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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4화 〉 대화가 통하지 않을 때는 주먹으로 (84/90)

〈 84화 〉 대화가 통하지 않을 때는 주먹으로

* * *

"물건은?"

"준비해놨습니다."

탈모가 왔는지 머리가 반쯤 까진 남자가 손을 비비며 커튼을 거두자 쇠창살 안에는 날카로운 눈을 빛내며 으르렁대고 있는 인간들이 가두어져 있었다.

"확실한 거겠지?"

"물론입니다."

"...."

트레버는 조용히 쇠창살에 다가가 숨을 헐떡이며 누워있는 소녀에게 다가갔다.

"하지 마!!!"

쾅!

하지만 갑자기 쇠창살을 부술 듯 다가와 노려보는 한 남자가 불쾌한지 트레버는 조용히 그를 올려다봤다.

"건들지 마.. 이곳에서 나간다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겠다.

"나올 수는 있고?"

"그으으..."

트레버의 말에 낮은 울음소리를 내던 남자는 당장이라도 트레버의 목을 벨 듯 손을 휘저었지만 손은 그에게 닿지 않았다.

"주인장."

"예 트레버님!"

트레버는 머리가 까진 남자에게 손짓했고 그는 굽신거리며 그의 곁으로 다가와 덩치가 큰 남자들을 불렀다.

"아니."

"예?"

"문만 열어라."

"예...?"

트레버의 말에 남자는 다시 되물었지만 트레버는 조용히 창살 안의 남자를 바라볼 뿐이었다.

"이.. 이들은 위험합니다..! 저.. 저희가 처리할 테니 트레버님은 지켜보시는 것이..."

"내가 약해 보이나?"

트레버에게 알 수 없는 기운이 요동 치자 남자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뒤에 있는 남자들을 돌아봤다.

"너무 위험한 것이.."

".... 열어."

"예?"

"열어, 아무리 그래도 트레버님이시다 이유가 있겠지."

덩치가 큰 남자들은 거부반응을 보였지만 남자는 한숨을 쉬며 창살을 가리켰다.

"여.. 열겠습니다?"

"그래."

두 남자가 쇠창살에 다가와 열쇠를 집어넣고 문을 열자 쇠창살의 안에 있던 남자는 처음에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봤다.

"뭐 하는 짓이지?"

"자유를 준 것 아닌가?'

"....?"

"네가 했던 말들, 그대로 해보거라."

"뭐?"

"내 목을 가져가겠다고 하지 않았나?"

"하하하하!!"

트레버의 말에 남자는 크게 웃고는 얼굴을 굳히고 천천히 창살 안에서 나와 양옆에 서있던 남자들의 목을 순식간에 떨어뜨렸다.

"이 녀석은 어젯밤 나에게 소변을 봤고, 이 녀석은 나를 두 번이나 굶겼지."

"그것참 안타깝군."

"그리고... 그르르르..."

다시 한번 남자에게서 낮은 울음소리가 들리며 그의 몸이 부풀었고 트레버는 흥미로운지 그를 천천히 훑어보았다.

"역시 이 종족은 다른 기운이군."

"트.. 트레버님.. 다시 가두는 것이.."

"가만히 있게."

머리가 까진 노예상은 뒷걸음질을 치며 숨으려 했지만 트레버는 그가 신경 쓰이지 않는지 계속 흥미롭게 자신의 앞에 있는 남자를 살폈다.

"죽어라!!!!"

자신을 노리고 날아오는 검에 노예상은 죽음을 직감하고 눈을 감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느껴지지 않는 아픔에 천천히 눈을 떴다.

".... 트.. 트레버님..?"

"흥미로워."

검을 튕겨내고 남자의 팔까지 베어낸 트레버는 피를 툭 털고는 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끄으으....!"

고통스러운지 피가 줄줄 흐르는 자신의 팔을 감싸 쥐고 남자는 뒷걸음질 쳤고 트레버는 씨익 웃으며 자신의 목을 그에게 들이밀었다.

"죽여보거라."

"이... 자식...!"

"네가 나를 죽이지 않으면 저 여자는 어떻게 될지 몰라."

"으아아아아!!!!"

트레버에게 손톱을 휘두르며 남자는 계속해서 그를 몰아붙였지만 그는 모든 동작들을 다 피해 내면서 움직임을 자세히 지켜봤다.

"좋아 훌륭하군."

쩌억!

"끄으으.."

쩌억!

"...."

트레버의 주먹이 빠르게 그의 몸을 강타하고 남자는 정신을 잃었는지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이 녀석은 이곳에서 내가 해부해 봐도 되겠나?"

"아.. 예예! 물론입니다!"

트레버의 잔혹한 모습에 노예상 또한 겁에 질렸는지 몸을 덜덜 떨며 고개를 끄덕였고 트레버는 자신의 허리춤에서 작은 검을 뽑아 남자의 피부를 잘라냈다.

"아아아악!"

"조용히 있거라."

쩌억!

고통스러웠는지 남자가 벌떡 일어나자 트레버는 그의 머리를 후려쳤고 언제 그랬냐는 듯 남자는 다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근육은 이런 구조로 되어있군... 뛰어난 신체 능력이 여기서 나오는 건가? 흥미로워.."

트레버는 혼잣말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노예상은 파르르 떨리는 남자의 몸에서 눈을 떼고 질끈 감았다.

"죽었나?"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남자의 몸이 파르르 떨다 축 늘어지자 트레버는 마지막으로 장기를 꺼내어 이리저리 살펴본 후 흥미가 떨어진 듯 시신을 걷어찼고 만족한 듯 노예상에게 다가갔다.

"끄.. 끝나셨습니까?"

"그래, 좋은 공부가 되었다."

"다.. 다행이군요... 다른 녀석들은..?"

"모두 구입하도록 하지, 우리 공국을 위해서 많은 도움이 되겠어."

"가.. 감사합니다."

"자, 이번에 데리고 온 녀석들에 대한 값이다."

트레버가 돈주머니를 던져주자 잔혹한 장면을 보며 얼굴을 찌푸리던 모습은 어디 갔는지 노예상의 얼굴은 환하게 밝아졌고 트레버는 그를 보며 씨익 웃었다.

"전보다 더 쳐주었으니 노력해서 다른 종도 데려와줬으면 하는군."

"물론입니다, 대륙 어디를 가던 저희보다 더 잘 찾는 녀석들은 찾기 힘들 겁니다."

노예상은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이 있는 듯 가슴을 텅텅 치고는 자신의 사람들을 불러 죽은 남자를 치운 후 창살에 갇혀 정신을 잃은 여인을 끄집어내었다.

"나머지 녀석들은 나중에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이 녀석으로 재미를 보시면 좋을 것 같군요."

"호오."

어둠 속에 있던 모습과는 달리 밝은 빨간빛의 머리카락과 아름다운 얼굴은 트레버의 흥미를 다시 일으키기에는 충분했다.

"고맙군, 이러니 내가 이곳만 이용하지."

"하하하! 다음에도 또 찾아주시..."

콰앙!

두 사람의 거래도 잠시 갑자기 어디선가 커다란 소리가 들려오자 트레버는 검을 뽑아들었다.

"무슨 일이냐?"

"모르겠습니다! 웬 이상한 녀석이...!"

콰앙!

계속해서 들려오는 소리에 트레버는 기사를 밀치고 밖을 바라봤고 머리가 터져 쓰러져있는 기사들과 노예상의 용병들의 위에는 한 남자가 걸터앉아 있었다.

"누구냐."

트레버의 말에 정신이 들었는지 남자는 조용히 그를 바라봤고 트레버는 그의 분위기가 이상한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

"그쪽에 너 말고는 없을 텐데?"

"칠러웨이."

".... 이번에 들어왔다는 톤 왕국의 기사인가?"

"...."

트레버의 말에 칠러웨이가 부정하지 않자 그는 천천히 자신의 죽은 기사들을 둘러보았다.

"이런 짓을 왜 한 거지?"

"말해줘야 아나?"

"... 지금은 변명할 시간일 텐데?"

칠러웨이의 말에 트레버는 인내심에 한계를 느꼈는지 으르렁대며 그의 멱살을 잡아올렸고 칠러웨이는 씨익 웃었다.

"너네들이 맞을 짓을 하니까."

"뭐?"

"이렇게 심하게는 안 하려고 했는데.. 이미 다 봐버려서."

칠러웨이는 말이 끝나자마자 트레버의 얼굴을 순식간에 내리쳤고 트레버는 코에서 피를 줄줄 흘려야만 했다.

"...."

"여기 노예상이지? 지나가다가 궁금해서 잠깐 둘러봤는데 참을 수가 없어서."

".... 네놈이 감히.."

"구린 내가 진짜였다니 믿을 수는 없는데... 저 시체들을 보니까... 아무래도 기다릴 수가 없어서."

"큭... 크크..."

칠러웨이가 쌓여있는 노예들의 시신을 가리키자 트레버는 굳은 얼굴을 풀고 킬킬대며 웃어댔다.

"트레버님 괜찮으십니까?"

노예상이 다가와 그의 코에 흐르는 피를 닦아주었지만 트레버는 그의 머리를 잡아 터뜨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 그래도 무료했는데 잘 됐군."

"증거 인멸?"

"비슷하지."

트레버가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자 칠러웨이는 온몸이 오싹해졌지만 이미 많이 느껴본 기분인지라 겁먹지 않고 가볍게 주먹을 날렸다.

"....!"

하지만 칠러웨이의 생각과는 달리 자신의 팔이 공중에 솟구치자 그는 눈을 크게 뜨고 그에게서 떨어졌다.

"호오..."

순식간에 회복되는 칠러웨이의 팔을 바라보며 트레버는 입맛을 다시더니 계속해서 그를 몰아붙였고 칠러웨이는 빠른 그의 검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자신의 팔목이 잘리는 것을 봐야만 했다.

"그것도 붙는 건가?"

'상상이상이다.'

트레버의 검은 칠러웨이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빨랐고 그에게서 느껴지는 이상한 기운은 몸을 옥죄여왔다.

"신기하지?"

"...."

"인간의 몸을 보다 보면 어찌해야 그들의 감정을 읽을 수 있고 조종할 수 있는지가 보이지."

"조종하고 있다 그 말을 하고 싶은 건가?"

"모든 건 네가 보고 느끼는 것 그대로다."

"웃기는 소리."

칠러웨이는 트레버의 말을 듣지 않고 계속해서 주먹을 휘둘렀고 트레버는 능숙하게 춤을 추듯 그의 주먹을 피해내고는 그의 복부에 자신의 단검을 꽂아 넣었다.

"어디 보자.."

"커어억!"

트레버는 마치 내부를 관찰하듯 단검으로 칠러웨이의 배를 휘저었고 칠러웨이는 피를 토해냈다.

"그렇군.. 사람과는 다를 바 없지만 무언가 다른게 보이는군."

"다 봤냐?"

"....!?"

수상한 움직임을 포착한 트레버가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이미 칠러웨이는 그의 양 어깨를 잡고 있었고 트레버는 그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끄아아아악!"

"아파?"

양 어깨가 칠러웨이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으깨지자 트레버는 소리를 질렀고 칠러웨이는 그를 힘으로 찍어눌렀다.

"끄으으으... 놔...!"

트레버는 그에게 벗어나려 검을 휘둘렀지만 이미 배가 걸레짝이 된 상태에서 칠러웨이는 더 이상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

"나.. 날 죽이면 공국을 적으로 돌리는 것이나 다름 없..."

트레버의 말에도 칠러웨이는 순식간에 그의 머리를 뽑아내었고 다시는 그가 살아나지 못하게 두개골을 부숴버렸다.

"상관없어, 어차피 적은 많거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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