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4
104화 미국행 마지막 일정을 소화하다.(2)
아마존닷컴 회사의 CEO 사무실.
“인터넷 전자 상거래 업계에서 공룡 기업이 탄생할 거라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아마존닷컴의 이사가 CEO에게 보고했다.
“공룡 기업이라고요?”
“예, 그렇습니다.”
백범의 역정보가 작전 그대로 아마존닷컴 중역들과 CEO의 귀에까지 들어온 순간이었다.
“어디서 나온 정보입니까?”
아마존닷컴의 이사에게 묻는 제프였다.
“창업을 준비하는 곳에서 사설탐정을 고용했고 본사에 대한 정보를 수입하라는 의뢰를 받았다고 합니다.”
“우리요?”
제프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사실 제프는 아마존닷컴을 창업했지만 아직은 수익을 숫자로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투자자들의 투자금으로 기반을 구축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렇습니다.”
“사설탐정 업계에도 비밀 유지 조항이 있지 않습니까?”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변한 제프였다.
“그럴 겁니다.”
“그런데 당신에게 정보를 제공했다고요?”
“그게 사실 의심스럽습니다. 하지만 근거가 아예 없는 이야기도 아닌 것 같습니다. 예일대와 MIT 공대를 중심으로 컴퓨터 공학과 졸업자들 중 우수한 인재를 스카우트한 상태입니다.”
“그래요······?”
“목표가 우리랍니다.”
“왜 우리일까요?”
묘한 웃음을 지어 보이는 제프였다.
“사실 인터넷 전자 상거래 업체 중에서 그래도 앞서 나가고 있는 회사가 본사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우리를 잡고 다 먹겠다고요? 그렇다면 어디 쪽 자금이랍니까? 유대계랍니까? 아니면 화교 자본이랍니까?”
처음에는 어처구니가 없는 보고라고 생각을 했던 제프였는데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백범은 아마존닷컴의 창립자 제프에게 우선은 궁금증을 심어주고 있었다.
“둘 다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 누가 그런 욕심을 부릴까요? 거의 독과점을 원한다는 소리인데 말입니다. 혹시 석유 자본일까요?”
“분명한 것은······.”
“더 정확한 정보를 얻으려면 돈을 내놓으랍니까?”
“그렇습니다.”
“부도덕한 정보를 내가 돈을 주고 사야 한단 말이군요.”
“본사를 노리고 있다고 합니다.”
“달갑고 고마운 일이죠. 아마존닷컴이 그만큼 인지도가 상승했다는 증거이니까요.”
제프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지만 불안한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현재 아마존닷컴은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상태고 제프는 지속해서 투자자들을 모야 투자 자금으로 아마존닷컴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였다.
물론 닷컴 버블 때문에 주식은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기에 제프는 자신이 보유한 주식 지분을 매각하면서 운영 자금을 확보하고 있었다.
“그렇기는 합니다. 하지만 자금력이 확실한 경쟁업체가 생겼고 그들의 목표가 본사라면 심각하게 고려하셔야 할 부분입니다.”
“그 사설탐정 어디에 있습니까?”
제프의 눈빛이 변했다.
“부르면 1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위치에 기다리고 있습니다.”
“얼마를 요구합니까?”
“30만 달러입니다.”
“30만 달러?”
기가 차는 제프였다.
“그만큼의 가치가 있을까?”
고민할 수밖에 없는 제프였다.
“자신이 확보한 정보를 들으면 놀랄 거라고 했습니다. 아마존닷컴이 녹아내릴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궁금증에 공포까지 더해지고 있는 순간이다. 하지만 이 공포는 실체가 없는 공포라서 더 큰 궁금증을 유발할 수밖에 없었다.
“내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서 거금 30만 달러를 사용해야 한단 말이군요.”
“적이 될 겁니다. 그 누군가가 본사를 노리고 있다고 합니다.”
“마이클.”
“예, 대표님.”
“주식 거래 동향에서 특이한 부분이 있나요?”
제프의 물음에 본사 주식의 흐름을 관리하고 파악하는 마이클이 고개를 끄덕였다.
“있어요?”
“예, 그렇습니다. 2주 전부터 지속해서 주식을 매수하는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그쪽일 가능성이 큽니다.”
사설탐정을 이야기했던 중역이 제프에게 말했다.
“30만 달러를 쓰게 만드는군.’
인간은 호기심의 동물이다. 그리고 한 번 생겨난 호기심은 점처럼 사그라지지 않는다.
“결정하셨습니까?”
“좋습니다. 내가 내 호기심 때문에 부적절한 거래를 하게 됐군요. 아무리 생각을 해도 트릭일 것 같은데······.”
묘한 눈빛을 보이는 아마존닷컴의 CEO인 제프였다.
* * *
힐튼 호텔 특실.
“그리고 약속은 약속이니 알아보라고 지시한 것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나는 나우루공화국 재정 장관에게 영국 축구 구단을 구입해 주겠다고 호언장담을 했었다.
“프리미어 리그 말씀입니까?”
내 물음에 바로 답을 하는 박태웅 대표다.
“뭐 그렇게 거창하게 나갑니까?”
“예?”
“1부 리그 소속 구단을 매입하려면 최소 5천만 파운드가 넘지 않겠습니까?”
“정밀한 조사와 분석은 아니지만, 그 정도의 가치로 판단되고 있습니다.
‘내가 아는 것은!’
2003년인가 2004년인가에서 첼시 구단은 러시아의 석유 재벌인 로만 아브라모비치에게 팔렸다는 사실이고 그때 지급한 금액이 1억 5천만 파운드 정도라는 것만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구단 개편을 위해 그만큼을 더 썼지······.’
그러고 보니 돈을 가진 세계의 부호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영국 1부 리그에 속해 있는 구단을 쇼핑하듯 샀다는 것도 떠올랐다.
‘러시아 석유 재벌에 말레이시아 항공 재벌까지!’
그리고 마지막 방점을 찍은 것은 석유 자본의 강력함을 보여준 만수르일 것이다. 그리고 남들이 다 가지는 것이라면 나도 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다. 지금 내가 영국 1부 리그를 손에 넣겠다고 설치는 것은 한 마디로 사치다.
‘내년이면 또 모르지, 하하하!’
점점 더 나는 거대해지고 있으니까.
“그러니까요. 뭐하러 1부 리그를 조사하고 분석하셨습니까? 한 4부 리그 정도에서 찾아보십시오.”
내가 알고 있는 것으로는 4부 리그인가 5부 리그인가까지가 프로 구단으로 알고 있다.
“아······!”
“재정 장관에게 나는 1부 리그를 인수·합병해 주겠다고 말한 적 없습니다.”
“하하하, 알겠습니다.”
기가 찬다는 표정으로 또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내게 대답하는 박태웅 대표다.
“그리고 이용 조사를 하셨으니 어디가 적당해 보이셨습니까?”
“첼시입니다.”
“첼시요?”
역시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나게 된다는 생각이 다시 드는 순간이다.
“그렇습니다. 첼시의 과거사부터 조사를 해보니 이런저런 잡음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요?”
“예, 그렇습니다. 소유권 문제 때문에 법정 공방까지 간 적도 있습니다. 만약에 1부 리그 중에서 인수합병을 고려하신다면 첼시가 적합할 것 같습니다.”
“그건 꿈같은 일입니다.”
“1조 달러가 목표이신 분께서 꿈같은 이야기라고 하시니 놀랍기만 합니다.”
장난스럽게 이죽거리기 시작한 박태웅 이사다.
“꿈은 반드시 이루어집니다.”
“아······!”
다시 한번 어처구니가 없다는 눈빛으로 나를 보는 박태웅 이사다.
“하여튼 수고하셨습니다.”
“예, 대표님, 5부 리그에서 알아보겠습니다.”
“약속은 약속이니 지켜야죠. 그리고 3일 안에 아마존닷컴과 미팅 잡으십시오.”
“미팅을 요청해도 승낙하겠습니까?”
“나에 대해 궁금해할 겁니다. 인간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합니다. 역정보가 흘러 들어가고 있을 테니까 두려움도 느낄 겁니다. 완벽하게 실체에 대해서 알고 싶어 할 겁니다. 그러니 나를 만날 겁니다.”
이것이 미국에서 내가 할 마지막 일정이 될 것이다.
* * *
아마존닷컴 회의실.
사설탐정이 아마존닷컴의 CEO와 중역들 앞에 도착했고 아마존닷컴의 창립자인 제프는 사설탐정을 못마땅한 눈빛으로 보았다가 담담해졌다.
“마이클.”
아마존닷컴의 창립자인 제프가 마이클을 불렀다.
“지급 완료했습니다.”
마이클의 말에 사설탐정이 미소를 보였다.
-본대로 들은 그대로 사실만 전하면 됩니다.
사설탐정은 백범이 자신에게 요구했던 것이 떠올랐다.
-의뢰인의 정보를 유출하면 이 업계에서 저는 더 버틸 수가 없습니다.
-제가 보니 은퇴하실 나이도 되신 것 같습니다. 은퇴하시고 노후를 편하게 살아가실 준비를 해드리겠습니다. 태국 어떻습니까?
-태국이라고요?
-그렇습니다. 아마존닷컴에 30만 달러 정도 요구하고 제가 나머지 70만 달러는 맞춰 드리겠습니다.
-으음······!
-이미 마음은 정해놓고 연기하지 맙시다. 저 바쁜 사람입니다.
-알겠습니다. 제 양심의 가치가 100만 달러군요.
-당신의 양심이 100만 달러라면 저는 좀 더 드리겠습니다. 101만 달러를 맞춰 드리겠습니다.
사설탐정은 백범이 생각나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아시안치고는 무서운 자야······!’
사설탐정의 입장에서는 악마의 유혹에 가까운 제안이었고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기도 했다.
“지급이 완료됐다고 하니 내가 꼭 알아야 할 첩보만 제공하시면 됩니다.”
“예, 그러죠. 저는 들은 그대로 본 그대로 사실만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제가 배신자처럼 보이시죠? 비밀유지 조항도 무시하는 믿을 수 없는 자라고 생각하고 계시죠?”
사설탐정이 제프에게 물었다.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가 이미 부적절한 거래를 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시아의 거대 자금이 미국으로 유입이 되어 미국의 인터넷 전자 상거래 시장을 장악하려고 합니다.”
“아시아?”
“예, 그렇습니다. 아시안입니다.”
“화교 자본?”
“아닙니다. 그는 차이나도 저팬도 아닙니다.”
“그럼 어디지?”
“코리안이라고 했습니다.”
“코리안?”
“예, 들은 이야기입니다. 그들이 내게 한 말이 자신은 미국의 인터넷 세상을 정복할 거라고 했습니다. 그 첫 번째 걸림돌이 아마존닷컴이기에 인수합병을 할 거라고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왜 당신에게 했을까?”
“저는 전달자의 역할도 부여받았으니까요.”
“뭐라고요?”
아마존닷컴의 모든 중역과 제프는 사설탐정의 말에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제가 들은 이야기만 짧게 말하고 가겠습니다. 제가 오늘 태국으로 떠나야 하거든요. 우선 주식 매집을 통해 지분을 확보한 후에 자본 폭격을 통해서 아마존닷컴을 녹여버릴 거라고 했습니다.”
“으음······.”
자본이 부족한 존재와 자본을 과시하는 존재의 대결 구도로 보이는 순간이다.
“그렇다면 창업될 회사의 이름이 뭐지?”
“블랙홀 닷컴입니다.”
“블랙홀······.”
“거기다가 아마존닷컴이 인수합병을 거부했을 때를 대비해서 미국 전역에 400개의 물품 보관 창고를 건축한다고 합니다. 아마존닷컴과 차별화한 빠른 물품 배송을 위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물품 보관 창고는 400개라고 말하면 됩니다.
“직접 배송을 하겠다는 거라고?”
제프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직접 배송은 불가능합니다.”
그때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던 중역 하나가 제프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이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불가능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인터넷 전자 상거래의 핵심은 시쳇말로 수수료 따먹기인데 직접 배송까지 한다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기에 생각한 것이고 수수료 따먹기와 함께 배송비까지 판매자에게서 요구할 수 있기에 추가 수익 구조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었다.
‘자본이 거대하다는 것을 과시한다는 건가······!’
제프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했던 것을 그 누군가가 생각하고 있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저는 거기까지만 압니다.”
사설탐정이 제프에게 말했다.
“어떻게 그렇게 자세하게 알지?”
“제 이야기를 허투루 들으셨군요. 저는 전달자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전달자라······.”
사설탐정이 한 말의 의미가 정확하게 이해되는 제프였다.
‘미친놈이다!’
아마존닷컴의 창립자인 제프는 백범의 망나니짓에 두려움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