노려봤다.

“내가 뭐?”

“너는 발정 난 암캐 아니야?”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야!”

이명희가 흥분해서 하태경의 따귀를 때리기 위해 손을 올렸고 참았던 분노가 폭발한 하태현은 바로 이명희의 얼굴을 주먹으로 갈겼다.

퍽!

“아악!”

이명희는 바로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고 하태경은 쓰러진 이명희의 머리채를 잡고 거실로 질질 끌고 들어왔다.

“왜, 이래! 미쳤어?”

“너도 봐라.”

하태현은 바로 노트북의 동영상을 재생했고 아파트 밖에서 그랬던 것처럼 동영상은 버퍼링 때문에 신음부터 먼저 들렸다.

-아아~ 아아~

“시발, 아주 그냥 자지러지네.

하태경이 이명희에게 말하는 그 순간 동영상이 재생됐고 흥분한 상태에서 차종만과 불륜을 저지르는 모습이 보였다.

“이, 이거 어디서 났어?”

“누가 주더라, 썅!”

“누가 줬어?”

이명희가 발악하듯 소리쳤다.

“그게 중요해, 좋디? 이 망할 년아, 너는 뭐가 깨끗하다고 나한테 이 지랄이야.”

둘은 흥분한 상태였다.

짝!

그리고 하태현이 다시 이명희의 뺨을 후려갈겼다.

“아악!”

비명을 지른 이명희는 바로 하태현의 머리채를 잡고 늘어졌다.

개 같은 두 사람이 제대로 개판으로 싸움을 벌이는 순간이었다.

우당탕, 쨍그랑!

두 사람은 이판사판이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서로를 죽일 듯 싸우기 시작했다.

* * *

대후증권 한호성 차장의 사무실.

“이제 3시간도 안 남았군요.”

나는 한호성 차장의 앞에 그가 명동 사채업자인 김 사장에게 쓴 신체 포기 각서를 내밀었다.

“어떻게 그걸 당신이 가지고 있습니까……!”

“내가 옵션 투자를 하자마자 호구로 보였던 모양입니다.”

“무, 무슨 말씀입니까?”

“내가 옵션 투자에 성공하면 대후증권 한 차장이 축하할 일인데 나를 보자마자 사색이 된 것은 나를 호구로 봤다는 증거잖아.”

“그, 그게 아닙니다.”

“닥쳐.”

나는 한호성 차장을 매섭게 노려봤다.

“너, 나를 엿먹이려고 반대로 옵션 투자를 했잖아. 그리고 이렇게 사채까지 썼고, 아니야?”

“그, 그게 아닙, 아닙니다……!”

“사채는 벌써 20억이나 썼으니 있는 돈 없는 돈 다 긁어서 때려 박았겠지? 이제 어쩌나? 3시간 아니 2시간 53분 후면 우리 한호성 차장님은 부친이랑 함께 알거지가 되시겠네.”

“아……!”

바로 절망이 담겨 있는 탄성을 터트리는 한호성 차장이었다.

“백, 백범 대표님…….”

“내가 당신 살려줄 수 있는데 내 이야기 좀 들어볼래요?”

내 말에 한호성 차장이 나를 뚫어지게 봤다.

“무, 무슨 말씀입니까?”

“이 신체 포기 각서 내가 샀어요.”

“예?”

“사채는 없던 거로 해줄 수 있다는 소리입니다. 아, 그래도 알거지는 변함이 없군요.”

“으음……!”

이 순간 한호성 차장은 절망 속에서 작은 희망을 찾았다는 눈빛을 내게 보였다.

“내가 당신이 파산하는 것은 막아줄게.”

“정, 정말입니까?”

눈동자가 파르르 떨리는 한호성 차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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