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53화 (53/415)

# 53

53화 깡그리 정리하다?(2)

동교동 김대준의 자택.

야당 중진의원과 김대준이 바둑을 두고 있었다.

“오늘 저녁이 어떠십니까?”

“오늘 저녁?”

“백범 대표를 한번 보고 싶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백범을 다시 한번 거론되는 순간이다.

“권 의원은 그 청년이 마음에 드는 모양입니다.”

김대준은 잘 웃지 않는 성격으로 무뚝뚝했고 선거 때에도 환한 미소를 잘 지어 보이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백범을 거론하자 미소를 보였다. 그 미소에 권 의원은 김대준이 백범을 마음에 들어 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개인적으로도 마음에 들지만, 보수층의 표를 총재님 쪽으로 돌리는 역할을 해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 관심이 있습니다. 사실 저쪽 표 한 개면 두 표의 효과가 아니겠습니까.”

정치와 약탈의 공통점은 남의 것을 빼앗으며 이익을 취하는 것이리라.

“권 의원은 나를 대통령을 못 만들어서 병난 사람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총재님이 꼭 대통령이 되시기를 바라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더 늦기 전에 백범 대표를 만나십시오.”

“내가 그를 만나면 여당에서 그 청년에게 관심을 가지겠지?”

“그럴 가능성도 큽니다.”

“그래서 고민입니다. 내가 이번 대선에 된다는 보장도 없고······.”

“그러니 더 만나셔야 합니다.”

“그 청년을 만나고 이번 대선에서 낙선하게 된다면 여당에서 보복할 겁니다.”

“그러니 꼭 당선되셔야 합니다. 오늘 저녁에 만나보십시오. 제가 전화를 넣겠습니다.”

야당 중진의원의 말에 김대준 총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내가 당선된다면······!’

백범의 조부에게 입은 은혜가 있기에 적극적으로 밀어줄 생각을 하는 김대준 총재였다. 하지만 그냥 밀어주면 자신을 추종하는 세력들의 반발이 생길 거라는 생각이 드는 그이기도 했다.

“좋습니다. 그 청년에게 전화 한번 넣어보세요.”

“예, 총재님.”

* * *

고급 한식당 특실 앞 복도.

나는 특실 밖에서 어르신이 한풀이를 제대로 할 수 있게 기다려 주고 있고 복도에는 처남댁이 자기 아버지를 말리는 소리만 들렸다.

‘잘 참네.’

회초리를 맞아본 사람은 안다. 야구방망이로 엉덩이를 맞는 것보다 더 짜증 나게 아픈 것이 회초리다.

따르릉, 따르릉!

그때 내 휴대전화가 다시 울렸다.

딸깍!

“여보세요.”

-백범 대표, 잘 지내셨습니까?

전화를 걸어온 사람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싸한 느낌을 받았다.

‘권 의원?’

그는 김대준 총재의 최측근이다.

“안녕하십니까? 의원님.”

복도이기에 정확한 호칭을 생략하고 말했다.

-백범 대표, 오늘 저녁 어떻습니까? 총재님께서 백범 대표를 꼭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태양광 발전 사업 이야기를 괜히 꺼낸 것 같다. 거기다가 나는 상해 임시정부 요인이었던 독립 운동가의 후손이다. 그리고 돈도 많다.

이런저런 이유로 정치권에서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는 존재다. 하지만 지금까지 진짜 백범은 망나니로 살았기에 이런 연락이 없었었다.

“그렇습니까?”

-예, 오늘 저녁 동교동에서 총재님과 식사를 하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물어보고 있지만, 이것은 강요이며 통보다.

“오늘이라고 하셨습니까? 죄송합니다, 의원님. 오늘은 제가 선약이 있습니다.”

-선약이라고요?

권 의원의 목소리가 살짝 변했다.

“예, 선약이 있습니다.”

다시 한번 선약을 강조해 말했다.

-으음, 그렇다면 어쩔 수가 없지요. 총재님께서 서운하실 겁니다.

“서운하셔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저는 약속을 하면 지키는 사람이고 먼저 제 아내와 저녁 식사 약속을 잡았습니다.

-아하, 그렇군요. 그럼 같이 오시면 됩니다.

권의원이 내게 말했다.

‘집요해?’

집요해진 이유가 궁금해질 뿐이다. 마치 내가 어떻게 나오려고 그러는지 시험하는 느낌이 들 정도다.

“그 역시 죄송합니다. 제 아내는 사법연수원생이고 준공무원이기에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사람입니다. 다음에 따로 찾아뵙겠습니다.”

-하하하, 그러시군요.

권 의원의 목소리가 싸해졌다.

“죄송합니다.”

-백범 대표, 오늘이 백범 대표의 사업에도 기회라면 기회일 겁니다.

“그래도 죄송합니다. 그리고 의원님, 전에 제가 드린 말씀을 잊으신 모양입니다.”

나는 지금 강력한 대권 후보 김대준의 부름을 쌩까고 있는 것이다.

-무슨 말입니까?

“저는 제가 한 행동을 모두 잊어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저는 제 조부님처럼 이름 없는 사업가로 남고 싶습니다.”

-무슨 말인지 잘 알겠습니다. 바로 바꿔드리겠습니다.

그때 권 의원이 김대준 총재에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바꿔?’

대통령이 될 사람과 통화할 것 같다.

-에······. 안녕하시오. 나 김대준이요.

‘특유의 에······.’

김대준 맞다.

“예, 선생님.”

다들 김대준을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백범 대표, 다음에 식사나 합시다. 에······. 혹시라도 마음이 쓰일까 해서 전화를 바꾸라고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음에 따로 찾아뵙겠습니다.”

-기다리겠소.

뚝!

바로 전화를 끊었고 본론만 말하면 내가 다음 대통령이 될 김대준의 요청을 깠다는 것이다.

‘권 의원이 나를 괘씸하게 생각을 하겠군.’

그래도 상관없다. 내 아내와 한 약속이 내게는 더 중요하니까.

* * *

동교동 김대준의 자택 거실.

뚝!

전화를 끊고 김대준이 휴대전화를 권 의원에게 건넸다.

“권 의원.”

“예, 총재님.”

“너무 몰아붙였습니다.”

“사실 괘씸하기도 하고 어떻게 나오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몰아붙여 봤습니다.”

“그래서요?”

“정말 마음에 드는 청년 아닙니까?”

권 의원이 미소를 보였다.

‘그래야, 그분의 손자지요.’

김대준 총재는 마음속으로 흐뭇해하며 미소를 보였다.

“그렇습니다. 마음에 듭니다. 그러니 올 때까지 기다려 봅시다.”

“예, 총재님.”

“내게 올 사람이라면 언젠가는 오겠지요.”

하여튼 백범은 김대준 총재의 초대를 보란 듯 깠다.

-네 이름은 뭐냐?

-도요타 다이슈입니다.

-그래? 나는 백선우다. 이름을 바꾼 것이 어린 너의 죄는 아니지, 다 어른의 죄다.

-왜 못 이기는 싸움을 하십니까?

-너 같은 소년에게 진짜 이름을 찾아주려고.

다시 한번 독립운동가 백선우 선생이 떠오르는 김대준이었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이미 나는 죽었다.’

다시 말해 김대준은 백선우 선생에게 목숨을 빚진 상태였고 그것을 손자인 백범에게 갚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디로 가십니까?

-모두의 만주.

-가셔서 무엇을 하시렵니까?

-무관학교를 세우려 한다. 같이 가겠느냐?

‘그때 그분을 따라갔다면······?’

김대준은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

* * *

고급 중식당 특실.

김대준 총재의 전화까지 받고 나서 나는 조용히 특실로 들어섰고 막내 처남은 회초리 10개가 다 부러질 때까지 맞아서 종아리는 벌건 피멍으로 물들어 있었다.

“아프냐?”

어르신께서 막내 처남에게 물었다.

‘네가 아프면 나도 아프다.’

나도 모르게 내가 환생하기 전에 봤던 드라마의 명대사가 떠올라서 속으로 뇌까려봤다.

“아, 아닙니다.”

“둘이 그렇게 해서 내 마음이 정말 아팠다.”

어르신이 부러진 회초리를 식탁 위에 놨다.

“처남댁 몫이 남았습니다.”

내 말에 막내 처남도 어르신도 기겁한 눈빛을 보였다. 그리고 회초리를 더 들었다가는 큰일이 나겠다는 눈빛을 보였다.

“이제 됐습니다.”

“정말 한풀이가 되셨습니까?”

이런 상황은 어르신의 한풀이를 위해 만든 상황이다.

“참 대단하고 특이한 사돈댁이십니다.”

나를 보며 혀를 내두르는 어르신이다.

* * *

“어르신.”

내 강요에 의한 어르신의 한풀이도 끝이 났고, 지금까지 내게 단 한 번도 눈을 흘기지 않았던 처남댁이 막내 처남의 옆에 앉아 서슬이 퍼렇게 눈을 흘리고 있다.

“알겠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이왕지사 이렇게 됐으니 결혼을 허락하겠소.”

딸 가진 아버지의 한풀이가 끝났으니 어르신은 회초리를 든 것이 미안해서라도 결혼을 허락할 수밖에 없다. 거기다가 처남댁의 배가 점점 더 불러오니 마음이 급한 것은 사실 처남의 처가다.

“감사합니다. 아버지.”

막내 처남은 감격한 듯 어르신을 아버지라 불렀다.

“이왕지사 이렇게 됐으니 둘이 더는 마음고생을 하지 말고 우리 집으로 들어와서 살게.”

어르신의 말에 처남댁이 내 눈치를 봤다. 그리고 막내 처남도 내 눈치를 살폈다.

“아빠······.”

그때 처남댁이 어르신을 불렀다.

“밖에서 얼마나 고생이 많았어? 내가 잘못했다. 그런 짓까지 하려고 했던 이 아빠가 다 잘못했다.”

“아니에요.”

“그러니까 이제는 집에 들어와서 결혼 준비도 하고 출산 준비도 하고 그렇게 하자. 사위도 자식이니 공부도 내가 다시 시켜주마.”

“아빠 고마워, 그런데 우리 살 곳은 이미 정했어요.”

“살 곳을 정해?”

“응.”

“거기가 어딘데?”

“시매부님 본가에서 하시는 농장에서 월급 받고 일하기로 했어요.”

“뭐라고?”

어르신은 황당한 눈빛으로 자기 딸을 봤다가 막내 처남을 봤다.

“선희의 말이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어르신은 다시 냉랭한 어투로 변해 말했다.

“들으신 그대로입니다. 사돈댁 어르신께서 제게 일자리를 주셨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일해 볼 참입니다.”

“농사를 짓겠다고?”

“예, 농사만 짓는 것이 아니라······!”

막내 처남은 어르신의 눈치를 살피며 내가 몰랐던 일들까지 자세하게 설명을 해줬다.

‘아버지께서 막내 처남을 제대로 밀어주실 모양이군.’

하여튼 내 아버지께서는 대단하신 분이시다. 그리고 각종 말랭이 사업을 시작해서 성장시킨다면 웰빙 식품 회사로 성장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봐야 농사일이지. 내 딸을 시골에 데리고 가서 고생을 시키겠다는 건가!”

어르신은 막내 처남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더니 나를 봤다.

“이거 말고 남은 것 있습니까?”

“예?”

“여분으로 준비해 놓은 것 없습니까?”

“아······!”

“있으면 좀 주시오.”

“전화해 보겠습니다.”

내 말에 막내 처남은 기겁한 눈빛을 보였고 처남댁은 다시 나를 흘겨봤다.

-예, 대표님.

“회초리 남은 것이 더 있습니까?”

-여분으로 준비해 둔 것이 따로 있습니다.

“가져다주십시오.”

내 말에 막내 처남과 처남댁이 기겁한 눈빛을 보였고 어르신은 정말 내가 특이한 사람이라는 눈빛을 보이면서 괜한 말을 꺼냈다고 생각하는 눈빛이다.

‘말리면 더 흥분하는 법이지.’

나는 어르신을 봤다. 그래서 더 부채질할 생각이다.

“여분이 남아 있답니다.”

“그, 그래요······.”

“아빠.”

그때 처남댁이 어르신을 불렀다.

“왜, 왜?”

어르신은 이제 막내딸인 처남댁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래는 저랬을 것이다. 금지옥엽으로 키웠고 항상 막내딸이 하는 말이면 뭐든 들어주셨을 것이다.

“거기 어르신들과 지내니까 정말 마음이 편해, 그리고 우리도 우리 힘으로 행복하게 살고 싶어.”

“아무리 그래도······.”

“판교가 무슨 시골이야, 버스만 타면 강남이 금방이야.”

“그렇기는 하지만······.”

막내딸의 눈치를 보는 어르신이다.

“자네.”

어르신이 막내 처남을 봤다.

“예, 아버지.”

“정말 거기서 농사를 짓고 살 생각인가?”

“예, 아버지께서 허락만 해주신다면 그러고 싶습니다. 영등포에 와서 살라고 하시면 영등포로 오겠습니다. 하지만 영등포에서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막내 처남의 말에 어르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 힘으로 선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사돈댁 어르신께서 저희를 위해서 각종 기계 설비도 사 놓으셨습니다. 그 일을 꼭 하고 싶습니다.”

“과일을 말려서 파는 것이 돈벌이가 되겠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희 힘으로 살아보고 싶습니다.”

“그게 둘의 힘이야? 사돈댁 어르신의 보살핌이지.”

“예, 그렇습니다. 하지만 꼭 해보고 싶습니다.”

어르신은 막내 처남의 말을 들으면서 처남댁의 눈치를 살폈다.

“꼭 거기서 살아야겠어?”

“응.”

“이 아빠는 그럼 어떻게 해?”

“자주 놀러 올게.”

“아······.”

탄성을 터트리는 어르신이다. 그리고 나를 보셨다.

“딸은 키워도 소용이 없다는 말이 이래서 생긴 말인가 봅니다.”

내게 푸념을 늘어놓는 어르신이다.

“그래도 아들보다는 딸이 좋습니다.”

“그럴까요?”

“예. 그럴 겁니다. 어르신.”

내 말에 위안이 되는지 고개를 끄덕이는 어르신이시다. 하여튼 그렇게 해서 막내 처남의 일도 잘 마무리를 했다. 이제 남은 것은 인생을 거들기 위해 해야 하는 사업이다.

‘풋옵션에 투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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