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56화 (56/415)

# 56

56화 음모가 시작되다.

“제가 알아본 것으로는 대표님께서는 저보다 두 살이 많은 것으로 들었습니다. 그런데도 저를 선배님이라고 부르시려는 것은 제게 궁금하신 것이 많아서 입니까? 그게 아니면 저에 대해서 미리 알아보셨고 마음에 드셨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되겠습니까?”

“저는 제 아내의 안목과 추천을 믿습니다.”

내가 박태웅에게 말했고 박태웅은 그저 놀랍다는 눈빛이다.

‘종합 주가 지수 풋옵션에 투자한다면 100배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나는 300억을 투자할 생각이고 100배의 수익을 올리게 되면 론스타에 빼앗길 은행을 빼앗기지 않아도 된다.

‘거기다가!’

한호성!

그 인간에게도 독 사과를 건넬 수 있다. 아마 한호성은 내가 건넨 독 사과를 베어 물며 나를 호구로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절대 끝난 것이 아니다.

‘결국, 또 처가 뒤치다꺼리군.’

아들을 조지고 그 아비까지 조져놓을 참이다.

‘그리고!’

박태웅의 치명적인 약점은 호기심이다. 그와 함께 경제를 도덕의 기준으로 보는 몽상가적 발상일 것이다.

“모든 의구심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는 뛰어난 경제인, 하지만 누구도 옆에 두려고 하지 않는 도덕책이라고 했습니다.”

“양심을 버리면서까지 제가 가지고 싶은 것이 아직은 없어서 그럽니다. 호칭은 나중에 정리하시죠. 지수 투자 분야 중에서도 세부적으로 들어가서 어떤 것이 궁금하십니까?”

“옵션 투자입니다. 특히 풋옵션 투자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제게 심어주십시오.”

“풋옵션이라? 대한민국이 혹시 망한다고 생각하고 계십니까?”

박태웅이 내게 말했다.

그리고 조금 전과는 사뭇 달라진 눈빛이다.

“망합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그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순응하고 대비해야겠습니다.”

국가 부도 상황에 대해서 말이 통할 것 같다.

‘세계 금융 위기도 예견했으니까.’

박태웅은 천재다.

하지만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 천재다.

사업가나 투자 전문가에게 양심은 필요 없으니까.

“대한민국을 망하게 하실 것은 아니시고요?”

“제가 재벌입니까?”

많은 의미를 담아 박태웅에게 내가 말했다.

“작금의 재벌들이 대한민국을 망하게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그런 개념으로 접근하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그날이 온다면 대한민국 정부는 어떤 선택에 놓이게 될 겁니다. 그리고 시장 경제 논리에 의해 자신들이 유리한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재벌이라도 살려야 한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래야 자신들의 은퇴 후 생활이 편안할 테니까요. 저는 딱 거기까지만 생각할 참입니다.”

“경제에 대해서 해박하신데 제가 꼭 설명해 드릴 필요가 있겠습니까?”

“흐름을 잡은 것과 세부적인 포인트를 짚어 내는 것은 또 다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시다면 달러를 매입하십시오. 기업가이시니 다량의 달러를 매입할 방법은 쉽게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태양기업이라고 했죠?”

“그렇습니다.”

“태양광 발전 사업이 기본 사업으로 알고 있습니다. 달러 투자도 받으시더군요. 이미 준비하고 계시겠군요.”

“600억을 달러로 매입해 예치해둔 상태입니다.”

“그런데 주가 지수 선물투자까지 하시겠다는 것은 독식하시겠다는 겁니까?”

“하면 안 됩니까?”

“막을 생각은 해보지 않으셨습니까?”

도덕책이 펼쳐지는 순간이다.

“막을 수 있습니까? 막아보려고 하셨습니까? 방법이 있던가요?”

“으음······.”

“제게도 당장은 없습니다.”

나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변한 박태웅에게 말했다.

“당장은 없다는 말씀은?”

나는 지금 박태웅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그다음은 또 모르죠. 누군가가 말했습니다. 정의 없는 힘은 폭력이고 힘없는 정의는 무능력이다. 그 말을 바꿔 볼까요? 아무것도 없는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가지지 못한 자의 외침은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에 불과하고 가지지 못했던 자가 가지게 됐을 때 그 과거를 스스로 버리죠.”

최 배달의 명언을 통해 나는 지금의 내 마음을 박태웅에게 전했다.

“힘을 가진다면?”

“일어날 일을 막지는 못할 겁니다. 하지만 일어난 후를 대비할 수는 있지 않겠습니까? 결국, 가장 힘들고 고통을 받는 사람은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그러니 지금은 잠시 도덕책을 덮으세요. 홀로 독야청청하신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없습니다.”

“······.”

“그저 비겁하게 부끄럽지 않을 뿐입니다.”

내 말에 박태웅은 나를 빤히 봤다. 그는 지금 심적 갈등을 겪고 있을 것이다.

‘양심적인 인간들은!’

자신의 비겁함과 무능함을 감추기 위해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외면한다. 그리고 박태웅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옵션이라고 하셨습니까?”

내가 박태웅이 말했다. 그의 눈빛은 이제 의미심장하다.

“그렇습니다. 조금만 더 생각을 다르게 해보세요. 제갈공명이라는 천재가 왜 유비를 선택했겠습니까?”

“이용하기 편해서겠죠.”

“당신의 양심을 실천할 도구로 나를 선택해 보는 것이 어떻습니까?”

“능변가시군요.”

“말은 세상을 바꾸지 못합니다. 하지만 행동은 할 수 있습니다.”

나는 박태웅을 내 사람으로 만들 것이다.

‘전생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니까. 그리고 추가하는 삶도 다르다. 그러니 도덕책이라는 박태웅을 움직일 수 있고 옆에 둘 수 있다.

* * *

여당 대표 집무실.

“태양광 발전 사업을 국가 지원 사업으로 선정해서 국가사업으로 시행하면 여러 방면으로 차후에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또한, 이번 대선 공약에도 포함을 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백범을 만났던 여당 중진의원이 이희창 대표에게 말했다.

“태양광 발전 사업이라고 했습니까?”

“그렇습니다. 태양으로 에너지를 만든다, 국민에게는 과학적으로 보일 것이고 미래 산업처럼 보일 겁니다. 그리고 또 하나, 뉴스마다 석유가 60년 이후에는 바닥이 난다고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태양광 에너지 사업을 대선 공약으로 선정하신다면 국민에게 60년 후까지 대비하는 대통령 후보로 보이실 겁니다.”

“그렇기도 하겠군요.”

“청와대에도 보고가 될 예정입니다.”

백범이 던진 돌이 대한민국 정치계에 엄청난 파문을 몰고 올 가능성이 컸다.

“각하께서는 어떤 반응을 보일 것 같소?”

“가카께서는 진취적인 분이시지 않습니까. 허락하실 겁니다.”

여당 중진의원은 경상도 특유의 발음으로 각하를 가카라 말했다.

“그렇다면 국회 통과가 가장 큰 걸림돌이겠군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밀어붙일 수 있습니다.”

“야당의 동의 없이는 어렵지 않소.”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 * *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각하.”

“치아쁘라. 그기 말이 되나?”

“미국과 유럽은 이미 태양광 발전 사업에 착수했습니다. 대한민국도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신생에너지 개발 사업에 착수하셔야 합니다.”

“치아라고 했다. 금수강산에 나무들 다 베어 버리고 판떼기로 깔자는 소리가.”

“각하.”

“무슨 의도고?”

대통령이 경제수석에게 말했다.

“각하······.”

“돈 부족하나?”

“으음······.”

“와, 말이 없어.”

“정권이 바뀌어서는 절대 안 됩니다.”

“그건 우리가 결정할 일이 아이다. 국민이 결정할 일이다.”

“아드님도 구속된 상태입니다. 이 상태에서 정권이 바뀌게 되면 정치보복을 당할 수도 있으십니다.”

“니 지금 뚫린 입이라고 막말하나. 김대준이 그런 사람 아이다.”

“그의 휘하에 있는 사람들은 어찌합니까?”

“으음······.”

“말 그대로 신생에너지 개발 사업입니다.”

“원전 안 있나?”

“그러시다면 백범 대표를 한번 만나보십시오.”

“고얀 놈이네.”

대통령은 인상을 찡그렸다.

“이희창 대표를 돕는 일입니다.”

“알았다. 고얀 놈 얼굴 함 보자.”

“예, 각하.”

“그건 그렇고 갱제는 어때?”

“올해도 7%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습니다.”

“학실하제?”

“예, 각하. 이미 대한민국은 선진국의 대열에 올랐습니다. 경제기반이 튼튼해졌기에 문제가 될 것은 없습니다.”

“하모!”

IMF를 촉발을 시키는 뇌관은 이미 터진 상태였고 그 뇌관을 터트린 것에 일조한 사람 중 하나가 대통령의 아들이었다.

“잘 마무리를 하겠습니다.”

“골치가 아프다카이.”

* * *

국제호텔 레스토랑 특실.

“옵션거래에서 특정한 기초자산을 장래의 특정 시기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팔 수 있는 권리를 매매하는 계약을 말합니다.”

박태웅이 내게 말했다. 그가 지금 옵션에 대해서 내게 설명하고 있는 것은 나를 자신의 도구로 쓰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는 의미다.

‘서로를 이용하는 것이 관계다.’

그는 나를 이용하고 나는 그를 이용해서 내일을 준비할 참이다.

“풋옵션은 콜옵션과 상반된 개념으로, 매매하는 자산의 종류에 제한은 없으나 일반적으로 옵션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것은 주식과 사채이다. 물론 주가 지수 선물에도 투자할 수 있습니다.”

“향후 1년 이후에 어디까지 하락할 거로 생각하십니까?”

현재 대한민국 종합 주가 지수는 800포인트 구간이다.

“얼마나 지수가 하락하기를 원하십니까?”

“제가 원한다고 되겠습니까.”

“바라시는 구간이 있지 않습니까?”

“300포인트.”

나는 이미 하락할 종합 주가 지수에 대해 알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대한민국은 국가 부도입니다.”

“여신 거래가 그렇게 만들 것 같습니다. 계속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내 요청에 박태웅은 풋옵션에 대해서 자세하게 내게 설명을 해줬고 나는 풋옵션과 콜옵션에 대한 완벽한 개념을 확립했다.

“얼마나 투자하실 생각입니까?”

“여섯 곳의 증권사에 50억씩 종합 주가 지수 300포인트에 총 300억 투자할 생각입니다.”

내가 박태웅에게 말했다.

그리고 그는 입이 쩍 벌어졌다.

“그렇게 되면······!”

“막지는 못해도 그 이후는 대비할 수 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지속해서 성장하고 부흥할 거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내가 종합 주가 지수 300포인트에 옵션 투자를 실행하겠다면 미친놈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미친놈이 세상을 바꾸지.’

물론 대한민국을 좋은 나라 만들려고 이러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내 주변 모든 것을 지키기 위해 투자한다.’

일반적인 투자가와 나는 포지션부터 다른 것이다.

“내일부터 저와 증권사에 옵션 투자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동행하시겠습니까?”

내가 박태웅에게 말했다. 그리고 박태웅은 나를 빤히 봤다.

“목표가 뭡니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순간이다.

“지키는 겁니다.”

“무엇을 지키려고 하십니까?”

“내 사람들을 지킬 겁니다.”

“그 사람들 속에 저도 포함되어 있습니까?”

“저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제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말씀해 보십시오.”

모든 일에는 대가가 존재하는 법이다. 그리고 나는 박태웅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잘 알고 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