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11화 (11/415)

# 11

11화 법률 자문 수임료 10억의 효과?(2)

“그럼 그 사건의 본질은 경찰 조사에서 어떠한 힘이 작용하였다고 판단해도 되는 겁니까?”

내 물음에 변호사는 나를 빤히 봤다.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말하는 변호사다.

“피해자의 부친이 여당 국회의원입니다.”

제3의 힘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

아마도 형님의 재심 재판의 핵심은 경찰의 사건 조작을 밝혀내는 것과 그런 과정에서 여당 국회의원이 더는 힘을 쓰지 못할 정도의 힘을 가진 야당 의원을 내 인맥으로 만들어야 할 것 같다.

‘거기다가…….’

돈도 좀 써야 할 것 같다.

‘두 명에게 양심선언을 시키려면?’

당연히 돈이 들어가야 할 것이다.

‘곧 총선 및 대선 시즌이니까.’

그들이 양심선언을 해준다면 여당에는 치명타가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두 사람이 절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할 생각이다.

“국회의원의 힘이 작용했군요.”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아직은 추측에 불과합니다. 법은 증거로 이야기하고, 또 증언으로 판단합니다. 핵심 관계자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형님을 가해자로 지목했습니다.”

“돈이 좋은 세상인 모양입니다. 제가 알아본 것으로는 그 아가씨가 형님에게 도움을 받았는데 말입니다.”

흥분할 필요는 없다.

내가 기억해야 하고 판단해야 할 부분은 피해자로 둔갑한 놈의 아버지가 여당 국회의원이라는 사실이다.

“현재 남아 있는 증거도 크게 없겠죠?”

나는 백영기 변호사에게 물었다.

“그렇습니다. 핵심 관계자의 증언이 아주 중요하게 작용한 재판이었습니다. 재심을 의뢰하신다면 바로 청구하겠습니다.”

“그 재심 청구, 12월 20일로 미루죠.”

“예?”

내 말에 당황스러운 눈빛을 보이는 백영기 변호사다. 그리고 뭔가 떠올랐는지 나를 빤히 보는 백영기 변호사다.

“12월 20일이라면…….”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진행할까 합니다. 그 전에 제가 가진 힘으로 증거를 확보하겠습니다.”

“혹시 의뢰인께서는…….”

“정권이 바뀔 겁니다. 저는 거기에 배팅할 겁니다.”

형님의 사건은 5년 전 사건이다. 그러니 경찰이 조사해 놓은 증거 말고는 형님에게 유리한 증거가 없다. 그리고 내게는 내 아내가 판사가 될 때 결격 사유만 제거하면 된다.

“무슨 생각이신지는 알겠지만 쉽지 않은 일입니다.”

나는 백영기 변호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때와는 상황이 달라졌죠. 그때의 안사람에게 인맥이라고는 형님밖에 없었죠.”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백영기 변호사다.

“하지만 지금은 서울대 법대 졸업자라는 인맥과 사법연수원생이라는 간판 그리고 제게는 안사람의 인맥을 움직일 수 있는 돈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사건을 조작할 생각은 없습니다. 저는 오늘만 사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또한 제 안사람은 오늘보다 내일이 더 중요하죠.”

내 말에 백영기 변호사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나를 봤다.

“12월 20일을 디데이로 잡고, 재심을 청구하고 준비하겠습니다.”

백영기 변호사의 눈빛에는 이유가 불분명한 사명감 비슷한 것이 느껴졌다. 물론 수임을 받은 변호사의 사명감일 것이다.

하지만 그 이상의 무엇인가가 존재하는 것 같다.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태양기업의 법률 자문 파트너로서 몇 가지 정보를 요청합니다.”

나는 미리 준비해 온 법률 자문 요청 계약서를 내밀었다.

‘동네 법무사에게 작성시킨 거지.’

말이 동네 법무사지, 꽤 실력 있는 법무사고, 그는 내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이렇게 작성하는 것이 옳은지 모르겠습니다. 동네 법무사에게 의뢰해 봤는데, 아무리 봐도 좀 허술한 것 같습니다.”

내 말에 백영기 변호사가 내가 내민 법률 자문 요청 계약서를 읽었다.

“서류는 깔끔합니다.”

깔끔하다는 것은 완벽한 것과 다르다.

“자문 수임료는 어떻습니까?”

“정보 제공 및 법률 자문의 수임료로 1년 10억을 제시한다는 계약서군요.”

법률 자문 수임료로는 상당한 금액이다. 강북 아파트 한 채가 1억이던 시절이니 법무 법인 서열 1위가 받아야 할 정도로 고액이다.

“태평양법무법인이 완벽한 법률 자문 계약서를 작성해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정보 제공이라……. 이래서 1년 파트너십 계약이 10억이군요.”

핵심을 파악한 백영기 변호사다.

“그렇습니다. 변호사의 책무인 비밀 유지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도에서 최대한의 정보와 법률 자문을 요청할 생각입니다.”

“의뢰인께서 알고 싶은 정보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야당 핵심 의원과의 만남입니다. 또한 대한민국 사채 시장 큰손의 전화번호도 받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법무 법인 대표님도 만나고 싶습니다.”

내가 환생했다고 해서 이런 부분까지 다 알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요구한 것이다. 거기다가 좀 더 스케일 크게 놀 것이다.

“대표님까지?”

“그렇습니다.”

“거기다가 야당 의원과 사채 시장의 큰손이라?”

백영기 변호사는 이해가 안 된다는 눈빛으로 나를 봤다.

“제가 좀 전에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정권이 바뀐다는 것에 배팅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정권이 바뀐다면 대한민국 정부는 북한과 관계 개선을 하려고 다양한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판단합니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백영기 변호사다.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 내려고 기존과는 다른 정책을 펼칠 것이고, 아무래도 따뜻한 햇볕 같은 정책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저는 그런 정책을 대충 햇볕 정책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햇볕을 모으는 일은 태양광 패널이 할 일이죠. 북한 문제의 해결책으로 저는 태양광 패널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내 말에 묘한 미소를 보이는 백영기 변호사다.

‘태양광 패널 사업은?’

태양광을 이용해 자가발전하게 만들어 전기를 자체 생산하는 것이다. 그리고 태양열 보일러 사업은 말 그대로 태양열을 이용해 난방을 하는 방법으로, 분명 차이가 있다. 그리고 나는 처음에는 태양광 패널 사업을 시작하는 척할 것이다.

“의뢰인께서는 몽상가시군요.”

“때로는 몽상가가 세상을 바꾸기도 한답니다.”

나는 백영기 변호사를 보며 자신만만한 미소를 보였다.

‘내가 이렇게 정확하게 분석하고 있는 것은!’

미래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치열하게 동향을 분석하며 살아야 했다. 그러다 보니 가진 자들의 성향과 특징을 누구보다 잘 알게 되었다.

“핵심 야당 의원과 만남을 추진하려는 이유는 알겠습니다. 그런데 왜 사채 시장의 큰손과 만나고 싶어 하십니까?”

“형님께서 제게 투자하시면 그때 이유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 이야기는 대표님과 함께 드리고 싶습니다.”

나는 백영기 변호사를 빤히 봤다.

“형님이라고요?”

“제가 형님으로 모시겠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은근슬쩍 관계를 정리했다.

“허허허, 그런데 투자라?”

“곧 세상이 급변할 겁니다.”

“아우님, 아우님 말씀대로 정권이 바뀔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지는 않을 겁니다.”

백영기 변호사가 나를 아우라고 불렀다.

‘절반은 성공했군.’

유명 변호사와 호형호제한다는 것도 성과라면 성과다.

“물론 정권만 바뀐다면 세상이 바뀌지 않죠. 하지만 돈의 흐름이 바뀌면 세상이 바뀌죠. 제 이야기를 한번 들어 보시겠습니까?”

졸지에 갑과 을의 위치가 바뀌는 순간이다. 나는 태평양법무법인 의뢰인에서 태평양법무법인 핵심 변호사에게 투자를 제의하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대표님, 집무실에 계시죠?”

법률 자문 수임료가 1년에 10억이면 절대 적은 돈이 아니다. 이 정도면 법무 법인 대표 낯짝을 보자고 요구할 수 있는 액수다.

“법률 자문 수임료 계약은 결재를 올려야 하니 바로 대표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백영기 변호사가 내게 미소를 보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류를 준비하려면 잠시 시간이 소요될 것입니다. 기다려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형님.”

“허허허, 아우님은 정말 소문과는 정말 딴판이군요.”

이미지 개선에 성공하는 순간이다.

* * *

10억으로 만든 자리다.

내 앞에 태평양법무법인 대표가 온화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기업의 법률 자문은 법무 법인의 핵심 업무라고 할 수 있기에 저렇게 미소를 짓는 것이다.

그리고 새롭게 작성된 법률 자문 수임 계약서가 내 앞에 놓여 있다.

‘일 처리 하나는 빠르군.’

이래서 대형 법무 법인일 것이다.

“의뢰인님, 어떤 법률 자문을 원하기에 1년 수임료가 10억입니까?”

원래 통상적으로 변호사 법률 자문 수임료는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법무 법인 쪽이 정한다. 하지만 나는 이제는 의뢰인의 입장이 아니라 투자를 받아야 하는 입장이라서 10억이라는 거금을 제안했고, 이 제안으로 법무 법인 대표를 내 앞에 앉혔다.

‘12월 27일이면…….’

지금 쓴 10억은 27억쯤 변해 있을 돈이다. 물론 달러를 매집하는 데 성공해야 그것도 가능한 일이지만 말이다.

“그 10억을 다시 제게 투자하는 파트너십 계약을 조건으로 합니다.”

내 말에 태평양법무법인 대표는 묘한 눈빛으로 변했다. 아마 자신의 법무 법인에 찾아와 이런 제안을 한 의뢰인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법무 법인 대표는 낮도깨비 같은 놈을 만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고 백영기 변호사에게 간략하게라도 나에 대한 인적 설명을 들었을 것으로 예상한다.

‘졸부 집 개망나니!’

그게 딱 지금의 나다. 그러니 저런 눈빛을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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