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77화 (77/415)

# 77

77화 귀인으로 포장되다?(1)

모두가 이 순간 박태웅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그 나라가 어딥니까?”

“나우루공화국입니다.”

“예?”

듣보잡?

듣도 보도 못한 잡놈이라는 소리지만 나우루공화국은 환생한 나 역시도 처음 들어보는 나라다.

“나우루공화국이라고요?”

“예, 그렇습니다. 남태평양의 미크로네시아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허, 허허허!”

처음에는 허파에 바람이 빠지듯 허탈해서 터트린 내 탄성이고 그와 함께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어지는 웃음이다.

“좀 당황스러우실 겁니다.”

박태웅은 내게 말하며 웃어 보였다.

“죄송합니다. 사실 엄청나게 기대를 했습니다.”

나는 사실 최소한 영국연방이나 유럽 국가에서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거라는 말도 안 되는 기대를 했었다.

“아닙니다. 실망하시는 것은 당연합니다.”

“다시 말해 남태평양에 있는 작은 섬나라라는 말씀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세계에서 영토가 두 번째로 작은 섬나라입니다. 물론 바티칸 시국까지 포함하면 세 번째로 작은 나라입니다.”

“작은 섬나라에서 무슨 돈이 있어서 듣도 보도 못한 우리에게 투자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는 거죠?”

이유 없이 말하는 법이 없는 박태웅이다.

“작은 섬나라이지만 세계에서 GNP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나라입니다.”

“작은 섬나라이니 인구가 적겠죠.”

“그렇습니다. 중요한 것은 독립 후 풍요가 깃든 나라로 풍요롭게 살고 있지만, 몰락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왜요?”

“나우루공화국은 인산염 때문에 풍요를 얻었습니다. 9천 명의 국민에게 생활비까지 주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나우루의 풍요는 곧 사라지게 될 겁니다. 인산염으로 풍요를 만들었고 인산염이 바닥이 나면 몰락하게 될 겁니다.”

“인산염이라고요?”

“예, 그렇습니다. 쉽게 설명해 드리면 인산염은 새똥입니다.”

“하하하, 하하하!”

황 부장이 웃어 버렸다. 나도 사실 웃음을 찾고 있다. 하지만 남의 이야기를 귀담아듣는 성격인 김 비서는 담담하게 박태웅을 바라보고 있다.

“죄송합니다. 새똥이라고 해서…….”

황 부장이 바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웃는 것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사실입니다.”

“자세하게 설명해 보십시오.”

나는 부연 설명을 요구했고 박태웅은 인산염이 천연 비료를 만드는 재료이며 세계에서 인산염 생산 1위 국가가 나우루공화국이라고 말해 줬다. 그리고 나우루공화국의 영토는 믿어지지 않지만, 새가 똥을 쌌던 것이 굳고 모여서 만들어진 섬이란다.

“현재 나우루의 경제는 산호섬과 풍부한 인광석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습니다. 모든 공산품과 생필품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인산염 수출이 전체 수출의 95%에 달하고 채굴 노동자의 95% 이상이 외국인 노동자이며 국가에서 직접 고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인산염 채굴량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배부른 돼지의 나라라는 것이다.

감당하기 어려운 풍요는 재앙이 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

“아, 그렇군요. 인구 9천 명에 천연비료 수출 1위 국가라면 아직은 풍요롭겠군요. 그리고 박 이사가 말한 것처럼 새똥으로 된 섬이니 인산염을 다 파내면 그냥 작은 섬으로 전락하겠군요.”

한 마디로 새똥으로 흥한 자, 새똥으로 망한다는 의미다.

“그렇습니다. 나우루공화국 국민은 풍요에 찌든 배부른 돼지가 되어 더는 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답니다. 그리고 계속 무상복지를 요구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건 그 나라 사정이고요. 그런데 말입니다. 그들에게 투자할 돈이 있을까요? 그리고 투자할 자금이 있다고 해도 우리에게 투자해 줄 이유가 있을까요? 우린 사실 그들에게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그런 존재 아닙니까? 줄여서 듣보잡 말입니다.”

“듣보잡이라고요?”

듣보잡이라는 말을 내가 처음 만든 사람이 된 것이다.

“그들이 우리를 어떻게 믿고 투자를 해주겠습니까?”

나는 박태웅 이사에게 말했다.

“나우루공화국의 대통령은 국제 금융업을 키우려고 합니다. 그리고 제가 나우루공화국 대통령의 아들과 같이 공부를 했습니다.”

“같이 공부를 했다고요?”

이건 무협지에 나올 법한 기연의 연속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예, 그와 저는 예일대학에서 같이 공부했습니다.”

이것도 인맥이라면 인맥이다.

“현재 바론 와카 대통령의 아들인 바바 크와는 나우루공화국 재정장관직에 임명되어 있습니다.”

신생 독립국은 한집안이 다 해 먹는 경우가 많다. 거기다가 예일대 졸업자라면 그 작은 나라에서 한자리 해 먹어도 충분할 것이다.

“아 그렇군요.”

“재정 장관이 대한민국 경제발전에 큰 관심을 보입니다. 물론 작은 국가의 특성상 제조업 진출이 어렵다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안타까워합니다. 사실 제게 어업 기술 이전과 원양 어선 사업에 대해서 문의를 했었습니다.”

태평양에 있는 섬나라라면 어업에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다.

“그와 함께 남아 있는 자금으로 해외 투자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나우루공화국은 국부 펀드를 조성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리다.

‘내가 처복을 타고난 것처럼!’

인복 역시 타고난 것 같다.

“그렇군요. 가능성이 20% 정도 있겠군요.”

“예, 그렇습니다. 1억 달러 규모의 펀드만 조성하실 수 있다면 나우루공화국에서 조성할 국부 펀드의 투자를 받을 수 있고, 더 나가서 국부 펀드 운영 사업자로 선정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저도 나우루공화국은 생각도 하지 못했었는데 제가 해외 투자를 모색하고 있을 때 나우루 재정 장관에서 전화가 왔었습니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순간이다.

“최대 얼마나 투자를 받을 수 있을까요?”

“최대 100억 달러 규모의 국부 펀드를 조성할 준비를 끝냈다고 합니다. 그중에 5~10억 달러 정도는 직접 투자를 받아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현재 단기 외환 차입은 3~5%의 이자를 주고 빌리고 있습니다. 나우루공화국은 8~10%의 연 이자를 지급하면 3년 이상 장기적인 자금 차입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는 하지만…….”

“문제는 인맥만으로는 안 된다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국외 리베이트를 거부하실 것 아닙니까?”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내 망나니짓으로 어렵게 갈 수밖에 없게 됐다. 물론 박태웅은 내가 국외 리베이트라도 써서 투자를 받아내자고 해도 안 될 거라고 말할 사람이다.

“그렇죠, 하하하!”

씁쓸하게 웃을 뿐이다.

“또한 장기 외환 차입이 가능하게 하려면 어느 정도의 성과가 있어야 하고, 국부 펀드 운영 사업자 중 한 곳으로 선정이 되기 위해서는 1억 달러 이상의 펀드를 조성해 운영하고 있어야 합니다.”

결국, 핵심은 1억 달러를 모으는 일이다.

‘텔레마케팅만 가능하면!’

단기간 1억 달러를 못 모을 것도 없다. 2주 만에 2000만 달러를 투자받아 본 적이 있으니까. 하지만 나는 지금 경제수석의 보복을 경계해야 한다. 그러니 바로 텔레마케팅으로 투자자들을 모집해서는 안 된다.

다단계 금융 사기의 프레임을 씌우면 쇠고랑을 차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젠장!’

쉽게 갈 길을 너무 어렵게 가고 있다.

“깐깐하네요.”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나우루공화국의 입장에서 마지막 자금입니다. 그 자금을 잘못된 투자로 손실을 보게 되면 나우루공화국은 말씀하신 것처럼 태평양에 있는 작은 섬나라로 전락하게 됩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나우루로서는 절박하다는 거군요.”

“예, 그렇습니다. 국민은 풍요에 취해 더는 고기잡이를 하지 않습니다. 국가가 제공하는 돈으로 생활하고자 합니다. 그렇기에 국부 펀드와 국제 금융업에 투자해서 현재의 풍요를 유지해야 정권도 유지가 되니 나우루 대통령과 재정 장관의 입장에서는 이번 국부 펀드 조성과 펀드 운영 사업자 그리고 해외 투자가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에는 1억 달러 규모의 자금부터 확보해야 한다는 거군요.”

“예, 그렇습니다.”

“1억 달러를 어떻게든 만들어 봅시다.”

안 되면 사채라도 끌어 써야 할 것이다.

“제가 제안했지만……. 죄송합니다. 제가 괜히 뜬구름을 잡는 소리를 했습니다.”

“그러게요. 지금은 우리에게 뜬구름 같은 소리입니다. 하지만 아예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니 우리가 어떻게 준비를 하느냐에 따라서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박태웅에게 말하고 시계를 봤다.

‘일어나야겠군.’

이제는 조비가 소개해 줄 사채업의 큰손을 만나기 위해 조비의 점집으로 이동해야 할 때다.

따르릉, 따르릉!

그때 내 휴대전화가 울렸다. 아마도 조비가 내게 출발했는지를 물으려고 전화했을 것 같다.

“잠깐만요.”

나는 바로 전화를 받기 전에 임원들에게 양해를 구한 후 전화를 받았다.

“백범입니다.”

태양기업은 이미 폐업을 했기에 내 이름만 말하면 된다.

-성북동입니다.

이 실장은 항상 자기를 밝힐 때 성북동이라고 말한다.

왜냐고?

이신이 성북동에 살고 있으니까.

“예, 무슨 일이십니까? 혹시 소주 한잔이 생각이 납니까?”

-그랬으면 좋겠지만 제가 그리 한가하지 못합니다.

“저는 한가합니다.”

-그러시겠죠. 폐업하셨죠?

“예, 그렇습니다.”

-그래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마음 편히 사업하십시오.

“예?”

-그냥 마음 편히 사업하십시오. 크게 훼방을 놓지 않을 겁니다. 그리 믿으시면 됩니다.

“아……!”

참 많이 신경을 써주는 이 실장이다.

‘이신일까?’

이신이 딴 꿍꿍이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감사합니다.”

-전화 끊겠습니다. 4월쯤에 한번 친구로 만나서 소주 한잔합시다.

“예, 그러죠.”

뚝!

내 대답을 들은 이 실장이 바로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졌다.

‘믿어보마.’

이 실장을 못 믿을 것도 없다.

“황 부장님.”

“예, 대표님.”

“내일 제가 종합투자금융업 신고를 끝내겠습니다. 사업자 승인까지 며칠 걸리지 않을 겁니다.”

내 입에서 종합투자금융업 신고라는 말이 나오자 모두가 놀란 눈빛으로 나를 봤다.

“그러니 오늘부터 투자 문의 예약 접수하십시오. 기존 투자자님들에게 먼저 전화를 드리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대표님.”

황 부장은 당황한 눈빛이지만 일을 시작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목소리가 커졌다.

“투자자들에게 달러로 투자를 하시면 연이율 20% 이상의 수익을 보장한다고 홍보하시면 됩니다.”

텔레마케팅이면 1억 달러 모금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미 기존 투자자들에게는 확신을 줬으니까.’

거기다가 나는 지금 사채업자의 큰손을 만날 기회를 얻어 놓은 상태다.

‘정주영 회장처럼!’

정주영 회장께서는 오백 원짜리 지폐 한 장을 들고 그리스의 선박왕을 찾아가서 선박 수주를 끌어냈다. 오백 원짜리 지폐에는 거북선이 그려져 있으니까.

‘천재시지.’

물론 그리스의 선박왕은 해외 유명 은행의 보증서를 받아오면 계약을 해주겠다고 정주영 회장에게 말했었다. 그래서 정주영 회장은 다시 해외 유명 은행에 가서 보증만 해주면 그리스 선박왕이 자기 조선소에서 수주를 해주겠다고 말하고 보증서를 끝내 받아냈다.

‘아는 그대로 간다.’

옛 선배에게 배운다.

그리고 똑같은 방법을 써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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