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화 〉 용사패티(3)
* * *
도서관에 여러 음식에 관한 내용을 찾아보고 있던 유다에게 작은 악마가 뛰어왔다.
물론 악마라 치고는 지나치게 사랑스럽고 매혹적인 모습을 한 제나였지만, 유다는 지난밤의 기억을 떠올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무서운 소악마지. 허리를 박살 내게 하는 주범이고'
어쨌든 그런 보랏빛 생머리를 늘어트린 소악마가 유다의 앞에 접근했다. 제나는 무언가 우물쭈물하더니 말을 걸었다.
"용사파티인가 뭔가 참여할래!"
제나의 말이 끝나자마자 유다는 한숨부터 나왔다. 제나는 항상 그랬다. 어떨 때는 유다의 정보부보다 제나가 정보를 알아내는 속도가 더 빠를 때도 있었다.
이 정보를 어디에서 얻었는지는 몰라도 특정할 곳은 몇 곳 되지 않는다.
'뭐…. 지금은 그런 게 중요하지는 않지.'
제나를 말려야 한다. 용사파티는 전혀 만만한 놀이터가 아니었다. 유다 역시 용사파티에 들어가면서 가족을 위해 세계를 지켜야 한다는 약간의 사명감마저 챙긴 상태였다.
그렇기에 유다는 제나의 말을 단호하게 끊었다.
"위험해"
단 한마디로 제나의 말을 일축시켰지만, 이건 유다의 진심이었다.
유다는 모르겠지만 유다의 싸늘한 말에 일반인들에게 압도적인 압력을 가해 치명상에 가까운 피해를 줄 수 있었다.
유다의 말이 끝나자 제나가 고개를 숙였다. 유다는 이와 같은 현상이 제나가 유다의 말에 설득되었지만 침울해져 있는 현상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제나를 위로하기 위해 고개를 푹 숙인 제나의 어깨의 손을 올렸지만
"흐잇!"
유다의 손길이 닿자 제나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괘…. 괜찮아 제나?
"어? 어! 괜찮아…."
제나의 말에는 묘한 물기마저 느껴졌다.
"제나 잠시만"
유다는 제나의 건강이 심히 우려되어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제나의 얼굴을 보기 손을 제나의 얼굴로 가져다 댔다.
그리고 가져다 댄 손으로 제나의 턱 끝을 잡고 조심스레 고개를 들게 했다.
"얼굴이 붉은데, 상태가 안 좋아 보이네."
제나의 상태는 매우 좋지 않아 보였다. 그런 유다의 걱정에 제나는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아니…. 이건 그냥 방금까지 격한 운동을 하고 와서……. 조금 있으면 괜찮아질 거야…."
마지막은 쥐구멍에 들어가는 목소리였지만 제나의 부끄러워하는 말을 생생히 들을 수 있었다.
'부끄러움? 부끄러워할 이유가 있나? 땀 냄새도 나지 않는 것 같고.'
'역시 성별이 달라서 그런가? 그래도 이해해 보도록 노력해야겠지.'
제나의 말에 유다는 의자로 손수 앉혀 주면서 제나를 쉴 수 있게 해주었고 유다는 다시 또 조용히 책장을 넘겼다.
"후아…. 이제 다됐어! 그러니 용사파티 나도 하게 허락해줘!"
제나는 유다가 아까전 칼같이 거절한 주제를 다시 꺼내고 있었다. 그리고 유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아무리 제나여도 안되는 것은 안되는 것이었다.
"아까도 말했잖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이잉~ 제발루~"
코맹맹이 소리를 내는 제나였다. 뭐…. 제나의 모습은 귀여웠지만, 유다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제나의 태도가 심상치 않아 보였다. 평소라면 유다의 부탁은 거절하지도 못하는 제나였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이제 세번째인가?'
제나가 얼마나 자신에게 헌신적인지는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었다.
제나는 유다의 말을 어렸을 때, 최근에 시한부 어쩌구 그리고 지금을 제외하고는 어긴 적이 없었다.
'심상치 않아.'
유다가 어떻게 하면 제나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유하게 설득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무렵에 제나는 유다가 책을 읽고 있는 서랍에 앉아 도발적인 자세를 한 뒤에 자신의 다리를 벌렸다.
그리고서는 자신의 치마를 살짝 들치고서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제발~ 뭐든 들어줄 게 밤에 기대되지 않아?"
"쿨럭!"
밤에 제나의 모습은 많이 봤지만, 낮에 이렇게 대놓고 도발할 줄은 상상도 못 한 유다였기에 당황스러움의 사례가 걸렸다.
'어…. 어떻게든 주제를 돌려야 해!'
그렇기 때문일까? 평소에 사용하지 않고 도발적인 어투를 사용했다.
"쿨럭! 평소에 부탁해도 다 들어주지 않나?"
"물론 평소에도 그렇게는 한데…. 그래도 느낌이 다르잖아! 뭐든 지라고! 무려 공작가의 주인을 물건처럼 취급해도 좋은 권리라고!"
물론 유다의 도발적인 어투에도 제나는 절대 당황하지 않고 더욱더 유다와 밀착했다. 그리고 결국 제나는 유다를 껴안았다.
'주…. 주제를 어떻게든!'
유다의 머릿속에 든 생각은 어떻게든 제나의 관심과 주제를 돌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런 취향은 없어서. 그나저나 제나 이거 맛있을 것 같지 않아?"
그래서 유다는 자신이 읽던 책으로 제나의 관심을 유도했다.
"어디? 우와 서부지대 음식이라서 신기하게 생겼이 아니라! 어쨌든 들어갈래!"
유다의 말에 잠시 정신이 유다의 손끝에 빼앗기는 제나였지만, 오늘의 제나는 결코 일어서는 안될 것을 건 투사. 그렇기에 물러설 수 없었다.
"칫, 절대 안 돼 애초에 마력 대부분을 소실했잖아?"
유다는 제나의 불타는 의지를 느끼고 관심을 돌리는 데에 실패했다는 것을 깨닫고 혀를 찼다.
<유다의 공격!=""> 너 약하잖아?
유다는 다음에 나올 <제나의 공격!=""> 너도 약하잖아! 를 대비했지만, 뜻밖에도 제나의 입에서 나온 말은 자비를 구걸하는 말이었다.
"그래도 제발 제발 들어가게만 허락해주면 내가 알아서 다할게!"
제나는 아주 절박해 보였다. 잃어서는 안 될 것을 잃기 싫어하는 것으로 보였다.
'절박해 보이네…. 뭐 때문에 절박한 것인지 모르겠어.'
"어쩔 수 없네…. 절박해 보이니…. 그러니까"
절대 안 돼!
애초에 유다는 용사파티 안에서 제나를 지킬 자신이 없었다. 책임질 수 없다면 안 하는 게 낫다는 유다의 생각이었다.
'제나에게 미안해지네.'
그렇게 제나는 절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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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절망하기는 이르지."
제나는 아까 캐시와 했던 말을 떠올렸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용사파티에 들어가냐 안 들어가냐 잖아."
말은 여러 각도로 해석될 수 있었다.
'계약서를 안 써놓은 그년의 잘못이지 내 잘못이 아니야.'
그러니 용사파티에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어린 유다의 사진을 절대 잃을 수는 없었다. 자신의 진흙탕에 구른다 한들 오명을 쓰고 대역죄인이 된다 한들 그것들을 포기할 수 없었다.
'특히 그년에게 빼앗기는 거면 절대로 안 되지!'
애초에 제나는 마력이 부족한다 한들 실력은 아카데미 내에서 학생들은 물론 교관, 교수들까지 압도하는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렇기에 유다가 허락만 해준다면 당당히 용사파티에 참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제나는 가면을 썼다. 그리고 혹시 몰라 아티펙트를 통해 얼굴을 바꿨다.
"제나 테낙스로 참여할 수 없다면…. 다른 사람으로 참여하면 되겠지."
제나는 미리 준비해둔 신분증을 꺼냈다. 이 신분증은 놀랍게도 위조 신분증이 아니라 진짜 신분증이었다.
신분증의 주인을 빚을 지게 만들어 쓱싹했고 신분증의 가족은 마정석 광산에 노예로 끌려가게 했다. 반항적인 영지민을 처리하는 아주 유용한 처리 방식이었다.
테낙스 가문의 마정석 광산에서 죽어가는 이들은 99%가 유령 신분이었다. 그렇게 테낙스 가문은 유지되어왔다.
애초에 그들은 도구로 태어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제나는 자연스럽게 이용하면서 아무런 죄책감도 받지 않았다. 언제나 그녀에게 세상의 중심은 유다였으므로….
얼굴을 바꾼 제나는 바로 바빠 보이는 안드레아에게 찾아갔다.
"무슨 일이시죠?"
"용사파티에 지원하려고요. 이름은 제인 아르트 나이는 18살 그림자술사이고요 마법도 대부분 사용할 수 있어요."
제나의 말에 안드레아는 이 녀석 뭐지라는 표정으로 지켜보았다가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대련을 해봐도 괜찮을까요?"
제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나의 입장에서는 안드레아가 용사라 한들 자신보다는 약했다. 물론 마력이 적어서 단기 결전만 되겠지만….
'이제 그것도 상관없지.'
철컥!
제나가 매고 있던 벨트의 중앙 부분의 기계장치가 작동되었다.
벨트의 중앙에는 마정석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벨트의 역할은 고작 마정석의 마력을 공급해주는 능력밖에 없지만, 이거면 충분했다.
테낙스 가문에서 유다 몰래 마정석 광산 연구소에서 개발해낸 장비였다.
'아무리 유다에게 모든 것을 바친다 해도…. 나도 남은 카드는 남겨놔야지.'
자신이 유다의 부인이 되었을 때 그에게 계속 사랑받고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하기에 그녀는 비장의 수를 남겨두었다.
'놀랍네…. 이 시험용 마력 전달기인데도…. 거의 현재 내 마력의 두 배는 늘었으니까.'
"준비됐어요. 용사님."
제나가 손을 까닭이었고 모호한 표정을 지은 안드레아가 검을 뽑아 들었다.
안드레아는 생각했다. 무력적으로 충분하고 발전 가능성이 있다면 그녀를 용사파티에 받아주자고.
안드레아는 봐줄 생각이지만, 과연 봐주는 사람이 누가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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