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41화 (41/415)

# 41

41화 법대로 또 인맥대로?(3)

여수 경찰서.

법에는 절차가 필요하다. 그래서 백영기 변호사는 김찬 할아버지와 백범의 지시에 의해 김찬 할아버지를 모시게 된 김 비서와 함께 여수 경찰서로 왔고, 염전주인 도만복을 김찬 할아버지 폭행죄로 고소했다.

-먼저 고소부터 하시면 제가 움직이겠습니다. 경찰이 피의자 검거하고 제가 바로 인수를 하겠습니다. 이미 담당 경찰서에는 전화해 놨습니다.

황 검사가 했던 말이 떠오르는 백영기 변호사였다.

“영감님한테 전화 받았습니다.”

이게 바로 대한민국 법조계의 인맥의 힘이다.

“일요일인데 죄송합니다.”

“극악무도한 범죄자 잡는데 낮과 밤이 어디에 있고 평일 휴일이 어디에 있습니까?”

법조계의 힘으로 도만복은 극악무도한 범죄자로 규정지어진 상태였다.

“바로 처리 가능하시죠?”

“예, 폭행 고소 접수가 됐고 제가 직접 가서 긴급체포할 겁니다.”

“도주의 우려가 있고 또 폭행뿐만 아니라 불법 감금 및 노동력 착취를 비롯한 인권 유린 등 16가지 죄목으로 추가 고소장을 접수합니다.”

백영기 변호사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추가로 16개의 죄목을 찾아내 고소장을 경찰서에 접수했다.

“예, 저희 쪽에서는 체포만 하고 바로 지청에 이관할 예정입니다. 영감님께서 체포 후에 바로 지청으로 이송하라고 하셨습니다.”

법조계 인맥이라는 것이 이렇다.

‘구속영장도 바로 떨어질 테니까.’

검사도 움직일 수 있는 백영기 변호사이기에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하는 판사를 못 움직일 것도 없었다.

“예, 믿겠습니다.”

백영기 변호사는 그렇게 말하고 눈치를 보고 있는 김찬 할아버지를 봤다.

‘저 할아버지도 귀인을 만나셨군. 하하하!’

김찬 할아버지를 위해 대한민국의 공권력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그때 여수 경찰서로 딱 봐도 공무원처럼 보이는 남자가 급히 들어왔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백영기 변호사와 이야기를 나누던 경위가 남자에게 물었다.

“여기 혹시 백영기 변호사님 계십니까?”

“오셨군요. 제가 백영기입니다.”

“아이고, 늦었습니다. 여수시청 복지과에서 근무하는 왕춘만이라고 합니다.”

“이야기는 대략 들으셨죠?”

“예, 들었습니다. 그렇게 몹쓸 사람이 있는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제가 시청에 가서 지금까지 지급된 장애인 정부 보조금 내역을 모두 출력해 왔습니다.”

“잘하셨습니다.”

“그 자료를 통해서 반환소송 준비하면 되겠군요.”

백영기 변호사의 말에 경위는 입이 쩍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경위님, 출동 안 하십니까?”

“갑니다. 가야죠.”

경위는 백영기 변호사가 엄청난 힘을 가졌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신에게도 앞으로 많은 도움이 될 거라는 기대하는 눈빛을 보였다.

분명한 것은 대한민국 모든 공권력이 염전주인에게 채찍을 들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 * *

염전

“에이, 그 병신이 없으니 내가 일을 다 하고 있네.”

염전주인 도만복은 퉁퉁거릴 수밖에 없었다.

“내가 다시는 염전에 손을 안 댄다고 다짐을 했는데 또 일하네.”

종처럼 부리며 염전 일을 다 시키는 김찬 할아버지가 없으니 도만복이 직접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경찰차 한 대가 염전 쪽으로 달려와 멈췄고 경찰 둘이 차에서 내렸다.

“도만복 씨죠?”

그리고 도만복에게 다가온 경찰이 도만복에게 도만복이 맞냐고 물었다.

“누구요?”

“도만복 씨 맞으시죠?”

“그런디 왜 그라요?”

“우선 염전에서 좀 나오세요.”

“바빠, 정신없이 바쁜 거 안 보이오?”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도만복은 경찰에게도 퉁퉁거렸다.

“나오시라고!”

경위가 도만복을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고 그제야 어쩔 수 없이 염전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도만복이었다.

“경찰들이 여기까지 무슨 일이세요?”

살짝 겁을 먹은 염전주인 도만복이었다.

“도만복 씨, 당신을 김찬 씨, 감금죄 및 특수폭행죄 혐의로 긴급 체포합니다.”

“뭐, 뭐여?”

바로 기겁할 수밖에 없는 도만복이었다.

-내일 남은 셈이 있으면 정리하러 가겠습니다.

도만복은 백범이 했던 말이 자신도 모르게 떠올랐다.

‘이, 이게 뭐, 뭐시여…….’

그저 당황스러운 도만복이었다.

“손 내미세요.”

“나, 나는 죄 없어요…….”

“손 내미세요.”

“왜, 왜요?”

“손 내밀라고. 말했잖아. 긴급 체포한다고.”

만약에 도만복이 노인이 아니었다면 경위에게 지금 몇 대 맞았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도만복은 경찰이 다시 손을 내밀라고 하자 어쩔 수 없이 두 손을 내밀었다.

철컥!

“으악……!”

수갑이 채워지면 생각하는 것보다 고통이 심하다.

“갑시다. 사람의 탈을 쓰고 그러면 안 되죠.”

“경위님.”

그때 뒤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던 후배 경찰이 경위를 불렀다.

“왜?”

“미란다원칙에 대해 고지를 안 하셨습니다.”

“아, 짜증 나네, 왜 그게 생겨서 사람 입 아프게 하는지 모르겠어. 도만복 씨,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그렇게 대충 미란다원칙이 피의자인 도만복에게 고지가 된 후에 도만복은 벌벌 떨며 경찰서로 끌려갔다.

* * *

담배 연기가 자욱한 당구장.

법적인 부분은 나보다 백영기 변호사에게 맡기는 것이 빠르기에 나는 처남댁이 날치기를 당한 금목걸이를 찾으러 나섰고 처남댁이 목걸이를 오토바이 날치기를 당했다는 그곳 근처를 돌며 당구장 몇 개를 들쑤시고 있는 상태다.

“이른 촌구석은 지역사회지.”

지역사회의 특징은 그 지역을 호령하는 유지가 존재하고 또 양아치들도 선후배 관계로 똘똘 뭉쳐 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대가리만 찾으면 된다. 그리고 그 대가리와 시쳇말로 쇼부를 보면 된다.

‘여수는!’

여수 시민파가 장악하고 있다. 그러니 내가 이 지역 대가리를 만나려면 아치부터 찾고 기다리면 된다.

아마 짐작건대 처남과 처남댁이 외지인처럼 보였기에 그렇게 오토바이 날치기를 했을 것이다.

내가 이 당구장에 들어서자 모든 사람의 시선들이 내게로 향했다.

‘역시 시선이 곱지 않네…….’

일반당구장은 아닌 것 같다. 사실 이런 시선을 받기 위해 주변 다방에서 양아치들이 제일 많이 모인다는 당구장이 어딘지 물었고 시골 다방 오봉이 여기를 알려줬다.

“혼자 오셨어라?”

“혼자.”

“무슨 일로 오셨어라?”

내가 고급 양복을 입고 있고 손목에는 고급 시계를 차고 있기에 그냥 당구를 치러 온 사람처럼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당구장에 당구 치러 왔지. 누구 저랑 한 큐 하실 사람 있습니까?”

나는 바로 지갑에서 수표 몇 장을 꺼내 흔들었고 당구를 치는 사람들의 눈빛은 마치 먹잇감을 포착한 육식동물의 눈빛으로 변했다.

“말투를 본께 서울에서 오셨소?”

딱 봐도 20대 초반인데 전라도 말투가 다 그렇듯 말의 마무리가 저래서 늙은이 말투처럼 들린다.

“서울에서 와서 문제 있어?”

“서울 손님 말투가 껄적지근허요.”

“한 큐 할래?”

“그럽시다.”

양아치는 호구 잡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봤다.

“점 당 10만 어때? 나 500 치는데 그쪽은?”

10만 원이라는 말에 살짝 놀라는 양아치다.

“나는 쬐끔 달리는데……?”

“상관없어.”

“나는 400 칩니다.”

“쿠션으로 가자.”

“좋당께요. 히히히!”

* * *

딱!

내가 선공을 잡았고 첫 타임에 점수를 쿠션에 실패했다. 그리고 상대는 호구를 잡았다는 눈빛으로 당구봉을 잡았고 바로 연속으로 쿠션 다섯 개를 성공시켰다.

“재밌네.”

딱 봐도 사기 당구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사기 당구는 내가 치고 있지.’

나는 저 양아치에게 500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1,000이다. 그럼 이제 진짜 내 실력을 보여줄 때다.

“고맙지라~”

나는 바로 양아치에게 50만 원을 바로 건네줬고 양아치는 제대로 횡재했다는 눈빛을 보이고 있다.

“이제 내 차례지?”

“여부가 있겠어라.”

이제 진짜 실력을 보여줄 때고 나는 큐를 잡자마자 바로 50개를 빼 버렸다.

“와……!”

양아치는 입이 쩍 벌어졌고 눈빛도 변해 있었다. 딱 사기 당구에 당했다는 눈빛이다.

“이, 이거 이러면 사기요.”

말투와 눈빛이 험악하게 변한 양아치다.

“뭐가?”

“한 번에 50개를 빼 버리는 것이 어딨소? 한 번에 50개를 뺄 정도면 그게 500이여? 마지막에는 마세이까지 찍고…….”

50개의 쿠션에 성공했으니 500을 내놓아야 한다. 사실 저런 양아치의 주머니에는 500이 아니라 5만 원도 없을 것이다.

“500이야.”

“이 시발!”

“돈 없으면 여기 오야지 좀 보자.”

“서울 양반, 뭐라고 혓소?”

바로 표정과 눈빛이 변하는 양아치다.

“내가 이 옷을 입고 여기에 당구나 치러 왔겠어?”

그 순간 모두의 눈빛이 변했다.

“야야, 문 걸어라.”

바로 분위기가 험악하게 변했다.

‘주먹을 쓸 것인가? 돈을 쓸 것인가?’

이 당구장에는 8명 정도의 양아치들이 나를 째려보고 있다.

“어서 굴러먹던 뼈다귀여?”

마음은 욱하지만, 졸부는 돈 쓸 때 힘쓰는 거 아니다.

“세상 공짜 없지.”

나는 지갑에서 다시 수표 한 장을 꺼내 당구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액수 확인했지? 네 형님이라는 작자 좀 보자니까.”

내가 당구 테이블에 내려놓은 수표는 천만 원짜리 수표다.

“이, 이거 진짜당가?”

“가짜라도 이런 거 봤어?”

“못 봤지라…….”

“니들 형님한테 전화 넣어, 내가 부탁할 일이 있다.”

내 말에 나랑 당구를 치던 양아치가 이상한 눈으로 변했다가 계산대로 가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아저씨, 여기 자장면 한 그릇.”

“예?”

“원래 당구장에서 먹는 자장이 제일 맛나더라고.”

한껏 여유를 부리고 있다. 뭐 사실 겁날 것도 없다.

‘나 왕년에!’

정확하게 말하면 내 전생일 때 왕년에 대부님 소리 듣고 살았다. 그래서 여기서 이러고 있다.

‘주먹이나 양아치나!’

결국, 돈에 굴복한다. 아니 모든 사람이 다 그렇다.

* * *

자장면이 도착한 것은 25분이고 양아치들 형님이라는 놈이 도착한 것은 전화를 건 지 30분 후였다.

“허허허, 허허허!”

자기를 찾은 내가 소파에 앉아 자장면을 먹고 있으니 기가 찬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이건 뭐시여?”

“먹고 이야기합시다.”

“아이고 야, 하하하!”

자장면 한 그릇을 싹 비웠다. 그리고 입가심으로 담배를 입에 물었다.

“불 있소?”

“너 뭐여?”

“불 있냐고?”

내 말에 남자가 옆에 있는 놈에게 눈치를 줬고 그놈이 내게 담뱃불을 붙여줬다.

“휴우……!”

거만히 앉아 길게 담배 연기를 뿜어냈다.

“물건 하나 찾으러 왔습니다.”

“물건?”

내 말에 나를 이상한 눈으로 보는 동네 조폭처럼 보이는 남자다.

‘시골에는 유지가 있듯!’

이런 촌구석에는 양아치 조폭 출신들이 꼭 하나씩 있게 마련이다.

“금목걸이인데 어제 저 옆 금은방 도로 앞에서 오토바이 날치기를 당했다고 합니다. 나는 그거 찾으려고 왔습니다.”

“날치기를 당했으믄 경찰서를 가야제, 왜 나를 찾는당가?”

“그쪽, 여수 시민파겠죠?”

내 말에 동네 조폭처럼 보이는 남자가 인상을 찡그렸다.

여수·순천 지역은 여수 시민파 아니면 순천 중앙파다.

“너 뭐여?”

“금목걸이 잃어버린 여자 남편의 매형입니다.”

“이게 정신병자인가?”

“내가 뭐든 상관없지 않나?”

나는 지갑에서 수표 한 장을 더 꺼냈다.

“이 좁은 바닥에서 오토바이로 날치기를 하는 새끼들이야 뻔할 테고 전화 몇 통 돌려서 그 새끼들 내 앞에 데려다 놓으면 그냥 2천인데 어때?”

“나한티 동네 후배를 팔라 이말이여?”

나를 매섭게 노려보는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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