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4화 〉 용사패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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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가 일일 요리사!
유다는 궁상맞게 기숙사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었다. 그가 요리를 하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무능했기 때문이었다. 지금이야 무력적인 측면에서 아이템빨로 어떻게든 비벼볼 수는 있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유다는 용사파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존재가 될 것이다.
그렇기에 유다는 용사파티에서 실용적인 측면을 맡기로 했다.
유다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까닭에는 전생에 보았던 주머니 몬스터의 실눈캐의 역할도 컸었다.
유다가 원하는 포지션은 과도하게 집중 받지 않으며 나중에 회상할 때 그 녀석의 밥은 맛있었지, 그 정도의 역할만 해줘도 충분했다.
그것이 유다가 새까만 음식을 휘젓는 이유였다. 그리고 그런 유다를 캐시가 의문이 섞인 눈으로 쳐다보았다.
“주인님?”
“어…. 아무것도 아니야.”
캐시가 물은 답에 제대로 답할 수 없었던 까닭은 유다의 손에 들려진 새까만 요리 때문이었다. 차마 이 괴식이 자신이 만든 것이라고 말하기 부끄러웠던 탓이었다.
"흠…. 그래도 맛은 괜찮지 않을까?"
국자를 떠서 수프를 한 모금 마셔보았다.
'짜다. 그리고 후추를 너무 많이 뿌렸어!'
물론 생각 보다 먹을만했지만, 이 맛은 요리 실력이 나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냥 향신료를 마구잡이로 사용해대서 그런 것이었다.
유다가 요리를 보고 고민하던 와중 캐시도 은근슬쩍 옆으로 와서 수프를 맛보았다.
은근슬쩍 유다가 입을 덴 부위를 사용하는 것은 덤이었다.
"흠…. 혹시 주인님의 취향이 이런 쪽이라면…."
향신료가 과하게 들어간 수프를 맛보고 약간 이마를 찌푸린 캐시가 유다를 보며 말했다.
"아니야. 그냥 요리에 실패한 거야."
유다가 실패했다는 말을 하자 캐시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주인님도 못하시는 게 있었군요?"
그리고는 캐시는 품속에서 수첩을 꺼내고서는 알게 된 정보를 기록했다.
"사람이 모든 잘할 수는 없잖아."
"모든 잘하는 줄 알았는데…. 그래도 도움이 될 수 있겠네요…."
캐시의 말은 워낙 작아서 유다의 귀에는 캐시의 웅얼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뭐라고?"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주인님."
머리를 붕붕 짓고서는 캐시는 평소에 모습으로 돌아왔다.
유다는 한숨 쉬며 국자로 수프를 한번 휘적거리고 난 다음에 캐시에게 말했다.
"캐시, 요리를 가르쳐줄 수 있을까?"
"그…. 그럼요! 저 같은 하인에게 일일이 허락받으실 필요는…."
유다의 말에 캐시는 평소답지 않게 허벅지를 비비 꼬았다.
"캐시, 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너를 가족이라 생각하고 있어."
유다에게는 가족과 제나를 제외하고 캐시가 가장 가까운 사이였다. 첫만남은 유다는 철저히 이용할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이미 유다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그런 따뜻한 분위기가 캐시와 유다 사이에 흘렀고 분위기는 달아올랐다.
이대로 있다가 심장이 터져버릴 것만 같은 캐시는 먼저 선수 쳤다.
"주…. 주인님 혹시 왜 요리를 배우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제가 필요없"
"절대 아니야, 그냥 용사파티에 참여하려고 배워 놓는 거지?"
"용사파티 말입니까?"
"응. 용사파티에 합류할 예정이야. 아마 시간은 며칠 안 남았겠지."
캐시는 유다의 말에 유다가 다시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요리를 배우신다는 말은…. 그 계획에 제가 없다는 뜻인가요?'
약간은 울적해지는 캐시였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주인이 메인 스테이지에 선다면 뒤에서 보좌해주는 것 또한 메이드의 역할.
수면위에 올려진 유다를 위해 수면 아래에서 그의 발이 되어 헤엄치는 것이 그녀의 역할이었다.
"아…. 시간이 이렇게 됐네? 할 일이 있어 잠시 나갔다 올게."
유다는 그렇게 말하며 방을 떠나갔다. 캐시는 유다가 남아있던 자리의 온기를 공간집약으로 모으며 약간의 따스함을 느꼈지만 곧 사라졌다.
유다가 간 자리를 지켜보던 캐시는 책상의 그림자를 보며 말했다.
"나오시죠?"
캐시가 정확히 쳐다보는 자리에 보라색 머리를 편하게 묶은 여인이 등장했다.
그녀는 제나 테낙스, 캐시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역시 너라면 눈치챌 줄 알았어."
제나는 언제나 짜증 났다. 마치 다 이겼다는 열 받는 표정과 이해한다는 눈빛과 경쟁상대로도 신경 쓰지 않고 물건을 쳐다보는 눈빛이 아주 기분 나빴다.
"전에는 작은 벌레의 사체를 조종해 지켜보더니 이제는 그림자술을 익혀 지켜보는 겁니까? 아주 음습하기 짝이 없군요."
"캐시? 그 말은 틀렸어, 나는 그냥 지켜보는 게 아니야 유다에게 허락을 맞은 거라고 애초에 유다가 내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잖아? 이건 그가 용인하는 행위라고."
화가 나는 발언이지만 부정하기는 힘들었다. 제나의 시선을 자신도 눈치채는데 유다가 눈치를 못 챌 수는 없었으니 말이다.
물론 유다로서는 굉장히 어이없는 상황이었다.
"봐봐 할 말이 없지? 그럼 이만 나는 가볼게. 용사파티인지 용사패티인지 뭐를 것에 참여해야 하러 바쁘거든.~"
제나의 아주 여유로운 목소리에 캐시의 무표정이 살짝 금이 갔다.
"당신도 다를 것 같습니까? 주인님은 자신의 계획이 틀어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멋대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 멋대로 움직여줬으면 좋겠군요."
이번에는 캐시가 제나를 보고 입꼬리를 약간 올렸다. 그런 캐시를 보고 제나의 언성이 약간 올라갔다. 언성이 올라갔기 때문일까? 평소라면 자신의 매력이 저런 메이드보다 훨씬 위라고 생각하는 제나가 평소라면 말하지 않을 문제까지 꺼냈다.
"자꾸 당신 거릴래? 너와 나의 신분 차이를 몰라? 넌 하찮은 메이드고 나는 황제 다음으로 가는 가문의 주인이야. 나를 부를 때는 마님이라고 부르도록 해."
그런 제나의 말에 캐시는 마치 선생님이 모르는 아이에게 진실을 알려줄 때처럼 타일렀다.
"제나공작님. 정말 몰라서 묻는 것일까요? 마님은 '기혼자'에게나 붙여지는 표현입니다. 게다가 현재 귀족사회는 옛 귀족사회처럼 정조관이 빡빡하지 않고 자유로운 연애관이 특징입니다."
한마디로 옛날과 현재의 정조관이 다르기에 겨우 몇 번 관계를 맺은 것으로 마님으로 부르기에는 어폐가 있다는 것을 돌려 깎는 표현이었다.
돌려 깎는 말과 마지막으로 찍어주는 화룡점정인 비웃음까지 누가 봐도 승자는 캐시였다.
캐시의 눈에는 부들부들 떠는 제나의 모습이 너무나 상쾌했다.
"하…. 허…. 그래……."
말문이 막힌 지 제나는 입술을 질근질근 깨물었다.
"제나공작님. 저희 주인님을 부르실 때에는 호칭에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전투에서 승리한 캐시는 방긋방긋 웃었다.
"호칭…. 그래 호칭, 적어도 너보다 몇 년이나 더 알고 지닌 나한테 네가 신경 쓸 문제는 아니야."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무는 법이었다. 물론 캐시가 고양이는 아니고 제나가 쥐라는 뜻은 아니었다. 요는 궁지에 몰린 사람을 조심하라는 뜻이었다.
"제나 공작님, 물론 제나 공작님이 알고 계신 세월이 더 많겠지만, 저랑 주인님은 매일매일 하루종일 함께했답니다? 2일에 3시간과 매일매일 함께한 시간은 다른 법입니다."
캐시는 궁지에 몰린 제나의 마지막까지 원천 차단했다. 그런 캐시의 말에 제나가 드디어 화가 났는지 제나의 몸에서 마력이 폭사 되어 나오기 시작했다.
적은 양이지만 질척거렸고 무거웠다. 다른 사람이 마력보다 압도적으로 밀집이 많기에 무거웠다.
물론 캐시도 그에 맞서 마력을 움직이며 압박에서 벗어났다.
덜덜덜….
어느새 캐시의 마력의 움직임에 따라 주변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대치하기를.
둘은 동시에 그만두었다.
"그만두죠.""그만두자."
여기는 유다의 방이었다. 싸울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런 기묘한 평화와 함께 기묘한 침묵이 찾아왔다.
침묵을 깬 것은 제나였다.
"야, 여기서 결판을 벌일 수는 없으니…. 내기 하나 할래?"
"무슨 내기를요?"
"내가 용사파티에 들어갈 수 없는지를. 내기 하는 거지."
"..."
"나는 우선 유다에게 들어가도 되냐고 물어볼 거야. 유다의 의사는 내가 제일 잘 아니 당연히 허락해줄 거야."
"과연 그럴까요?"
"너보다 내가 유다의 마음을 더 잘 알아."
"저는 제나님보다 훨씬 더 오래 붙어있었는데요?"
"그래서 아직까지 처녀인가?"
빠직!
순간 제나의 말이 캐시의 역린을 건드렸다. 캐시의 이마에 십자 마크가 새겨지는 것은 덤이었다.
"좋아요. 내기 받아들일게요. 하지만 내기에는 합당한 대가가 있어야죠?"
"물론. 어렸을 때의 유다가 찍힌 컬렉션을 걸지."
제나의 말에 순간 캐시는 입맛을 다셨다.
"그…. 그럼 저는 그에 걸맞게 주인님의 소품을 모아둔…. 그걸…."
"그게 뭔데?"
제나가 궁금해하자 캐시는 아공간에서 슈트케이스 하나를 꺼냈다.
딸깍!
슈트케이스가 열리면서 물건이 들어났다.
"대박."
제나는 입을 닫지 못했고 그렇게 둘만의 내기가 성사되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