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
50화 여기서부터 거기까지(1)
영등포 금은방
막내 처남의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이번 일까지 마무리를 하면 당장은 내가 처가 뒤치다꺼리를 할 일이 없고 나는 본격적으로 풋옵션 투자에 나설 수 있다.
‘옵션에 대해 공부를 좀 해야겠지.’
내가 환생을 해서 앞으로 일어날 미래의 일을 알고 있다고 해서 모든 분야를 다 해박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내 아내에게 경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학교 동문을 소개해 달라고 했다.
‘옵션 투자도 따지고 보면!’
옵션 투자도 처가 뒤치다꺼리의 일부가 되는 일이다. 투자와 복수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일이니 재미가 있을 것 같다. 내 풋옵션 투자를 대후증권에서 한다면 말이다.
‘그건 그렇고 더 배 불러오기 전에 결혼식을 올려야겠지.’
처남댁의 배가 불러오면 결혼식 때 부케로 배를 가려야 하는 상황이 올 테니까. 그렇게 되면 제대로 멋진 결혼사진은 몇 장 찍지 못할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요즘 내가 오지랖이 많이 넓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표님, 막내 처남분과 처남댁분도 곧 도착하실 겁니다.”
두 사람에게 영등포로 와서 김 비서에게 전화하라고 했다.
-괜찮을까요? 매형?
-막내 처남, 내가 처남댁 아버지였으면 다리 몽둥이부터 분질러 놓고 시작했을 거야.
-그렇죠, 죄송합니다.
-나한테 죄송할 것이 아니라 장인 될 분에게 죄송해야지.
-……예, 그렇죠.
-처남댁도 잘못 많이 하신 것 아시죠?
-예, 시매부님.
안정을 취하라고 해놓고 잔소리꾼처럼 이렇게 잔소리를 하고 있다.
-막내 처남, 내일 12시까지 영등포 금은방으로 와서 김 비서님께 전화해.
-예…….
-겁먹지 말고.
-예, 알겠습니다.
-집에 가면 아빠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이런 말을 하기 좀 그렇지만 제가 처남댁 아빠였다면 솔직하게 머리부터 밀어 버렸을 겁니다.
-아……!
-가장 힘드신 분은 아버님이실 겁니다.
내 말에 막내 처남댁이 아빠가 생각이 났는지 울먹였다.
-잘못 많이 하신 겁니다.
-예, 시매부님…….
“대표님, 두 분께서 곧 도착하실 겁니다.”
김 비서가 내게 말했다. 아마 둘은 잔뜩 겁을 먹으며 이곳으로 오고 있을 것이다.
“김 비서님, 이 근방에서 괜찮은 식당을 예약을 해주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처남댁 내외도 거기에 오라고 하시고요.”
“예, 알겠습니다.”
“준비 부탁드린 것도 준비가 되셨죠?”
“준비해 놓기는 했습니다. 트렁크에 넣어뒀습니다. 그런데…….”
“한풀이는 하셔야죠.”
“대표님은 정말 이럴 때는 특이하시고 대단하십니다.”
“역지사지 아니겠습니까.”
“그렇군요. 그럴 것 같기도 합니다.”
나는 김 비서님의 대답을 듣고 금은방으로 들어갔고 처남댁의 금은방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규모가 컸다.
‘딸을 가진 아버지로서는!’
처남댁 아버지의 상황에서 역지사지로 생각해 보면 억장이 무너질 일을 당한 것이다.
‘만약 나라면?’
내 딸이 그렇게 됐다면 사위 될 놈의 다리 몽둥이부터 분질러 놨을 것이다. 그런 아버지의 한풀이를 한 후에 내 딸이 처해 있는 현실을 정확하게 바라봤을 것 같다.
사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애지중지 키운 막내딸이고 이제야 막 성인이 됐는데 막내 처남이 어린 처남댁을 임신을 시켰으니 아버지로서는 화가 치밀 수밖에 없다.
‘둘이 똑같이 잘못한 거지.’
거기다가 막내 처남은 가난하다. 그러니 더 그랬을 것이다. 나는 충분히 처남댁 아버지의 처지가 이해한다.
‘그래도 괘씸한 것은 괘씸한 것이다.’
한 마디로 내 처가가 가난했기에 결혼을 막은 것이고 애까지 지우려고 했던 것이니까. 물론 딸의 행복을 위한다고 또 그것이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기에 그랬을 것이다.
‘부모는 항상 자식의 인생을 편집해 주고 싶어 하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금은방 안으로 들어가 진열장에 놓인 귀금속들을 살폈고 내가 고급지게 입고 있기에 처남댁의 아버지로 보이는 중년의 남자가 내게로 다가왔다.
“고객님, 혹시 찾으시는 물건이 있으십니까?”
중년의 남자가 내가 고객이기에 정중한 말투로 물었다.
“예, 처남댁이 곧 결혼한다고 해서 선물이라도 할까 해서 마땅한 것을 찾고 있습니다.”
정중해야 한다.
막내 처남 장인이 될 사람이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괘씸한 것이 사라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처음부터 은혜가 판사가 될 사람이고 내가 거부라는 것을 알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괘씸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만약 그 사실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면 자기 딸을 강제로 산부인과까지 끌고 갈 생각은 안 했을 것이다.
“아, 그러시군요. 고객님.”
말은 저렇게 했지만,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보는 중년의 남자다.
사실 처남이 결혼한다고 해서 처남댁에게 귀금속을 선물할 생각을 하는 매형은 없을 테니까.
“그러시다면 마땅히 찾으시는 것이 있으십니까?”
“이런 것들은 처음 사봐서 뭐가 뭔지 잘 모르겠군요.”
"그러시다면 계획하신 금액이 어느 정도입니까?"
"그것도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나는 정중하게 말하며 유리 진열장 안에 놓여 있는 귀금속들을 담담히 바라봤다.
‘그냥 반짝이는군.’
내 눈으로 보기에는 그냥 다 반짝이는 장난감처럼 보일 뿐이다.
사실 남자들은 귀금속에 대해서 잘 모른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여자가 착용하고 사용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대부분 모른다.
특히 립스틱 같은 것은 더 그렇다.
남자의 눈에 보기에는 다 빨간색으로 보이는데 여자의 눈에는 그 빨강들이 다 다르게 보인단다. 그만큼 여자들이 더 세밀하고 미적 감각이 뛰어나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여튼 내가 이러는 것은 돈 지랄로 괘씸한 것에 대해 한풀이를 위함이다. 물론 정중해야 한다.
처남의 장인이 될 사람이니까.
“그럼 제가 고객님께 간단하게 설명해 드릴까요?”
고객을 다하는 태도가 무척이나 정중한 것은 내가 시쳇말로 정말 고급지게 입고 왔기 때문일 것이다.
“고마우신 말씀이시지만 제가 시간이 없어서요.”
나는 시계를 본 후에 다시 중년의 남자를 봤다.
왜 이러냐고?
돈 지랄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왔기에 이러고 있다.
“아, 그러시군요.”
“선물은 해야겠는데 제가 시간이 없습니다. 그러니…….”
나는 처남댁 아버지로 추측이 되는 중년의 남자를 보며 말꼬리를 흐리면서 진열대 위에 놓인 귀금속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는 눈빛을 보였다가 중년의 남자를 바라봤다.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유리 진열장 1단에 진열이 되어 있는 귀금속들 전부 포장해 주십시오.”
내 말에 처남댁 아버지로 추정이 되는 중년의 남자가 멍해졌다.
사실 유리 진열장 안에는 금목걸이부터 시작해서 다이아몬드 목걸이까지 또 금반지부터 다이아몬드 반지까지 진열이 되어 있으며 내가 정해 준 여기서부터 저기까지의 구간 속에는 순금 열쇠와 순금돼지와 순금으로 만들어진 학까지 진열되어 있었다. 그러니 처남댁 아버지로 생각이 되는 중년이 남자는 저리 당황까지 하는 것이다.
‘신부에게 당자 순금돼지와 순금으로 된 학은 필요 없지.’
“예? 무슨 말씀입니까?”
처남댁의 아버지로 판단이 되는 중년의 남자가 놀라 내게 되물었다.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진열장에 있는 것들 전부 포장해 주십시오. 저것 중에 처남댁이 마음에 드는 것이 있겠죠.”
“아, 예…….”
처남댁 아버지로 추정이 되는 중년의 남자는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냐는 눈빛을 보이며 말꼬리를 흐렸고 나는 바로 지갑에서 1억짜리 수표 3장을 꺼내서 유리 진열장 위에 놨다.
“혹시 부족합니까?”
금은방 주인으로서는 멍해질 수밖에 없는 순간이고 그는 지금 이 상황이 신종사기 수법이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하는 눈빛이다.
“종합해서 계산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고객님…….”
“제가 시간이 없으니 빨리 부탁드립니다.”
나는 처남댁의 아버지로 추측이 되는 중년의 남자에게 말하고 다시 시계를 봤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중년의 남자가 유리 진열장 위에 올려놓은 수표를 봤다.
‘딱 봐도!’
내가 꺼낸 수표 3장이 가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눈빛이다. 저런 의심스러운 눈빛은 합리적 의심일 수밖에 없다.
“수표가 의심스러우면 확인해 보십시오.”
“아이고, 그런 뜻이 아니라…….”
“의심스러우시면 확인해 보셔야죠.”
내 말에 처남댁 아버지로 추측이 되는 중년의 남자가 수표를 눈으로 확인했고 내 눈치를 보면서 전화기를 이용해 발행은행에 전화를 걸고 위조나 도난 수표가 아닌 것을 확인하자마자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무례했다면 이해해 주십시오. 워낙 위조수표와 도난 수표들이 많아서요.”
“당연히 그러셔야죠. 그럼 확인을 끝내셨으면 계산과 포장을 부탁드립니다.”
제대로 된 돈질을 또 한번 하는 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여전히 나는 내 돈이 아닌 아버지의 돈으로 돈질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직은 내가 이렇다 할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으니까.
“예, 알겠습니다. 고객님.”
수표까지 확인을 끝낸 처남댁의 아버지로 추측이 되는 중년의 남자는 입꼬리가 귀에 걸릴 정도로 표정이 밝아졌다.
* * *
계산과 포장까지 하는데 1시간 정도가 소모됐고 나는 담담한 눈빛으로 땀까지 뻘뻘 흘리며 손 빠르게 포장하고 있는 처남댁 아버지로 추측이 되는 중년의 남자를 바라보고 있다.
“포장까지 다 완료했습니다. 총 가격은 2억 7천만 원입니다.”
뒷자리 몇십만 원은 떼어 놓고 말하는 금은방 주인이다.
“저렴하군요.”
내 말에 다시 놀라는 처남댁 아버지로 추측이 되는 중년의 남자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오늘 횡재를 했다는 눈빛이다.
“아, 그렇습니까?”
그의 상황에서는 오늘은 운수 좋은 날이면서 놀랍고 신기한 날일 것이다.
“고객님, 제가 경찰을 불러드릴까요?”
“경찰은 왜요?”
“구매하신 귀금속의 가격이 상당합니다. 그리고 세상이 요즘 하도 험해서요.”
“그렇군요, 마음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됐습니다.”
“아, 예, 알겠습니다.”
금은방 주인은 내게 대답을 하고 조심스럽게 귀금속이 든 묵직한 종이 가방을 내게 내밀었다.
“여기 있습니다. 고객님, 처남댁이라는 분께서 정말 행복해하실 겁니다.”
“그럴까요?”
나는 궁금한 눈빛으로 처남댁 아버지를 바라봤다.
“예, 귀금속을 싫어하는 여자들은 없죠. 이렇게 엄청난 결혼 예물을 받는 아가씨는 당연히 행복할 겁니다. 하하하!”
“저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제 처남의 처가가 될 곳에서 결혼을 반대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처남댁이 많이 힘들어해서 이렇게 선물을 하는 겁니다.”
“아, 그러시군요. 왜 처가에서 반대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매형이 이렇게 재력이 출중하신데 반대를 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할 뿐입니다.”
“저도 그게 궁금합니다.”
나는 담담한 어투로 말하며 중년의 남자를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