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8화 〉 처형(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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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은 언제나와 같이 황궁을 순찰하고 있었다. 사실 북부에서 팔을 잃은 후 의수로 교체하기는 했지만, 시대에 뒤쳐지고 있는 자신을 달래기 위해 황궁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물론 병사들은 군부의 지배자가 돌아다니기에 엄청난 부담을 느꼈다.
무성은 평소때와 같이 돌아가니다가 정부부에 도착했다. 정보부는 예전의 모습을 잃어버렸기에 싸늘한 기운을 내뿜었다.
"이제.. 제국도 몰락해 가는군."
씁쓸함이 느껴졌다.
무성이 아무도 없는 정보 기록실을 보고 있을때 정보 하나가 출력되었다.
삐빅.. 삐빅.. 삑삑삑!
"이건..."
무성은 끔찍한 진실을 마주했다. 그리고 움직여야 했다.
무성은 아카데미에 직접 찾아왔다. 아카데미의 습격사건도 발생하고 있었고 유다 벨라레에게 말할 용건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덜렁덜렁..
북부에서 없어진 팔 하나가 야속했다.
'만약 팔이 있다면 협상을 유리하게 끌어나갈 수 있을텐데 말이야.'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은 벌어진 일. 무성은 민첩하게 유다를 탐색했다. 별관에서 파괴가 일어나고 있지만 일단 무성의 1순위 목표는 유다를 만나기였다.
그리고 아카데미 내부를 빠른 속도로 뒤지던 무성은 결국 유다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유다는 대피소에 가지 앉고 사건이 일어난 쪽으로 가고 있었다.
'역시 그 클랜의 주인인가...'
그렇게 무성은 유다의 뒤에 조용히 접근했다. 그리고 유다의 어깨를 잡았다.
하지만 유다는 마치 예상하고 있었다는듯이 놀라지 않고 태연하게 뒤를 돌아보았다.
"역시 놀라지 않는군."
역시 시크릿 클랜의 주인다운 실력이었다. 약간은 신도 났다. 언제나 그랬지만 강자와의 만남은 즐거웠다.
무성은 일단은 절도있게 인사를 건냈다.
"처음 보는군 유다 벨라레."
무성은 유다를 보고 손을 내밀었고 유다는 그런 무성의 손을 붙잡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연기하는건가? 하긴 아직 시크릿 클랜로드임을 들키지 않았다라고 생각할터이니..'
무성은 유다가 시크릿 클랜로드임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언제까지 그렇게 연기를 할텐가? 무려 제국의 새로운 영웅이자 시.크.릿.클랜의 로드인데."
무려 시크릿을 강조한 말이었다.
'이쯤하면 연기를 집어치우고 본래의 모습을 볼 수 있겠지.'
유다의 눈이 미세하지만 조금 커졌다. 그렇기에 무성이 유다의 얼굴을 보는 시점에서는 유다의 실눈이 조금 들리고 붉은빛이 띄는 것처럼 느껴졌다.
'눈이 미세하지만 약간 커졌어. 그나저나 압박감이 꽤 심해.. 화난건가?'
그런 유다의 확바뀐 모습에 무성은 속으로 당황을 숨기며 역시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유다가 화나 보이기에 화를 풀어주려 했다.
"역시 그랬군....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자네를 도발하려는 생각은 아니었어. 내가 사과하지."
제국 최상위중에 최상위 계급에 위치한 무성이었지만 이번에는 진심을 담아 성의를 담아 사과했다.
무성이 알아낸 정보에 의하면 고개 숙여 사과하는 것으로 끝난다면 굉장히 싼 대가였다.
유다가 슬쩍 미소를 짓자 무성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유다 벨라레 절대 만만하게 볼 수 없어.'
무성은 방금 전 유다의 조그맣게 열린 붉은 눈을 바라볼때 몸이 짓눌리는 기운을 느꼈었다.
'역시 이사벨 벨라레의 혈육인가... 아니 어쩌면 이사벨보다 더 강할 수도... 그렇다면 내가 이길 수는 없겠지.'
벨라레 가문의 혈통에 대한 감탄을 하며 무성은 안타까움을 느꼈다. 만약 팔을 잃기 이전에 싸웠다면 굉장히 만족스러웠을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쉽워... 하지만 아쉬운 건 아쉬운 것이고 이제 협상을 해야지.'
무성은 전사이전에 황제폐하를 위한 기사이자 협상가였다.
"유다 벨라레. 황실에 시크릿클랜에 대한 정보가 접수됐다."
시크릿클랜의 정보 안물수 없는 미끼였다.
'하지만 이미 파악된 정보로는 황실을 점령할 수 있는 무력을 가지고 있는 집단이야.'
새력의 균형이 50:50이 아니라 이미 63:37정도 되었다.
여기서 37은 황실이었다. 그리고 황실은 저물어가는 해였다. 절대로 63:37에서 상황이 더욱 악화됐으면 악화됐지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무성은 확신했다.
무성이 황제폐하에게 충성한다고 해도 무성은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볼 줄 알았다.
그래서 무성은 생각했다. 전면전은 필패고 시간이 갈 수록 황실은 몰락한다. 그렇기에 황실은 이미 끝났다. 승산이 없는 싸움이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무성은 희망을 보았다.
시크릿 클랜은 전면전을 승리할 수 있음에도 택하지 않았다. 왜냐? 당연히 전면전을 벌였다가는 서로 막대한 피해를 볼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무성은 거기에서 시크릿 클랜로드인 유다의 생각을 읽어낼 수 있었다.
'완전히 압도할 수 있을때 먹어치울 생각이겠지.'
말도 안되는 계획이었지만 거의 성공할뻔했다. 실제로 거의 진행이 다 될 뻔했고 무성이 오늘 우연히 정보부에 방문하지 않았다면 시크릿클랜에 대해 전혀 몰랐을 것이다.
무성은 시크릿 클랜에 대한 정보로 운을 띄었다. 그리고 시크릿 클랜 로드는 고민했다.
'내 생각이 맞군.'
한참을 고민하던 유다의 입이 열렸다.
"도대체 무엇을 원하는 것입니까?"
그렇게 말하는 유다의 태도는 아주 여유로웠다.
당연했다. 이미 황실이랑 전면전을 해서 이길 전력을 가지고 있는데 숙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여기서 숙여야 할 것은 무성이었다.
무성은 유다의 말에 마음속에서 약간의 환호성을 지른뒤 말할 내용을 생각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왜냐면 정보를 얻자마자 아카데미에 급하게 향했기 때문에 제대로된 협상을 위한 정리가 필요했다.
무성의 추측에 따르면 유다가 노리고 있는 것은 당연히 꼭두각시 황제일 것이다. 현재 황제 자리를 노리고 있는 사람은 3명. 1황자, 2황자, 1황녀였다.
'지금 그래서 황제 자리를 두고 엄청난 신경전과 물밑 전쟁이 일어나고 있지.'
그리고 유다가 지지하는 쪽이 황제가 될 것이었다. 이건 추측이 아니라 확신이었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이미 제국을 이길 수 있는 세력을 가진 쪽이 황제자리를 얻는 것이 당연했다.
'일단 누구를 지지하는지부터...'
"크흠흠.. 실례지만 다음번 황제로 누구를 지지하고 있는지..."
누구를 지지하는 내용에 따라 협상의 내용도 바뀔것이었다. 물론 그가 지지하는 사람은 무조건 황제로 만들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무성의 생각과는 다르게 유다의 말은 평탄했다.
"아직은 아무도 없습니다."
'아직 아무도 없어서 아직 모두의 세력이 유지되고 있었군.'
무성은 깨달음을 얻었다. 하긴 유다가 누군가를 지지했다면 그 사람은 벌써 황제가 되었을 것이다. 아직 이무도 지지하지 않아서 결판이 나지 않은 것이었다!
무성은 자신의 손목에 매여져 있는 시계를 흘끔 보았다.
'어쩔 수 없군 지지자가 없어도 용건을 말해야겠지.'
"지지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군요."
무성의 말투는 공손해졌다. 왜냐면 다음번에 나올 얘기는 굉장히 큰 부탁이기 때문이었다.
무성은 세계의 최강자 답지 않게 침을 꿀떡 삼켰다. 그리고 나서 폭탄을 던졌다.
"황제폐하가 붕어하실때까지 안전을 보장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무성은 황제의 기사다. 어렸을때 지금의 황제이자 과거의 황자에게 구원받은 그는 그의 검이 되기로 맹세했다.
비록 대부분이 사람들이 그를 폭군이자 암군으로 칭할때도 그는 누구보다 열렬한 황제의 지지자였다.
무성 그에게는 제국보다는 자신의 구원자인 그가 더 중요했다.
그가 좋게 생을 마감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무성은 이 협상을 제안할 수 있었다.
"황제폐하가 붕어하실때까지 기다려주신다면.... 흘리는 피 없이 황제를 원하는 사람으로 바꿀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고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게다가 시크릿 클랜에 대한 모든 정보를 파기.. 앞으로 들어오는 정보도 파기하겠습니다."
이게 그의 진심이었다. 하지만 무성의 눈에는 유다가 그닥 마음에 들어하지 않아 보였다.
'역시 부족했군...'
역시 너무나 대가가 부족했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유다가 무어라 할 표정이 보이자 무성은 유다의 말을 급하게 막아세웠다.
"또! 하나 더! 제국7성의 자리를 지금 당장 드리겠습니다."
결국 무성이 준비한 것은 제국 7성의 자리였다.
'내가 충성한다는 얘기도 했으니.. 결국 들어오게 되면 7성회의에 의장이 되는 것이지.'
특히 이 권리는 당장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꽤나 큰 수였다.
'올인이다...'
결국 무성은 자신이 줄 수 있는 것을 전부 걸었다. 이제 무성에게 남은 것은 기껏해야 약간의 재산과 허울만 남은 권력이었다.
무성의 전부 주는 진심이 통했을까? 그제서야 만족하는 유다의 얼굴이 보였다.
'다행이군... 그리고 정말 무서운 자야. 내가 이 나이 먹고 다시 충성할 주인을 찾게될지는 몰랐군..'
원하는 성과를 얻었지만 약간은 씁쓸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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