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10화 (10/415)

# 10

10화 법률 자문 수임료 10억의 효과?(1)

태평양법무법인 의뢰인 접견실.

내가 알아본 것으로는 태평양법무법인은 대한민국 5대 법무 법인에 속하는 대형 법무 법인이다.

-태평양법무법인에서 저를 스카우트하려고 했어요. 대한민국 5대 법무 법인에 속하죠.

나는 내 아내 은혜에게 실력 있는 법무 법인을 소개해 달라고 했고, 그녀가 추천한 법무 법인이 태평양법무법인이다.

‘법무 법인 서열 1위와 5위는 분명한 차이가 있지.’

법무 법인도 승자독식이 만연하다. 그리고 태평양법무법인은 업계 1등은 아니지만 대형 법무법인이다.

‘나는 누구보다…….’

법조계의 생리를 잘 안다.

진짜인 나는 법조계의 생리를 잘 알고 있기에 적절히 이용하며 살았다. 그런 과정에서 불법과 편법을 오가며 악착같이 살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하여튼 내가 이 자리에 앉을 수 있는 이유는 두 가지다.

내가 가진 돈.

그리고 내 아내 심은혜의 인맥.

분명한 것은 대한민국은 돈과 학연이 있으면 안 되는 일이 없고, 거기에 혈연까지 붙으면 안 될 일도 된다.

‘그리고 내가 지금 필요한 것은 인맥이다.’

물론 그것들을 이용해 불법을 저지를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번 생은 그저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다.’

이게 내 목표다. 물론 사업을 해서 돈도 벌 참이다. 하지만 크게 욕심을 부리지는 않을 참이다.

사실 특별한 변호를 의뢰하려고 온 것이 아니다. 명목상으로는 형님의 재심 청구와 변호를 의뢰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그리고 이곳에 온 진짜 이유는 변호사들이 알고 있는 정보, 더 정확하게 말하면 전화번호를 얻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거기다가…….’

나는 태평양법무법인에서 투자를 받을 생각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내 사업의 간판이 될 것이고, 아주 유용하게 작용할 것이다.

“안녕하십니까? 백범이라고 합니다.”

변호사가 내 앞에 앉아 있고, 나는 명함을 내밀며 내 소개를 했다. 변호사는 정중한 자세로 내 명함을 받은 후에 나를 봤다.

“태평양법무법인 소속 백영기라고 합니다. 태양광 패널 사업을 하고 계십니까?”

내 명함에 적혀 있는 태양광 패널 수입 설치 회사 대표라고 적혀 있기에 묻는 것이다. 이번 질문을 통해 백영기 변호사는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태양광 사업은 아직 이슈가 되지 않은 사업이다. 그리고 태양광 패널은 100퍼센트 수입에 의지하는 품목이다.

그래서 태양광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을 설립했다.

‘태양광 패널 수입을 하려면 달러가 필요하지.’

아직은 달러를 확보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물론 일반인들은 1996년 말부터 달러를 구하는 것이 어려워지기 시작했지만 수출입을 위한 달러는 아직은 숨을 쉴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은행에 힘을 써 줄 조력자가 필요하고, 그 조력자도 태평양법무법인에서 제공받기를 희망하고 있다.

“예, 그렇습니다. 태양광 패널 수입 및 설치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수출로 악착같이 외화를 벌어들이지만 에너지 수입으로 가장 많은 달러가 빠져나가죠. 그래서 선택했습니다.”

태양광 패널을 수입할 명분은 이쯤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달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치인들과 약간의 협잡이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내 말을 관심 있게 듣는 백영기 변호사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내가 설립한 회사는 어떤 측면에서는 페이퍼 컴퍼니에 가깝다.

‘개인은…….’

외국환관리법에 의해 개인은 1만 달러 이상 달러를 보유할 수 없다. 그래서 사업체를 설립했고, 수출입 사업체를 운영해야 600억 상당의 달러를 보유할 수 있기에 페이퍼 컴퍼니에 가까운 회사를 법인으로 설립했다.

‘편법인데!’

이런 편법까지는 포기하지 못하겠다. 그냥 내가 600억의 자금으로 달러를 구입할 수 있다면 태평양법무법인의 도움을 필요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600억은 4800만 달러다. 그 달러를 합법적으로 확보할 방법은 오직 은행에 협조를 구할 수 있는 이런 대형 법무법인의 도움뿐이다.

* * *

“은혜한테 그렇게 공을 들였는데 판사가 되고 싶어 하더군요. 은혜 상황으로는 쉽지 않은데 말입니다.”

내 아내의 이름을 함부로 부른다는 것은 내 아내를 아주 잘 알고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은혜가 대형 법무 법인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아주 친한 오빠죠.

나는 은혜가 내게 해준 말이 떠올랐다.

“안사람이 태평양법무법인을 적극 추천했습니다. 저는 두 가지 일 때문에 대한민국 최고의 변호사를 선임하고 싶습니다. 하나는 비밀이 유지되어야 할 일이고, 나머지 하나는 억울함을 풀어야 할 일입니다.”

내 사업과 형님의 일 때문에 여기에 왔다.

“변호사 수임 계약서에 서명하시면 모든 비밀을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변호사가 내게 변호사 수임 계약서를 내밀었고, 나는 지체 없이 서명했다.

“이제 의뢰인께서는 편히 말씀하시면 됩니다.”

내가 가진 600억이 변호사를 이렇게 고분고분하게 만든 것이다.

‘이제 본가에는 돈이 없지.’

아버지의 모든 돈을 내가 탈탈 털어왔으니까. 정확하게 말하면 총 700억이다. 하지만 100억은 예비비로 남겨둔 상태다.

이자도 내야 하니까.

“제 형님의 사건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고자 합니다.”

내 말에 공손히 고개를 끄덕이는 변호사다.

“제가 재심을 청구하려는 이유는 변호사님도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 안사람은 판사가 되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제 목적은 제 안사람이 판사가 될 수 없는 결격 사유를 제거하는 것입니다. 그것도 제 안사람의 차후 행보에 걸림돌이 되지 않게 합법적이고 공명정대한 방법으로 추진하려고 합니다.”

나는 이곳에 오기 전에 형님의 사건을 대략적으로 알아봤다. 내가 내린 결론은 핵심 관계자의 증언으로 경찰 조사 과정에서 피의자와 피해자가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나는 조사 과정에서 제3의 힘이 작용했다는 결론을 냈다.

“저도 예전에 은혜 때문에…….”

“잠깐, 변호사님.”

나는 백영기 변호사의 말을 끊었다.

“예, 의뢰인님.”

“이제 제 안사람의 이름은 변호사님께서 함부로 부를 이름이 아니게 됐습니다. 워낙 친하다는 것을 압니다. 안사람이 변호사님을 적극적 추천하더군요.”

친한 사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백영기 변호사에게 내가 개망나니가 아니라는 사실을 더욱 부각하기 위함이다.

“제가 개인적인 친분 때문에 실수를 했습니다.”

변호사는 바로 수긍했다. 그리고 나를 달리 보는 눈빛이고, 그 눈빛 속에서 다행이라는 의미도 담겨 있었다.

‘동네 오빠의 눈빛이군.’

백영기 변호사와 내 아내 심은혜의 관계에는 학연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변호사님께서 제 안사람을 많이 신경 써 주셨다는 것을 압니다. 건방지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물론 변호사님과 제가 좀 더 개인적인 사이로 발전한다면 그때는 또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때는 제가 사적으로는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듣기 불편한 부분을 정리하고, 변호사와 개인적인 친분을 형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도 있는 이야기를 꺼냈다.

“하하하, 죄송합니다. 워낙 입에 붙은 호칭이라서 제가 실수했습니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그의 표정을 살폈다. 크게 불쾌한 눈빛이 아니었다.

‘물론!’

변호사들은 포커페이스를 확실하게 유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하여튼 건방지게 보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나는 의뢰인으로 갑의 입장이고, 변호사는 수임을 받아 계약했으니 을이다.

갑과 을의 관계.

그 계약적 관계는 명확하게 해야 한다.

“저도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 그 사건을 확인했습니다. 전형적인…….”

“유전 무죄, 무전 유죄 사건 아닙니까?”

나도 알아볼 만큼 알아본 상태다.

“그렇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경찰 조사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신분이 바뀐 사건이라는 겁니다. 형님께서는 의협심이 강하셨죠.”

변호사는 형님도 잘 안다는 듯이 말했다.

“제 형님에 대해서 아십니까?”

“제가 옆집에 살았습니다. 어릴 적에 사탕 몇 개 얻어먹었습니다.”

나를 보며 웃는 변호사다.

“아, 조금 전에는 제가 실수했습니다. 제 안사람을 은혜라고 부르는 당연한 이유가 있었군요.”

이런 흐름이 좋은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원하는 흐름대로 진행되고 있다.

“그 동네 개천에서 용 두 마리가 나왔죠. 한 명은 저고, 나중에 은혜가 사법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은혜는 판사가 되고 싶어 했죠. 아마도 그 결심에는 형님의 사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압니다.”

다시 변호사는 내 안사람을 은혜라고 불렀다.

“그렇다면 저도 앞으로 변호사님을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제 안사람이 백영기 변호사님을 오빠라고 호칭한 이유가 분명하게 있었군요.”

나는 내 안사람 은혜를 통해 변호사와 인맥을 다졌다. 그리고 그 인맥을 이제는 내 인맥으로 만들고 있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그도 웃으며 내 제안을 수락하는 것은 내가 600억을 가진 졸부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나를 보며 내심으로는 소문과는 다르다는 눈빛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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