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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화 〉 눈앞에 다가온 기회는 잡으려 노력해야 한다. (36/90)

〈 36화 〉 눈앞에 다가온 기회는 잡으려 노력해야 한다.

* * *

"다 잡아왔나?"

"예! 브라이언님! 그런데.. 그 자는..?"

"아아.. 신경 쓰지 말게 개인적으로 아는 자이네."

브라이언이 가리킨 칠러웨이의 손을 본 기사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지쳐 누워있는 칠라렌 성국의 병사들 사이에 그를 던졌다.

"칠러웨이!"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할 시간도 없었는지 멍하니 앉아있던 아르웬이 일어나 칠러웨이에게 가려 했지만 톤 왕국의 기사들이 앞으로 나서서 그녀를 저지했다.

"움직이지 마십시요."

"비켜."

"잠시만! 잠시만요 아르웬님!"

기사들과 아르웬 사이에 긴장감이 흘렀지만 아직도 어깨에 화살이 박혀있는 리타가 일어나 아르웬을 말렸다.

"너도 죽고 싶지 않으면 길을 터."

"아르웬님, 저희는 타국의 사람들입니다.. 칠러웨이님을 살리고 싶다면 일단 이들의 말을 듣는 게 좋습니다."

"...."

"부탁드립니다, 여기서 검을 뽑으신다면 칠러웨이님이 살리려고 했던 이들이 모두 죽습니다."

아르웬은 조용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자신의 기사들과 토벌대의 병사들을 보았고 결국 자리에 주저앉아 칠러웨이를 볼 수밖에 없었다.

"자.. 모두 정리됐나?"

소란스러움이 어느 정도 정리되자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브라이언은 앞으로 나와 1 토벌대의 앞에 섰다.

"모두 반갑네 칠라렌 성국의 토벌대여, 나는 톤 왕국의 브라이언 공작이라고 하네! 자네들은 타국의 사람들로서 만약에 여기서 검을 뽑고 소란스럽게 한다면...."

검자루에 손을 올리는 브라이언을 보며 토벌대의 기사들도 눈을 내리깔았고 그 누구도 말을 하려 하지 않았다.

"이해는 모두 한 모양이군! 고맙네 검을 뽑지 않게 해줘서! 자! 자네들의 지휘관은 어디 있나?"

"지금.. 여기 계십니다."

브라이언의 물음에 클라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숨을 헐떡이고 있는 일루안을 가리켰고 그를 본 순간 브라이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 일루안 후작."

"예.. 일루안님이십니다."

천천히 일루안에게 다가온 브라이언은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조용히 말을 걸었다.

"... 괜찮으십니까?"

"허억... 허억... 괜찮아.. 보이나?"

"어쩌다 이 지경이 되셨습니까?"

"자.. 자네와.. 술을.. 먹기로 했는데... 꽤 늦어질 것 같군.."

"...."

브라이언은 이미 엉망인 일루안의 상태에 결국 고개를 돌려버렸지만 일루안은 그의 소매를 붙잡았다.

"내... 내 청을 하나 들어주겠다는 말.. 기억하나..?"

".... 뭐든지 말씀하십시요."

"저... 들을.. 받아주게.."

"....."

"자네.. 밖에 없네... 이들을 도울 사람은.."

"이게 당신이 말했던 키로스님의 뜻입니까?"

"후후..."

브라이언의 물음에 일루안은 작게 웃으며 이미 차게 식은 손으로 브라이언의 손을 잡았다.

"나는 칠라렌 성국의 사람... 이네.. 그 뜻을 따를 수밖에.."

"진작에 톤 왕국으로 오셨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겁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네.. 브라이언.. 내 뜻대로.. 해주겠나..?"

"... 노력해보겠습니다."

"고맙네.. 그리고.. 저기 누워있는 청년이...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쿨럭! 인도해 주게.."

"그놈의 착한 척은 아직도 낫지 않으신 겁니까..?"

"하하.."

일루안은 점점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서도 브라이언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이제는 숨지 말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게... 브라이언.."

"...."

"신이 재능을 내려... 가장 낮은 곳에 만들어내었던... 저들이운명의.. 장난처럼 높은... 곳으로 가 우리를 노리고.. 있지 않는가..?"

"쓸 데 없는 소리를.."

일루안의 말에 브라이언은 더 이상 말을 하지 말라는 듯 고개를 내저었지만 일루안은 말을 계속 이어갔다.

"저들이 하늘에 가까워지면... 창과 활로는... 떨어뜨릴 수 없어... 그때가 되면.. 우리는... 이 하찮은 몸뚱어리로 저들을 떨어뜨려야 하네.."

"예.. 그만.. 그만 얘기하세요 당신이 했던 말들은 모두 기억하고 있습니다."

"명심.. 하게... 전쟁은 다시 시작 될 거야.. 내가 자네에게 가르쳤듯.. 방심하지 말게... 저들을.. 잘.. 챙긴다면.. 모두 승리할 거고.."

"일루안!"

"하찮은 것도..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어.."

일루안의 손이 하늘의 구름을 잡듯 천천히 올라갔지만 그의 숨이 약해지는 것을 느낀 브라이언은 그를 붙잡았다.

"아아... 키로스님이 나를 부르시네.."

"일루안님!!!"

"후작님.."

일루안의 팔이 툭 떨어지고 리타와 클라인이 달려와 그를 흔들었지만 그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게리와 카일록은 참담한 심정을 숨길 수가 없는 듯 눈물을 흘렸고 아르웬 또한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다.

"기사들은 내 명령을 받아라."

브라이언은 일루안의 눈을 감겨주고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기사들을 돌아봤다.

"나의 은인을 칠라렌의 숲의 폭포 앞에 묻어주고 오거라.."

"명!"

일루안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린 기사들은 브라이언의 명령에 따라 폭포를 향해 갔고 브라이언은 눈물을 흘리고 있는 토벌대의 병사들과 기사들에게 소리쳤다.

"키로스의 자식들은 들으라!"

"...."

"이곳까지 찾아왔지만 범죄자 집단인 너희들을 높게 쳐줄 생각도! 잘 대해줄 생각도 없다!"

"브라이언 공작.."

브라이언의 냉담한 말에 카일록은 그를 노려봤지만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브라이언은 함께 온 기사들에게 손짓했다.

"이건..?"

톤 왕국의 기사들이 가져온 상자 안에는 검과 갑옷이 가득 들어 있었는데 그것을 보며 놀라는 카일록에게 그는 씨익 미소를 지어주었다.

"우리를 따라 톤 왕국을 지킨다면 너희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겠다."

"기회..?"

리타는 예상한 일이라는 듯 고개를 숙였지만 기회라는 말에 고개를 들고 브라이언 공작을 바라봤다.

"무슨 기회입니까?"

"세 가지 기회다."

리타의 물음에 브라이언은 검과 갑옷을 들어 올렸다.

"너희는 범죄자 집단이라고 들었다, 첫 번째로는 다른 사람을 위해 싸우며 속죄할 기회를 주지! 두 번째는 신분 상승의 기회다."

"...."

"칠라렌 성국에서 천대를 받으며 싸움터에 나가 자신의 목숨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던 그런 일들은 이곳 톤 왕국에서는 절대 없을 것이다."

브라이언의 말에 많은 병사들이 일어나 바로 검과 갑옷을 받아 갔지만 기사들과 카일록, 게리, 클라인을 포함한 인물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세 번째는.. 복수의 기회를 주지."

"복수..?"

"신보다 너희를 위해주었던 일루안 공작을 벌써 잊어버린 자들은 이곳에 없을 것이다 맞나?"

브라이언의 말에 몇몇 기사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복수'라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클라인은 조용히 칠러웨이를 바라봤다.

"일루안 공작은 너희들을 위해 뛰었고, 싸웠다! 그런데 너희의 상사라는 자들이 결국 그를 죽였고 이제는 너희를 제대로 위해줄 사람도 저 칠라렌 성국에는 존재하지 않아! 그를 위해 복수하고 싶지 않나? 톤 왕국에 충성을 바치지 않아도 된다, 또한 너희들의 신을 버리지 않아도 좋다! 강요는 하지 않지만 너희들을 살려주고 이끌어 주었던 그를 위해 검을 들고 싸우고 싶지 않나?"

브라이언의 말에 일루안의 밑에 있던 기사들은 칠라렌 성국의 갑옷을 벗어던지고 검을 받아들었고 카일록과 그의 기사들 또한 자리에서 일어났다.

"만약, 간다면 모두 받아줄 수 있는 건가?"

"그래, 모두 받아주지."

게리의 질문에 브라이언은 고개를 끄덕였고 게리 또한 자신을 따르는 이들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르웬 성녀."

하지만 아직까지도 자신의 무릎에 누워있는 칠러웨이를 보며 멍하니 앉아 있는 아르웬이 마음에 걸렸는지 리타는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었고 그녀의 기사들 또한 걱정되는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

".... 나는.."

"당신의 선택입니다."

"... 일루안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자신이 죽으면 용병들은 아르웬님을 지키고 옆에 서있으라고."

리타와 클라인은 아르웬에게 선택을 강요하지 않았지만 말을 끝내고 그녀의 앞으로 다가온 브라이언 공작은 달랐다.

"아르웬 성녀, 우리 톤 왕국으로 오시게."

".... 어째서.. 나는.. 칠라렌의 성녀... 톤 왕국으로 간다고.. 도움이.. 될까...?"

"...."

아직까지도 멍한 표정의 아르웬의 옆으로 다가가 브라이언은 귓속말을 속삭였고 아르웬의 눈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커졌다.

"그게.. 가능.. 해?"

"다른 사람이라면 가능하지 않아도 저라면 가능합니다."

"... 칠러웨이 또한.. 그걸 바랄까?"

"이 자의 생각은 잘 모르겠지만 일루안님과 함께 칠라렌 성국에 가장 크게 데인 사람이라고 생각됩니다만."

"...."

잠시 고민하던 아르웬이 검을 들고 일어서자 그녀의 뒤에 앉아있던 호위 기사들은 그녀를 올려다봤다.

"너희.. 나를.. 계속... 따를 수 있어..?"

"물론입니다."

".... 나는 성녀의 직위를 버리고.. 톤 왕국으로.. 갈 거야.."

".... 성녀님!"

몇몇 기사들이 놀란 듯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만류했지만 그녀의 뜻은 확고해 보였다.

"따르지 않을... 사람은.. 따르지 않아도 돼.. 하지만 모든 일이... 이렇게 된 것은... 키로스 신의 뜻이겠지.. 돌아갈 사람은.. 돌아가.."

"...."

하지만 아르웬의 말에도 기사들은 자리를 뜨지 않았고 그녀가 칠라렌 성국의 검을 버리고 브라이언이 건네는 검을 받아들자 그들 또한 자신의 갑옷과 검을 바닥에 내려놓기 시작했다.

"성녀님의 뜻대로."

"당신은 영원히 저희의 성녀님입니다."

"어느 나라로 가셔도 저희는 따르겠습니다."

기사들은 아르웬에게 고개를 숙이며 검을 받아들었고 클라인 또한 잠시 몇몇의 용병들과 상의를 하더니 그녀와 함께 옆에 섰다.

"브라이언 공작."

"예, 아르웬 성녀.. 아니 이제는 톤 왕국의 아르웬 성녀님이라 불러야 할까요?"

"그런 건 됐어.. 하지만... 약속한 건 기억해.."

"하하하! 물론입니다."

브라이언의 호쾌한 웃음소리와 함께 아르웬은 그가 건네는 반지를 받아 들었다.

"다들 들으라! 톤 왕국에 키로스의 첫 번째 성녀가 탄생했다!"

브라이언의 큰 목소리와 함께 톤 왕국의 병사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아르웬은 그들을 돌아보며 자리에 누워있는 칠러웨이를 말없이 바라봤다.

"꼭 지키겠어.. 칠라렌 성국을 부숴놓더라도..."

"브뤼헤 전하 또한 기뻐하실 겁니다, 당신이 우리나라로 넘어옴으로써 키로스의 뜻은 성국이 아니라 톤 왕국에도 있다는 것이 되니까요."

"칠러웨이를.. 편안한 곳으로.."

"예 마련하겠습니다."

아르웬은 브라이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가 기사들에게 명령해 칠러웨이를 조심스럽게 운반하자 브라이언은 미소를 지으며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오래 살고 볼 일이군요.. 당신이 우리의 뜻을 받아들여주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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