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
102화 데칼코마니?(2)
1997년 9월 9일, 뉴욕 중심가에 있는 힐튼 호텔 특실.
이틀 전에 A팀 블랙홀과 B팀 큐브의 사업 진행에 대한 지시를 끝내고 세 번째 창업에 착수하고 있는 상태다.
‘빨리 마무리를 하고 돌아가야지.’
미국 생활은 크게 불편한 것이 없다. 뉴욕은 한인 타운도 발전해 있고 나는 어디를 가나 특실을 이용하기에 불편하지 않다. 하지만 불면증이 생겼다.
‘은혜가 보고 싶다······!’
내 불면증의 원인은 은혜를 못 보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도통 잠을 못 이루시는 것 같습니다.”
밤에 잠을 설치니 아침에 얼굴에 푸석푸석할 수밖에 없기에 박태웅 이사가 이리 말하는 것이다.
“그러게요. 불면증이 생긴 것 같습니다.”
“아직 시차 적응이 안 되는 모양입니다.”
“박 이사는 괜찮습니까?”
“저는 그럭저럭 지낼 만합니다.”
“그래요?”
“예, 아······!”
또 조비가 떠오르는 모양이다.
“박 이사는 미국 생활이 맞나 봅니다. 뭐 유학파 출신이니 익숙하기도 할 겁니다.”
“그럴 수도 있고요.”
“그래서 말입니다.”
“또 무슨 소리를 하려고 그러십니까?”
“박태웅 이사.”
“예, 왜 그러십니까?”
불안한 모양이다.
“저는 박태웅 이사가 미국 현지 법인의 블랙홀 총괄 CEO가 되어 줬으면 좋겠습니다.”
“대표님, 잊어가고 있습니다. 아니 노력하고 있습니다.”
내가 조비 때문에 자신을 미국에 남기려고 한다는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그게 이유가 아닙니다.”
“그럼 뭡니까?”
“제가 양키를 어떻게 믿습니까?”
“그럼 대표님은 저는 어떻게 믿으십니까?”
“박태웅 이사니까요. 저는 믿습니다.”
“그 근거 없는 저에 대한 믿음은 어디서 나오는 겁니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블랙홀과 큐브에 투입될 자금이 최대 2억 달러가 넘을 거라는 겁니다.”
나는 블랙홀에 1억 5천만 달러를 책정해 놓은 상태다. 그리고 인터넷 검색 엔진 회사가 될 큐브에 5천만 달러를 책정해 놨다.
‘그래도 7억 달러가 남는군.’
투자금이 정말 넘쳐난다. 정말 단기간에 나보다 더 많은 투자금을 확보한 사업가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는 하죠.”
“인터넷이 세상을 지배할 겁니다. 블랙홀과 큐브는 태양종합금융투자 회사의 핵심 계열사가 될 겁니다. 저는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러니 박태웅 이사가 두 회사의 총괄 CEO가 되셔야 합니다.”
나는 박태웅을 뚫어지게 보며 말했다.
“으음······!”
“딱 정착이 될 때까지 3년만 고생해 주십시오.”
“싫은데······.”
자기도 모르게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박태웅이다.
“싫어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제가 너무 크게 창업했네요.”
“두 회사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맞는 말이다.
나는 전자 상거래 회사 블랙홀을 창업했고 또 인터넷 검색 엔진 큐브도 창업했다. 이제 남은 것은 전자 상거래 결제 회사고 그 결제 회사의 데칼코마니는 페이팔로 정해놓은 상태다.
“이제는 인터넷 상거래 결제 회사만 설립하면 됩니다.”
“그게 전부입니까?”
“사람의 욕심에 끝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나는 박태웅 이사를 보며 미소를 머금었다.
‘반도체 회사도 가지고 싶고, 자동차 회사도 가지고 싶고······!’
석유 개발 회사도 가지고 싶다. 그게 전부겠는가? 전기 배터리 회사도 손에 넣고 싶다. 아니 사업은 인생을 거들 뿐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사업을 제대로 시작하니 자꾸 욕심이 생긴다.
하지만 그 모든 욕심보다 대한민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하다. 내 나라에 가야 내 아내의 품에서 내가 잠들 수 있으니까.
“그러시죠. 대표님은 매번 새로운 모습을 제게 보여주셔서 항상 놀랍기만 합니다.”
“3년만 고생하세요. 그럼 자리를 잡을 겁니다.”
“그런데 하나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뭡니까?”
아마도 아마존닷컴의 주식 매집에 대해서 묻으려는 것 같다.
“블랙홀이 창립됐고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동종 업계인 아마존닷컴의 주식을 매집하라고 지시하신 겁니까?”
“동종 업계가 하나가 되어야 독과점 형태가 될 것 아닙니까? 그렇게 되면 더 큰 이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말이 나온 김에 아마존닷컴의 주식은 얼마나 매입해 놓은 상태입니까?”
나는 미국 정보통신기업 주식 투자에 1억 달러의 사업비를 책정해 놓은 상태다.
“현재 아마존닷컴의 주가는 3달러 수준입니다. 지속해서 매수를 진행하고 있고 이 매수 때문에 주가가 상승하고 있습니다.”
“나쁠 것은 없네요. 최대의 지분을 확보하고 블랙홀이 흡수해서 아마존닷컴을 지워버리는 것이 인터넷 전자 상거래의 사업의 첫 목표입니다.”
“대표님, 아마존닷컴에 대해서 너무 경계하시는 것 아닙니까?”
“다른 기업들은 모두 빌빌거리고 있잖습니까?”
물론 아마존닷컴도 현재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닷컴 버블이 형성되지 않았다면 벌써 망해도 망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아는 아마존닷컴은 그런 시련을 극복하고 수익을 발생시키고 결국 전 세계 온라인 전자 상거래 시장을 장악한다.
‘아마 중국 빼고는 다 점령했다고 봐야겠지.’
중국에는 알리바바닷컴이 존재하니까. 알리바바닷컴이 떠오르지만, 중국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직접 데칼코마니 기업을 창립할 수는 없다. 그러니 투자에 의한 지분 확보를 통해서 투자에 대한 수익을 극대화할 참이다.
‘회사 몇 개 말아먹고 만리장성 가이드를 하지?’
나는 VIP 관광객이 되어서 마원을 만날 생각이다.
“아무리 그래도 대표님께서는 너무 아마존닷컴을 의식하는 것 같습니다.”
“적은 항상 신경을 써서 관찰해야 합니다. 참, 화이자 제약의 주식 매입은 어떻게 진행이 되고 있습니까?”
나는 다국적 제약회사인 화이자의 주식 매수에 2억 달러를 책정해 놓은 상태다.
‘비아그라만 개발이 되면!’
다국적 제약회사인 화이자는 주가가 폭등할 것이다. 사실 비아그라가 개발되면서 전 세계 남성들은 환호했고 그와 함께 중국은 비아그라 짝퉁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려운 과정이 아니기는 하지······.’
내게 좀 더 시간이 있었다면 그리고 충분한 임상시험을 위한 시간이 존재했다면 내가 강동 제약을 통해서 개발했을 것이다.
“그 부분은 정말 블랙홀처럼 흡수하고 있습니다. 벌써 1억 5천만 달러를 매수한 상태고 아마 화이자 본사에서는 블랙홀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겁니다.”
미국의 모든 주식 투자 및 창업은 나우루공화국 국적으로 등록한 블랙홀 그룹의 이름으로 투자가 되고 있다.
“엄청난 속도군요.”
“최대한 서두르라고 하신 것은 대표님이십니다.”
“주가가 참 많이 올랐겠습니다.”
“그렇습니다.”
박태웅은 내게 덤덤한 말투로 대답했다.
‘내년이면 최대 10배로 상승한다.’
그러니 이럴 때는 주식 옵션에 투자할 때다. 사실 내가 화이자 그룹의 주식을 블랙홀처럼 흡수하라고 지시한 것은 또 다른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강동 제약을!’
화이자 제약과 계약을 체결해서 비아그라 한국 판매 업체가 되기 위함이다. 물론 일본과 중국도 가까우니 최상의 시나리오는 아시아 판권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그럼 꽤 많이 남을 것이다.
“박태웅 이사.”
“예, 대표님, 혹시 풋옵션 투자를 생각하십니까?”
이제는 나를 너무 잘 아는 박태웅이다.
“천만 달러만 투자하면 만기 때 얼마의 수익을 날 것 같습니까?”
“신약 개발이 발표되면 30배 이상 남을 겁니다.”
“그럼 합시다.”
“옵션 투자에 너무 빠져드시는 것 같습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다. 나는 미래의 기억이 있으니까.
하지만 박태웅에게 화이자 제약이 발기부전치료제를 개발에 완료해 출시할 것이라는 말을 해줄 수는 없다. 그렇게 말했다가는 나를 박태웅이 이상하게 볼 테니까.
“그러게요. 박태웅 블랙홀 그룹 CEO께서 조치하십시오.”
“저는 아직 결정 못 했습니다.”
“3년만 고생하시라니까요. 제가 장담합니다. 제가 세계 1위 부호가 될 거고 박태웅 이사 아니 블랙홀 그룹 CEO께서 세계 부호 2위에 등극하게 될 겁니다. 블랙홀 그룹만 제가 구상한 그대로 진행이 되면 그렇게 될 겁니다.”
“그럼 전자 상거래 결제 회사까지 성공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장난스러운 눈빛으로 변한 박태웅이다.
“우주 최고 부호가 되는 거죠.”
“정말 대표님은 꿈도 야무지십니다.”
“꿈이라도 야무지게 꿔야죠. 승낙한 겁니다.”
“예, 알겠습니다. 3년입니다.”
그렇게 해서 블랙홀 그룹 CEO의 자리에 박태웅을 앉혔다.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조비도 잊겠지.’
이게 내 부수적으로 바라는 부분이다.
“그나저나 올 때 됐지 않습니까?”
이제는 C팀을 구성할 때다.
* * *
화이자 그룹 본사.
“블랙홀이라는 회사에서 본사의 주식을 회사의 이름처럼 빨아들이고 있는 상태입니다.”
화이자 그룹 주식담당 이사가 CEO에게 보고했다.
“신약 개발 정보가 누출된 겁니까?”
CEO 역시 인상을 찡그렸다.
“그건 아직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그 블랙홀이라는 회사가 본사의 주식을 얼마나 확보했습니까?”
“현재 1억 5천만 달러 이상을 매집한 것으로 확인이 됐습니다.”
“바짝 신경을 써야겠군요.”
화이자 제약회사 CEO의 말에 본사 임원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말고 블랙홀이라는 기업과 접촉해 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접촉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어떤 목적으로 주식을 매집하는지 확인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 역시 차차 고려해 봅시다.”
* * *
1997년 9월 9일, 뉴욕 중심가에 있는 힐튼 호텔 특실.
‘페이팔 형태의 기업을 창립하면!’
온라인 세상을 떠받치는 삼각대를 완성한다고 보면 될 것이고 다행스럽게 아직 페이팔이 설립되지 않은 상태다.
‘1998년이지……!’
내가 아는 페이팔은 온라인 송금 서비스를 지원하면서 전 세계 온라인 지급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거대해지는 다국적 기업이다.
‘결국, 온라인 송금 서비스나 결제 서비스는!’
수수료 따먹기다.
그런데 그 수수료가 모이면 엄청나게 된다.
그리고 이 순간 떠오르는 회사는 이베이다. 거대한 다국적 그룹이 바로 이베이고 블랙홀 그룹에서 온라인 전자 상거래를 담당하게 될 블랙홀 기업의 적수로 규정한 아마존닷컴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해진 기업이다. 그렇기에 가장 힘든 기업 경쟁이 바로 이베이와의 온라인 결제 서비스 시장을 두고 펼치는 경쟁이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박 대표님.”
그는 이제 블랙홀 그룹의 대표이사다. 물론 블랙홀 그룹의 지분 85%는 내가 소유하고 있고 박태웅 이사는 10%를 소유하고 있는 상태다.
“왜 그러십니까?”
“우리가 이베이를 이길 수 있을까요?”
“제 분석으로는 45대55입니다.”
“우리가?”
“45%입니다.”
“싸우기 껄끄러운 상대라는 소리군요.”
“그렇습니다. 대표님께서 워낙 의욕을 보여서 아직 말씀을 드리지 못했지만, 경쟁을 펼치는 것보다 투자를 통해 협력 업체로 전환하는 것이 이롭다는 판단을 내린 상태입니다.”
“블랙홀 그룹 CEO의 결정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CEO의 판단을 적극 고려해야겠군요. 주식 매수에 의한 지분 확보와 직접 투자에 의한 지분 확보로 공략 방법을 전환하겠습니다.”
“얼마의 자금을 배정하실 생각입니까?”
“1억 달러입니다.”
이렇게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상태지만 그래도 4억 달러가 남아 있는 상태고 그 4억 달러는 닷컴 버블에 투기할 참이다.
“잘 선택하셨습니다.”
“블랙홀 그룹의 책임 경영자는 박태웅 대표님입니다.”
“시쳇말로 바지사장인데 너무 비행기를 태우시는 것 같습니다.”
“지분이 10%입니다.”
“또 생색을 내시는 겁니까?”
어떤 측면에서 블랙홀 그룹의 지분 10%를 박태웅에게 양도한 것은 지분을 너무 많이 줬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우루 공화국에서 27억 달러의 투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온전히 박태웅의 몫이 컸다. 그러니 박태웅은 지분을 받을 자격이 있다.
“하하하, 이제 대충 정리가 된 것 같습니다.”
“귀국하시려고요?”
“예, 돌아가고 싶습니다. 며칠 더 있다가는 향수병에 걸릴 것 같습니다.”
내가 대한민국으로 돌아간다면 할 일이 정말 많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