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43화 (43/415)

# 43

43화 바르게 되돌려 놓아야겠다.(2)

백범의 판교 본가.

“아래채는 왜 치워?”

어제부터 본채에 딸린 아래채를 치우는 아내였기에 백범의 부친이 자기 아내에게 물었다. 사실 본채도 둘이 살기에는 아주 넓었고 사실 백범의 부친은 백범이 결혼하면 손자들이 많았으면 해서 집을 현대식으로 크게 지었었다.

“식구가 늘어난다네요.”

“누가? 아, 그 처녀 보살이라는 여자가?”

“나 그 소리 듣고 깜짝 놀랐어요. 사실 지금도 걱정이 되고요.”

“왜?”

“바로 식구가 늘어난다고 하잖아요. 며느리 임신 소식도 없는데 식구가 늘어난다고 하니 놀랄 수밖에 없죠.”

아내의 말에 백범의 부친도 백범이 그동안 해왔던 짓거리를 잘 알기에 인상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보살님이 오면 살갑게 대하고 떠받들라고 하네요. 그래서 방이라도 치우고 있어요.”

“그거 다 미신이야.”

“용해요, 용해. 범이 안 깨어날 때 사주만 보고 곧 깨어난다고 말한 보살님은 그 처녀 보살밖에는 없어요.”

“그, 그래…….”

아내의 말에 걱정이 될 수밖에 없는 백범의 부친이었다.

“그렇다니까요.”

“그러면 만약에, 정말 만약에…….”

“그렇게 되면 며느리 얼굴 어떻게 봐야 할지 벌써 머리가 아프네요.”

“그래도 애만 오겠지?”

“예?”

남편의 말에 화들짝 놀라는 백범의 모친이었다.

“그, 그게 뭔, 뭔 소리예요?”

“아이고, 머리야……!”

백범의 부모는 백범이 어쩔 수 없이 두 집 살림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어떻게 해요?”

덜컥 겁이 나는 백범의 모친이었다.

“임자는 방이나 치워, 뭐 뾰족한 수가 지금은 없으니까.”

백범의 부친도 그저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 아버님!”

그때 아래채 밖에서 심은혜의 목소리가 들렸다.

“며느리 목소리 아니야?”

백범의 부친이 심은혜의 목소리를 듣고 아내에게 물었다.

“그러게요?”

분명 반가운 목소리인데 둘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설마?”

백범의 부친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한번 인상을 찡그렸다.

“아직 신혼인데 벌써요?”

“개망나니 버릇 남 주나. 아이고, 두야……!”

* * *

판교 본가 안채.

“공부하기도 바쁘고 일요일이면 같이 쉬지 왜 왔어?”

백범의 부친이 공손하게 무릎을 꿇고 있는 은혜를 보며 말했다.

“그런데 범이는?”

은혜 혼자 온 것 때문에 살짝 걱정되는 눈빛으로 묻는 백범의 모친이었다.

“아버님, 어머님, 흑흑흑!”

은혜는 참고 있던 감정이 복받쳤는지 바로 눈물을 흘리며 울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두 사람은 사색이 될 수밖에 없었다.

“범이 그 망할 놈이 또 사고를 친 거야?”

백범의 부친은 지레짐작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둘이 같이 오지 않고 며느리만 혼자 왔고 오자마자 공손히 무릎을 꿇고 울기 시작하니 총각 때 버릇이 다시 발동됐다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는 백범의 부친이었다.

“아니에요, 그게 아니고요. 흑흑흑……!”

“아닌데 왜 울어? 아가야, 무슨 일이 있던지 나는 아니 우리는 네 편이다. 울지만 말고 이 아버지한테 이야기를 해봐라.”

“아버님과 어머님께 너무 죄송하고 고마워서요.”

“뭐, 뭐가?”

“저희 엄마 때문에 신장이식 조직검사를 받으셨다면서요?”

“범이가 말하든? 그 자식은 사내새끼가 입이 왜 그렇게 가벼워, 그게 뭐가 대수라고 너한테 말을 해서 너를 울려.”

“아니에요. 병원에 들렀는데 의사가 꼭 알아야 할 것 같다면서 제게 말해 줬어요.”

“그 젊은 의사도 사내구실 못하겠군. 내가 신신당부를 했는데.”

“아버님, 아니 아버지 정말 고맙습니다.”

보통 며느리는 시아버지를 아버님이라고 불렀는데 은혜는 이제 아버님이라고 부르지 않고 아버지라고 불렀다.

“그리고 어머님도 정말 고맙습니다.”

“아버님은 아버지인데 왜 나는 어머님이야.”

“예?”

“앞으로는 엄마라고 불러, 우리 집에 딸이 없잖아."

백범의 모친은 백범이 바람을 피우지 않은 것만으로도 안도했고 그래서 고마움에 자기들 앞에서 울고 있는 며느리에게 농담을 건넸다.

“그런데 범이는?”

“여수에 내려갔어요.”

“혼자?”

둘이 동시에 큰 목소리로 놀란 듯 되물었다.

“예, 혼자 내려갔어요. 그런데 왜 그렇게 놀라세요.”

“그 인간을 혼자 그것도 그 멀리에 보내면 나중에 어떻게 뒷감당을 하려고 그래?”

“예?”

시어머니의 말에 은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아이고, 내 입으로 말도 못 하겠고, 아이고야, 앞으로는 절대 혼자 어디 보내지 마라.”

"왜, 왜 그러세요?"

"하여튼 그 녀석은 혼자 돌아다니게 하면 절대 안 돼, 특히 외박은 무슨 수가 있어도 절대 안 돼. 걔는 그냥 자기 하고 싶은 그대로 풀어 놓으면 절대 안 되는 놈이다."

시어머니는 은혜에게 다짐을 받듯 말했다.

“…….”

“너도 네 남편을 너무 믿지 마라. 원래 남자는 손가락을 들 힘만 있으면…….”

시어머니는 말꼬리를 흐렸다.

“아가.”

“예, 아버지.”

“범이가 요즘 정말 많이 변했지만 결혼하기 전에는 그러니까, 내 입으로 말하기 좀 그렇지만 여자라면 사족을 못 썼어…….”

“저도 알아요.”

“알아?”

“예, 다 말해 줬어요. 그리고 결혼하면 절대 그러지 않기로 했어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

시어머니가 다시 은혜를 핀잔을 주듯 말했다.

“저는 믿어요.”

백범의 얼굴을 떠올리며 미소를 보이는 은혜였다.

“그런데 아가, 만약에 말이다…….”

시아버지가 은혜에게 무슨 말을 하려다가 말꼬리를 흐렸다.

“예, 말씀하세요.”

“아니다. 됐다…….”

차마 머릿속에 있는 말을 꺼내지 못하는 은혜의 시아버지였다.

“그런데 바쁜데 무슨 일로 왔어?”

“어머니한테 파김치 담그는 법 배우려고 왔어요.”

은혜의 말에 시어머니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폈다.

“그래?”

“예. 범이 씨가 파김치를 워낙 좋아하거든요.”

“먹고 싶으면 보내 달라고 하면 되지 뭐 하려고 힘들게 여기까지 와. 어려운 공부를 하기도…….”

시아버지가 은혜에게 말했고 그 순간 시아버지는 싸한 느낌이 들어 자기 아내를 봤는데 자기 아내가 자신을 보며 눈을 매섭게 흘기고 있기에 말꼬리를 흐렸다.

“이왕 배우러 왔으니 잘 배우고 가라.”

“예, 아버지.”

시부모를 위해 환하게 웃어 보이는 은혜였다.

‘은혜는 평생 갚고 살겠습니다.’

마음속으로 맹세를 하는 은혜였다.

* * *

당구장.

한 시간이 지났고 20대 초반의 양아치 셋과 더 어려 보이는 여자애 하나가 동네 조폭 눈치를 보며 당구장 안으로 들어와서 내 앞에 세워졌다.

“꿇어.”

“삼, 삼촌……!”

동네 조폭은 저 양아치들에게 삼촌으로 불리고 있었다.

“어서 꿇어, 이 새끼들아! 확 이 새끼들을 진즉에 젓갈로 가부러야 했는디!”

처음에는 동네 후배를 돈에 팔 수 없다고 지랄을 하더니 이제는 나를 위해 입안의 혀처럼 굴고 있는 동네 조폭이다.

그렇게 양아치 셋이 내 앞에 무릎을 꿇고 겁먹은 눈빛으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이놈들 짓일 것이요.”

동네 조폭이 내게 말했다.

“한 시간이 지났고 이것들이어야겠죠. 나는 시간이 많은 사람이 아니니까요.”

“야아), 이 동네에서 오토바이 타고 돌아댕김서 날치기를 하는 새끼들은 저놈들뿐이지라.”

이제는 한없이 고분고분해진 동네 조폭이다.

“삼촌……!”

겁먹은 양아치 하나가 무슨 일이냐는 눈빛으로 동네 조폭을 불렀지만, 동네 조폭은 매섭게 양아치를 노려봤다.

“아가리 닥치고 있어라잉. 그냥 젓갈을 담가 불기 전에.”

“……예.”

저런 어린 양아치들이 자라면 늙은 양아치가 될 것이다.

“야, 꼬맹이들.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어제 금은방 도로에서 오토바이 날치기를 한 목걸이는?”

어린 양아치 셋에게 담담한 어투로 내가 물었다.

“예?”

“너희들 맞아, 안 맞아?”

“저, 저희 아닌디요…….”

내 눈치를 보며 아니라고 잡아떼고 있다. 하지만 눈깔을 보니 동네 조폭이 말한 것처럼 저들이다.

“아니야? 아니면 일이 커지는데?”

나는 어린 양아치 셋에게 말하고 동네 조폭을 봤다.

“아니라는데?”

“틀림없이 맞지라.”

내게 대답한 동네 조폭이 어린 양아치 셋을 봤다.

“금목걸이 어째 부렀냐? 존 말로 헐 때 내놔라잉. 야 이 병신들아, 감방 가서 썩기 싫으믄 얼른 드려!”

“삼, 삼촌…….”

“얼른, 인생 종 치기 싫으믄!”

동네 조폭의 말에 어린 양아치 셋이 서로의 눈치를 봤다.

“저, 저기…….”

아마도 저 양아치들은 오토바이 날치기로 강탈한 금목걸이를 가지고 있을 턱이 없다.

“말해.”

“전당포에 맡겼는디요.”

드디어 이실직고가 나왔다.

‘전당포에 맡겨?’

금은방에 바로 팔면 장물이라고 헐값에 팔 수밖에 없기에 그냥 전당포에 맡기고 돈을 빌린 것이다.

‘거의 그게 그거일 테니까.’

그리고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전당포 주인은 아무 일 없는 것을 확인하고 금은방에 넘길 것이다.

“가서 찾아와.”

“돈이 없는디요…….”

어린 양아치 하나가 내 눈치를 보며 말했고 나는 동네 조폭을 봤다.

“찾아오세요.”

“예.”

동네 조폭이 바로 대답했다.

“찾아오시면서 오토바이 헬멧 3개만 구해 오세요.”

“예?”

동네 조폭이 이유를 몰라서 내게 되물었다.

“그냥 저 새끼들 대가리 까면 뒈질지도 모르잖습니까.”

“아…….”

그렇게 해서 동네 조폭과 어린 양아치 하나가 급하게 당구장을 나갔다.

* * *

20분이 지났고 동네 조폭과 어린 양아치가 급하게 당구장으로 들어와서 내게 금목걸이를 내밀었다.

“이거다요?”

[금목걸이 되에 JP라는 이니셜이 있어요.]

막내 처남이 내게 해준 말이 떠올라 금목걸이 뒤를 봤고 JP라는 이니셜을 확인했다.

“이거네요. 헬멧은?”

“여깄지라.”

동네 조폭이 내게 말했고 어린 양아치가 오토바이 헬멧 3개를 내밀었다.

“나눠 써라.”

“예?”

“머리에 쓰라고.”

내 지시에 어린 양아치 셋이 눈치를 보며 오토바이 헬멧을 썼다. 나는 당구 큐대 하나를 꺼내 상단부를 분리해서 거꾸로 잡는 순간 어린 양아치 셋은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짐작이 된다는 듯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팍, 팍, 팍!

온 힘을 다해 오토바이 헬멧을 쓴 어린 양아치 셋의 대가리 부분을 후려쳤다.

“으윽……!”

“으윽!”

충격과 함께 귀가 먹먹할 것이다.

팍, 팍, 팍!

“으악!”

“아아악!”

어린 양아치 둘이 바로 비명을 질렀다. 그런데 한 놈은 비명도 지르지 않고 고개도 숙이지 않고 몸도 움츠리지 않고 맞고 있다.

그렇게 10분, 헬멧이 반쯤 박살이 난 후에서야 내 정신교육은 끝이 났다.

“헬멧 벗어.”

내 지시에 충격 때문에 무릎도 똑바로 꿇지 못하고 있는 어린 양아치들을 뒤에 있던 다른 양아치들이 헬멧을 벗겨 앉혔다. 어린 양아치 셋은 넋이 나간 듯 눈까지 풀려 있었다.

“어린 양아치 셋.”

나는 눈까지 풀려 있는 어린 양아치 셋을 불렀다.

“예…….”

어린 양아치 셋 중에 제일 많이 기가 질린 놈이 바로 대답했다.

“예.”

“…….”

두 놈은 대답하는데 10분 동안 이어진 구타에도 비명 한번 지르지 않던 놈은 나를 노려보고 있다.

‘눈깔이 살아 있네~’

보통의 경우 어린 양아치가 커서 늙은 양아치가 되지만 저런 눈깔은 커서 살인자나 그 이상의 조폭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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