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87화 (87/415)

# 87

87화 오지랖이 깊은 밤?

태양종합금융투자 회사 회의실.

“미국은 닷컴 열풍이 불어닥칠 것으로 판단합니다.”

박태웅 이사는 정확한 예측을 내놨다.

‘열풍은 버블을 동반한다.’

또한, 버블은 터지기 전까지 버블이 아니다. 그리고 터지기 직전에 손을 털고 나오는 사람이 마지막 승자가 된다.

1996년부터 미국, 일본, 한국은 각각 다른 이름이지만 닷컴 열풍으로 또 IT 열풍이라는 이름으로 경제에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하여튼 우린 지금 투자를 받은 3억 달러에 대한 투자처를 의론하고 있다. 그리고 박태웅 이사의 말에 다른 임원들은 모두 입이 쩍 벌어진 상태다.

‘나우루공화국 투자부터 저랬지.’

국내 투자를 넘어 해외 투자를 모색하고 있으니까.

“그래서요?”

“미국 투자의 적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어디부터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미국은 국토 면적이 크기에 온라인 판매 시장이 활성화가 될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맞는 말이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분석이다.

“온라인 전자상거래 쪽이라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상장된 회사보다는 아직 기업 공개가 되지 않은 회사에 투자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이 역시 당연한 소리다.

“어떤 회사?”

“이베이 주식회사입니다.”

놀랍다. 박태웅은 어떻게 이베이를 찾아냈을까?

미국 온라인 판매 시장에 정통하거나 정통한 사람을 알아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나우루 재정 장관과 동문이지?’

예일 대학 동문들이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베이요?”

알면서도 나는 박태웅이 흥이 나기 위해 모르쇠로 일관해야 한다.

‘아마존닷컴도 좋은데!’

분명한 것은 이베이는 아직 상장되지 않은 회사라는 사실이다.

“어떤 회사입니까?”

결국, 나와 박태웅의 문답식 회의로 진행이 될 것이다. 그리고 임원들은 청중이 되어 우리의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이다.

‘내가 아는 이베이는!’

미국에 본사가 있는 다국적 전자상거래 기업이다.

이베이 웹사이트에서 소비자 대 소비자 그리고 비즈니스 대 소비자 판매를 중개하며 수수료를 챙긴다.

‘닷컴 버블의 신화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성공 사례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하여튼 전 세계에서 다양한 종류의 물건과 서비스를 일반 개인과 사업체가 사고팔 수 있게 이베이 닷컴을 운영하고 있다.

‘무료로 유혹하고 유료 결재를 유도하지.’

모든 사업이 다 그런 것이다.

“그렇습니다.”

박태웅 이사는 투자에 대한 성공을 반드시 끌어낼 수 있다는 눈빛을 보였다.

* * *

“투자를 위해서는 미국 현지 법인 설립을 추진하거나 나우루공화국에 법인을 설립해야겠군요.”

내 말에 박태웅이 나를 봤다.

“저는 후자를 추천해 드립니다.”

후자의 경우에는 나우루공화국에서 100억 달러에 달하는 국부 펀드의 사업자로 선정되기 수월할 것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고심해 봅시다.”

“예, 알겠습니다. 대표님.”

“박태웅 이사.”

“예, 대표님. 아마존닷컴에 대해서도 기업 정보를 수집하십시오.”

내가 예상하는 것처럼 박태웅은 예일대 동문에게 정보를 받고 있을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박태웅이 자기 수첩에 메모했다.

“우선 이베이 주식회사에 투자를 계획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고 회의를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결국, 나와 박태웅의 회의다. 임원들은 청객이고 그들은 이제 박태웅의 정보 수집과 분석을 보좌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다.

“바쁘십니까?”

내가 회의를 빨리 끝내려고 하자 박태웅이 내게 물었다.

“예, 바쁩니다. 결손 가정 후원자의 밤이라는 행사에 참석해야 합니다. 사법연수원이 그런 자선 사업도 하는군요.”

자리에서 일어나며 박태웅에게 말했다.

“이베이 관련 부분에 대해서는 내일 좀 더 이야기를 나눕시다.”

“그 전까지 더 많은 자료를 분석해서 보고드리겠습니다.”

“그럽시다.”

정말 연봉이 아깝지 않은 박태웅 이사다. 그리고 회의가 끝이 나자마자 임원들은 자기 사무실로 돌아갔고 박태웅만 남았다.

‘또 뭐가 그리 궁금한 눈빛이냐?’

내가 물어볼 것이 있어서 남은 것이다.

“왜요? 뭐가 또 그리 궁금하십니까?”

“아마존닷컴에 대해서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렇다면 이베이 주식회사는 왜보다는 어떻게가 더 맞을 것 같아요?”

대답 대신에 되물었다.

“이베이 주식회사에 대해서는 미국의 정보통에서 제공받은 겁니다.”

“예일대 동문?”

“예, 그렇습니다. 충분히 투자해 볼 가치가 있다고 합니다.”

“동문의 말만 듣고 투자를 할 수는 없죠. 정확한 기업 분석을 지시합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대표님……?”

“예.”

“개인적으로 질문을 드릴 것이 있습니다.”

“뭡니까?”

“조비 씨가 갑자기 이사했던데……?”

“그 친구에 관해서는 관심 끄세요.”

-상사병이 걸릴 사주네요.

조비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어디로 이사를 했는지 알려주시면 안 됩니까?”

“모릅니다.”

“정말입니까?”

의구심 가득한 눈빛을 보인다.

“알아도 모릅니다.”

“왜요?”

사랑은 이렇게 저돌적으로 돌변할 때가 많다.

“아시면 알려주십시오.”

“결혼하지 않을 무속인입니다.”

“인생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열 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나무 없습니다.”

“열 번 찍어도 안 넘어가는 나무 많습니다. 그리고 한 번도 찍어서는 안 되는 나무도 있는 법입니다.”

“너무 하십니다.”

남자가 눈을 흘기는 것은 정말 꼴불견일 것이다.

“그렇게 간절하다면 직접 찾으세요. 그리고 그때 딱 한 번 본 겁니다. 사람이 사람한테 첫눈에 반한 수도 있습니까?”

“있죠. 대표님은 사모님을 보고 첫눈에 반하지 않았습니까?”

“우린……!”

나는 은혜를 만났을 때 첫눈에 반하지는 않았다. 어떤 측면에서는 서로의 필요 때문에 만난 관계라고 해야 할 것이다.

중매결혼이고 그래서 연애 기간이 짧기에 우리는 오늘도 연애하는 것처럼 산다.

“중매결혼했습니다.”

“아……!”

“그래도 뜨겁죠. 하여튼 박태웅 이사 저는 개인적으로 박태웅 이사가 좀 평범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조비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이다.

“제가 이제 시간이 없네요.”

똑똑!

그때 노크가 들렸고 김 비서가 들어왔다.

“가실 시간입니다.”

“가야 한다네요.”

“……예.”

박태웅의 눈빛은 나에 대해 섭섭함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너 오늘 또 다치겠네……!’

아마 그럴 것 같고 아마 그렇게 된다면 소름 그 자체다.

* * *

판교 본가에 있는 천연 과자 건조시설 창고.

“신녀님께서 여기서 일하고 싶으시다고요?”

백범의 모친에 조비에게 되물었다.

“예, 일꾼 구하신다면서요?”

“구하기는 하지만…….”

“열심히 일할게요.”

“신녀님께서 하실만한 일이 아닌데요…….”

“제 이름은 조비입니다.”

“아, 그렇군요.”

조비는 백범의 모친에게 말하면서도 사과를 정성스럽게 씻고 또 고구마를 절단기에 넣고 있는 김찬 할아버지를 보고 있었다.

“일하게 해주세요.”

조비는 백범의 모친을 보며 웃었다.

“그래도…….”

“그 대신에 제가 점을 봐 드릴까요?”

점을 봐준다는 말에 눈동자가 반짝이는 백범의 모친이다.

“정말요?”

“저 꼭 일하고 싶어요. 호호호!”

하여튼 그렇게 조비는 천연 과자 건조시설 창고에서 일하게 됐다.

* * *

“손녀 손자 보시겠네요.”

“정말요?”

“예, 내년에는 식구가 많이 늘겠어요.”

“호호호, 호호호!”

백범의 모친은 밝게 웃었다.

“저 무슨 일부터 하면 되죠?”

“우선 고구마를 씻어야 하는데…….”

점만 치던 청담동 처녀 보살 조비가 이런 일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는 백범의 모친이었다.

“예, 씻어내리는 것은 잘해요.”

조비는 바로 대답을 하고 김찬 할아버지의 옆에 앉았다.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김찬 할아버지가 조비를 봤고 김찬 할아버지는 절단한 고구마를 조비의 입에 물려줬다.

“야야, 맛나다. 먹어 봐라.”

“야, 야야……!”

자신도 모르게 조비는 말을 더듬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주마등처럼 전생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야야, 먹어라, 맛나다.”

“저, 제게 주는 건가요?”

다시 놀라, 말을 더듬는 조비였다.

“놀라셨죠. 원래 할아버지는 예쁜 아가씨만 보면 야야라고 부르세요.”

그때 제법 배가 나오기 시작한 선희가 다가와 조비에게 말했다.

“아……!”

“저한테도 처음 보실 때 그러셨어요.”

자기가 예쁘다는 소리를 돌려 말하는 선희였다.

“아, 그렇군요.”

하여튼 조비의 사랑도 저돌적이다.

* * *

사법연수원이 주최하는 결손 가정 장학금 후원자의 밤 행사장.

사법연수원이 이런 것도 주최하는 것도 며칠 전에 처음 알았다. 그리고 지금 이 행사장에는 돈 몇 푼을 받기 위해 소처럼 끌려와 있는 청소년들이 꽤 보였다. 그리고 그 청소년들보다 배수로 많은 후원자가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원래 이런 거지.’

이런 것이 현실이다.

이미 벌써 장학금과 꽃다발이 전달됐고 단체 사진 촬영만 남았다. 아마 이 후원자의 밤 행사에 참석한 후원자들은 이 행사가 사법연수원에서 개최하기에 후원금을 아낌없이 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튼 결손 가정의 청소년들과 후원자들 그리고 사법연수원생들이 단체 사진을 찍기 위해 단상 위에 섰다.

“우리 은수 예쁘게 컸네.”

중년의 사업가로 보이는 남자가 16살쯤 되어 보이는 소녀의 허리와 엉덩이 사이를 애매하게 툭툭 치며 말했다.

‘저 새끼 뭐야?’

중년의 사업가는 환하게 웃고 있지만 능글맞은 눈빛이다. 그리고 은수라는 소녀는 싫다고 내색도 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딱 싫은 눈빛이다.

“우리 은수 아주 잘 컸어, 하하하, 정말 잘 컸네.”

하여튼 저 둘은 예전부터 알던 사이인 모양이다. 그리고 그의 손이 은수라는 소녀의 등을 또 애매하게 쓸어내리고 있다.

“뭐 하세요?”

딱 내가 나서려고 했는데 은혜가 나섰다.

“예?”

“여학생의 몸을 왜 더듬으세요?”

“내가 언제 더듬었습니까? 오래 후원을 해서 딸 같아서 그런 거지.”

“딸 같다고요?”

은혜의 저런 모습은 또 처음이다.

“예, 딸 같아서요. 왜요, 영감님, 뭐 문제 있습니까?”

“다 큰딸한테도 그러면 안 되시죠. 아까워서라도 그러면 안 되는 겁니다.”

“뭐, 뭐라고요?”

“성추행이라고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화기 애매했던 분위기에 은혜가 찬물을 끼얹었다. 그리고 은혜의 말을 들은 중년 남자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내가 후원하기로 했던 것 모두 취소입니다. 사람을 어떻게 보고 범죄자로 몹니까. 에이 씨!”

중년 남자는 후원을 약속했기에 받았던 꽃다발을 바닥에 팽개치고 은혜를 째려보다가 행사장을 박차가 나갔다.

“별꼴이야 정말!”

은혜가 저런 말을 쓸 줄은 나도 몰랐다.

“괜찮니?”

“저, 저 어떻게 해요…….”

“뭐, 뭐가?”

“저 이제 후원금 못 받으면 어떻게 해요?”

가난하면 철이 빨리 든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변한다. 나는 은수라는 여학생의 말에 숨이 턱하고 막혔다.

“아……!”

은혜도 탄성만 터트릴 뿐 아무 말도 못 했다.

“뭐 어떻게 해? 새로운 후원자가 생겼는데.”

이제는 내가 나설 때다.

“예?”

은수라는 여학생이 나를 봤다.

“내가 후원해 줄게. 그리고 여기 학생들 제가 다 후원하겠습니다.”

오지랖이 발동하는 순간이다.

‘그러고 보니!’

오지랖도 부창부수다.

“아……!”

은수라는 여학생은 이제야 안도하는 눈빛을 보였다.

‘가난이 이런 것이다.’

자존심을 세우기보다 현실을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가난일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이런 행사에서 아이들 줄 세워서 자신 찍지 않으려면 얼마나 후원을 해야 합니까?”

내 말에 모두가 나를 봤다.

“제가 전부 후원하겠습니다.”

* * *

“왜 그랬어요?”

김 비서를 퇴근시키고 내가 직접 운전을 하며 은혜에게 물었다.

“제가 저렇게 당했거든요.”

“뭐라고요!”

나도 모르게 욱해 큰 소리로 소리치고 말았다.

“사진을 찍고 또 툭툭……!”

“아……!”

화가 치민다.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후원금을 받으니까요. 아마 백범 씨가 제 옆에 없었다면 나서지 못했을 거예요.”

오늘 내 아내 은혜의 새로운 모습을 봤고 아픈 과거 하나를 알게 됐다.

‘오지랖이 깊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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