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
71화 제가 미친놈처럼 보이십니까?(2)
각하의 카랑카랑한 성격을 제대로 건드리고 있는 나다. 누가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다면 미쳤다고 했을 것이다.
“한보 그룹 때문에 현재 대한민국 은행들은 부실화에 돌입했습니다. 한보 그룹 사태가 뇌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각하께서도 책임이 있으십니다.”
“니 미쳤나?”
각하께서 대통령이 되신 후 나처럼 직설법을 사용하는 사람은 만난 적이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이런 놈은 없었다. 내가 용자인지 광자인지 나도 구분되지 않는 상태다.
‘나 같은 인간이 하나라도!’
각하의 보좌관으로 있었다면 대한민국 국민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IMF라는 지옥을 경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최소한 대비는 했을 것이다.
“제가 미친놈처럼 보이십니까?”
“미치지 않고서야 이래 헛소릴 지껄이겠나?”
“각하의 수석들은 아무도 이런 충언을 하지 않았습니까?”
사실 청와대 수석들은 대부분 전문성이 없다. 각하께서 대선에 성공하신 후에 그에 따른 공로로 한 자리씩 내어줬다고 하면 딱 맞는 표현이다. 각하가 임명할 수 있는 주요 임명직이 7,000개가 넘고 그 자리는 각각 각하를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공헌한 사람들에게 보상적인 측면으로 돌아간 것이 이 정치계의 실태다.
“이놈 봐라.”
“예, 각하께서는 저를 똑바로 보셔야 합니다.”
이왕 뽑아 든 칼이다. 그러니 망설임 없이 휘둘러야 한다. 사실 따지고 본다면 미친 짓이다. 그리고 아무도 믿지 않을 소리를 나는 하고 있다.
“내가 니를 똑바로 봐라?”
“예. 그러셔야 합니다. 모든 행동과 말은 이유가 존재하고 이익을 위해 움직입니다. 제가 각하께 이런 말씀을 드릴 때 제가 어떤 이익이 있겠습니까? 경제수석이 저를 훌륭한 청년 사업가라고 말했다지요? 저를 그렇게 과대평가해서 포장해 놓은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저는 그냥 각하의 앞에서 태양광 발전 사업이 막대한 기간 투자가 필요하지 않는 사업이라는 것을 열변하고 좋은 부분만 말씀을 드리면 됩니다.”
“그렇기는 하지.”
“예, 그렇습니다. 원래 먹었던 못된 마음으로 말씀을 드릴까요? 태양광 사업은 원자력 발전소처럼 막대한 투자비가 투입되는 발전 사업이 아닙니다. 또한, 화력 발전소처럼 환경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사업도 아닙니다. 거기다가 제가 말한 것은 민간 부분 자가발전 시스템입니다. 이미 건축된 주택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여 그 주택이 사용하는 전기를 자체적으로 생산한다면 기존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민간전기 부분을 산업전기 부분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말씀을 드릴 수 있습니다.”
“으음······!”
“그렇게 말씀을 드리면 각하께서는 이번 대선을 위해서라도 제 사업을 국가 시책 사업으로 선정하실 수밖에 없고 여당 대선 후보께서는 대선 공약으로 태양광 발전 사업을 미래 에너지 사업으로 포장해서 저를 위해 홍보해 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제게 어떤 이익이 돌아올 것 같으십니까?”
“니가 지금 내한테 묻고 있는 기가?”
“예.”
“이게 진짜 미쳤네.”
“예, 미쳤습니다. 제 조부께서 독립운동을 하신다고 그 많은 땅을 파시고 만주로 가셔서 군관학교를 설립하신다고 하셨을 때, 지인들은 다 미쳤다고 했었을 겁니다.”
내 말에 각하께서 나를 뚫어지게 보셨다.
“제가 질문을 드렸습니다. 답해 주십시오.”
“니가 망나니구나.”
“예, 그렇습니다. 칼 차고 온 망나니입니다. 목을 길게 빼 들고 왔습니다.”
“죽기로 각오하고 왔다는 기가?”
“얘,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라고 했습니다. 제가 드린 말씀이 괘씸하니 제 목을 치시겠습니까?”
“하! 정부 보조금을 원해서 그랬던 거 아이가?”
“1차 목표는 그겁니다. 하지만 틀리셨습니다.”
“내가 틀렸다?”
“예, 그렇습니다. 제 진짜 목표는 정부 지급 보증서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 정부 지급 보증서를 이용해 일본이나 미국 또는 유럽 국가에 속해 있는 은행에 가서 정부 지급 보증서를 제시하고 달러를 대출받을 생각이었습니다.”
“와?”
“왜라니요? 제가 말씀을 드렸잖습니까. 여신 거래 때문에 나라 경제가 위태로워진다고 말씀을 사전에 드렸습니다.”
“그러니까······.”
눈빛이 변하는 각하시다.
“대한민국의 경제가 휘청거리게 된다면 환율부터 급등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 현 정부는 환율 방어를 위해 매달 20억 달러를 소모하고 있습니다. 1달러당 800원을 유지하기 위해 쓰지 않아도 될 20억 달러를 쓰고 있다는 말씀입니다. 1년이면 240억 달러입니다.”
“그렇지······.”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은 이런 것이 아닙니다. 선진국으로 간다고 해서 국민이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을 합니다.”
내 말에 각하께서 나를 뚫어지게 보셨다.
“좋다. 그렇다면 내가 우째 하면 되것노?”
“각하, 지금부터라도 환율 방어를 포기하십시오.”
“포기해?”
“예, 그렇습니다. 1993년 중국은 고정환율제에서 위안화를 평가 절하했습니다. 그때가 중국의 충북의 원년입니다. 위안화의 가치가 하락하게 된다면 수출이 증대됩니다. 그에 따라 달러의 유입이 늘어나게 됩니다. 단기적이기에 그 효과는 미미하지만 보유 외환이 늘어나게 됩니다.”
물론 환율이 하락하게 된다면 국민은 또 다른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환율이 하락하면서 국민의 재산 자체가 하락하는 효과가 발생하게 될 테니까. 하지만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다.
“그런 후에는?”
내 말에 이제야 관심을 보이시는 각하시다.
“미국과 담판을 지으셔야 합니다.”
“왜?”
“미국이 대한민국 경제의 불확실성 때문에 달러를 회수할 수밖에 없게 언론을 유도한다면 대한민국에 투자한 외국 투자자들은 달러를 회수할 테니까요.”
“니가 지금 한 말은 미국이 대한민국의 경제를 휘청거리게 만든다는 소리가?”
“예, 그렇습니다.”
“이거 진짜 미쳤네, 미국은 우리의 우방이다.”
“일본은 미국의 우방이 아니었습니까? 일본은 초고도 성장을 이어오다가 엔화 절상을 강요당한 후에 경제성장 버블이 붕괴가 됐습니다. 아실지는 모르겠지만 도쿄의 부동산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폭락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일본이 자신들의 경쟁 상대가 된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에 따라 일본의 성장을 억제할 방법이 필요했던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지금 니가 날 가르치는 거가?”
“모르셨다면 어린아이에게라도 배우셔야죠.”
“이거 진짜 미친놈이네.”
“예, 그렇습니다.”
“좋다, 말을 해보라고 했으니 끝까지 함 들어보자. 그래서 미국하고 내가 어떻게 담판을 지으라는 기고?”
“현재 미국은 IT산업의 활발한 움직임 때문에 초고도 성장을 이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산업 중에 핵심은 금융과 무기 산업입니다. 대한민국은 분단국가입니다. 미국 국적의 기업에 더 많은 무기를 사십시오. 현재 3차 율곡사업이 끝난 상태입니다. 하지만 방위력 증강 사업이 다시 추진되고 있습니다.”
율곡사업은 1974년 대한민국 국군의 통합 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실질적인 전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수립된 사업이다.
‘졸라 비리가 많은 사업이었지.’
제대로만 됐다면 대한민국 국군은 엄청난 전력 증강을 이뤘겠지만, 워낙 많은 비리가 있었기에 원래 계획했던 것에 30%의 전력 증강도 이루지 못했고 빛 좋은 개살구밖에는 되지 못했다.
“니는 미쳤는데 모르는 것이 없다?”
내게 물음표를 던지시는 각하시다.
“예, 저는 모르는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미국에게 거대한 선물을 줘야 합니다. 방위력 증강 사업으로 차세대 전투기 사업을 계획하시고 추진하십시오.”
“내는 지금 임기 종료 직전이다.”
“각하의 임기가 끝나시기 전에 국가 부도 위기가 닥칠 겁니다.”
“니 지금 내한테 협박하나?”
“지금까지 이런 보고를 드리는 사람은 없었을 겁니다.”
“없었다.”
“그러니까요. 계속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해봐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마시고 닥쳐올 외환위기를 사전에 봉쇄하셔야 합니다. 아직은 늦지 않았습니다.”
“니는 자꾸 외환위기가 닥쳐올 거라고 하는데 니 말만 어떻게 믿노?”
“그러니까요. 그래서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경제 전반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분별한 어음 거래부터 막으셔야 합니다. 각하께서는 경제 대통령이십니다. 그래서 대한민국 경제 발전을 위해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도 반대했던 금융실명제를 도입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맞다.”
“무분별한 어음 거래부터 개선하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이 상태가 지속이 된다가 결국 어음 거래의 한 축이 무너지기라도 한다면 도미노처럼 모두 무너지게 될 겁니다.”
“으음······.”
각하께서는 만감이 교차하는 눈빛을 보이셨다.
‘내 말을 듣고 긴급대책이 추진된다면?’
미래가 바뀔 것이다. 그리고 나비효과가 나타나게 될 것이고 내가 아는 미래는 내가 모르는 미래로 바뀔 것이다.
“각하, 대한민국 경제는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합니다.”
“그게 말이 쉽다. 지금 내가 만약에 전경련에 속해 있는 재벌들을 불러서 앞으로는 어음 거래를 줄이라고 하면 내 말을 듣겠나? 내가 아까 말했제? 내는 지금 임기 말년이다.”
레임덕 상태다.
“그러시죠.”
“니가 말한 그대로 그런 일은 일어나기 쉽지 않다. 갱제 전문가들이 대한민국 경제는 튼튼하다고 했다.”
“거짓말이라니까요.”
“니가 참말을 하고 있다고 누가 증명해 줄 수 있는데.”
이래서 경제 대통령이 아니라 갱제 대통령인 것이다.
“지금까지 내한테 말을 해서 갱제를 개혁하려는 사람들은 많았다.”
“그럴 겁니다.”
안타까운 순간이다.
“그 사람들 말 들어보면 당장이라도 대한민국 경제가 망할 것 같지만 지금까지 승승장구를 해왔다. 내 솔직하게 한보 사태에 내 책임이 없다고는 말은 못 하겠다. 내 아들놈이 거기에 끼어 있으니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다. 하지만 네가 말한 그대로 추진하면 갱재만 어지럽힌다.”
나는 내 양심을 지킨 것으로 만족해야겠다.
‘나는 분명 말해 줬습니다.’
이건 내 변명거리가 될 것이다.
“하여튼 니처럼 별난 소리 하는 녀석은 처음이다. 니는 말이다. 니가 가진 확신 때문에 너무 천둥벌거숭이처럼 행동한다. 앞을 보고 달리지 말고 옆과 뒤를 살피라. 니가 하는 말이 니한테 얼마나 많은 적을 만들지 알기나 하나?”
“압니다.”
“그래, 지금은 다 안다고 생각을 할 기다. 나도 그랬다. 니 나이 때에는 내가 다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그게 아이데, 모든 것은 세월이 필요한 기다.”
내게 충고해 주시는 각하시다.
“이건 내가 니한테 해주는 충고다.”
“감사합니다.”
“내가 생각해도 니가 나한테 한 말이 아예 없는 소리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네 확신에 내가 움직이면 더 큰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다. 야야.”
각하께서는 나를 친한 조카처럼 부르고 계신다.
“예, 각하.”
“니는 앞으로 사업 할 기제?”
“예, 각하, 그렇습니다.”
“니 확신 때문에 날뛰지 말고 혈기를 죽이라. 그래야 니를 위한 때가 온다.”
현실적으로 나를 위한 때는 오고 있다. 하지만 그때가 오면 대한민국 국민은 절망에 빠질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겨우 30살짜리가 열변을 토하는 국가 부도 위기에 대해 온전히 믿을 사람은 없을 테니까.
“야야.”
다시 각하께서 나를 야야라고 부르셨고 이 순간 나는 김찬 할아버지가 떠올랐다.
“예, 각하.”
“니는 뇌물 주고 여기까지 왔제?”
자신과의 독대를 말씀하시는 것이다.
“예, 그렇습니다.”
“이제 어쩔 기고 니가 니 입으로 쓸데없는 사업이라고 했고 나는 니가 그랬다는 소리는 안 하고 갱제수석한테 안 된다고 말할 거다.”
나를 보호해 주시겠다는 소리다.
“이미 조치했습니다.”
“조치했다고?”
“예, 각하.”
나는 각하에게 여당과 야당에 속해 있는 중진의원에게 준 정치후원금을 세무서에 가서 증여 신고했다는 사실을 각하께 말씀을 드렸다.
“허허허, 니 미친 것 맞다.”
나를 보며 웃으시는 각하시다.
“야야.”
“예, 각하.”
“니는 엉뚱한데 내 마음에 든다.”
“감사합니다. 각하.”
“내 니한테 하나만 물어보자.”
“예, 각하.”
궁금한 것이 있으신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