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19화 (19/415)

# 19

19화 이게 진짜 사죄다(1)

“예? 예, 매, 매형이 하라는 대로 하겠습니다.”

이래서 말귀가 안 통하는 것들은 매로 다스려야 한다.

“그럼 정신병원에서 치료받자.”

“……예.”

“둘째 처남.”

“예, 매형…….”

“너, 그때 취하지 않았지? 경찰이 모르는 그 무엇인가가 뭘까?”

“매, 매형…….”

파르르 눈동자가 떨리는 둘째 처남이고 나는 주머니에서 다시 사진 몇 장을 꺼냈다.

“이 아가씨 때문인가?”

피해자의 여동생이다.

“그, 그게…….”

“누가 우리 둘째 처남 같은 개망나니 새끼한테 아끼는 여동생을 줄까? 나라도 절대 안 줘.”

“나도 잘하고 싶다고요!”

내게 버럭 소리를 지르는 둘째 처남이다.

짝!

나는 바로 오른손을 뻗어 둘째 처남에게 따귀를 올려붙였다.

“잘해야 잘하는 거지, 어디서 소리를 질러? 아직 덜 맞았네.”

“으윽……!”

“둘째 처남, 내 말 잘 들어.”

“……예.”

“정신병원에서 1년쯤 치료받고 개에서 사람이 돼서 나오면 매형이 책임지고 이 아가씨가 우리 둘째 처남을 좋아할 정도의 능력을 만들어 줄게.”

내 말에 둘째 처남이 나를 빤히 봤다.

무슨 일이든 채찍만 휘둘러서는 안 된다.

“그 대신에 앞으로 누나 가는 길에 걸림돌이 되지 말자.”

“예, 매형.”

“남자가 여자 좋아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 그런데 말이야, 미래의 처남이 될 수도 있는 친구를 그렇게 개 패듯 패 놓으면 어쩌자는 거야?”

“정말 잘못했어요.”

“쉽게 갈 수 있었던 것을 몇 배나 어렵게 가야 하잖아.”

“그, 그러게요…….”

분명한 것은 철딱서니가 없는 둘째 처남이라는 것이다.

“그건 그렇고 치료 끝나면 뭐 하고 싶어?”

“예?”

“무슨 일을 하고 싶냐고. 알잖아, 매형이 돈밖에 없는 거.”

“저, 저는…….”

내 눈치를 보는 둘째 처남이다.

“주제에 맞지 않게 사업 같은 거 하고 싶은 걸까?”

“그건 아니고요.”

“그럼 말해 봐.”

“빵집 하고 싶어요.”

“왜?”

“지수가 제빵기능사 자격증이 있거든요.”

“지수?”

내 말에 둘째 처남이 테이블에 놓인 사진 속 아가씨를 봤다.

“무슨 말인지 알겠네, 사고 치지 않고 고분고분 조용하게 살면 인생 그렇게 힘들게는 안 살 거다. 이 매형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어?”

“예, 매형.”

“앞으로 또 사고 치면 합의는 봐줄 거야. 하지만 구치소가 제일 안전하다는 것을 실감하게 해줄 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으면 돼. 명심해, 다음에는 이 정도로 안 끝나.”

나는 둘째 처남에게 말하고 카메라를 들었다.

“둘째 처남, 사진 좀 찍자.”

“예?”

찰칵, 찰칵, 찰칵!

나는 몇 장의 사진을 찍었고 즉석카메라이기에 사진이 바로 인화되어 나왔다.

“사진은 왜?”

“피해자 보여 드리려고.”

내 말에 멍해지는 둘째 처남이다.

“아……!”

나는 둘째 처남을 보며 미소를 보였고, 내 미소에 둘째 처남은 바르르 떨었다.

“둘째 처남, 웃어.”

“예?”

“앞니 부러진 것도 찍게.”

다시 멍해지는 둘째 처남이다.

접견실을 나오니 놀란 눈빛의 변호사가 나를 바라봤다.

“괜찮으십니까?”

나야 당연히 괜찮다.

“저요? 아니면 처남이요?”

“두 분 모두…….”

“괜찮아질 겁니다.”

“아, 예…….”

“교정 당국에는 미끄러져서 넘어졌다고 말하세요.”

“예, 알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우리 둘째 처남이 철딱서니가 없네요. 선생님의 여동생을 마음에 두고 있었나 봅니다. 친구 사이라서 사귀고 싶다고 말했는데, 단호하게 거절당해서 흥분한 것 같습니다.”

“정말 의뢰인님께서는 성격이 대단하시네요…….”

“제 소문 못 들으셨어요?”

“예?”

“저도 왕년에 놀 만큼 놀아 봤습니다. 피해자께서는 병원에 계시죠?”

“예, 그렇습니다.”

“변호사님께서는 병원 주소만 주시면 됩니다.”

“합의는 변호사인 제가…….”

“제 처남 대신 무릎을 꿇을 수 있으십니까?”

“예?”

“합의야 돈으로 하는 거지만 합의 이전에 진심 어린 사죄가 우선이지 않을까요? 거기다가 친구 사이인데 나중에는 또 어떤 관계로 발전할지 모르잖습니까.”

“아, 정말 소문과는 다르시군요.”

“그런가요?”

변호사를 보며 웃어 보였다.

* * *

병원 4인실 구석 자리.

변호사가 알려준 주소를 받아 피해자가 입원한 병원에 왔다. 내 뒤에는 비서 겸 운전기사인 전직 법무사가 차분한 눈빛으로 서 있다. 그리고 내 앞에는 이 병원 의료진이 피해자의 병실을 옮기기 위해 움직였다.

“왜 이러세요?”

“병실을 옮겨 드리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피해자는 전치 8주의 상해를 입었다. 그래서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일어서지도 못한다.

-치아가 3개 부러졌고, 갈비뼈가 4개 부러졌고, 안구가 파열될 뻔했습니다. 그와 함께 뇌진탕 소견도 보입니다.

정말 전치 8주가 나올 만큼 죽도록 맞았다는 소리다.

“어디로 옮겨요?”

“1인실로 옮겨질 겁니다.”

“1인실이라고요?”

1인실이라는 말에 피해자는 기겁했다.

-봉제 공장에 다닙니다.

변호사가 말해 준 피해자의 직업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그러니 아마도 병원비 때문일 것이다. 병실 이동에 병원비를 걱정한다는 것은 둘째 처남과 절대 합의할 마음이 없다는 증거이기도 할 것이다.

“괜찮아요, 여기에 있을게요.”

이제 내가 나설 때다.

“1인실로 옮기십시오.”

나는 앞으로 나서며 피해자에게 말했다.

“누구세요?”

앞니가 3개 정도 부러져서인지 발음이 샜다.

“개망나니의 매형 되는 사람입니다. 우선은 1인실로 옮기십시오.”

“싫습니다.”

단호하게 말하는 피해자이시다.

“합의를 종용해 달라고 1인실로 옮기라는 것이 아닙니다. 가해자의 보호자로서 최소한의 양심적 조치를 취하고 싶을 뿐입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담담한 표정으로 피해자에게 고개를 숙였고, 그는 뚫어져라 나를 봤다.

“환자님, 옮기셔야 해요. 이미 이 침대는 다른 환자께 배정되었습니다.”

간호사의 말에 피해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눈빛을 보였다.

“가해자의 보호자로서 최소한의 도리를 다할 수 있게 부탁드리겠습니다.”

정중함을 더해 다시 부탁했다.

* * *

병원 1인실.

피해자는 어쩔 수 없이 1인실로 옮겼고, 지수라는 아가씨로 보이는 여자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오빠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

‘참하기는 하군.’

남자의 성질머리를 바꾸어 놓는 것이 여자다. 그리고 남자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존재도 여자라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그렇지 못했을 때 매 맞고 사는 불행한 여자가 하나 더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 새끼랑은 합의하지 않을 겁니다.”

피해자가 단호한 어투로 내게 말했다.

“선생님, 정말 죄송합니다.”

“매형이라고 하셨죠? 잘 아시겠지만 그 새끼랑 저는 친구입니다. 친구끼리 쌈질 좀 할 수 있죠.”

피해자가 인상을 찡그렸다가 그날이 떠올랐는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런데 그 새끼는 도망치는 저를 쫓아와서 두들겨 팼습니다. 그때 그 새끼 눈깔을 떠올리면 지금도 소름이 돋습니다.”

둘째 처남이 쫓아가서 기절할 때까지 패지만 않았으면 고소는 없었을 수도 있었다는 소리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아마도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셨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최대한 담담하게 객관적인 입장으로 이 상황에 대처하고자 한다.

“합의 안 한다니까요! 병실은 4인실 나오면 다시 옮기겠습니다.”

“선생님.”

나는 뚫어져라 피해자를 노려봤고 내 시선에 살짝 겁을 먹은 듯 피해자가 나를 봤다.

“왜요?”

“선생님께 보여 드릴 것이 있습니다.”

나는 특별 접견실에서 찍은 사진을 피해자에게 보여 줬다.

“왼쪽 눈부터 폭행당하셨죠?”

사진을 보고 멍해지는 피해자다.

“이, 이 새끼, 왜, 왜 이럽니까?”

“함무라비법전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문구로 더 잘 알죠.”

“예?”

“왼쪽 눈은 선생님과 똑같은 상태입니다. 다음 사진을 보시죠.”

마치 나는 바이어에게 투자 브리핑을 하듯 다음 사진을 보라고 말했다. 다음 사진은 이마에 피가 철철 흐르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다.

“알아보니 피해자께서는 이마를 17바늘이나 꿰맸다고 들었습니다. 개망나니 처남은 그 이상일 겁니다.”

“왜, 왜 이러셨는데요?”

기겁한 눈빛으로 나를 반쯤 미친 사람으로 보는 피해자다.

“조금이라도 선생님께 위로가 되기를 바라고 이렇게 한 것은 아닙니다. 정신을 못 차리는 철딱서니가 없는 둘째 처남을 사람을 만드는 과정에서 일어난 피치 못할 일이었습니다.”

이것은 일종의 협박이다. 아마 피해자는 그렇게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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