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18화 (18/415)

# 18

18화 둘째 처남(3)

“내가 누나랑 결혼하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어?”

“어쩌긴 어쩌겠어요? 사법고시 합격한 누나가 빼 줬겠죠.”

시쳇말로 제대로 사람 구실을 하게 만들지 못하면 평생 내 등에 빨대를 꽂으며 살 놈이 바로 둘째 처남이다.

‘이래서 말보다 주먹이지.’

개한테는 몽둥이가 답이다.

“막내도 아닌데 응석이 너무 심하네. 그건 그렇고 피해자가 얼마나 고통을 받았는지, 어떤 상태인지 걱정은 안 되나?”

“쌍방 폭행인데 왜 걱정해야 합니까? 그 새끼도 나를 팼다고요.”

따지고 보면 쌍방 폭행 맞다. 그런데 경찰 조사에 의하면 먼저 선빵(?)을 날린 놈이 둘째 처남이고, 안면부를 맞은 피해자가 정신이 없을 때 둘째 처남이 쓰러트려 모질게 구타했다. 그리고 쓰러진 피해자가 휘두른 주먹에 둘째 처남이 맞았다.

정당방위의 범주에 드는 행동이었지만 내 아내 은혜가 사법연수원생이기에 경찰은 편파적인 수사를 했고, 쌍방 폭행까지 만들어 줬다.

‘간판은 요구하지 않지.’

그 간판을 알아본 존재들이 알아서 기는 것이다.

“맞으면 얼마나 아픈지 알아?”

“매형.”

갑자기 둘째 처남이 나를 불렀다.

“왜?”

“그 시계, 제가 차도 됩니까?”

내 설교가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순간이다. 그리고 한마디로 철딱서니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정말 어처구니없는 순간이다.

“제게 주세요. 결혼식 때 저한테 선물도 안 주셨잖아요?”

정말 제대로 당황스러운 순간이다.

“이 시계가 마음에 들었어?”

“당연히 마음에 들죠, 롤렉스 시계잖아요. 남자의 자존심! 히히히!”

준다는 말도 안 했는데 내가 테이블에 내려놓은 롤렉스 시계를 자기 손목에 차고 있는 둘째 처남이다.

‘개 잡종이군.’

둘째 처남은 매로도 안 될 놈이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진리군.’

그래도 내 아내 은혜의 미래를 위해 고쳐 볼 것이다. 그리고 격리할 것이다.

“가지고 싶으면 처남 가져.”

“역시 우리 누나가 제대로 물었네. 하하하!”

“둘째 처남.”

“예, 왜요?”

둘째 처남은 내가 엄청난 돈이 있기에 당연히 합의하고 왔을 거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내가 사진 몇 장 보여 줄 건데, 좀 봐.”

“무슨 사진이요?”

“일단 봐.”

나는 둘째 처남이 죽을 만큼 팬 피해자의 사진을 둘째 처남에게 보여 줬다.

“에이…….”

피해자가 만신창이가 된 것을 보고 찰나의 순간이지만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였다.

“우리 둘째 처남은 왜 이렇게 됐을까…….”

가엽기까지 한순간이다.

“그런데 왜 싸웠어? 내가 알아본 것으로는 꽤나 친한 사이라고 하던데?”

“동철이 그 새끼가 사람을 무시하잖아요.”

피해자의 이름은 오동철.

둘째 처남과는 둘도 없는 친구였다.

“피해자가 둘째 처남을 무시했다고?”

“예, 내가 술값을 내겠다는데 돈도 없는 새끼가 무슨 술값이냐고 자기가 내겠다고 하잖아요. 그리고 술도 그만 좀 처먹으라고 지랄해서…….”

“그건 무시가 아니라 배려 아닌가?”

이 말 저 말 필요 없이 매로 다스려야 한다는 생각만 들었다.

“저는 돈 없는 새끼라는 소리가 제일 싫거든요. 그 소리만 들으면 확 돌아 버리거든요. 형이 돈이 없어서 그렇게 됐고…….”

그런데 찰나의 순간 무엇인가 숨기고 싶은 눈빛을 보이는 둘째 처남이다.

“무슨 말인지는 이해돼. 그런데 네가 이런 짓을 하면 누나가 판사가 되는 것에 지장이 있다는 것은 생각해 본 적 없어?”

“자기 인생 자기가 알아서 사는 거죠.”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네. 이 사진을 보면 피해자가 눈도 뜨지 못할 정도로 부었어.”

“원래 선빵이 답이죠.”

“선빵?”

“예.”

퍽!

나는 바로 주먹을 날려 무방비 상태의 둘째 처남의 오른쪽 눈을 가격했다.

“으악!”

둘째 처남은 비명을 지르며 나를 째려봤다.

“이런 선빵?”

“왜, 왜 이래요?”

버럭 소리를 지르며 둘째 처남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할 때 나는 녀석의 머리채를 잡고 테이블에 찍어 버렸다.

쾅!

“으으윽!”

다시 신음을 터트리는 둘째 처남이다.

쾅쾅쾅!

둘째 처남의 머리채를 잡고 테이블에 몇 번이나 찍었고, 이마에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으악, 으으윽!”

“그래, 맞는 말이지. 자기 인생이니 쓰레기처럼 살든 말든 내 상관은 아닌데, 왜 거머리가 되어서 나한테 달라붙어?”

“왜, 왜 이래요?”

여전히 둘째 처남은 머리채가 잡힌 채 테이블에 짓눌려 있다. 그리고 뭔가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힐끔 접견실 문 쪽을 봤다.

“어린 새끼가 버르장머리가 없어. 내가 네 매형이지, 네 친구야?”

“매, 매형……!”

“은혜 씨가 판사를 소망하지 않았으면 너 같은 새끼는 교도소에서 썩게 그냥 뒀어. 돈이 썩어도 너 같은 새끼한테 쓸 거 같아?”

처남의 머리채를 잡아당겨 바닥에 내팽개쳤다.

우당탕!

“매, 매형…….”

“술에 취해서 그랬다면 술에서 깼을 때는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겠어?”

퍽퍽퍽, 퍽퍽퍽!

나는 쓰러진 둘째 처남을 지근지근 밟았다.

“윽, 아악! 으으윽!”

그것도 피해자가 경찰서에서 진술한 내용 그대로 둘째 처남에게 돌려줬다.

“거머리 같은 새끼야, 장모님은 만성 신부전으로 그렇게 아파하시고, 네 누나는 너 같은 쓰레기 새끼를 구치소에서 꺼내려고 나 같은 새끼한테 시집까지 왔는데 주둥이에서 그딴 소리가 튀어나와? 아직 정신 못 차렸지?”

매섭게 살기를 담아 죽일 듯 둘째 처남을 노려봤다.

“살, 살려 주세요.”

커다란 소리가 났는데도 아무도 들어오지 않자 둘째 처남은 내게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

“피해자도 기절하기 전에 살려 달라고 진술했다는데 넌 그때 멈췄어?”

“매, 매형, 그게…….”

“너 같은 거머리 새끼는 어중간하게 맞아서는 사람 구실 못 해.”

“살, 살려 주세요.”

“그냥 나한테 맞고 식물인간으로 살아. 그래야 앞으로 여러 사람 마음고생 안 하지.”

둘째 처남의 멱살을 잡고 일으켰다. 그리고 둘째 처남의 안면을 죽어라 두들겼고, 입술이 터지고 입안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퍽!

푸아아압!

나는 주먹으로 둘째 처남의 왼쪽 턱을 제대로 가격했고, 둘째 처남은 피를 토했다.

피와 함께 이빨 몇 개가 부러져 튀어나왔다.

쿵!

멱살을 잡은 손을 놓자 둘째 처남이 무릎을 꿇고 내 바짓가랑이를 잡고 달라붙었다.

“살, 살려, 살려 주……!”

“둘째 처남.”

“예, 예, 매형…….”

“맞으니까, 어때? 많이 아프지?”

“살, 살려 주세요. 제, 제가 잘못했습니다. 정말 잘못했어요, 흑흑흑!”

바짝 겁먹고 울기까지 하는 둘째 처남이다.

‘아직 23살이지.’

없이 살아서 서러움이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분노가 차올랐을 수도 있다. 또 친형이 돈이 없어서 피해자에서 피의자로 바뀌는 것을 봤을 것이고, 저렇게 삐뚤어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불우한 환경에서도 노력하며 내일을 꿈꾸는 젊은이도 많다.

그러니 우리 둘째 처남은 그냥 철부지 개새끼다.

“앉아.”

내 말에 둘째 처남은 허겁지겁 테이블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입구 쪽을 봤다. 그리고 슬그머니 롤렉스 시계를 손목에서 풀어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아무도 안 들어올 거다. 이게 이 매형이 가진 돈의 힘이다.”

“…….”

또 맞을까 봐 내 눈치만 보고 있는 둘째 처남이다.

“이빨 몇 개 부러졌군. 피해자랑 합의하고 구치소에서 나오면 내가 임플란트해 줄게.”

“제, 제가 잘못했어요, 정말 제가 잘못했어요!”

더 맞기는 싫은 모양이다.

“처남 새끼야, 당연히 잘못했지. 사람이 사람 구실을 못 하고 살아도 거머리는 되지 말아야 하잖아. 내가 너한테 호구처럼 피를 빨리고 살 것으로 보였어?”

벌벌 떨고 있는 둘째 처남을 매섭게 노려보며 손수건으로 피 묻은 손을 닦았다.

“둘째 처남,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예, 매형.”

바짝 얼어 있는 둘째 처남이다. 이래서 법보다 주먹이 빠르다는 말이 있고, 개는 몽둥이로 다스려야 하는 말이 있는 것이다.

“둘째 처남은 알코올 중독 초기 증상으로 입원 치료가 요망된다는 전문의 소견서가 나왔어. 교도소로 갈래, 아니면 정신병원으로 갈래?”

“정, 정신병원이라고요?”

기겁한 표정으로 나를 보는 둘째 처남이다.

“결정해.”

나는 둘째 처남을 매섭게 노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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