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5화 〉 기사로서의 도리 (65/90)

〈 65화 〉 기사로서의 도리

* * *

"...."

양피지를 사이에 두고 여러 사람이 심각한 얼굴을 한 채 고민을 하고 있었다.

"가는 것이 좋겠네."

"하지만..."

"절대로 그들을 내버려 둘 수는 없어."

"...."

남자들은 밖에 이야기가 세어 나갈 세라 목소리를 조용히 낮추고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그들의 심각한 표정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안됩니다 절대로."

하지만 그들의 고민도 잠시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앳된 얼굴의 남자는 고개를 내저으며 그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왔고 모두의 시선은 그에게로 집중됐다.

"구해낼 수 있는 확률은 절반도 안 됩니다, 절대로 경비를 뚫지 못해요."

"... 하지만.."

"게다가 그 많은 병력들은 어떻게 따돌릴 겁니까!"

"할 수 있을 지도.."

답답한 태도에 남자는 머리를 쓸어넘기며 짜증이 난 얼굴로 책상을 쾅 내리쳤다.

"안된다니까요! 게다가 이 양피지에 적힌 것들이 사실인지 어떻게 압니까!"

"칠러웨이.... 자네도 안된다고 생각하나? 이 모든 게 믿을 수 없는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나?"

"데브라님... 믿을 수는 없지만.. 믿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진짜 이건 미친 겁니다! 이성을 가지고 판단하세요! 감정에 몸을 맡기지 말라는 말입니다!"

며칠 전 한 남자가 침묵의 숲을 뚫고 엉망진창이 된 모습으로 브라이언의 영지에 도착했다.

[데.. 데브라님을! 데브라님을 만나야 합니다!]

[예?]

[제발! 돈을 받으려면 이걸 전해드려야 합니다!]

그는 계속해서 데브라를 만나야 한다며 기사들에게 매달렸고 그의 손에서 전달된 양피지에는 놀라운 것이 적혀 있었다.

[팬저우드, 아르티네 생존, 갈리드 또한 생존 중 현재 황성 지하 감옥.]

"리타."

"다시 얘기하지만 절대! 절대로! 안됩니다! 절대로!"

"...."

리타는 데브라가 불쌍한 눈으로 바라보자 마음이 약해질까 고개를 돌려버렸고 칠러웨이는 데브라의 어깨를 잡고는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나는 가야 하네."

"저는 브라이언님의 대리를 맡았어요!"

"잘 알고 있네."

"게다가 데브라님은 톤 왕국에 충성을 바친다 맹세까지 하셨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번복하신다면 저는 지휘관으로서의 역할을 상실한 거나 마찬가지가 됩니다!"

".... 그 점은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그래서 혼자라도 가려 하네."

데브라의 말에 리타는 말문이 막히는 듯 입을 꾹 다물고 그를 바라봤다.

"리타의 입장도 이해합니다."

"헬하임 제국의 전쟁 준비가 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중요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을 다른 곳으로 뺀다니 말도 안 된다고 생각은 하지요."

칠러웨이와 게리가 리타의 말에 동의하자 리타는 마음이 어느 정도 안정이 된 듯 찬물을 들이키고는 조용히 데브라를 바라봤다.

"하지만..."

어쩌지 못할 상황에서 방안에 있는 그 누구도 의견을 내거나 말을 할 수 없었지만 조용히 의자에 앉아 듣고 있던 카일록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리타."

".... 안됩니다, 카일록! 누구보다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이 상황에서 데브라님이 제대로 나설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

"게리 자네도 말해보게, 데브라님이 지금 이 상황에서 전장에 나선다고 해봤자 마음이 다른 곳에 가있는데 제대로 전투에 임할 수 있을까?"

"족쇄를 차고 움직이는 것이나 마찬가지겠지요."

"데브라님이 아무리 이용할 수 있는 큰 자원이라고 하더라도 이 상황은 데브라님에게 전적으로 넘겨줄 수밖에 없네, 브라이언님과 같은... 아니 더 강한 자원을 움직이려면 이 정도의 리스크는 감당해야겠지."

".... 하아.."

리타는 얼굴을 쓸어내리며 조용히 데브라를 바라봤고 데브라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떨궜다.

"헬하임 제국으로 가면 다신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하아... 죽을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알고 있네."

"게다가 다음번에 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수도 있어요."

"아직 1황자가 자리를 잡기 전이네 게다가 황제가 깨어났고.. 이런 어수선한 상황이 아니면 빠르게 구할 수 없을 거네."

"그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회가 생겨도 못 구할 수도 있는.. 그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요! 그래도 가시겠습니까!"

"다시 말하지만.... 나는 상관없네, 나와 함께 지내던 이들이 갇혔다는 소식을 들은 상황에서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진짜인지 확인해야겠네."

"...."

고집불통에 독불장군 같은 데브라의 모습에 리타는 결국 마음을 접고 잠시 열을 식히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말린다고 해서 되지는 않겠죠 브라이언 공작님에게는 따로 연락을 취해놓겠습니다."

"고맙네 리타."

"대신! 돌아온다 약조하세요."

"알겠네."

데브라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자 리타는 고개를 내젓고는 조용히 헬하임 제국의 지도를 바라봤다.

"일단 그들을 구하려면 이쪽에서는 소수의 인원으로만 움직여야 합니다."

"많은 수가 움직이면 들킬 수 있으니."

"예, 그리고 데브라님이 헬하임 제국으로 돌아가면 앞으로는 톤 왕국에서 지원을 해줄 수 없고 더 이상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사라집니다 알고 계시지요?"

"알고 있네."

"소수의 인원과 최단 시간으로 그들을 구하도록 하겠습니다 정예병 30명만 뽑아드리겠습니다."

"이렇게 신경 써줄 필요는..."

"신경을 써주는 게 아닙니다, 반대하기는 했지만 그들을 구한다면 저희가 쓸 수 있는 방안이 많아집니다.."

"음..."

"게다가 말리셔도 갈 것 다 압니다."

리타의 말에 데브라는 고개를 끄덕였고 갈리드를 떠올렸다 분명 지금은 황자의 자리에서 폐위되고 감옥에 갇혀있는 신세였지만 그의 실력이라면 분명 히 상황에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알고 계시겠지만 톤 왕국이 전력으로 헬하임을 상대해도 될까 말까 한 전쟁입니다 계획을 짜다가 머리가 터질뻔했는데 이렇게 된 이상 돌파구를 만들어봐야겠죠."

"그 돌파구라는 게..."

"거물급인 2황자를 구한다면 분명 무언가 방법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일 뿐입니다, 헬하임 내에서 반란군이 생성이 된다 던지.."

"....."

"다시 얘기하겠지만 모든 게 데브라님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딱 잘라 단호하게 말하는 리타였지만 데브라는 그가 얼마 안된 자신 또한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칠러웨이님."

"예."

"가실 거지요?"

리타는 제발 "가지마." 라는 듯한 표정으로 칠러웨이를 바라봤지만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칠러웨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후우..."

"미안합니다."

"됐습니다, 어차피 알고 있었으니까요... 클라인님이 헬하임 제국에서 용병들을 모으고 있는 것은 아시지요?"

"알고 있습니다."

"헬하임 제국의 타이안으로 들어간 후 바로 용병 길드로 향하세요."

"타이안이라면..."

"헬하임 제국의 중심부입니다, 즉 수도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지요 황제가 있는 곳이자 가장 수비가 단단하고 병력도 그만큼 많은 곳입니다."

리타가 겁주듯이 이야기를 했지만 칠러웨이는 아무런 두려움이 들지 않는 듯 고개만 끄덕이고 리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겁도 없으시네요."

"아무래도 위험한 상황에 계속 처하다 보니.."

".... 후..."

머리를 벅벅 긁으며 리타가 한숨을 쉬자 칠러웨이는 씩 미소를 지었고 지도에 그려진 타이안을 가리켰다.

"클라인이 그곳에 있습니까?"

"예, 계속해서 용병들을 톤 왕국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열심히 하시는군요."

"예.. 자유 기사의 우두머리를 포섭해온 칠러웨이님보다는 늦었지만 아마 막바지 작업 중일 겁니다."

"아.."

"복귀하지는 못하시겠군요."

"... 미안하게도."

데브라가 울상인 표정을 지으며 클라인에게 미안함을 표하자 리타는 그걸 지금 알았냐는 듯 그를 째릿 바라보고는 황제가 있는 황성을 가리켰다.

"타이안의 한 가운데 황성이 있습니다, 이곳은 저보다는 데브라님이 지리를 잘 아실 테니 그곳에서부터는 데브라님의 능력입니다."

"... 잘 알고 있네."

"클라인님이 용병들의 수장으로서 황성 앞까지는 길을 뚫어주실 수 있겠지만.."

"문제는 지하 감옥이군."

"예."

리타는 한 양피지를 들고 서있던 기사를 불렀고 그 기사는 책상 위에 양피지를 펼쳤다.

"양피지를 들고 온 남자가 준 헬하임 제국의 지하감옥 지도입니다."

".... 허어 자네가 이걸 중간에서 낚아채 숨기고 있었나?"

"물론이죠."

황제에게 반란을 꾀한 사람들과 중죄인들이 갇히는 황성의 지하 감옥은 엄청난 크기였다.

"탈옥수가 왜 없는지 이제야 알겠군."

하나밖에 없는 긴 계단형 통로는 지하 5층까지 이어져 있었고 아르티네와 팬저우드의 위치는 가장 끝 층에서 바로 위로 적혀 있었고 갈리드는 '검은 물의 감옥'이라는 곳의 끝 층에 갇혀있었다.

"... 저곳은.."

"가보셨습니까?"

"과거에 헬하임의 황제가 구경시켜주어 보러 갔던 적이 있었지.. 새까만 검은 물에 죄인들이 둥둥 떠서 죽어있더군.. 그나마 생존해 있는 이들은 그 독한 악취를 피해 온몸에 검은 때를 묻히고 가장자리에 덜덜 떨며 누워있었고.."

"검은 물...? 악취...?"

칠러웨이는 무언가 떠오르는 것이 있는 듯 턱을 괴고 계속 생각을 했지만 떠오를 듯 말 듯 한 무언가에 머리를 감싸 쥐었다.

"칠러웨이?"

"아.. 아닙니다 뭔가 생각나려고 해서."

"어쨌든 모든 걸 최단 시간에 끝내야 합니다."

리타는 괜찮겠냐는 듯 데브라를 바라봤고 데브라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걱정 말라는 듯 그를 바라봤다.

"그렇다면 데브라님, 시간이 없습니다 구하려면 빠르게 움직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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