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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2화 〉 전쟁의 서막과 연합의 움직임 (82/90)

〈 82화 〉 전쟁의 서막과 연합의 움직임

* * *

"하하하하!"

"웃음이 나오십니까!!!"

크게 웃으며 적들을 학살하다 싶이 베어버리고 있는 브라이언을 보고 디온은 소리쳤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내가 공격하긴 했지만 이렇게 후회되는 적은 처음이구나 디온!! 하하하!!"

"제길 멍청한...! 좌우로 갈라진다! 병사들을 보호해!!!"

디온은 겨우겨우 팔라딘들의 검을 쳐내며 기사들에게 명령을 내렸고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브라이언의 병사들을 구원하러 달려갔다.

"한 방먹었군그래!"

아빌론의 성국군을 선제공격한지 며칠이나 지났을까 리에티의 부상에 후퇴할 것 같던 그들은 순식간에 전열을 가다듬고 톤 왕국군에게 달려왔고 왕국의 병사들 또한 순식간에 팔라딘들에게 공격당해야만 했다.

"그러게 조심하자고 하지 않았습니까!! 리타님도 분명히 이러길 바라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건 모르는 거지! 리타 녀석도 피해를 입기 전에 선제공격을 할지 기다려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 시간을 줄여주지 않았나!"

"제길! 우리는 어떡합니까!"

"뭘 어떡해!"

디온의 말에 브라이언은 멀리 보이는 아빌론과 새로운 얼굴인 팔라인을 보며 씨익 웃었다.

"지금 저희 보고 웃은 겁니까?"

"뒤로 물러서거라."

브라이언의 미소에 소름이 돋은 팔라인은 뒤로 물러났고 아빌론은 순식간에 팔라딘들의 머리를 날리며 코앞까지 다가온 브라이언에게 창을 조준했다.

카앙!

"아직 정정하군 아빌론!!!"

"쉽게 갔으면 좋았을 것을."

창을 쳐낸 브라이언이 한 마리의 매처럼 날아오자 아빌론은 너클을 낀 손으로 그의 검을 쳐냈다.

"전처럼 쉽게 당하지는 않을 걸세."

"믿어도 되겠는가 아빌론!?"

"물론이다, 브라이언 공작!"

두 사람이 부딪히며 기사들과 팔라딘들은 휘말리지 않게 뒤로 물러섰지만 그들의 싸움이 신기한 듯 팔라인은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봤다.

"디온!!!"

"지금이다!!!"

브라이언이 순식간에 적진을 휩쓸며 진형이 깨지자 디온은 리타가 알려준 대로 병사들을 후퇴시키며 기마대를 후방으로 움직였다.

"팔라인!!! 정신 안 차리나!!!!"

"아! 죄송합니다! 이동!"

"이동!!"

하지만 팔라인은 그들의 행동을 눈치챈 듯 손을 흔들었고 언덕 위에서 나타난 궁병들은 달려오는 기마대를 조준했다.

"새로운 기사인가?"

"희망일세."

"희망이라.. 이미 희망을 모두 져버린 자네의 나라에서 희망을 찾는 건가?"

"...."

"다시 얘기하지만 아빌론, 자네 성국은 칠러웨이와 성녀들을 버리면 안 됐어."

"뭐?"

브라이언이 손을 들자 갑작스레 전장에 안개가 내려앉았고 아빌론은 그 안개가 어떤 안개인지 아는 듯 브라이언을 밀치고 주변을 둘러봤다.

"안녕~?"

"마리아...!!!"

꽤나 고생을 한 듯 꾀죄죄한 마리아는 아빌론에게 손을 흔들었고 그의 머리는 점점 붉어졌다.

"빠져나오는데 되게 애먹었는데~ 알아~?"

".... 왜 이곳으로 온 건가!!! 설마...!"

"그 설마야."

"세레나 당신까지...!"

"마리아 봐주지 마! 더 짙게 만들던 알아서 해!"

"세레나 고마워~ 나는 안개가 좋아~."

세레나가 나타나 고개를 끄덕이자 마리아의 안개는 톤 왕국의 기마대를 보호하듯 주변을 가렸고 궁병들은 활을 쏠 수가 없어 버벅거렸다.

"당신 둘이 여기 있다면... 설마.."

"라이칸!!! 라티엘!!!"

세 성녀가 단합이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아빌론이었지만 안개를 뚫고 뛰어나오는 라티엘과 라이칸을 보며 그는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막아...!!!"

"끄아아아악!"

"나를 버린 걸 후회하게 해주마 리에티!!!!"

커다란 목소리로 전장을 누비며 검을 휘두르는 라티엘은 성녀가 아니라 마녀라 불릴 만큼 악랄하게 검을 휘둘렀고 라이칸 또한 순식간에 늑대처럼 그녀를 따라 달렸다.

"팔라인!!!"

"꽤 빡센데... 블라인!! 라티엘 성녀를 맡으세요!"

".... 예."

아빌론의 외침에 팔라인은 안갯속에서 손을 휘휘 저으며 블라인과 사엘라에게 손짓했고 두 사람은 순식간에 궁병들의 사이에서 뛰어나와 라티엘과 라이칸의 앞에 섰다.

"블라인... 너를 믿었는데!!!!!!"

마치 미친 여자처럼 라티엘은 풀어헤쳐진 머리를 하고 그를 바라봤고 블라인은 그녀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피했다.

"죄송합니다."

".... 죄송해...? 죄송하면 죽으면 된다."

".... 저에겐 사명이 있는지라 죽을 수는 없겠군요."

"내가 죽여주마...!"

흥분한 라티엘과 블라인이 검을 맞대자 디온은 머리가 아픈 듯 한숨을 쉬었고 브라이언의 공작에게 달려갔다.

"성녀들을 데리고 후퇴하셔야 합니다."

"하하하!! 저렇게 팔팔한데 후퇴가 맞을까?"

"저러다가 뺏기면 계획이 어그러집니다, 선제공격을 가한 것도 저들 때문이지 않습니까?"

"알고 있었나?"

"예."

"벡커!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브라이언은 세레나의 옆에 붙어있는 벡커를 바라봤지만 벡커는 고개를 내저을 뿐이었다.

"후퇴가 맞겠지, 병력도 훨씬 적어서 불리하고 마리아님의 안갯속에 있다가는 아군, 적군 구별이 안되니 디온의 말이 맞다고 본다네."

"흠.. 좋아 후퇴한다!"

"후퇴다!!!!"

브라이언의 명령에 기사들은 병사들이 도망갈 시간을 벌었고 톤 왕국의 병력은 순식간에 대부분이 전장에서 이탈할 수 있었다.

"라티엘님!!!!"

"이 녀석만 죽이고 간다!"

"약속이 다릅니다!"

"...."

"나중에 싸우고 지금 가서야 합니다!"

디온의 외침에 라티엘은 이를 갈며 블라인을 보더니 결국 검을 집어넣었고 라이칸은 그녀를 보호하며 순식간에 자리에서 이탈했다.

"사엘라 무사한가?"

"예."

블라인은 사엘라가 상처가 없는지 확인하고는 점점 걷히는 안개를 바라봤다.

"아빌론 쫓아가야 할 때아닙니까?"

"무리다."

"...."

블라인은 답답한지 무어라 이야기하려 했지만 팔라인은 그의 입을 가로막았다.

"이게 맞는 겁니다."

"하지만 적들은 도망가고 있네, 수도 적고."

"마리아 성녀가 다시 안개를 펼치고 브라이언과 벡커가 전장을 휩쓴다면 대항도 제대로 못할 겁니다 일단 저희도 정비를 하는 것이 맞다고 보는데요?"

팔라인의 말에 블라인은 결국 동의한다는 듯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아빌론은 리에티의 자리를 확실히 메꿔주고 있는 그에게 감사했다.

"고맙네 팔라인."

"제가 뭘 했다구요."

".... 그냥 고맙네."

"하하하!"

아빌론의 말에 팔라인은 만족한 듯 웃었지만 사엘라는 그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얼굴을 찌푸렸다.

"건방 떨지 마 준남작."

".... 하하..."

"운 좋게 이긴 것뿐, 피해는 심각했어."

"죄송합니다, 제가 죽은 이들을 제대로 생각하지 못했네요."

팔라인의 말에 사엘라는 한숨을 내쉬었고 아빌론은 죽은 시신들을 어깨에 메고 한곳에 모았다.

"다음 계획은 뭐지 팔라인?"

"적들이 원한 건 저희와의 전투가 아니라 성녀들입니다, 뭐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진짜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요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건지..."

"마리아의 힘이 돌아왔다면 분명 그 힘으로 브라이언과 합류한 걸 거다."

"주변에 정찰병들을 쫙 뿌려놨었는데 기적의 힘은 이기지 못하겠네요 하하하!"

팔라인을 보며 마치 일루안이 웃는 것 같아 아빌론은 죄책감이 들었지만 그에게 모든 사실을 말해 적으로 돌릴 수는 없었다.

"일단은 전투는 일어나 버렸고...."

"돌이킬 수는 없다."

".... 그렇다면 공격뿐이겠네요."

팔라인의 말에 아빌론은 더 이상의 사상자가 나오지 않길 바랐지만 전쟁이란 것은 사망자가 나오지 않게 막을 수 없었기에 그저 고개를 돌려야만 했다.

"블라인님."

"예 팔라인."

"브라이언 공작과 대치할 수 있겠습니까?"

"대치 말입니까?"

"예 계속 간만 봐주세요, 아무래도 적진에도 좋은 기사가 있는 모양이니까 지치게만 만들어주십시요."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밤이던 낮이던 일정하지 않은 패턴으로 공격하십시요 사엘라님을 데려가서도 상관없습니다."

"알겠네."

블라인은 사엘라와 함께 말위에 올랐고 팔라인은 무언가 생각이 난 듯 턱을 괴고 눈을 감았다.

"팔라인?"

"....."

"좋은 생각이 떠오른 건가?"

"예 뭐... 일단 저희는 힘을 비축하겠습니다, 보급도 넉넉히 보내라고 성국에 얘기해 주세요."

"알겠네."

아빌론은 고개를 끄덕이며 몇 명의 기사들에게 명령을 내렸고 팔라인은 자신의 주머니에 있는 일루안의 반지를 손안에서 이리저리 굴렸다.

"일루안 후작님이라면..."

팔라인은 눈을 번뜩이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아빌론은 그가 말을 할 때까지 조용히 기다렸다.

"생각났나?"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팔라인이 말을 하지 않자 아빌론은 답답한지 그에게 말을 걸었고 팔라인은 고개를 내저었다.

"아뇨? 엉덩이가 아파서."

"...."

"하지만 일루안님이라면 뭘 했을까 생각했습니다."

"결과는?"

"가만히 있는다."

"...."

아빌론은 어이가 없다는 듯 그를 바라봤지만 팔라인은 엉덩이를 툭툭 털고 병사들을 가리켰다.

"확실히 브라이언 공작은 무서운 사람이긴 합니다, 몇 번의 부딪힘으로 저렇게 전의를 꺾어놨으니 이래서야 싸워도.."

"못 이긴다는 건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있지만 분명 피해가 커질 겁니다."

".... 일루안의 방법이라는 건..."

"일단은 지켜보는 겁니다, 머릿속에 생각한 예외의 상황이 나올 때까지."

"그때 공격하겠다는 거군."

"뭐... 비슷합니다."

팔라인의 애매모호한 태도에 아빌론은 한숨을 내쉬었지만 팔라인의 미소를 보며 왠지 모를 믿음에 아빌론은 입을 다물었다.

"걱정 마십시요 아빌론님, 이기지는 못해도 지지만 않으면 되는 것 아닙니까?"

"이기면 좋겠지."

"그럼 좀 더 생각을 해보겠습니다."

"자네는... 천하태평하구만."

"그게 제 성격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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