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화 〉 전쟁의 서막과 연합의 움직임
* * *
"그래서.."
"...."
조용한 방 안 여러 명의 사람들이 모여있었지만 그 안은 침묵만이 가득했다.
"결국... 칠러웨이는... 못... 온 거야?"
멍한 표정을 한 채 천장을 바라보는 백발의 소녀가 물었지만 안타까운 표정을 한 데브라와 클라인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게다가... 검은 탑까지 날아가서... 무너졌다고.."
"아르웬 성녀."
".... 내가 가겠어.."
결국 아르웬은 자신의 검을 들고 일어섰지만 게리와 카일록은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안됩니다."
"성녀님이 움직이면 일이 더 커집니다."
두 사람은 그녀를 말리려 했지만 아르웬은 고개를 내저으며 그들을 제치려고 했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소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만하시길."
"...."
소년이 앞으로 나서자 카일록과 게리는 고개를 숙였고 데브라 또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뒤로 물러섰다.
"리타."
"예 레온 폐하."
젊은 소년은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랐지만 브라이언과 여러 귀족의 보살핌에 올바르게 컸고 지금은 칠라렌 성국에서 넘어온 이들과 함께 뜻을 함께 하고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칠러웨이를 구출하러 가는 것은 또 다른 위험을 초례할 겁니다, 또한 성녀의 위치에 있는 아르웬님이 제국이나 성국으로 넘어가신다면..."
"많은 사람들이 죽겠죠?"
"예."
"보셨나요 아르웬님, 당신이 제국으로 그를 구하러 넘어간다면 분명 많은 전력이 톤 왕국에서 이탈하게 될 것이고 그것은 톤 왕국을 위험에 빠뜨릴 겁니다."
".... 상관.. 없어."
아르웬의 단호한 말투에 레온이 한숨을 쉬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엘로나는 그녀의 어깨를 덥석 잡았다.
"아르웬이라고 했지?"
"...."
"두란트들을 보호하고 있을 때 너의 모습 잘 봤어."
"... 너는.."
"엘로나야, 다른 이름은 후트.. 너와는 제대로 이야기한 적 없지만 기억하지?"
"...."
"나도 당장 칠러웨이를 구하러 가고 싶어... 하지만... 칠러웨이를 지금 구하러 간다면... 많은 사람이 죽는 걸 네 두 눈으로 보게 될 거야."
엘로나의 표정을 본 아르웬은 입술을 깨물며 주먹을 꽉 쥐었다, 항상 칠러웨이가 위험에 빠질 때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던 무기력한 자신이 싫었지만 그녀의 말은 모두 맞기에 아르웬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한테 돌아온다고 약속했어."
"...."
"너한테도 했지?"
".... 응.."
"그러니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안되면 나랑 둘이 구하러 가는 거야."
엘로나의 설득에 아르웬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고 레온은 그 모습을 보며 안심이 된 듯 한숨을 쉬었다.
"... 감옥에서 또 구한 사람들이 있다던데.."
"왼쪽에서부터 아르티네, 그녀의 기사 케미안, 팬저우드 경입니다."
"반갑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르티네입니다."
"많은 도움이 될지 모르겠군요 팬저우드입니다."
"아르티네님의 기사 케미안입니다."
"세 분다 일어나세요."
침착하고 정중한 말투에 세 사람은 예의를 갖추고 그에게 인사를 건넸지만 레온은 그들의 손을 잡고 일으켜주었다.
"헬하임 제국의 뛰어난 분들이라고 브라이언 공작에게 얘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제국에서 가지고 있던 귀족의 지위는 제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일시적으로 저희 왕국에서 그대로 돌려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레온은 그들의 뒤에 서있는 두 사람을 바라봤다.
"갈리드 황자님, 가이덴 폴 겐님 잘 오셨습니다."
".... 이제 황자라고 불러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그저 톤 왕국으로 망명을 온 인간일 뿐.."
갈리드가 우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내젓자 레온은 그의 손을 덥석 잡았다.
"아닙니다, 아직까지 당신은 헬하임의 황자입니다.. 저희의 목적은 전쟁이 아니라 평화이기 때문에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 황제 자리에 오르셔야 합니다."
".... 레온님.."
레온의 말에 갈리드는 감동한 듯 그의 얼굴을 바라봤고 가이덴 폴 겐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씨익 웃었다.
"그나저나 성녀라고 했던가? 칠러웨이라는 자가 맨 아래층에 있었다면 걱정할 필요 없네."
"....?"
가이덴의 말에 아르웬은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봤고 그녀의 귀여운 모습에 가이덴은 아빠 같은 미소를 지었다.
"그곳에는 내 주인이 계시는 곳이야 아무런 능력도 없고 힘도 없는 분이지만 절대 쉽게 죽을 사람이 아니라는 거지."
"... 아.."
"분명 그 칠러웨이라는 남자를 이용해서 탈출했을 거야."
"...."
아르웬은 그의 말을 듣고 조금이나마 안심이 된 듯 한숨을 내쉬었고 그녀의 표정이 풀린 것을 보며 게리와 카일록 또한 그녀의 옆에서 비켜섰다.
"성녀님은 호위가 있으신가?"
".... 없어.."
"그럼 주인이 돌아오거나 갈리드 황자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그녀의 호위는 내가 맡도록 하지 내 역할은 정해지지 않았으니까.. 다들 불안해하는 것 같기도 하고."
".... 괜찮겠습니까?"
가이덴의 말에 레온과 리타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자 데브라는 씨익 웃었다.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무리 늙은 사람이더라도 실력은 제가 보장합니다."
"... 그렇다면 걱정은 덜었군요 갈리드 황자와 팬저우드 경의 호위는 게리와 카일록 두 사람이 부탁드립니다."
"폐하, 저는 케미안이 있으니 괜찮습니다."
"예 아르티네님은 원래 함께 했던 사람과 있는 게 편하겠지요."
레온에 의해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나서야 리타는 앞으로 나와 탁자 위에 지도를 펼쳤다.
"칠러웨이가 돌아오기 전까지 저희는 방비를 단단히 해야 합니다, 아마 돌아오기 전에 전쟁은 시작될 겁니다.. 제국은 금방 돌격해올 테고 현재 칠라렌의 움직임 또한 심상치 않습니다."
"... 으음.."
"데브라님과 클라인님에게 당장 병사들을 지휘할 수 있는 공작과 자작의 지위를 드리겠습니다."
"공작과 자작의 지위를 얻는 게 이리도 쉬웠나?"
"아닙니다 데브라님 이 지위는 일단 일시적인 것이며, 두 분은 각각 당장 전력이 될 수 있는 자유기사와 용병들을 지휘할 수 있는데다가 실력 또한 출중하기에 이 정도는 드려야겠지요."
"고맙네."
"당연한 것입니다."
리타는 다시 지도를 가리켰다, 그가 가리킨 곳은 헬하임 제국과 톤 왕국의 경계선이었다.
"팬저우드 후작님."
".... 알고 있네, 데브라와 클라인을 데리고 그곳으로 가라는 거지?"
"예."
"나도 가겠습니다 팬저우드."
"갈리드 황자님 안 됩니다."
"나 또한 헬하임 제국의 일에는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팬저우드 경, 톤 왕국의 힘을 빌려서라도 일황자와 황제를 내치겠습니다."
".... 뜻이 그러하시다면.. 괜찮겠습니까 리타?"
"걱정이 조금 되긴 하지만... 갈리드님이 참전하신다면 큰 힘이 될 겁니다."
리타는 갈리드가 분명 제국과의 전쟁을 거부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갈리드의 굳은 눈빛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데브라는 대견하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
"그런데 신참 브라이언은 어디에 있나?"
"신참..?"
"아 레온님, 가이덴 폴 겐님은 꽤 오랜 시간 감옥에 있던지라.."
"아.. 그렇군, 지금은 공작이십니다."
"어허.. 그자가 벌써?"
가이덴은 상당히 놀란 듯 눈을 크게 떴고 그의 모습이 우스운지 아르티네는 "쿡쿡.."대며 웃음을 터뜨렸다.
"브라이언 공작님은 현재 칠라렌 성국의 아빌론과 리에티가 이끄는 병력과 대치 중입니다."
".... 정말 성국은 전쟁을 일으키려는 건가."
"릴 왕국 또한 성국의 기습적인 공격에 대비를 하지 못해 어느 정도 밀린 상태이지만 브라이언님은 그들이 움직일 것을 예측하시고 미리 전선에 가 계시는 겁니다."
"그럼 상황은?"
"... 상황 말입니까?'
리타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고개를 내저었다.
"좋지 않습니다, 당장 검과 창을 맞대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죠."
"...."
"칠러웨이도 문제지만... 브라이언은 무사할런지.."
그들이 걱정하고 있을 무렵 이야기의 당사자는 높은 절벽에 올라가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브라이언님!"
"아! 왔나?"
"너무 여유로운 것 아닙니까?"
듬직한 오른팔이자 그의 기사단장을 맡고 있는 디온은 브라이언이 오기도 전에 먼저 이곳에 자리 잡고 있었고 브라이언은 그 덕분에 편하게 전쟁터가 될 곳을 돌아볼 수 있었다.
"성녀 라티엘의 하수인 블라인 또한 이곳에 왔다는 정보가 있는데 이리도 여유로우시면 안 되죠."
"오호라, 그 사람도 이곳에 왔다고? 디온 자네도 고생이 많구만!! 하하하하!!"
".... 그 웃음 진짜 박살 내 버리고 싶네요."
"그래도 라이칸이 성녀들과 사라졌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게, 아! 벡커 그 사람도 성국에 없으니 자네와 리타가 신나겠구만!"
"... 다행이라면 다행이죠.. 그리고 라스몬드 공작과 하몬도 움직임이 없는 걸로 봐서는..."
"리에티와 그의 성녀 엘라에게 협력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볼 수 있지.. 아마 다른 녀석들이 기회를 잡고 움직일 거야."
"광신도 녀석들도 분명 움직일 겁니다."
"후후후... 재밌게 돌아가고 있어."
말에도 브라이언은 즐겁다는 듯이 칠라렌 성국 쪽에 세워진 천막들을 보았고 은 머리를 긁적이며 그를 바라봤다.
"하아... 브라이언님 제발 체통을 지키시고 방법을..."
"디온 자네도 알잖나? 우리 쪽에서 먼저 움직이면 안 돼, 우리가 피해를 입더라도 저들이 먼저 오게 해야 한다... 물론 내 계획은 아니지만.."
".... 제국을 당장 적으로 돌리지 않기 위함이죠?"
"그들뿐만이 아니야.. 아! 그러고 보니 디온! 릴 왕국 쪽은 어떻게 됐나?"
디온은 전령이 가져온 양피지를 품에서 꺼내어 브라이언에게 넘겼다.
"호오... 먼저 공격을 당했군.. 그 녀석의 생각을 대충은 파악하겠어 리타는 뭐라고 하던가?"
"최대한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들을 도우라고 얘기했습니다."
"후후... 이렇게 되면 얘기가 달라지는데..."
자신의 말에 브라이언의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자 디온은 문득 불안함이 들었다.
"안 하실 거죠?"
"후후후..."
"참모의 말은 곧 법이라고.."
"하하하하!!"
브라이언의 웃음에 디온은 이마를 짚었고 브라이언은 자신의 검을 허리춤에 찼다.
"가자! 헬하임 제국이 움직이기 전에 끝내놔야지!"
"제발 브라이언님 참으세요."
"원래 약속은 깨라고 있는 거야! 게다가 릴 왕국이 얼마나 힘들겠나? 릴의 '그 두 녀석'도 덜덜 떨고 있을 텐데 나라도 두 팔 걷고 도와줘야지."
"...."
브라이언이 말에 오르자 디온은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쉬었다.
"금방 다녀오마 디온, 기병 백 기만 준비해라."
"예.. 공작님의 뜻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