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92화 (92/415)

# 92

92화 부채출자전환(2)

산업수출은행 은행장실.

“은행장님.”

우린 지금 여유롭게 바둑을 두고 있다. 이것은 나를 위한 접대 바둑이다.

“예, 말해요, 백범 대표.”

나는 이미 4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금을 산업수출은행에 자유적금 형태로 예치해 놨기에 산업수출은행의 최우선 VIP로 등극했다.

“태양종합투자금융과 퀸 화장품을 별개로 분리해서 판단해 주십시오.”

“따로따로?”

“예, 그렇습니다.”

“하하하, 제가 무슨 말을 하시려고 이런 포석을 깔아놓으십니까?”

예전과 다르게 나는 바둑 접대를 받고 있다. 이제는 내가 급이 달라졌기에 이겨도 되는 바둑이지만 이길 필요가 없는 바둑이기도 하다. 하여튼 산업수출은행 은행장은 지금 나를 접대하고 있다.

“제가 은행장님께 퀸 화장품의 비전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예, 경청하겠습니다.”

은행장은 내게 하는 말의 단어 선택을 무척이나 신중하게 하고 있고 나는 실수인 척 대마가 끊길 수 있는 곳에 돌을 놨고 은행장의 눈동자는 반짝였다가 접대를 하는 처지로 전환이 되어서 그런지 실수인 척 헛수를 뒀다.

‘서로 지기로 작정한 바둑이군.’

하여튼 나는 급이 많이 달라졌다.

툭!

나는 공손히 바둑알을 놨다.

“바둑 그만두시죠.”

“그럴까요. 하하하!”

“제 말씀 좀 들어보시겠습니까?”

“나는 백범 대표님이 하시는 말씀이라면 다 들을 준비가 됐습니다.”

이것이 4억 달러의 힘이다. 물론 1억 달러가 곧 인출될 것이고 그에 대한 것은 이미 통보를 끝낸 상태다.

“감사합니다. 퀸 화장품의 비전을 제시하겠습니다. 저는 주리아 화장품을 인수하자마자 신제품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그래요? 역시 백범 대표이십니다.”

“현재 퀸 화장품은 부채까지 인수를 했기에 빈껍데기입니다.”

“그렇지요. 하지만 백범 대표께서 잘 경영을 하시지 않겠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저는 신제품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물론 이 모든 포석은 부채출자전환을 위함이다.

‘그냥 말해도 들어주겠지만……!’

그렇게 하면 빚이 된다. 그러니 명확한 근거와 당위성을 제시해야 한다.

“여자들이 화장할 때 시간이 오래 걸리죠.”

“하하하. 그렇습니다. 우리 아내도 화장하느라 하루를 다 보냅니다. 할미꽃이 바른다고 장미가 되는 것은 아닌데…….”

웃자고 농담을 던진 것이고 웃어줘야 할 때다.

“하하하, 하하하!”

나는 접대를 받으면서도 은행장의 기분을 맞춰주고 있다. 항상 음지가 양지가 되고 양지가 음지가 되는 법이니까.

“여자들도 화장하느라 정말 귀찮을 겁니다. 그리고 화장이 어렵기도 하고요. 그래서 바르기만 하면 바로 화장을 한 듯 안 한 듯 그렇게 자연스러운 화장 크림을 개발할 생각입니다.”

“그래요? 기발하군요.”

이해를 못 한 눈빛인데 기발하단다. 그저 은행장은 예치된 4억 달러만 떠올리고 있을 것 같다.

“하하하, 백범 대표는 항상 기발하십니다. 주리아 화장품 아니 퀸 화장품을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을 시키겠군요.”

“추가로 마스크팩도 개발할 생각입니다. 화장 크림은 제가 알아본 것으로 독일에서 먼저 개발이 되어 특허 신청을 끝냈답니다. 하지만 영양공급 마스크팩은 아직 특허를 낸 곳이 없습니다. 제가 개발해서 특허를 낼 생각입니다.”

“허허허, 특허 좋지요. 좋고말고요.”

맞는 말이다.

특허는 좋다. 아니 위대하다. 그리고 나는 특허를 수집할 생각이다.

“그래서 말입니다.”

나는 은행장을 뚫어지게 봤다.

“백범 대표께서는 부채출자전환을 요청하시는 것 아닙니까?”

“예, 그렇습니다. 산업수출은행이 최대 채권 은행이니 부채출자전환에 동의해 주시면 다른 채권자들도 동의하게 될 것입니다.”

부채 250억을 투자 받은 자금으로 갚아도 된다. 하지만 부채를 지분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전환하는 것이 이롭다. 물론 퀸 화장품이 흑자로 전환하고 중국의 성장을 통해 더 성장한다면 내게는 손해겠지만 말이다.

“그렇기는 합니다.”

내 말에 산업수출은행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채출자전환은 기업 부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기업 재무 구조 개선 방법의 하나다.

채권자들이 채권을 회수하지 않고 기업 주식과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특히 은행이 주주가 되어 경영 정보를 공유하며 대출 심사 등 은행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는 부분에서도 도움이 된다.

‘채권자를 주주로 만드는 거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채권자를 주주로 묶어 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어쩌시려고요?”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짐작이 된다.

“유상 증자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유상 증자까지요?”

“예, 그렇습니다.”

“채권자들이 동의할까요?”

“산업수출은행의 결심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해 드리죠.”

“감사합니다. 저는 퀸 화장품을 자본금 1000억의 회사로 변신시키고 상장을 준비할 생각입니다.”

“상장?”

“예, 그렇습니다.”

“백범 대표.”

“예, 은행장님.”

“그 일은 태양종합금융투자와 연관성이 있습니까?”

태양종합금융투자는 사모펀드다.

“기업 상장으로 수익을 내고 다른 기업에 판매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믿어도 되지요?”

“그렇습니다.”

“좋습니다. 산업수출은행이 앞장서드리겠습니다. 부채를 주식으로 전환을 하면 17% 정도의 지분이 되겠군요.”

“10% 이하가 될 겁니다.”

“으음…….”

신음을 토해내는 산업수출은행 은행장이다.

“무리수입니다.”

“제가 자금이 부족해서 이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시지 않습니까. 태양종합금융투자는 그 어떤 종금사보다 튼튼합니다.”

“그렇지요.”

“제 제안을 거절하시는 채권자들에게는 부채를 상환할 생각입니다. 하지만 제가 말씀을 드린 신제품이 판매되면 퀸은 대한민국 최고의 화장품 회사가 될 겁니다. 아마 퀸 화장품을 구입하기 위해 관광을 오는 관광객들도 늘어나게 될 겁니다.”

“하하하, 하하하!’

말도 안 되는 소리는 하지도 말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기에 저렇게 웃는 것이다.

“산업수출은행을 위해서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주식으로 전환하십시오. 그렇게 되면 은행장님께서는 산업수출은행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신 전문경영인으로 산업수출은행의 역사에 기록되실 겁니다.”

“그 정도로 자신이 있으십니까?”

“예, 그렇습니다. 그러니 위원회를 구성해서 심사를 해주십시오.”

“하하하, 항상 나를 위해서 신경을 많이 써주시는군요.”

“공정한 심사를 받고 싶습니다.”

“알겠습니다.”

이미 은행장은 내 편이 된 상태다. 그리고 그는 태양종합금융투자에 투자자의 포지션도 유지하고 있다. 그러니 내가 원하는 그대로 될 것이다.

“은행장님……!”

나는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낮췄다.

“예, 말씀하십시오.”

그도 내가 정말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고 그런다는 것을 짐작하고 나를 따라 목소리를 낮췄다.

“제가 제약 회사를 인수할까 합니다.”

“제약 회사요?”

“예, 화장품 회사와 제약 회사가 서로 돕는다면 동반 상승효과가 발생할 것 같습니다.”

“백범 대표의 상상력이 대단하시군요.”

“그리고……!”

더욱 목소리를 낮췄다. 내 행동에 박태웅 이사는 괜히 쇼하고 있다는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다.

“예, 말씀하십시오.”

“정력제를 개발해 볼까 합니다.”

“예?”

바로 되묻고 어처구니가 없다는 눈빛을 보였다.

“정확하게 말씀을 드리면 발기부전 치료제를 개발해 볼까 합니다.”

“백범 대표, 대한민국 신약 개발 기술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사실 내가 그 분야에서 좀 아는데 자연 강장제나 만들고 드링크나 만드는 수준입니다. 경남제약은 비타민 하나만 20년째 만들고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신약만 개발하면 초대형 제약회사가 탄생하는 겁니다.”

왜 이러냐고?

대출을 받으려고 이런다.

제약회사는 태양종합금융투자의 자금으로 인수하고 나머지 부분은 산업수출은행의 대출로 진행할 참이다.

“정말 그게 된다고 생각합니까?”

“안 된다고 할 때 불가능이 만들어집니다.”

사실 시간이 촉박하다.

무엇을 생각하고 있냐고?

‘비아그라!’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비아그라를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내가 알고 있는 비아그라는 원래는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이 되어 임상시험 과정에서 부작용을 발견했는데 그것이 남성의 축복 그 자체였다.

남성 발기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고 화이자는 바로 발기부전 치료제로 전환했다.

‘1998년이지.’

비아그라 판매까지 연수로 2년 남았다.

‘물론 촉박하다.’

이미 화이자는 발기부전 치료제 3상 임상실험까지 끝냈을 것으로 판단한다. 그런데 왜 내가 그런 부분을 알면서도 발기부전 치료제를 거론하냐면 이슈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모든 일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알겠습니다.”

“제약 회사 인수 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돌만 던져놓은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제약 회사를 가질 생각이다.

* * *

달리는 자동차 안.

“정말 제약 회사를 인수하실 겁니까?”

박태웅 이사가 내게 물었다. 말도 안 되는 짓을 또 시작하고 있다는 눈빛이다.

“그럴 겁니다.”

“제약 분야에 대해서는 잘 모르시지 않습니까?”

“제가 알아야 합니까?”

“예?”

“박태웅 이사가 분석하고 스카우트를 하고 개발에 착수하면 되는 일입니다. 저는 비전만 제시하면 됩니다.”

“정말 말씀은 너무 쉽게 하십니다.”

물론 나만 알고 있는 화이자보다 늦게 개발할 가능성이 더 크다. 하지만 도전해 볼 일이다.

‘신약을 개발하면!’

그 자체로 거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고 투자가의 입장으로는 그 제약 회사를 성장시켜 매각한다면 엄청난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일이다.

“박태웅 이사.”

“예, 대표님……!’

박태웅 이사는 내가 여전히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다.

“저는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투자를 마다할 생각이 없습니다.”

“정말 가능할까요?”

“뭐든 가능하게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죠. 도전 없이는 아무것도 안 됩니다.”

나는 처음 이곳으로 환생했을 때 IMF 금융위기로 돈을 벌자는 생각만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선점해 나갈 것이다.’

개발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투자만 할 생각은 절대 없다. 회사를 설립하고 기업을 직접 경영할 참이다. 미래의 기억을 통해 알고 있는 사실들을 이용해 혁신 기업을 계속 만들어나갈 참이다.

“그리고 하나 더 있습니다.”

“또 무슨 폭탄선언을 하시려고 이러십니까?”

“종묘 회사를 인수해 볼까 합니다.”

“종묘 회사요?”

박태웅이 멍해졌다. 박태웅의 입장에서는 정말 뜬금없는 소리처럼 들릴 것이다.

“그렇습니다. 향후 100년은 씨앗을 가진 자가 승자가 될 겁니다. 특허도 마찬가지겠구요.”

물론 당장은 반도체 기술을 손에 쥔 사람이 승자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종자에 대한 원천 특허를 가진다면 반도체 특허에 부족할 것이 없을 것으로 나는 생각한다.

“왜 갑자기……?”

계속 엉뚱한 투자만 자기에게 말한다고 생각하는 박태웅이다.

“어제 딸기를 먹었습니다.”

“그런데요?”

“딸기 모종의 특허가 일본이 가지고 있답니다. 제가 딸기를 입에 하나 넣을 때마다 얼마간의 특허료가 일본에 지급되어야 한답니다. 딸기 맛이 확 떨어졌습니다.”

신토불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게 헛소리다. 대한민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들의 종자들의 8할 이상은 외국 기업이 특허를 등록한 종자들이니 신토불이라는 말은 개소리다.

“아, 대표님은 독립유공자 후손이시죠……!”

“예, 그러니까요. 딸기는 그냥 예고 씨앗을 개발하고 개량하면 그것이 거대한 이익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더 황당한 것은 우리가 막걸리를 마실 때마다 외국 기업에 로열티를 지급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미생물 특허 때문에!’

그러니 종자를 개발하고 미생물 연구도 시작할 생각이다. 그런 과정에서 신기술을 개발해 나가면서 특허를 가진 기업들을 인수해 나갈 생각이다. 내가 생각하는 애국은 그런 것이다.

“튤립 버블에 대해 아시죠?”

“압니다.”

“튤립 버블은 끝내 터졌지만, 튤립은 여전히 신품종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장미도 마찬가지고요. 무엇 하나 외국에서는 개발이 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대한민국은 그 부분에서 너무 뒤처져 있습니다. 아무도 종자 분야에 관해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습니다.”

기술 혁신만 좋아하는 대한민국이다. 그런데 원천 특허는 없다.

“그래서 대표님께서 하시겠다는 말씀입니까?”

“예, 그럴 생각입니다. 저라도 해야죠. 누가 하겠습니까.”

나는 박태웅을 보며 웃었다.

“이건 정말 태양광 패널보다 더 황당한 일입니다.”

“그렇게 생각을 합니까?”

“하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제가 준비하겠습니다.”

박태웅 이사가 내게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왕 할 사업이고 투자라면 국가와 민족을 위한다는 알량한 명분이라도 내세우고 제대로 돈을 벌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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