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가 흑막이라고요-72화 (72/79)

〈 72화 〉 댤콤한 평화(2)

* * *

"자 이곳이 학생회실입니다."

성녀는 유다의 안내를 받고 있었다. 성녀는 용사인 안드레아의 아카데미 안내를 받고 싶었으나 학생회에 속하게 된 유다가 그녀를 안내하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유다님!"

또다시 여학생이 인사하고 지나갔다. 그 모습에 레아는 기묘함을 느꼈다.

분명 그녀는 교단에서 아카데미 중요인물에 대한 정보를 들었지만 들은 유다의 내용과는 매우 달랐다.

'그나저나 유다 벨라레…. 까칠한 성격에 교우 관계가 안 좋다고 들었는데 그것도 아닌가?'

게다가 유다의 얼굴은 계속 미소짓고 있기에 매우 해가 없어 보였다. 물론 수상해 보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매우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것으로 보아하니 성격이 나빠 보이지도 않았다.

'흐음…. 갑자기 바뀐 성격…. 기생형 마왕이라면…. 지금까지의 평화도 전부 설명돼.'

성녀는 유다를 지켜보기로 했다.

"여기까지가 끝입니다. 성녀님."

성녀의 눈꼬리가 부드럽게 휘어졌다.

"안내해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성녀님이라고 말고 레아라 불러주세요. 아카데미에 온 이상 모두가 학생이잖아요?"

성녀의 말은 정론이었다. 그렇기에 유다는 성녀의 말을 받아들였다.

성녀와 유다는 기분 좋게 해어졌다. 물론 유다는 성녀의 의심 어린 눈초리를 알아보지 못했다.

기생형 마왕 그것은 교단에서 지워버린 기록이었다. 그리고 성녀는 유다를 매우 의심하고 있었다.

'기록에서는 갑작스럽게 성격이 바뀌었다고 나와 있어.'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말이다….

'갑작스럽게 사람이 친절하게 변했어…. 어떻게든 용사를 보호해야 해.'

그것은 성녀의 사명이었다. 아주 고귀하고 거룩한 임무였다.

신의 뜻으로 마왕을 처치하는 동반자.

아무리 상대가 아카데미에서 영웅이 된 자라도 그것은 변함이 없었다. 용사와 성녀는 한 몸이었다.

"어떻게든 유다 벨라레를 신의 심판대 앞에 서게 만들어야 해요."

그것으로 유다 벨라레의 올바름이 가려질 것이다. 실패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설령 실패한다 해도 신의 심판대 앞에 서는 것을 영광으로 알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증거가 필요해요.'

유다 벨라레가 매우 의심 가는 이상 증거를 찾아야 했다. 증거를 찾고 심판대 앞으로 보내야 했다.

'만약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성녀의 눈은 광인의 눈 마냥 반들반들하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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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우…. 바쁘다 바빠."

누가 이렇게 될 줄 알았을까 미래에 네가 다니던 아카데미가 파괴되어서 성적을 A+받든 F를 받든 무효가 될 걸 안다면 누구도 자신과 같이 성적에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아카데미가 살아남았다. 유다의 계획에는 이런 상황은 없었다. 결국, 여태까지 학업을 등한시한 죄로 유급형에 처해지는 것을 면하기 위해 발 빠르게 뛰는 대가가 이것이었다.

"성녀까지 나타났는데…. 아직도 멀쩡하더라…."

너무 평화로워서 유다는 저들이 진지하게 한방을 준비하나 걱정되었다.

역사책에 나온 용사들의 내용이라면 마왕이 부활하자마자 몬스터들이 날뛰고 마물도 마구 날뛰어 인류 연합군이 겨우겨우 버티는 동안 용사가 성장해 마왕의 모가지를 날리는 것이 평범한 경우였다.

마왕 측은 시간을 끌수록 불리해지는 것이었다.

'멍청이가 아니고서야. 초반러쉬를 안 할 수가 없는데.'

'그냥 좋은 게 좋은 것 아닐까?'

안드레아는 용사 버프를 받아서 막말로 이제 숨 쉴 때마다 강해질 것이다. 하루하루가 다르다는 말이다.

그래도 불안한 것은 불안한 것이었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가 매우 불안했다.

유다가 고민을 하던 중에 같은 학생회원이 다가왔다.

"유다!"

유다는 귀찮았지만 티를 내지 않고 생글생글 웃으며 받아주었다.

"유다. 요즘 설탕 가격이 엄청 올라서…. 아카데미 디저트 예산이 빠듯한데 헤이스트 상단에서 들은 게 있어?"

유다는 그걸 물어보는 이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헤이스트 상단과 밀접하다고 해도 벨라레 가문과 완전 별개인 독립 상단이었다.

게다가 설탕 공급량은 단지 일시적으로 일어난 현상이었다.

"곧 안정될 거에요 걱정하지 마세요."

유다는 사람 좋은 미소를 그에게 보여주었다.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고…. 그래도 설탕 가격 때문에…. 디저트 크기가 많이 줄 거야."

'디저트 크기가 줄면 캐시가 슬퍼하겠어.'

유다는 이 사건에 대해 아주 단순하게 생각했다.

.

.

.

"엣취잉~"

"마왕님! 여기 손수건입니다. 옥체를 보존하셔야지요!"

"그…. 그래…. 어서 손수건을 다오."

큰 옥좌 위에 앉아있는 소녀는 자기 딴에는 위엄있어 보인다고 생각하겠지만 매우 귀여워 보였다.

옥좌 위에서 다리를 달랑거리고 있는 소녀의 눈은 반짝거렸다.

"그나저나. 설탕은 구했어?"

"물론입니다. 마왕님."

교주는 설탕을 구하는 과정을 떠올렸다. 여태까지 모은 교의 자금을 사용하고 그것조차 모자라서 교의 신도들을 시켜 약탈했다.

그 결과 옥좌 뒤에는 설탕으로 이루어진 언덕이 생겼다.

교주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아무리 저래 보여도 마왕은 마왕이었다. 저 마왕이 무거운 엉덩이를 붙여놓고 설탕만 찾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었다.

"자…. 그럼 의식을 시작하자!"

역시나 예상대로였다. 마왕은 무언가를 하기 시작했다.

마왕의 손이 빛났고 신도들은 환호했다.

'오오오!'

그리고 언덕을 이루고 있던 설탕 중 아주 일부가 사라지면서 마왕의 손에 들어왔다.

"짜잔! 막대사탕이야!"

마왕의 손에 들린 것은 뱅글무늬가 맛나게 새겨진 막대사탕이었다.

"허…."

순간 이게 마왕? 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훑고 지나갔다.

"마왕님…. 그건 저희도 설탕을 이용하면 그깟 막대사탕 따위 만들 수 있습니다!"

결국, 교주는 마왕에게 언성을 높이고 말았다. 교주는 언성을 높인 죄로 다가올 죽음에 눈을 감고 있었지만 들려오는 것은 시무룩한 소녀의 목소리였다.

"내껀…. 더 맛도 좋은데…."

마왕은 힐끔힐끔 교주의 표정을 보고 기분이 안 좋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말했다.

"혹시…. 크기가 마음에 안 드는 거야?"

마왕의 손이 다시 빛났고 이번에는 설탕의 언덕에서 꽤 유의미한 양의 설탕이 사라졌다.

그리고 10m가 넘는 막대사탕이 교주의 위로 떨어졌다.

"흐악­!"

기겁한 교주는 늙은 나이에 맞지 않게 잽싼 몸놀림으로 막대사탕에 눌릴뻔한 것에 살 수 있었다.

"헉…. 헉…. 헉…."

교주는 당연히 마법사였기에 겨우겨우 피하고 나서 가쁜 숨을 내쉬었다.

그러고 나서 10년은 더 늙은 얼굴로 이제는 애원 조로 말했다.

"제발…. 마왕님…. 마물이나…. 병사 같은 것은 없습니까? 저희는 이제 남은 예산도 없습니다…. 제발…."

늙은 교주의 애처로운 모습에 마왕은 죄책감을 느끼며 말했다.

"아…. 알았어…. 내 친구 빌려줄게…."

마왕의 손이 다시 빛나고 나서 설탕의 언덕에서 3분의 1이 사라졌다.

설탕이 사라지고 난 다음에 모습을 비추는 것은 거대한 곰돌이 젤리였다. 무려 키가 5m를 넘어 보였다.

곰돌이 젤리의 손은 매우 말랑말랑해 보였다. 아무리 질량이 있더라 해도 초인들을 상대할 수 있을까 걱정부터 되는 교주였다.

교주는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교주는 씁쓸한 목소리로 신도들에게 지시했다.

"일단…. 마왕님께서 소환하신…. 저 물체를 실험해보도록…."

몰캉몰캉….

거대 곰돌이 젤리는 걷는 것도 전혀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신도들은 시험 삼아 막대기로 다리를 막대기로 푹 찔러보았다.

모두의 예상과는 다르게 겉으로 보기에 아주 몰캉몰캉해 보이는 젤리를 막대기는 통과하지 못하고 막혀버렸다.

"이거 생각보다 튼튼한데요?"

"당연한 사실이지 아무리 저래 보여도 마왕님이 소환하신 피조물이다. 우리 같은 미물들은 흠집 하나도­"

푸욱….

막대기로는 뚫리지 않았던 젤라틴이 검에는 쉽게 뚫렸다.

"제기랄."

순간적으로 간부 하나가 욕설을 내뱉었고 교주는 말없이 눈짓했다. 그리고 그 간부는 끌려나갔다.

"내구도는 철보다 못하군."

교주의 냉철한 말에 기록 신도는 정보를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다행히 거대 곰돌이 젤리의 재생력은 좋은지 금방 뚫린 부분은 봉합되었다.

"재생력은 최고군."

교주의 말에 신도들이 속삭였다.

"그래봤자…. 샌드백…."

하지만 교주의 청력은 매우 뛰어났고 눈짓해서 귓속말한 신도도 끌려나갔다.

"이제 공격력을 시험할 차례군. 여기를 때려봐라."

교주는 철판으로 된 기기를 가져온 다음에 거대 곰돌이 젤리에게 때리라고 명령했다.

거대 곰돌이 젤리는 한번 갸우뚱하더니 펀치를 날렸다.

쾅­!

소리는 꽤 컸지만, 마력을 쓰는 초인들에게 한참을 못 미치는 파괴력이었다.

"그나마…. 일반인들에게 쓸모가 있을지도…."

교주의 말에 간부 한 명이 말했다.

"그럼 쓸모없다는 뜻 아닙니까?"

"나가!"

교주는 이런 마왕을 따르게 돼서 자신의 권위와 멀어진 세계 정복의 꿈을 포기했다.

교주의 머리에는 주름이 한 줄 더 늘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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