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65화 (65/415)

# 65

65화 망나니의 결자해지?

고급 룸살롱

“부르셨습니까? 선배님.”

“후배 왔나. 하하하!”

룸살롱으로 들어온 사람은 한호성 과장이었고 그를 맞이한 사람은 경제수석이었다.

“나가 있어.”

경제수석이 옆에 앉혀놨던 아가씨에게 나가라고 말했다.

***

룸살롱.

“태양기업이라는 미상장 회사가 있어. 법인회사는 아니고 개인회사인데 곧 주식회사로 전환이 될 거야.”

놀랍게도 한호성은 자기 부친 말고도 상당한 배경을 가지고 있었다.

“아, 그렇습니까?”

눈동자가 반짝이는 한호성이었다.

“그 회사가 주식회사로 전환이 되면 우회상장을 할 거야.”

“우회상장이라고 하셨습니까?”

“그 전에 꽤 많은 지분이 확보가 될 거고, 으흐흐!”

눈동자가 커지는 한호성이었다. 그리고 직감적으로 이게 먹잇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운수대통이군. 으흐흐!’

백범을 만났고 말도 안 되는 풋옵션 계약을 해서 대박을 터트릴 음모를 꾸미고 있는 상황인데 우회상장을 할 회사에 대해서 경제수석이 자기에게 말해주고 있으니 이 역시 대박이라는 생각이 드는 한호성이었다.

“후배가 핸들링을 좀 해. 항상 잘해온 것처럼 이번에도 잘할 거라고 믿어.”

“아, 제가요.”

“내가 믿을 사람이 자네밖에 더 있나?”

“얼마나 운영하실 생각입니까?”

“정권 말기잖아, 나도 준비를 해야 하고 계속 수석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50억 정도 생각하고 있네. 미리 확보해 놓은 지분까지 하면 100억 이상이겠지.”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경제수석이다. 이래서 쉬운 방법을 놔두고 어려운 길을 택한 경제수석이었다.

“총알이 준비가 되면 나도 높은 감투 한번 쓰고 정치 한번 해보려고.”

“정치자금을 준비하시는 거군요.”

“잘할 수 있겠지.”

“물론입니다.”

“각종 호재가 우회상장을 하자마자 튀어나올 거야. 대부분 후원금으로 쓰이겠지만 그중에 상당 부분은 내 몫이지.”

이래서 배운 놈들이 나쁜 짓을 더 잘하는 법이다.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제가 차명으로 잘 핸들링하겠습니다. 그런데 선배님.”

“왜?”

한호성은 경제수석이 실세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회상장을 통해 주가 조작을 시도한다는 것은 다음 대권의 주인이 될 사람과도 손을 잡았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옵션이라는 투자 상품이 있습니다.”

“그래서?”

경제수석이기에 한호성이 무슨 말을 하는지 바로 알아차린 눈빛을 보였다.

“나라가 망하는 것에 150억을 투기한 멍청이가 있습니다.”

“풋옵션으로 때린 거야?”

“예, 그렇습니다.”

“반대 투자를 하면 되겠군.”

역시 못된 놈은 못된 쪽으로 머리가 잘 돌아가는 법이다.

“그렇습니다. 투자하시겠습니까?”

“자네는 제비군. 하하하!”

“예?”

“강남에서 호박씨를 물고 왔어, 하하하!”

“맞습니다. 대후증권이 강남에 있죠.”

서로 기분이 좋았는지 농담을 주고받고 있다.

“선배님, 제 이야기 자세히 들어보시겠습니까?”

“뭔데?”

경제수석은 탐욕에 사로잡혀 눈동자가 커졌다. 그리고 한호성은 자기 부친에게 했던 말을 경제수석에게도 그대로 말해 줬다.

“하하하, 배포가 커.”

“같이하시겠습니까.”

“해야지. 크게 먹는 판에 앉지 않을 이유가 없지.”

못된 놈 또 하나가 백범의 마수에 걸리고 있다.

‘백범이 주식으로 돈을 벌어주고, 네가 옵션으로 돈을 벌어주면, 으흐흐!’

이렇게 인간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이는 존재다.

* * *

판교 본가.

나는 아침에 바로 아버지를 찾아갔다.

농부는 부지런해야 할 직업이다. 그리고 아버지는 그 누구보다 부지런하신 분이시다.

“아침부터 무슨 일이냐?”

갑작스러운 내 방문에 아버지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셨다가 담담한 어투로 내게 말씀하셨다.

“아버지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아버지께는 이실직고를 할 참이다. 나를 믿어주신 분이시니 석고대죄의 마음으로 또 고해성사의 심정으로 말해드리고 싶다.

“돈은 더 없다. 네가 탈탈 털어가서 없다.”

“예, 압니다. 이제 아버지는 저 때문에 빈털터리시죠.”

나도 모르게 씁쓸하게 웃고 말았고 아버지께서는 나를 빤히 보셨다.

“너 며느리랑 싸웠냐? 아니면 혹시 난리 났냐?”

아버지께서는 뜬금없는 말씀을 내게 하셨다.

“예?”

“아니다, 됐다. 할 말이 뭐냐?”

“아버지, 제가 의욕이 너무 앞서서 잘못된 투자를 했습니다.”

“사업하다 보면 그렇지.”

아버지께서는 덤덤히 내게 말씀하셨다.

“그 잘못된 투자를 준비하기 위해 불법적인 일을 저질렀습니다.”

내가 아버지께 말씀을 드렸고 아버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할아버지에게 부끄러운 손자가 됐습니다.”

“쯧쯧.”

바로 혀를 차시는 아버지다.

“못난 놈.”

“죄송합니다. 다 바로잡으려면 100억의 손실을 보아야 합니다.”

“바로 잡을 수 있는 거야?”

안도하는 눈빛을 보이시는 아버지시다. 돈을 잃은 것보다 내가 바로잡겠다는 말에 안도하시는 것이다.

“예, 한 가지 빼고는 다 바로 잡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한 가지도 이익을 취하지 않으면 죄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업 나부랭이를 한다고 누구한테 뇌물을 줬냐?”

“죄송합니다.”

“그래서 바로 잡겠다고?”

“예, 아버지.”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냐?”

아버지가 나를 보며 말씀하셨다.

“아버지처럼 살고 싶어졌습니다.”

이건 진심이다. 아버지는 법이 없어도 사실 분이시니까. 그리고 내 아내를 위해서라도 바로 잡아야 할 일이다. 그리고 많은 것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농사짓고 살게?”

표정이 밝아지는 아버지시다.

“잘 생각했다. 땅은 죄짓지 않고 살게 해준다.”

천성이 농사꾼이신 아버지시다.

“저는 농사꾼이 될 생각은 없습니다.”

“알아.”

“더 잘못되기 전에 바로 잡아놓겠습니다. 그거 말씀드리려고 왔습니다.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다시는 부끄럽지 않게 살겠습니다.”

“내 아들 잘난 놈, 하하하!”

돈에 저렇게 초연할 수 있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네 할아버지께서 기뻐하실 거다. 범아.”

“예, 아버지.”

“죄짓고 사는 거 아니다. 죄는 항상 벌로 되돌아오는 법이다.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언젠가는 다 돌아오게 되어 있다. 나는 지금도 네가 행복해 보인다. 돈이 더 있어봐야 지금보다 얼마나 더 행복하겠냐? 그냥 사업하기 힘들면 돈만 쓰면서 살아도 된다.”

물론 나는 속으로는 아버지의 말씀을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다.

“바르고 똑바로 행동해서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죄짓지 않고 살겠습니다.”

“하하하, 너 낳고 두 번째로 뿌듯하다.”

“첫 번째가 아니고요?”

“첫 번째는 며느리 데리고 왔을 때였다.”

“아, 예, 아버지, 저도 제가 제일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 항상 후회할 일은 하지 말고 살자.”

“예, 알겠습니다.”

“밥은 먹고 다니니?”

100억을 날리겠다고 말했는데 그 돈은 안중에도 없으신 아버지시다.

“먹고 나왔습니다.”

“며느리 밥은 챙겨 줬고?”

“예.”

“잘했다. 며느리 공부하느라 힘들 거다.”

아들보다 며느리 걱정을 더 하시는 아버지시다.

“그리고 혹시 소식은 없냐?”

한없이 궁금한 눈빛으로 나를 보시는 아버지시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랫집은 벌써 셋째 손자 봤다더라.”

“예, 분발하겠습니다. 아버지.”

이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왜?”

“땅문서 좀 주십시오.”

내 말에 나를 빤히 보시는 아버지시다.

“꼭 있어야 하냐?”

“예, 사채를 빌려야 합니다. 불법 대출을 받았습니다. 조기 상환하고 싶습니다.”

“알았다.”

정말 돈에는 초연하시는 아버지시다.

“그런데 범아.”

“예, 아버지.”

“며느리도 아느냐?”

“아직 모릅니다.”

“부부끼리 모르는 것이 있으면 안 된다.”

“말하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해라.”

그렇게 나는 아버지께 아버지가 가지신 모든 땅문서를 받아냈다.

‘정말 불효자군.’

그저 죄송할 뿐이다.

* * *

태양기업 사무실.

내가 태양기업 사무실로 들어서자 내게 제일 먼저 달려온 사람은 박태웅이다.

‘봤구나.’

도덕책이 발동되는 순간일 것이다.

“대표님!”

그의 목소리가 냉랭했다.

“왜 그러십니까? 박 이사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한 마디로 박태웅의 목소리는 카랑카랑하다.

“잠깐만요.”

나는 박태웅에게 말했다. 그리고 김 비서를 봤고 투자 담당 부장을 봤다.

“김 비서님, 황 부장님.”

“예, 대표님.”

“투자금 청산 절차 돌입하십시오.”

“예?”

내 말에 바로 놀란 눈빛으로 변하는 두 사람이다.

“현 시간부로 개인투자자들에게 투자를 받은 모든 투자금과 그 투자금에 대한 약속된 이자를 지급하십시오.”

“왜, 왜 갑자기?”

황 부장이 놀라 말까지 더듬으며 내게 물었다.

“오늘 중에 완료하십시오.”

“대표님, 지금 투자금을 반환하고 투자금에 대한 이자까지 지급한다면 최소한 손실액이…….”

투자 유치 담당 부장이 내게 대략적인 손실 액수를 말해 줬다. 사실 저들에게는 낮도깨비 짓처럼 보이는 순간일 것이다.

‘이게 망나니지.’

제대로 살아가는 망나니가 될 생각이다.

“실행해 주십시오.”

결정을 내렸다. 그러니 후회도 번복도 하지 않을 것이다.

‘다 가졌을 때도 행복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홀가분하기는 하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철저하게 대비를 해야 한다.

“……예.”

나는 지시를 내리고 박태웅을 봤다.

“사장실로 들어가서 이야기합시다.”

“……예.”

이 순간 박태웅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해졌다.

* * *

태양기업 사장 사무실.

“불법 대출 청산할 겁니다.”

“아……!”

놀란 눈빛으로 변하는 박태웅이다.

“그 말씀을 하시려고 그러신 것 아닙니까?”

“그, 그렇습니다.”

왜 갑자기 이러냐는 눈빛이다.

“내가 욕심이 많았었습니다. 어제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까, 첫 단추를 잘못 끼웠던 것 같습니다. 불법적인 일을 하지 않고도 돈을 벌 방법은 많은데 너무 조급했습니다.”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게요. 저도 지금 후회 중입니다.”

“불법 대출을 받으신 것 말입니까?”

“제가 청산을 직원들에게 지시한 것에 대해 후회하고 있습니다.”

나는 박태웅에게 말하고 피식 웃었다.

“아!”

박태웅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눈빛으로 나를 봤다.

“이미 내 변명에 대해 반박할 자료는 계산했을 것이고 손실 금액이 총 얼마입니까?”

“정말 손실 금액을 감당하실 생각입니까?”

박태웅은 김이 빠졌다는 눈빛을 보였다.

“바로 잡아야겠습니다. 말년에 교도소에서 보내고 싶지 않아졌습니다.”

“대표님은 정말 특이하십니다.”

“정확한 손실금은 얼마입니까?”

“110억입니다.”

내가 추측했던 것보다 10억이 초과다.

“그럼 제게는 190억만 남았습니다.”

물론 거기다가 사채 빛 600억도 플러스를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조비가 그 할머니를 내게 소개해 줘야 하고 그 할머니가 내게 돈을 빌려줘야겠지만 말이다.

“이제 어쩌실 겁니까?”

“태양기업을 종합 투자 금융으로 전환할 생각입니다.”

투자만 할 생각이다.

“대표님, 정말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박태웅이 내게 물었다.

“똑바로 살고 싶어졌습니다.”

내 말에 피식 웃어 버리는 박태웅이다.

“그러니 주머니에 넣어둔 사표는 찢어 버리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제가 미친 것 맞죠?”

“예, 그렇습니다. 그래도 곱게 미치셨습니다.”

“먹이는 겁니까?”

“하하하, 그렇게 되는 겁니까? 그리고 이것부터 봐주십시오.”

사표를 던지고 바로 뛰쳐나갈 생각이었는지 박태웅은 서류 가방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서류 가방에서 외국투자 계획서를 꺼내 내게 내밀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