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
90화 투자는 변화무쌍하다.(3)
1997년 6월 3일, 태양종합금융투자 회사 사장실.
어제 뉴스에 한성공영이 부도 처리가 됐다는 내용이 짧게 보도가 됐고 백두 소주를 대성식품이 완전히 수했다는 뉴스가 발표됐다. 그와 함께 오늘 백두 소주의 주가가 상한가를 다시 쳤고 나는 이미 3배 이상의 수익을 올린 상태다. 그리고 대성식품은 백두 소주의 회사명을 대성소주기업으로 바꿨고 맑은이슬이라는 낮은 도수의 소주 브랜드를 새롭게 출시한다고 발표하며 대대적인 광고를 시작했다.
‘하여튼 나는 주식 투자로 100억이 300억이 됐지.’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과의 확대고 나는 대성소주기업에 주정을 납품하는 회사의 주식도 4.8% 매입에 착수했고 대성소주의 주가가 상승하는 만큼 소주의 원료인 주정을 납품하는 회사의 주가도 상승했다.
‘그건 그렇고 문어발 확장을 안 하네.’
보통 소주 회사의 오너는 주정 회사를 친인척에게 넘기고 관리한다. 그런데 대성식품은 기존 백두 소주에 주정을 납품하는 회사를 그대로 주정 납품 회사로 유지하고 있다. 물론 최강욱 대성그룹 회장의 마음이 언제 바뀔지 모르니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일 것이다.
‘주정 회사는!’
차후에 수소차 관련 테마 주식으로 뜨게 될 공산이 크다.
“7월 1일이면 홍콩이 중국에 반환됩니다.”
오늘은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해 회의가 있는 날이다. 첫 시작은 깔끔한 성공을 거뒀고 우린 추가적으로 주리아 화장품을 지주 회사로 등극했다. 물론 아직 250억이라는 부채를 정리하지 못한 상태이고 오늘 오후에 최대 채권 은행인 산업수출은행을 방문해야 한다.
“예, 그렇습니다.”
“현재까지 유입된 투자 자금은 얼마입니까?”
“주리아 화장품 확보에 대한 뉴스가 발표되면서 투자금 유입이 늘어난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10억 달러입니다.”
이래서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는 소리가 있는 것이고 우리에게 투자한 투자자들이 알음알음 소문을 내서 다른 투자자들을 모집해 주고 있기에 투자금은 증가하고 있는 상태다.
‘계속된 성장을 하면!’
투자금 유입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렇군요. 그럼 대성 소주와 진주 주정의 주식을 추가 매입합니다.”
“지금 추가로 매입을 하면 대주주로 공시가 됩니다.”
“공시되어야죠. 이제는 태양종합금융투자가 투자에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을 투자자들에게 보여줄 때입니다.”
내 말에 박태웅 이사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박태웅 이사가 내게 말했다.
“팔은 또 왜 그러십니까?”
“미끄러져서 부러졌습니다.”
“쯧쯧, 조심 좀 하시지.”
누군가의 뒤끝은 정말 엄청나다. 그리고 저렇게 계속 다치고 있으니 박태웅 이사는 조비를 아직 포기하지 못한 모양이다.
“정말 조심조심하는데 자꾸 다치네요. 저는 정말 깔린 낙엽도 조심히 밟는데…….”
“하여튼 조심하십시오. 됐고, 이제 해외 부동산 투자 회의를 합시다.”
막대한 달러가 확보된 상태다. 시간을 흘려보내면 3배의 이익이 창출되지만, 이제는 그 시간이 아까울 정도다.
“홍콩은 현재 동향이 어떻습니까?”
“이민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영국이 1997년 7월 1일에 영국령 홍콩을 중화인민공화국에 반환한다.
이에 중국 정부는 홍콩 특별 행정구 정부가 수립했고 행정 장관을 파견하면서 중국 인민해방군 주홍콩 부대를 주둔시켰다.
그러니 홍콩 시민들은 불안해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이민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단다. 그와 함께 홍콩 달러는 하락하고 있는 상태고 홍콩 부동산 가격은 일시적이지만 폭락해 있는 상태다.
“빈집이 많겠군요.”
모든 투자는 간단한 이치에서 시작이 된다.
“그럴 겁니다.”
“그렇다면 지금이 투자 적기군요.”
내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홍콩 반환은 예정되어 있던 일이다. 그런데 홍콩 시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예정된 일이 현실이 되니 자신들에게는 현재 상황이고 중국 인민해방군까지 주둔하게 되니 홍콩이 언젠가는 공산주의로 바뀔 거라는 불안감에 떨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기우지.’
하지만 그런 걱정에 주식은 하락하고 부동산 가격은 폭락한다.
“홍콩 투자법인 설립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이제는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이다.
“일주일 전에 승인됐습니다.”
내게는 10억 달러가 있다. 물론 20%에 달하는 연이자를 지급하는 자금이다. 그리고 그 10억 달러는 산업수출은행에 달러로 예치되어 있다. 그 자금 때문에 나는 산업수출은행의 최고 VIP 고객으로 등극한 상태다.
‘이제는 바로 뛰쳐나오시지.’
정말 몇 달 만에 격세지감을 느낀다.
“잘 됐군요. 홍콩 법인에 2억 달러를 투자합니다. 당연히 부동산에 투자하고 홍콩 중심가에 매물로 나온 부동산을 악어처럼 흡수합니다.”
“예, 알겠습니다.”
중국 본토는 외국인이 부동산을 구입할 수 없다. 사실 중국의 내국인도 부동산이나 토지는 구입이 아닌 장기대여의 형태로 보유해야 한다. 중국은 누가 뭐라고 해도 사회주의 국가이니까.
하지만 그런 사회주의 국가가 그 어떤 자본주의 국가보다 더 물질 만능에 빠지게 되고 졸부를 만들어내며 재벌을 만들어낸다.
‘계급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건국된 중화인민공화국인데 결국 돈이라는 것을 통해 신흥 계급이 탄생하게 되고 빈부의 격차는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사람은 결국 현실에 적응하고 공포와 불안감에 무뎌집니다. 그러니 공포와 불안감이 희석되면 부동산은 폭등하게 될 겁니다.”
중국 본토인들이 홍콩으로 이주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이주를 중국 정부는 지원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수요와 공급의 측면에서 홍콩의 부동산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폭등할 수밖에 없다.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박태웅이 내 의견에 동의했다.
“장기 투자입니다. 최소 10년 이상을 거치하는 투자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10년 후면 2007년이다. 그때가 아마 내 기억이 맞는다면 홍콩 부동산의 정점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군요.”
나는 시계를 보며 임원들에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임원의 수가 부쩍 늘었다. 나의 태양종합금융투자 회사는 금융 사업에도 진출한 상태이기에 은행 출신들을 많이 스카우트 했다. 그리고 투자 전문가들도 스카우트한 상태다. 물론 대부분 내가 구상하고 박태웅 이사가 분석하고 나머지 임원들은 그 분석의 결과에 대해 최종적으로 집행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어느 순간부터 투자의 귀재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판교 공장까지 내려가시려면 시간이 촉박하실 것 같습니다.”
오늘은 내가 참 바쁜 날이다. 오후에는 산업수출은행 은행장까지 만나야 하니까. 그리고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박태웅 이사도 따라 나가겠다는 눈빛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리아 화장품의 이름을!’
아모레퍼시픽으로 바꾸고 싶었다. 모든 것이 이름을 따라가는 법이니까. 하지만 나는 주리아화장품의 사명을 촌스럽게 퀸으로 바꿨다.
“제가 수행하겠습니다.”
박태웅 이사가 내게 말했다.
역시다.
“됐습니다. 격려 차원에서 가는 겁니다. 박 이사까지 움직일 것 없습니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포기를 못 하겠다는 눈빛이다.
왜냐고?
판교니까.
그리고 조비가 있는 곳이 판교라는 것까지는 알아낸 것 같다.
‘아 집요해.’
나는 저 집요함에서 당분간 멀어지고 싶다. 원래부터 못된 놈 옆에 있으면 같이 벼락을 맞는다는 말이 있으니까.
“회의는 여기서 끝내겠습니다.”
회의가 긴 회사치고 잘나가는 회사를 본 적이 없다.
“예, 알겠습니다. 대표님.”
그렇게 임원들이 사장실에서 나갔다.
“왜 따라오려고 합니까?”
“판교라서요.”
“포기하세요. 왜 이렇게 다치시는지 이유를 모르시겠습니까?”
내 말에 박태웅 이사가 인상을 찡그렸다.
“대표님은 미신을 믿으십니까?”
“믿게 됐습니다.”
집착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됐습니다. 저는……!”
“개인적인 일은 알아서 하시고요. 이제 성과도 냈고 규모도 커졌습니다. 우리가 태평양으로 향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10억 달러 규모의 종금사를 내가 관리하고 있다. 그러니 나우루공화국으로 향할 때다.
“아……!”
“준비 철저하게 해주십시오.”
“그 준비는 만전을 다하고 있습니다.”
“자만하지 마시고요.”
“……예.”
마지못해 대답한 박태웅 이사는 풀이 죽어 돌아서서 문 쪽으로 걸어갔는데 급하게 김 비서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쾅!
“으윽!”
밖에서 김 비서가 급하게 문을 열고 들어오니 당연히 문 앞으로 걸어갔던 박태웅 이사가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이래도 안 믿는다고?’
나는 미신이라는 것을 믿을 수밖에 없다. 물론 머피의 법칙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죄송합니다, 이사님.”
김 비서가 놀란 표정으로 박태웅 이사에게 말했다.
“으윽……!”
“이래도 안 믿으실 겁니까?”
내가 박태웅 이사를 놀리듯 말했고 박태웅 이사가 나를 흘겨봤다.
‘남자가 저런 눈빛이면!’
정말 꼴불견이다.
“오기가 생깁니다.”
“그거 알아서 하시고요. 이마에 혹 났습니다.”
“아……!”
“정말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 버렸습니다.”
노크도 까먹은 김 비서다. 사실 내가 김 비서라고 부르지만 김 비서도 임원이고 이제는 김 실장이라고 불러야 한다. 비서실이 만들어졌으니까.
“괜찮아요.”
그렇게 박태웅 이사는 인상을 찡그리며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무슨 일 있으십니까?”
나는 김 비서실장에게 말했다.
“아, 아닙니다.”
이런 것을 보고 귀신에게 홀렸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물론 안 믿는 사람은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