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9
99화 3개의 계약을 체결하다.(2)
-30억 달러에 대한 은행 지급 보증서를 써달라는 말입니까?
내 요구를 들은 산업수출은행 은행장은 기겁했었다.
-나우루공화국에서 투자를 받을 겁니다. 30억 달러를 투자받을 예정입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보험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그럼 저희 산업수출은행은 무슨 보험을 듭니까?
-왜 싫으십니까?
-싫은 것이 아니라 워낙 지급 보증 액수가 커서······.
-싫으시다면 어쩔 수 없죠, 저는 그렇다면 국민서민은행으로 가겠습니다.
-아······!
-됩니까? 안 됩니까? 나우루공화국에 대출을 받아와서 전액을 산업수출은행에 예치할 겁니다. 이래도 안 됩니까?
-됩니다. 그 조건이면 됩니다.
하여튼 어렵게 은행의 지급 보증서를 받아왔다.
“산업수출은행에서 지급을 보증한다는 증서입니다.”
내 말에 재정 장관이 나를 뚫어지게 봤다.
“내가 대통령 각하께 승인을 받겠소, 그 대신에······!”
“예, 말씀하십시오.”
“나는 수익 보장을 5%로 약속받았다고 보고할 거야.”
나를 보며 비릿하게 웃는 재정 장관이다.
“그러셔야죠.”
아들이 아버지로부터 딴 주머니를 차겠다는데 내가 꼭 나서서 안 된다고 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하나는 성공했군.’
이제 두 개의 계약이 남았다.
“그렇다면 국부 펀드의 운영자 선정은 어떤 결정을 내리실 겁니까?”
“10억 달러 정도는 운영할 수 있을 것 같다.”
“감사합니다.”
미소가 머금어지는 순간이다.
“각하, 마지막으로 나우루공화국의 미래를 위해 제가 추가적인 제안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추가적인 제안?”
재정 장관이 나를 빤히 봤다.
“그렇습니다. 나우루공화국은 작은 섬나라입니다.”
“그렇지.”
“하지만 태평양에 있는 섬나라이고 해양영토는 200해리까지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원양 어업을 누구보다 잘합니다. 너무 잘해서, 한 마디로 참치를 너무 잘 잡아서 세계적인 환경 단체인 그린피스에 비난을 받을 정도죠.”
“그런가?”
“예, 그렇습니다. 제가 참치 통조림 제조회사를 설립할까 합니다. 나우루공화국의 바다를 제게 내어주십시오. 저는 수익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으음······!”
고민스러운 눈빛을 보인다.
“그렇게만 결정해 주신다면 나우루공화국은 많은 이익이 발생할 것입니다.”
“어떤 이익이지?”
“큰 규모는 아니지만, 나우루공화국은 원양 어선들의 기지로 활용이 될 겁니다. 처음에는 제가 설립한 회사만 항구에 취항할 겁니다. 하지만 점점 더 그 회사들이 늘어나게 될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큰 수익을 올리지는 못해.”
“그렇습니다. 큰 수익이 발생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관광 수익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사람들은 나우루공화국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원양어선 사업을 시작하면서 수익을 증대시킨 후에 유람선 관광 사업도 시작하겠습니다. 미국이고 유럽이고 아시아에서 그 크루즈를 타고 나우루공화국까지 오게 될 것입니다.”
“거창하게 들리지만 누가 배를 타고 여기까지 오겠어?”
“나우루공화국은 산호초로 이루어진 섬입니다. 제가 여기에 와서 보니 무척이나 아름답습니다.”
“그게 전부지.”
“그렇죠. 하지만 오는 뱃길이 관광객들은 짜릿할 겁니다.”
“왜?”
“그 크루즈 선박 안에는 대형 도박장이 개장할 겁니다. 나우루공화국은 종점이 아니라 아시아에서 북미로 유럽으로 또 유럽이나 북미 지역에서 아시아로 이동하는 중간 지점이 될 겁니다. 그러니 당연히 수익이 창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카지노 사업이라······!”
재정 장관의 눈동자가 더욱 반짝였다.
“거기다가 나우루 국적의 크루즈 여행사가 만들어지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그 자체가 장관 각하의 업적이 됩니다.”
“처음 시작은 참치를 잡고 나중에는 카지노 사업으로 확장을 한다?”
“예, 그렇습니다. 나우루공화국은 영토가 작으므로 1, 2차 산업 육성은 불가능하다는 것은 아실 겁니다. 그러니 훌륭하게 생각하신 것처럼 금융 산업과 관광 산업 그리고 카지노 사업을 육성해야 합니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재정 장관이다.
“아시아의 마카오라는 곳을 아십니까? 홍콩은 아시겠죠?”
“알지······!”
말투의 뉘앙스를 보니 두 곳의 카지노에서 돈 좀 잃은 모양이다.
“나우루공화국이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습니까.”
“으흐흐, 점점 일이 커지는군.”
“예, 일은 크게 펼쳐야 하는 법입니다. 각하께서 블루마린을 잡으실 때처럼 제가 돕겠습니다. 나우루 국민이 영원토록 풍요롭게 살 수 있는 기반을 완벽하게 구축해 놓겠습니다. 물론 각하의 스위스 은행 비밀 계좌도 더 크게 키워 드리겠습니다.”
“행운의 여신이 내게 웃는군. 하하하!”
“제 제안이 어떠십니까?”
“카지노, 카지노라?”
원래 마음속에 탐욕이 깃들면 그 어떤 소리도 달게 들리는 법이고 모든 일이 자기가 생각한 것처럼 다 이루어지게 될 거라고 생각하게 된다.
‘딱 3년만 빌려 쓰자.’
최대 40억 달러를 2년만 빌려 쓸 수 있다면 올해 12월에 당장 3배로 뻥튀기가 될 것이고 그 이후에는 내가 가진 미래의 기억을 통해 나는 세계적인 투자가로 거듭날 수 있다.
‘3년 후의 환율은······!’
1,100원을 유지한다. 그때 만기가 돌아왔을 때 나우루공화국에서 빌린 두 부자의 개인 비밀 자금을 갚으면 되고 국부 펀드 10억 달러는 계약 기간을 종료하거나 연장하면 된다.
“제가 아니 제가 설립할 원양 어선 회사에 나우루의 바다를 내어주시겠습니까?”
“그렇게 하지.”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물론 최종 결정권자인 대통령의 승인만 남았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정말 카지노 사업이 될까?”
“안 되는 일을 되게 만들겠습니다. 저와 각하께서는 행운의 여신이 웃고 바다의 신이 허락한 존재이지 않습니까.”
“하하하, 하하하!’
재정 장관이 호탕하게 웃었다.
그리고 다음 날 나는 재정 장관과 함께 나우루공화국 대통령궁으로 가서 대통령을 접견했고 예상했던 대로 문지기만 통과하니 모든 일은 일사천리로 처리가 되고 있다.
“아시아에서 온 투자가인 백범이 3년간 5%의 수익을 보장하기로 했습니다.”
“겨우 5%?”
대통령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재정 장관보다 욕심이 더 많은 아버지인 것이다.
“아버지, 이 서류를 보십시오.”
내가 제시한 산업수출은행 지급 보증서를 대통령에게 보이는 재정 장관이다.
“뭔데?”
“대한민국이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지급을 보증한다는 증서입니다.”
거짓말을 하는 재정 장관이다. 물론 지급 보증서인 것은 맞다.
“지급을 보증한다고?”
“예, 백범이 아버지께 돈을 갚지 못해도 대한민국이 대신 갚아주겠다는 맹세입니다. 국제법에 따라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1년에 5%의 수익도 엄청난 것입니다.”
하여튼 재정 장관은 딴 주머니를 찰 생각이다.
‘5%를 먹겠군.’
나는 상관없다. 이건 부모와 자식 간의 일이니까.
“그런 거야?”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제가 계획해서 보고를 드린 국부 펀드도 10억 달러 규모의 사업자로 선정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네가 그렇게 마음에 드냐?”
“대한민국은 경제 규모가 큽니다.”
“거기가 어디에 있는 나라인데?”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이게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우린 오랜 시간을 두고 접촉을 해왔다. 그런데 대한민국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이 놀랍기까지 할 뿐이다.
“일본 위에 있는 나라입니다. 거의 일본과 경제 규모가 비슷합니다.”
“고래를 잡아먹는 놈들이랑 경제 규모가 비슷한 나라라고?”
이제야 좀 놀랍다는 눈빛을 보이는 나우루공화국 대통령이다.
“예, 그렇습니다. 아버지. 그리고 백범 투자가가 자기 나라에서 사업체를 많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약회사를 가지고 있고 종자를 개발하는 회사도 가지고 있습니다. 아프면 약을 먹어야 하고 사람은 먹고살아야 하니 엄청난 회사들입니다.”
내가 했던 말을 그대로 앵무새처럼 자기 아버지에게 다시 말하는 재정 장관이다.
‘예일대를 나온 것이 아깝다.’
아마 예일대에서 수치스러운 졸업자를 선정하라면 상위 10위에는 충분히 들 것 같은 재정 장관이다.
“그렇게 좋은 회사라면 우리가 아예 사면 좋지 않나?”
나우루공화국 대통령이 자기 아들을 보며 말했다가 나를 봤다. 그가 나를 보고 있기에 나는 그를 보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시겠습니까? 대통령 각하.”
“얼마인데?”
“제가 설립한 강동 제약은 정력제에 가까운 발기부전 치료제를 개발 중입니다.”
강동 제약은 기업 인수 합병을 통해 내가 인수했고 나는 이곳에 오기 전에 발기부전 치료제를 개발하라고 지시를 내려놓은 상태다. 그러니 나는 거짓말 한 것 없다.
“발기부전 치료제?”
각자는 자기가 원하는 소리를 들을 때 눈이 반짝이는 법이고 재정 장관이 발모제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눈이 반짝인 것처럼 대통령은 발기부전 치료제에 관심을 가졌다.
“그렇습니다. 이미 핵심 물질은 찾아냈습니다.”
“그게 뭔데? 무엇을 찾아냈다는 건데?”
나는 미래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미래에서 나는 늙은 노인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비아그라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비아그라에 대해서 잘 안다.
“우리 회사가 개발하고자 하는 발기부전 치료제의 핵심 원료는 실데나필입니다.”
실데나필은 폐동맥 고혈압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이다. 그리고 나는 대통령에게 말하면서 강동 제약 신약 개발팀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나는 몽상가입니다. 저는 항상 상상합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 상상을 좀 더 구체화시킬 수 있게 몇 가지 질문을 약품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가진 여러분에게 묻고 싶습니다.
신약 개발팀을 모아놓고 꽤 거창하게 말했었다.
-고혈압 치료제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실데나필이 주로 쓰입니다.
-어떤 효과가 있죠?
-혈관을 확장시켜 줍니다. 그렇게 되면 혈액의 공급이 증가합니다.
-그래요? 그렇다면 실데나필이라는 약물을 연구해 보면 발기부전 치료에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결국, 발기는 그곳에 피가 모여서 커지는 것 아닙니까?
그때 정말 떠먹여 주느라 힘들었다.
-아!
-아······!
-그, 그렇습니다.
-개발에 착수하세요. 모든 남성의 고민을 우리 강동 제약에서 해결해 줍시다.
-예, 알겠습니다. 대표님.
“실데나필? 그게 뭔데?”
“고혈압 치료 약물입니다. 고혈압 치료제는 대부분 혈관을 확장해서 혈압을 낮추는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혈관이 확장된다면 피가 많이 흐르지 않겠습니까?”
“아, 그렇군.”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나우루공화국 대통령이다.
‘일이 묘하게 돌아가네······!’
물론 내게는 기쁜 일이다.
‘지금 개발하고 있지만 이미 늦었다.’
화이자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비아그라 개발에 착수했을 것이고 이미 개발이 된 상태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을 테니까.
“그래서 그 회사가 얼마인데?”
“통째로 인수·합병하시겠습니까?”
“그건 아니고 사업은 아무나 하고 신약은 아무나 개발은 하겠나? 회사에서 지분이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나도 잘 알아.”
“그렇게 말씀을 하시니 지분의 30%를 양도해 드릴 의향이 있습니다.”
“총 지분의 30%?”
“예, 그렇습니다. 3억 달러에 강동 제약의 지분을 양도하겠습니다.”
이건 사기다. 하지만 나는 강동 제약을 화이자 이상의 다국적 제약회사로 성장시킬 것이다. 그러니 나우루 대통령에게 미래의 비전에 투자하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3억 달러?”
“예, 그렇습니다. 하지만 제 말만 어떻게 믿으시겠습니까? 대한민국에 조사단을 파견하시고 꼼꼼히 확인해 보십시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소리인가?”
“예, 그렇습니다.”
“장관.”
“예, 아버지.”
“조사단 파견해.”
“예, 알겠습니다.”
이 순간 재정 장관의 눈빛이 또 탐욕스럽게 변했다.
‘이 집구석 언젠가는 망하겠다.’
남의 집구석은 내가 걱정해줄 이유는 없고 나는 내가 계획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