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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화 〉 자유를 갈망하는 새는 날지 못한다 (40/90)

〈 40화 〉 자유를 갈망하는 새는 날지 못한다

* * *

"와."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 한가운데서 서있는 남자는 멍하니 주변을 바라봤다.

"칠러웨이."

마치 어린아이를 옆에 둔 엄마 같은 모습으로 아르웬은 그의 소매를 잡고 이리저리 이끌었지만 칠러웨이의 관심은 오직 헬하임 제국의 건축물들이었다.

"놀랍네요."

"놀라울.. 수밖에 없어.. 헬하임의 건물들은 최고.. 니까.."

아르웬은 몇 번 헬하임 제국에 와본 적이 있는 듯 익숙한 모습이었지만 그녀도 흘깃흘깃 주변을 보았다.

"그나저나 헬하임 제국은 뭐 때문에 강대해진 겁니까?"

"헬하임.. 제국은... 음..."

"헬하임 제국은 노력과 의지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지 핫하!"

갑작스레 들려오는 목소리에 두 사람은 고개를 돌렸고 그곳에는 빨간 머리를 한 남자가 서있었다.

"응? 당신은.."

"헬하임 제국에 처음인가 보군? 아가씨는 보아하니 몇 번 온 것 같고.. 맞나? 핫하!"

아르웬이 머뭇거리며 이야기하지 못하자 멋들어진 갑옷을 입은 한 남자가 다가와 미소를 짓더니 두 사람에게 말을 걸며 이상한 웃음소리를 냈다.

"누구십니까?"

칠러웨이는 자신에게 누군가가 갑작스럽게 말을 거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그를 경계하며 검을 뽑을 준비를 했지만 남자는 아무런 적의가 없는 듯 팔을 들어 올렸다.

"아 놀랐다면 미안하네, 지나가다 보니 자네의 말소리가 들려서 헬하임 제국의 멋진 부분을 알려줄까 했지.. 도움이 안 됐다면 미안하네 핫하!"

"아.. 뭐.. 알겠습니다.. 의지와 노력의 결정체라는 말은..."

"말 그대로 의지와 노력이 제국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네!"

"...."

왠지 모를 하이텐션의 남자가 껄끄러웠는지 아르웬은 귀찮다는 듯 칠러웨이의 뒤로 숨어버렸고 남자는 얼굴을 들이밀며 칠러웨이를 이리저리 살폈다.

"저.. 불편하니까 그만..."

"아! 미안하네! 핫하!"

"그 웃음소리는 어떻게 안됩니까?"

".... 이상했나? 핫하! 어쩔 수 없다네! 어릴 때부터 버릇이 되어서! 익숙해지게!"

"상관은 없지만.."

"가자.. 칠러웨이.."

"아 예! 아르웬님!"

어차피 보지 않을 사람이라 생각한 칠러웨이는 아르웬의 손에 이끌려 갔지만 남자는 그들을 유심히 바라보더니 빠른 걸음으로 그들의 옆에서 걸었다.

"뭡니까!"

"핫하! 헬하임 제국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아서! 알려주겠네!"

"필요 없습니다!"

"아니네! 거절은 거절하겠네! 게다가 패를 보아하니.."

"..."

"나무 패구만!"

남자는 한 번에 칠러웨이의 부서진 패를 알아보고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그를 살폈고 칠러웨이는 자신의 몸을 주물럭거리는 그가 기분 나빴는지 그의 어깨를 툭 밀쳤다.

"그만하시죠."

".... 자네.."

하지만 그에게서 무언가 본 남자는 아까와는 달리 아무 말 없이 자신이 만졌던 칠러웨이의 몸을 떠올렸고 조용히 그에게 손짓했다.

"조용히 따라오게."

"싫다면요?"

".... 제발 조용히 따라왔으면 하는군 그쪽에 계신 분도 보아하니 꽤나 높으신 분 같은데."

칠러웨이는 주변의 눈치를 보며 행동하는 남자의 행동이 이상한지 그 또한 주변을 돌아보았고 자신을 뚫어져라 보는 몇몇 병사들의 시선에 한숨을 쉬었다.

"아르웬님, 우리가 쉽게 들어온 게 아니라 저들이 쉽게 보내준 듯합니다."

"... 내.. 실수.. 칠러웨이... 미안."

"아닙니다."

"이제 알았으면 됐네."

"하지만 당신도 저희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고 다가온 것 아닙니까?"

".... 부정하지 않겠네."

"왜 저들이 저런 눈으로 저희를 보는지 모두 설명해 줄 수 있다면 따라가죠."

"음."

"그리고.."

"....?"

"조금이라도 건든다면.."

"알겠네 알겠어.."

딴짓을 하며 자신들을 보는 기사와 눈을 마주친 칠러웨이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이고 아르웬의 손을 붙잡았다.

"가시죠."

"하지만... 저 사람의.. 정체를... 우리는 몰라."

"이곳 헬하임에서 자유 기사들을 만날 방도가 있으십니까?"

"...."

"일단 가시죠."

"고맙네 믿어줘서."

칠러웨이는 빨간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의 뒤를 따라 기사들과 병사들의 시선을 한 번에 받으며 이동했고 남자는 그들이 따라오지 못하도록 골목을 빙글빙글 돌며 어디론가로 향했다.

끼이익...

"여긴..?"

남자와 함께 도착한 곳은 허름한 집이었는데 그곳에는 술을 만드는 남자와 여러 명의 사람들이 둘러앉아 있었다.

"뭔가? 두 사람은."

"아.. 그게."

"페르온! 또 모르는 인간들을 데려온 거냐!"

"제기랄.. 또 무슨 일인데?"

"... 조금 얘기는 듣고 화를 내면 안될까?"

빨간 머리의 남자, 페르온은 무언가 말을 하려 했지만 그의 말을 가로채고 욕부터 쏟아내고 있는 동료들이 골치 아픈지 머리를 긁적였고 그가 말을 하지 않을수록 그들의 원성은 더 커졌다.

"페르온!!! 정말 너라는 인간은...!"

"잠깐만 잠깐만... 제발 좀 그만하고.."

"뭘 그만해!"

동료들에 섞여있던 한 여인은 잠시 아르웬을 살피더니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듯 페르온의 멱살을 잡았고 페르온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피렌디, 페르온 그만 건드리고.. 페르온은 무슨 일인지 얘기해봐."

사람들의 원성도 잠시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백발의 노인이 손짓하자 모두가 자리에 다시 앉았고 페르온은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저기 남자는 나무패의 기사에요."

"나무패?"

"예.. 보시면 아시겠지만 여자도 행색을 보아하니 꽤나 높으신 집안 같아서.. 기사들이랑 병사들이 쳐다보고 있어도 모르는 그런 딱 봐도 곤란한 상황에 처해있길래.."

"네가 그런 걸 하나하나 판단할 줄 알았나?"

"죄송합니다."

"...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지만 다음에는 조심하도록 하거라 때가 좋지 않으니.."

"알겠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 잠깐 페르온과 앉아 보겠나?"

"...."

아르웬은 노인을 경계하며 칠러웨이에게 고개를 내저었지만 이미 헬하임 제국에 온 이상 칠러웨이는 뽕이라도 뽑아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었다.

"칠러웨이.. 안돼."

"만약 여기서 물러나면 아무것도 못 합니다."

"...."

칠러웨이는 아르웬을 이끌고 노인의 앞에 앉았고 노인은 주변의 사람들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철컹! 철컹!

"골목에서 망보고 있어."

용병처럼 보이는 그들은 문을 잠그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였고 칠러웨이는 노인을 돌아봤지만 그는 그저 자신을 믿으라는 듯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사정이 있어 보인다고 페르온이 그랬었는데.. 얘기할 수 있나?"

"그보다 먼저 기사들과 병사들이 저희를 보고 있다는 말의 의미는 뭐죠?"

"자네도 확인하지 않았나? 이곳의 병사들과 기사들이 모두 자네들에게 시선이 쏠려있다면 그 정도는 보통의 인간도 깨달을 법한데."

"예.. 뭐 확인은 했습니다."

"영지의 모든 병력의 이목이 한 곳에 집중되는 순간은 세 가지 때뿐이네."

"뭡니까?"

"첫 번째로 영지의 높으신 분에게 명령을 받고 누군가를 감시할 때, 두 번째는 대역 죄인을 체포할 때, 세 번째는 전시상황일 때."

"....."

"자네의 경우에는 아무리 봐도 첫 번째 같은데... 그 대답은 자네가 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

"제가 얘기한다면 뭐가 도움이 됩니까?"

"첫 번째는 우리가 의심을 풀 수가 있고 두 번째는 어떤 사정이냐에 따라 도울 수도 있지."

"음..."

"뭐 정 말하기 싫으면 얘기해 줄 테니 그대로 이곳에서 나가면 되네 선택은 자네의 마음대로고."

"...."

칠러웨이는 잠시 머뭇대더니 노인의 눈을 보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말하죠."

"잘 생각했네."

"저희는 톤 왕국에서 왔습니다."

"호오."

"그리고.. 원래 온 곳은 칠라렌 성국이었구요."

".... 칠라렌?"

"예, 칠라렌."

".... 잠깐.. 어이! 그거 가져와봐!"

노인은 칠러웨이의 말에 말문이 막히더니 한 남자에게 양피지를 받아들었다.

".... 자네 이름이 칠러웨이?"

"예."

"여자는 아르웬."

".... 네."

노인은 그제야 무슨 일인지 알겠다는 듯 이마를 탁 짚었고 칠러웨이 또한 갑작스러운 그들의 공격에 대비해 검자루에 손을 올렸다.

"그렇구만.. 그래... 칠라렌의 성녀가 이곳 헬하임으로 굴러들어왔다는 거구만..."

"...."

"자네 칠러웨이라고 했지?"

"예."

"페르온!"

"예! 부르셨습니까?"

그의 부름에 페르온은 순식간에 달려왔고 노인은 목소리를 낮추고 그에게 물었다.

"자네 아까 전에 저 남자의 몸을 확인했나?"

"예 분명히 특별한 무언가가 있습니다."

"확실한가?"

"예."

"좋아.. 죽음이라는 게 우리에게 통째로 들어왔구만."

"무슨 일인지 같이 알면 안 됩니까?"

"아 미안하네! 많이 궁금했었지!"

페르온과 노인에게서 전혀 살기가 느껴지지 않자 칠러웨이는 검자루에서 손을 땠고 노인은 조용히 양피지 하나를 그들의 앞에 보여주었다.

"어때."

".... 이거.."

"자네들의 수배서네."

"...."

"칠라렌 성국의 엘라라는 성녀에게서 배포된 이단 수배서야, 그중에 자네는 반역죄를 포함해 다양한 벌이 들어있고.. 그쪽의 성녀님은... 종교를 버리고 이단을 택한.. 뭐 마녀 엇비슷한 인물로 나와있군요."

"마녀든.. 성녀든.. 나는.. 상관 안 해."

"용감하신 성녀님이군 그런 기개 정말 좋지!"

노인은 아르웬의 말에 감탄하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잠시 칠러웨이를 보더니 문을 가리켰다.

"이제 모두 알려줬으니 나가게."

"...?"

"자.. 잠시만요.. 그런 일을 알면서도 그냥 보낸다구요?"

"뭐.. 중대한 일을 내버려 두고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보단 이곳에서 내보내는 게 낫지 않겠나 페르온?"

"...."

"자, 나가게."

"그럼.."

칠러웨이는 노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집에서 나오려 했지만 페르온은 달려와 문을 가로막고 고개를 내저었다.

"무슨 짓입니까?"

"하나 말씀드리자면 당신들 여기서 나가면 죽거나 사로잡힙니다."

"... 저 분말 못 들었습니까? 이곳에 머물다가 모두 죽는다고..."

"데브라님!"

".... 페르온 그냥 보내거라."

"데.. 브라?"

페르온이 노인의 이름을 부르자 아르웬과 칠러웨이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조용히 술을 들이켜는 노인을 보았다.

"왜 안 나가고 나를 쳐다보나? 어서 나가게."

"저 사람이.. 데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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