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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4화 〉 자유를 갈망하는 새는 날지 못한다 (44/90)

〈 44화 〉 자유를 갈망하는 새는 날지 못한다

* * *

"...."

"하아.."

방 안에 두 사람이 무릎을 꿇은 채 한 여인의 눈치를 계속해서 보고 있었고 그 여인은 골치가 아픈 듯 머리를 감싸 쥐고 있었다.

"저기.."

"잠시만 조용히 해주시겠어요~?"

"... 계속 조용히 하고 있었는데.."

여인이 온화하게 이야기했지만 그 말에는 그녀의 화가 가득 담겨있었고 남자는 투덜거렸지만 자신이 잘못한 것을 알고 있는지 다시 입을 다물었다.

"칠러웨이라고 하셨나요~?"

"예..."

"... 아르웬."

"응."

"이 남자를 알고 계셨나요?"

"나와.. 함께 칠라렌 성국에서.. 나온.. 남자야.."

"... 후우."

아르웬의 말에 백작 아르티네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신들이 문을 부수고 온 순간 아르웬님이건 뭐건 헬하임 제국에 넘기고 싶었지만..."

"...."

"거기 앉아 있는 페르온님."

"... 예."

"제가 자유기사님들에게 무언가 잘못한 게 있나요?"

"아뇨.."

"그런데 왜 그랬죠?"

"그게..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서..."

"그건 당연한 거예요 페르온."

"...."

"칠라렌의 성녀라는 존재가 이 대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아시죠?"

"예.."

"그들의 행동은 모든 나라에서 감시하고 있어요 특히나 제국은 더더욱, 그런데 그 영향력이 큰 성녀가 우리의 영지를 방문했는데 어떻게 감시조차 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데브라님이 움직이지 않은 이유, 잘 모르시겠죠?"

"..."

"그는 그의 일이 있고 저는 영지의 백작으로써 제 일이 있어요, 만약 공존하는 사이이더라도 그 선을 넘으면 침범 하는 게 되는 거죠."

"예..."

"그리고 제가 무언가 성녀에게 위협이 될 만한 행동을 했더라도 그는 움직이면 안 됩니다, 그게 헬하임과 공존하는 자유기사들의 역할이니까요."

부드러움은 싹 버린 채 페르온을 혼내듯 얘기하는 아르티네의 표정은 상당히 무서워 보였고 칠러웨이조차 그녀에게 혼날까 봐 아무런 말도 못 하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들지 않고 있었다.

"후우... 그리고 케미안에게 들었는데 종탑에서 한 자유 기사가 농성을 한다고 들었어요."

"..."

"내려와 달라고 부탁을 해주시겠습니까?"

"예.."

"당장."

아르티네의 매서운 눈매에 페르온은 밖으로 달려나갔고 칠러웨이는 다리가 저린지 발가락을 꼼지락대고 있었다.

"일어서세요."

"...."

"당신이 무엇 때문에 왔는지 압니다, 본디 자유기사라도 누군가를 호위하고 있다면 주인을 구하러 오는 것이 기사 맞나요?"

"... 예."

"당신이 말을 하지 않아 잘은 모르겠지만 분명 데브라님이 도와주신 것이 있겠지요."

전에 있었던 일을 봤던 것처럼 얘기하는 아르티네의 말에 칠러웨이는 자신도 모르게 목에 걸려있는 금패를 바라보았다.

"성녀님에게는 말씀드렸지만 당신에게도 얘기해드려야겠군요, 저희 백작가는 당신들을 잡아둘 생각도, 헬하임 제국에 넘길 생각도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영지에 들어오고 나서도 계속 지켜보며 무력으로라도 데려온 것은 아까 전 얘기한 대로에요, 헬하임 제국에 성녀를 넘기지 않고 우리가 먼저 성녀를 확보하기 위해서."

".... 왜 인지 물어봐도 됩니까?"

"분명 당신들의 움직임은 헬하임 제국과 모든 나라에서 파악하고 있을 겁니다, 성녀를 얻는다는 것은 '전쟁'이라는 것에 대한 명분을 얻는 것 그렇게 돼서는 안돼요."

"...."

"먼저 얘기하지 않은 것은 죄송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한시가 급한 상황이었거든요."

"뭐.. 다치진 않아서.."

"그럼 다행이네요."

아르티네는 잠시 칠러웨이를 바라보더니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진정이 되었는지 원래의 눈빛으로 돌아왔다.

"그럼 본론으로 돌아와서 물어볼게요~ 자유 기사들은 왜 먼저 만나신 거죠~?"

"...."

아르티네가 물음을 던졌지만 칠러웨이는 입을 다물었고 아르웬 또한 다른 곳을 쳐다볼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제 기사들의 말로는 당신들이 데브라님이 있는 곳으로 먼저 들렀다고 얘기를 들었어요~ 아닌가요?"

"맞습니다."

"그럼 어째서 그를 만난 거죠~?"

"...."

"저는 당신들에게 해코지 하지 않아요 단지 무엇 때문에 헬하임 제국으로 왔는지 그게 궁금할 뿐이에요~."

"그건.. 그들을 포섭하기 위해서입니다."

".... 포섭?"

칠러웨이는 자신들을 공격하지 않았던 아르티네의 모습을 믿었고 결국 눈을 딱 감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희에겐 그들이 필요합니다, 톤 왕국으로 도망치긴 했지만 아르웬을 지키기 위해서는 실력자들이 필요해요."

"음."

"그래서 데브라를 찾아왔고 거절당했습니다."

"그렇군요~."

칠러웨이의 말을 들으며 아르티네는 그제서야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갑작스레 그녀의 태도가 변하지 않을까 칠러웨이는 노심초사하며 그녀를 바라봤다.

"으음~ 제 입장에서는 해드릴 말씀은 없어요~ 데브라는 포섭하기 굉장히 어려운 인물이고 헬하임 제국의 수도에서 나와 저희 영지에 자유기사들을 데리고 정착했지만 아직까지 무슨 일을 벌이는지 아무것도 알아낸 바가 없어요~."

"그가 무언가 하려 한다는 말입니까?"

"네~ 과거였다면 성녀가 왔을 때부터 보호한다고 난리를 쳤겠죠 하지만 그 일을 거절한 것을 보니 데브라는 다른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을 거예요~ 자신의 계획을 깨고 싶지 않아 당신들을 보낸 거구요."

"...."

아르티네는 그를 완전히 파악하고 있다는 듯 칠러웨이에게 이야기하자 그는 어느 정도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돌아가세요~."

"...."

"톤 왕국으로 돌아가야 당신들이 안전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포섭은 포기하세요, 이미 저희 백작가도 포기한 기사들입니다."

"계속 얘기한다면..."

"저 또한 5년이 넘도록 설득했어요, 하지만 안됐다는 것은 계속해서 안되는 거겠죠?"

"...."

시무룩해진 칠러웨이를 보며 아르티네는 그가 귀엽다고 생각하며 빙글 미소를 지었다.

"돌아가세요."

"..."

"당신들은 이곳에 있어서는 안됩니다, 톤 왕국에 돌아가 당신들을 이용하지 않고 환영해 주는 그런 왕에게 돌아가세요."

"알겠습니다.."

"케미안~."

"예, 백작님."

"이들에게 톤 왕국으로 돌아가는 길을 알려주세요, 제국에는 성녀 아르웬의 무력이 뛰어나 놓쳤다고 보고하시구요~."

"예."

아르티네가 그들을 보내려는 그 순간 한 기사가 부서진 문으로 미끄러지듯 달려왔다.

"아... 아르티네님!"

"네?"

"그... 그게..."

"무슨 일이지?"

달려온 기사는 상당히 당황한 표정으로 케미안과 아르티네를 번갈아보고 있었고 케미안은 답답한지 땀을 흘리는 그에게 손수건을 건넸다.

"무슨 일인지 정확하고 또박또박하게 이야기해라."

"... 가.. 감사합니다.. 성 밖에.. 성 밖에... 1.. 1황자님이."

"....!"

"다시 정확하게 얘기해봐요."

케미안과 아르티네는 그의 말에 상당히 놀랐는지 눈을 크게 떴고 기사는 다리를 덜덜 떨며 성문이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1황자님입니다..! 파울로님이 이곳에 직접.. 직접 오셨습니다!"

"칠러웨이라고 했나요?"

"예."

"당장 이곳에서 벗어나세요 아까 그 자유기사들과 케미안과 함께."

"... 그가 누군데 그러십니까?"

"얘기할 시간이 없어 자세히는 말하지 못하지만 그는 성녀가 움직이는 곳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을 겁니다, 이곳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그에게 잡히는 것은 시간문제에요 어서 떠나요."

아르티네의 말에 칠러웨이는 멍하니 앉아있는 아르웬의 손을 이끌었고 케미안은 검을 뽑아든 채 그들의 앞을 안내했다.

"당신은 기사들에게 가서 성문을 활짝 열라고 전하세요.. 그리고 절대 성녀가 이곳에 있었다는 것을 이야기하면 안 됩니다."

"... 예!"

"그리고 당신들은 1황자님이 성에 들어온 순간 이곳으로 오게 하지 말고 성의 귀빈실로 안내하세요."

"알겠습니다."

일사불란하게 하인들과 기사에게 명령을 내린 아르티네는 빠르게 걸어 방으로 향했다.

"신경 쓰지 않은 것 같지만 품위 있는 옷으로."

"예."

여자 하인들이 가져다주는 드레스를 입으며 아르티네는 말투에 여유를 잃어버린 채 긴장감이 가득한 얼굴로 거울을 바라봤다.

"긴장하지 말자.. 내가 그들을 지키지 못하면 헬하임이 날뛰어."

옷을 갖춰 입은 아르티네는 1황자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복도를 조심히 걸었지만 어느새 성안에 꽉 차게 들어선 왕실 기사단의 눈길을 받으며 귀빈실 앞에 섰다.

"아르티네가 왔다고 전하게."

"파울로님, 아르티네님이 오셨습니다."

"들이게."

끼이익...

문이 열리고 화려한 갑옷을 갖춰 입은 이들이 귀빈실 안에 서있었는데 그 가운데에는 짧은 머리를 한 채 앉아있는 남자가 기분 나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반갑네 백작."

".... 고귀하신 황자 파울로님을 뵙습니다."

"격식은 차릴 필요 없네 앉게."

"...."

파울로가 조용히 그녀의 몸을 훑어보자 아르티네는 기분 나쁜 이물감이 온몸을 휘감았지만 입술을 깨물으며 그 불쾌한 시선을 흘려보냈다.

"무슨 일로 이 영지에 오셨습니까?"

"다 알지 않나?"

".... 무엇을 말입니까?"

"길게 말할 필요 없겠지.. 성녀 어딨나?"

"... 성녀 말입니까?"

"모르는 척하는 건가 아르티네 백작? 내가 두 번 말하는 것 정말 싫어하는 거 잘 알 텐데?"

아르티네는 본론부터 얘기하는 파울로에게 당황한 듯 눈을 깜빡 거렸지만 파울로는 피식 웃으며 양피지를 하나 건넸다.

"성녀가 톤 왕국을 건너는 그 순간부터 우리 쪽 사람이 이렇게 연락을 해왔네, 지금쯤이라면 분명히 이 영지에 도착했을 텐데... 아닌가?"

".... 예."

"아직 안 왔다?"

"오지 않았습니다."

"크크크큭..."

파울로는 아르티네의 말에 작게 웃으며 한 기사에게 손짓했다.

"데려와라."

".....!"

"죄송합니다..."

기사가 데려온 남자는 성문의 경비병이었는데 그의 몸은 피떡이 되어있었고 아르티네와 눈을 마주친 그는 몸을 덜덜덜 떨며 그녀에게 사과했다.

".... 파울로님 그를 풀어주세요."

"미안하지만.."

"커.. 어억..."

아르티네의 말을 들은 파울로는 직접 자신의 검을 뽑아 경비병의 목을 쳐버렸고 그가 신호를 주자 왕실 기사단은 이어서 아르티네의 곁에 서있던 기사들을 순식간에 베어버렸다.

"무슨 짓을...!"

"잘 알 텐데 내가 이들을 왜 죽이는지?"

"끄아아악!"

마지막 두 기사가 쓰러지자 그들의 피가 목에서 뿜어져 나오며 아르티네와 파울로에게 쏟아졌다.

"아르티네 백작, 자네가 거짓말을 했기에 죽는 걸세."

"파울로.. 황자...!!!"

피를 뒤집어쓴 아르티네였지만 상당히 분노한 듯 그녀는 주먹을 꽉 쥐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달려들려 했지만 왕실 기사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가만히 있어라 아르티네 백작, 이곳의 영지민들이 모두 죽는 것을 보고 싶지 않으면..."

".... 꼭.. 당신을 죽일 거야."

끼이익...

"....?"

아르티네가 파울로를 죽일 듯이 바라보는 그 순간 방의 문이 열렸고 그곳에는 익숙한 얼굴이 서있었다.

"어... 음..."

"... 당신.. 이곳에 왜..?"

"아니.. 그게... 잘못 들어왔습니다."

".... 기사단은 뭐 하나!"

파울로가 밖에 있는 기사단에게 소리쳤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남자는 자신의 발밑에 있던 기절한 왕실 기사를 방안에 끌고 들어왔다.

"미안합니다.. 그게.. 아까왔던 연무장 방에 제 금패를 두고 와서... 그거.. 꼭 가져가야 하는 거라... 하하 방을 잘못 찾았네요."

철컥.

칠러웨이는 방에 죽어있는 아르티네의 기사들과 피를 뒤집어쓴 그녀를 보며 조용히 안으로 들어와 문을 잠갔다.

"칠러웨이... 겨우 그거 가지러 돌아온 겁니까?"

피를 뒤집어쓴 아르티네는 그를 어이없다는 듯 바라봤지만 칠러웨이는 머리를 긁적이며 그녀에게 걱정 말라는 듯 씨익 웃었다.

"예 뭐.. 겸사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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