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가 흑막이라고요-73화 (73/79)

〈 73화 〉 용사패티(1)

* * *

철그럭….

남자를 묶고 있던 쇠사슬이 풀리기 시작했다.

"시간이 다 되었군."

남자는 한쪽 손의 쇠사슬을 완벽하게 풀어낸 다음에 자유로워진 손으로 허공을 쥐었다.

즈즈즈….

놀랍게도 남자가 허공을 쥐어 잡자 은빛 색깔의 모래시계가 남자의 손에 나타났다.

"언제나 시간은 귀중한 법이지. 결국, 직접 나서야겠군."

그렇게 모래시계를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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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다는 제나의 허벅지에 누워 고민했다. 수많은 사건을 경고했던 감각이 자신을 향해 또다시 경고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언제까지 평화가 유지될 것인가 그것은 확실하지 않다.

용사가 나타났다. 그러니 마왕도 소환되었다. 이건 절대적인 명제였다.

'그렇다면 마왕에게 하자가 있다는 것이겠지.'

마왕에게 하자가 있다. 이 뜻은 마왕이 마왕 노릇을 못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레스트는?'

원작에서 나오는 마왕은 두 명, 하나는 소환된 마왕이고 다른 하나는 봉인되었다가 봉인을 부수고 나온 마왕이었다.

원작에서 소환된 마왕과 용사인 안드레아는 부딪히고 마왕과의 최종결전이 남았을 때 레스트가 돌입해 마왕의 힘을 흡수한다.

한마디로 소환된 마왕은 페이크 보스였다. 결국, 어찌저찌 용사의 희생으로 레스트를 죽이게 된다.

"지금 생각하니…. 좋은 엔딩이 아닐지도…."

예전에는 세계의 이름을 새기고 죽었다면 꽤 괜찮게 죽었다. 생각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죽음이란 겨우 그런 것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제서야 자신이 좋은 결말이라 말했을 때 이상한 표정을 지은 레이시가 이해되었다.

'그나저나 진짜로 레스트가 걱정돼.­

레스트는 최종 보스인 만큼 강력한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안드레아의 능력을 제외하고는 건드리기 아주 힘든 '시간'을 다루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소환된 마왕이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레스트가 어떻게 나올까.'

레스트는 원작에서 마지막에 등장할 때까지 주인공과 충돌한 적이 없었다. 레스트의 등장은 깜짝 등장이었다. 원작에서는 레스트의 등장을 암시하는 내용이 몇 번 나오기는 했지만, 마지막 내용을 읽기 전에는 독자들도 내용을 유추하기 힘들었다.

한마디도 레스트는 마지막의 순간을 노릴 만큼 신중하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레스트가 이번 마왕이 하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어쩌면 원작과는 다르게 이번에 그가 직접 움직일지도 모른다.

'초반부터 레스트가 움직인다라…. 아무리 레스트가 막 봉인이 풀려 약체화된 상태라 해도 지금의 안드레아가 이길 수 있을까?'

질문에 대한 답은 유다의 마음속을 맴돌았다. 어쩌면 봉인에서 풀려난 레스트가 말도 안 되게 약해서 더 쉬울 수도 있는 일이었다.

유다의 복잡한 마음이 얼굴에 드러난 것일까?

유다를 자신의 무릎 위에 눕혀놓고 유다의 머리를 쓰다듬던 제나가 말했다.

"고민이 있어 보이네."

유다는 부드러운 제나의 말에 고개를 약간 끄덕였다.

"유다 무슨 일인지 말해줄 수 있어?"

제나의 말은 달콤했지만 아무리 제나여도 말할 수 없는 진실이 있었다. 자신은 환생자이며 이 세계의 미래에 관한 내용을 주저리 말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미안 제나. 말할 수 없어."

유다의 말에 제나의 보라색 눈동자는 일렁였다.

"그…. 그래? 비밀이 있을 수 있지….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도 나는 어떤 상황에서라도 유다를 지지한다는 것을."

유다는 제나의 말에 퍽 안심이 되었다.

"고마워 제나."

유다가 웃으면서 말하자 제나는 볼을 부풀리며 말했다.

"빈말이 아니야! 손상된 마력도 조금은 복구했고, 게다가 우리 예전에 흉성을 잡을 때 유다 네가 나를 지켜줬잖아."

제나는 과거 예전에 흉성과의 전투에 있던 일을 회상했다.

물론 제나의 기억이 약간의 사실을 편집해 제나가 좀 더 달콤한 상황처럼 표현했지만, 유다는 굳이 제나의 말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유다 네가 나를 당당하게 지키면서 '제나에게는 단 한발자국도 갈 수 없다‘라 말했을 때. 정말 좋았어."

'내가 그런 말을 했었나? 기억이 안 나는데.'

유다는 자신이 그런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굳이 제나의 말을 정정할 생각이 없었고 설령 거짓이라 해도 제나가 그렇게 믿고 자신도 그렇게 믿으면 진실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니 유다…. 나한테 진실을 말해주지 않아도 괜찮아, 나는 언제나 너를 믿을 테니까 그리고 나는 너의 걱정을 없애버리고 싶어."

제나의 말 안에는 열정이 보였다. 유다는 그런 그녀가 사랑스럽게 보였다.

"고마워 제나."

유다의 제나는 웃으며 얼굴을 붉혔다.

'그래. 설령 레스트가 움직인다 해도 대처하면 돼.'

그리고 유다의 걱정은 사실이 되었다.

쾅­!

"용사님!"

성녀는 안드레아의 책상을 내리쳐 졸던 안드레아를 깨웠다.

"큰일 났어요!"

"무슨 일이야 레아?"

"마물들이 드디어 움직이고 있어요!"

마물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소식을 교의 입장으로 빠르게 접한 레아는 당장 가서 안드레아에게 알렸다.

"드디어 마왕이 움직이네."

안드레아는 올 것이 왔다라는 표정이었고 레아는 불안해했다.

사실 안드레아는 이 상황이 퍽 반가운 것이 사실 말만 용사지 하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원래 용사는 세상의 위기가 올 때 세상을 구원하는 사명이 있었지만, 세상이 평화로웠기에 그럴 기회도 오지 않은 것이 불만인 안드레아였다.

'드디어…. 이제 유다를 넘어설 수 있어.'

안드레아는 미소를 감추며 레아에게 말했다.

"이제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레아?"

"용사님은 저와 같이 용사행을 떠나시면 돼요! 그리고 동료들을 모집해요!"

성녀는 동료들의 우정의 힘을 예찬하며 안드레아에게 용사행과 동시에 용사파티를 모을 것을 제안했다.

그런 성녀에게 안드레아는 대답했다.

"생각해둔 사람이 있기는 했지."

그렇게 안드레아는 갑작스럽게 짐을 싸고 용사파티를 모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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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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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물이 나타났다라…. 소환된 마왕이 벌인 짓이라면…. 오히려 환영할만하지만…."

만약 레스트라면….

굳이 뒷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유다의 걱정이 사실이 된 까닭이었다.

유다가 항상 보는 보고서에는 마물에 관련된 내용이 많았다.

"드디어 용사파티의 출범인가."

용사는 성장하고 마왕과 부딪힐 것이다. 이것은 필연이었다.

여기서 유다가 할 일은 용사파티를 지원하는 역할이 끝일 것이다. 물론 성녀가 있기에 금전적인 문제는 웬만하면 걸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더욱 많은 돈과 물품 지원이라면 그들도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

"소환된 마왕이 적이라면 용사파티를 지켜보기만 할 테지만…."

준비도 안 된 용사의 상대는 바로 최종 보스였다. 그렇기에 용사파티를 조율해야 했다.

그들을 믿는 방법도 있기는 했지만 믿었다가 패배하면 이 세계는 끝이었다. 확실하게 해야 했다.

"좋아…. 일단 용사파티의 일원이 돼야겠지."

생각이 정리된 김에 유다는 곧바로 움직였다.

유다가 한창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안드레아에게 다가가자 안드레아도 유다에게 쭈뼛거리며 다가왔다.

"저기…."

"안드레­"

"먼저 말해."

유다의 말에 안드레아는 유다에게 말했다.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 중 가장 강하고 믿을 만한 사람이 너야 유다 그러니 나의 동료가 되어주겠어?"

안드레아는 진지하게 유다의 눈을 비라 보았다. 안드레아가 바라보는 유다의 표정은 항상 일정했다. 얼굴의 입은 웃는 표정을 짓고 있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예측조차 가지 않는 얼굴을 가지고 강하지만 무력을 숨기고 자신을 약한 척하는 강자였다.

그렇기에 그가 의지가 되었다.

안드레아의 말에 유다가 대답이 없자 안드레아는 재차 말했다.

"부탁할 게 유다."

그렇게 안드레아가 말하자 유다는 아까보다 밝아진 목소리로 안드레에게 대답했다.

"고마워 안드레아. 나도 사실 너랑 같은 말을 하고 싶었어."

그렇게 유다와 안드레아는 마치 만화에서 나올법한 하이파이브를 치는 자세를 취하며 우정을 다졌다. 안드레아의 눈에는 밝은 미래가 비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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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의 처지에서 안드레아가 제안해줄 줄 몰랐단 사실이었다.

'다행이야.'

안드레아를 설득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패를 챙겨왔던가, 가문 공방의 첨단 무기부터 아티펙트들 수많은 제화와 사면권까지.

심지어 그 흉성을 죽였던 관까지도 고려해보고 있었다.

"고마워 안드레아. 나도 사실 너랑 같은 말을 하고 싶었어."

다행히 협상은 쉽게 마무리되었다.

물론 협상이 쉽게 끝났다 해도 지원은 빵빵하게 해줄 생각이었다. 어찌 되었든 안드레아는 사람들을 대신해 마왕을 처치하러 가는 처지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아카데미는 조졌네.'

말 그대로였다.

아카데미가 터질 줄 알고 점수 따윈 신경 쓰지 않았는데 평화가 와서 부랴부랴 학생회까지 들어가며 점수를 챙겼는데 이제 다시 필요 없어지게 되었다.

"이럴 거면 그냥 제나랑 같이 쉴걸."

후회는 이미 늦었다. 유다는 그렇게 어찌어찌해서 용사파티에 참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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