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72화 (72/415)

# 72

72화 제가 미친놈처럼 보이십니까?(3)

청와대 본청 건물 밖.

“그걸 이제 말하면 어떻게 합니까?”

경제수석은 여당중진의원의 전화를 받고 있었다.

-나도 엄청나게 황당해서 정신이 없었소.

여당중진의원의 전화에 경제수석은 인상을 찡그려졌다.

-내가 놈을 그냥 안 둘 겁니다.

여당중진의원은 백범 때문에 이를 박박 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경제수석은 일이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거 완전 미친놈이군요.”

-그렇다니까요.

“알겠습니다.”

-혹시 벌써 각하를 접견하고 있습니까?

“예. 끊습니다.”

뚝!

경제수석은 휴대전화를 끊고 바로 청와대 본청 건물로 뛰어갔다.

“이 미친 새끼가 각하께 무슨 말을 할지 모르겠네. 젠장!”

* * *

청와대 백악실.

“예, 말씀하십시오.”

“니가 젊은 혈기에 우리나라 갱제의 문제점을 파악하기는 했다. 그래서 내가 네 생각을 한번 들어보고 싶다.”

“이미 다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거 말고.”

“예?”

“내는 옛날에 대선 유세 때 제주도를 학실한 강간 도시로 발전시키겠다고 약속을 했었다.”

여기서 또 학실한 강간 도시가 등장하는 순간이다.

‘관광 도시입니다.’

이 말을 각하께 할 뻔했다.

“예, 들었습니다.”

각하께서 하신 말씀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박장대소를 했었다.

“어떻게 하면 제주도를 학실한 강간 도시로 만들 수 있겠노?”

각하께서 나를 뚫어지게 보셨다.

‘나를 미친놈이라고 생각을 하시니까······!’

그 미친놈이 생각할 때는 기발한 생각이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내 말이 좀 뜬금이 없나?”

“아닙니다. 제주도를 아시아 최고의 관광 도시로 거듭나게 만드는 방법은 아주 간단할 것 같습니다.”

“강간 도시로 만드는 것은 간단해?”

“예, 그렇습니다. 각하.”

“말해 봐라.”

“제주도를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게 만들면 됩니다.”

“무비자 입국?”

“예, 그렇습니다. 제주도에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다면 일본이나 중국 부자들이 제주도에 관광을 편하게 올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다가 이상한 놈들이 막 들어오면 우짜노? 범죄자들 말이다.”

“관광 산업을 발전시키려면 그런 부분은 감내하셔야 합니다.”

“그러다가 제주도에서 본토로 넘어오면 우짜노?”

“제주도는 섬입니다. 각하. 외국 관광객들은 비행기나 배를 타고 제주도로 와야 합니다. 제주도에서 뭍으로 오기 위해서는 똑같이 배를 타고 또는 비행기를 타고 와야 합니다. 그러니 불순한 생각이 있는 사람을 통제하기 쉽습니다.”

“그렇기는 하네.”

“예, 그렇습니다. 또한, 제주도 관광 산업 발전을 위해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설립하시면 됩니다.”

“카지노?”

바로 인상을 찡그리는 각하시다. 사실 도박 산업을 육성하는 것에 대해 달가워할 국가원수는 없다. 그 카지노 사업이 내국인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테니까.

“그렇습니다.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하나를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외국인 전용 카지노 사업이라고 말씀을 드린 겁니다.”

대한민국은 도박이 불법이다. 하지만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꽤 많이 존재한다.

“물론 지금도 제주도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존재합니다.”

“하모, 내도 안다.”

“규모가 작습니다. 그 규모를 키우셔야 합니다. 미국의 라스베이거스나 애틀랜타처럼 카지노 특구를 만드셔야 합니다. 그게 아니면 홍콩이나 마카오처럼 준비하신다면 제주도는 제2의 홍콩이 될 겁니다.”

“하지만 제주도 전체를 카지노 특구로 만들 수는 없다.”

“우도가 있지 않습니까.”

우도의 운명이 바뀔 수도 있는 순간이다.

“우도?”

“예, 각하. 우도에 카지노 특구를 신설하시고 제주도 전체를 관광특구로 지정하시는 겁니다.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게 조치한다면 관광 수입은 증대가 될 겁니다.”

“꼭 우도일 필요가 있나?”

“예?”

묘한 눈빛으로 변하는 각하시다.

‘거제도?’

느낌이 딱 온다. 사실 각하께서는 촌구석 오지 낙도라고 할 수 있는 거제도에 8차선 도로부터 뚫으셨다. 그리고 거제도에 엄청난 특혜를 묵인하신 분이다. 물론 내가 대통령이었다고 해도 그랬을 것이다. 자기가 대통령이 됐는데 그 정도는 해줘야 한다고 생각을 하셨을 것 같다.

“아니다. 됐다.”

똑똑!

그때 노크가 들렸다. 그리고 조심히 문이 열렸고 경제수석이 묘한 눈빛으로 들어왔다.

‘전화 받았구나.’

딱 감이 온다.

“갱제 수석, 밥 다 뭇나?”

“예, 각하.”

“내도 이제 밥을 다 묵었다. 내 백범 대표랑 집무실에서 그 태양광 발전 사업에 관해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니도 참석해라.”

“예, 각하 알겠습니다.”

각하의 말씀에 경제수석은 안도하는 눈빛을 보였다.

‘못 들은 일로 하시겠다는 것이군.’

나를 보호해 주시려고 위해서 이러시는 것이다.

* * *

대통령 집무실.

“이상으로 태양광 발전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브리핑을 마칩니다.”

나는 태양광 발전 사업에 대한 희망적인 이야기만 경제수석이 들으라는 듯 각하에게 보고했고 각하는 그리 달갑지 않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고 계신다.

“그래도 민간발전이라서 전기 생산량이 많지 않다는 거죠?”

“예, 그렇습니다. 개인적인 자가발전이라서 전기 생산량이 많지 않습니다.”

“태양광 발전 패널을 자가에 설치하면 몇 퍼센트나 충당할 수 있습니까?”

여기서는 내게 존대를 하는 각하시다.

“최대 50%까지 충당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인 연구 개발을 통해서 70% 이상 증가시킬 계획입니다. 그래도 현재 민간전기 사용을 50%까지 감소할 수 있고 감소된 전력을 더욱 값싸게 기업에 제공한다면 수출 기업의 경쟁력이 상승하게 될 것입니다.”

나는 지금 국가시책 사업으로 채택이 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젊은 사업자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이 순간 경제수석은 안도하는 눈빛이다.

‘전화는 받았을 건데?’

그러니 저런 눈빛을 보이시는 것이다.

“알겠소, 내가 백범 대표에게 하나만 물읍시다.”

“예, 각하.”

최대한 공손하고 정중하게 대답했다.

“원자력 발전소 증설은 어떻소? 태양광 자가발전 사업과 연계한다면 상승효과가 날 것 같은데?”

“원전 말씀입니까?”

“그렇소.”

“원전은 각하께서도 아시는 것처럼 초기 투자 비용이 막대하게 됩니다. 그리고 가동이 되었을 때는 운영 비용이 화력 발전소에 학실히 적습니다.“

나도 모르게 확실히를 학실히라고 말해 버렸다.

“그렇지요.”

이게 원자력 발전소의 핵심이다. 그리고 원자력 발전소의 사용 기간을 연장하려는 것에 대한 핵심이기도 하다.

“하지만 원전의 사용이 만료됐을 때 처리비용은 상상 이상일 것입니다.”

“상상 이상이라고 했소?”

“예, 그렇습니다. 원자력 발전소가 건설되었던 지역에는 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그게 가장 치명적인 문제로 대두가 될 것입니다.”

물론 이 시절에는 이런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알겠소, 태양광 발전 사업을 추진하시기에 내가 한번 물어봤소. 오늘 이야기 잘 들었소.”

“감사합니다. 대통령 각하. 저를 믿어주시면 그 믿음에 보답하여 대한민국 신생 에너지 산업에 이바지하고 전기 생산 역군으로 거듭나겠습니다.”

나는 각하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백범 대표, 이만 나가시죠.”

경제수석이 내게 말했다.

“예, 수석님.”

그렇게 해서 나는 청와대 집무실에서 나왔다.

‘나는 할 만큼 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지금 각하께서 내 말을 따라 대비를 한다고 해도 대비가 되는 시기는 지났을 수도 있다. 그저 나는 내 양심에 충실했고 변명거리를 만든 것에 불과할 것이다.

* * *

청와대 본청 건물 밖.

“백범 대표.”

청와대 본청 건물 밖으로 나와 같이 나온 경제수석이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차가운 어투로 내 이름을 불렀다.

“예, 수석님.”

“무슨 짓을 하고 오신 겁니까?”

여당중진의원에게 전화를 받았다는 소리다.

“전화 받지 않으셨습니까?”

“그러니 내가 묻는 겁니다. 뭐 하자는 겁니까?”

아직 이 실장에게는 전화를 받지 못한 모양이다.

“미친 겁니까? 대선 직전입니다.”

“예, 대선 직전이라서 그렇게 했습니다.”

“뭐라고?”

매섭게 나를 보는 수석이다.

“이게 진짜 미쳤나?”

그는 이제 대놓고 내게 지랄 중이다.

‘참아야 하나?’

욱하는 순간이다.

“수석님, 저한테 고마워하셔야 합니다.”

“뭐라고?”

“야당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5억을 여당 조 의원에게 줬냐고 추궁을 했습니다. 어떻게 주변을 관리하는 겁니까? 내가 안기부가 야당을 시찰한다는 소리는 풍문으로 들었지만, 야당이 여당중진의원을 감시하고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 여당중진의원 여당 핵심 의원 맞습니까?”

“뭐라고요?”

“혹시 철새 아닙니까? 자기 편한 대로 둥지를 트는 그런 잡새 아니냐고요. 그게 아니면 야당에서 어떻게 제가 정치후원금을 지원했다는 것을 압니까?”

이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이간책이다.

‘내가 알아보니!’

여당중진의원은 이미 두 번 당을 옮겼다. 물론 처음에는 공화당을 탈퇴하며 당을 옮겼고 그다음에는 3당 통합 때 여당에 합류했다. 하여튼 두 번 당을 옮긴 것은 사실이다.

“지금 조 의원을 의심하는 겁니까?”

“세상에 누구를 믿습니까? 제가 야당 정치공작에 휩쓸려 갈 뻔했습니다. 그래서 제 나름에 대비를 한 겁니다. 저는 사실 야당에도 정치후원금을 줬습니다. 그래서 똑같이 증여 신고를 했습니다. 그러니까 여당만 난리가 난 것이 아닙니다. 야당에서도 지금 난리가 났을 겁니다.”

“아······!”

경제수석이 탄성을 터트렸다. 그리고 뭐 이런 미친놈이 다 있냐는 눈빛을 보인다.

“돈도 좋지만, 정치 공작에 휘말려서 패가망신하기도 싫습니다.”

“만났습니까?”

이 실장에 관해서 묻는 것이다.

“예, 만났습니다.”

“그런데도 그랬다는 겁니까? 합의해놓고 이래도 되는 겁니까?”

“나부터 살아야죠.”

“백범 대표.”

나를 다시 노려보는 경제수석이다.

“당신 꼭두각시는 못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사업 이야기를 했지, 사기와 묘략을 제의한 것 아닙니다.”

결국, 내 성질에 못 이겨서 할 필요도 없는 이야기를 해버리고 말았다.

“백범.”

죽일 듯이 노려보며 내 이름을 부르는 경제수석이다.

“왜?”

이제 막간다.

“뭐, 뭐라고······?”

내가 자기한테 반말로 되물으니 저리 황당한 눈빛을 보이는 것이다.

“너 이러고도 대한민국에서 사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해?”

“못 하면 말지.”

“이 또라이 같은 놈이!”

“멱살이라도 잡고 싶으세요?”

“미쳤어?”

청와대에 와서 경제수석에게 이런 소리를 하는 놈은 나밖에는 없었을 것이다.

“내가 미치기는 미쳤는데 좀 곱게 미쳤어요. 지금은 그 제안이 엄청나게 자극적이고 구미가 당기지만 특혜에 의한 우회상장을 하고 그에 따라 시세차익을 얻고 주가까지 조작하면 나중에 나는 특경제 위반으로 교도소에 가야 해. 늙어서 콩밥으로 건강 유지해야 한다고, 거기다가 왜 이렇게 일을 어렵게 갈까?”

내 물음에 경제수석의 눈빛이 떨렸다.

“아전이라고 해도 큰일에서 자기 논부터 물을 대면 안 되지.”

나는 경제수석을 아전이라고 비하했다. 하여튼 이렇게 치고 나갈 때는 대차게 치고 나가야 한다. 이미 적은 만들었고 적에게 내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줘야 할 때다.

“너, 너 혹시 지금 한 말 각하께······.”

“궁금하면 각하께 여쭤보시던가.”

나는 경제수석을 보며 미소를 머금어 보였다.

“너, 너······.”

“나 그냥 안 두고 싶지?”

“이 미친놈!”

“나를 건드려 봐, 그리고 내 주변 사람을 건드려 봐, 내가 입만 뻥끗하면 지구가 흔들려, 대선 직전이야.”

협박이다.

“이, 이······!”

나는 오늘 제대로 적을 만드는 순간이다.

‘성질 죽이고 살아야 하는데······.’

앞으로 뒷감당이 사실 걱정이 된다. 하지만 정권은 바뀐다. 그럼 아전이나 다름이 없는 경제수석의 끈도 떨어지게 될 것이다.

“그럼 이제 저는 돌아가 보겠습니다.”

내가 경제수석에게 살짝 머리를 숙인 후에 돌아섰다.

‘적을 만들었군.’

성질을 부린 대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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