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화 〉 아카데미 서바이벌(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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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다."
이것은 일종의 자가 최면이었다. 자신이 직접 한계를 정하는 가상세계에 자신의 한계라는 상식을 없애고 무수히 뻗어나길 수 있도록 자기 자신의 기억마저 왜곡하는 행위였다.
이곳은 창조된 세계. 한계를 정하지 않고 쭉 뻗어나가는 세계였다. 그리고 유다는 가상 세계와 매우 잘 맞았다.
유다는 몸이 가벼워지는 감촉을 느꼈고 거대한 촉수를 향해 도약했다. 유다는 모르고 있었지만 가상세계에서 심의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바깥세계에서는 유다의 신체는 터무니없이 완성되지도 않았지만 유다의 정신만큼은 잠시나마 모든 무인이 꿈에 그리던 경지에 도달했다.
'할 수 있다.'
이곳은 자신이 한계를 정하는 세계였다. 유다의 백색창에서 빛이 눈부시도록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유다의 모습을 안드레아는 놀라 넘어진채로 멍하니 지켜보았다.
'저게 진짜 유다의 실력...'
아무리 노력해도 닿을 수 없다는 절망감과 함께 숭고한 유다의 태도에 존경심이 느껴졌다.
'내가 닿을 수는 있을까?'
여러가지 사태를 격으면서 이정도면 닿았지 않았을까 하던 생각은 오만이었다.
"하하.. 하하하.."
지금의 안드레아는 그저 멀리 유다를 지켜보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끈쩍한 검은 촉수가 유다를 향해 날아왔고 유다는 빛나는 창으로 베어버렸다.
안드레아의 눈에 보이지않을 정도로 빠르게 격돌했다. 간간히 보이는 힘의 편린은 끔찍한 위력을 자랑했다. 무수히 뻗어 나오는 촉수와 그것을 전부 막아내는 유다의 싸움.
무한처럼 증식하는 검고 불길한 덩어리가 유다의 창 찌르기 한번에 푹푹하고 터져나갔다.
유다는 하늘에서 증식하는 촉수들이 귀찮았는지 등에 금빛 날개를 뿜어내며 하늘에 도약했고 마찬가지로 촉수들을 일소하기 시작했다.
유다의 창에 닿은 부위는 지우개로 지우듯 사라졌다.
그것은 안드레아가 보기에 신의 심판이었다.
옛날 동화에서 본 내용처럼 악마를 단죄하는 신성한 천사였다.
안드레아는 그런 유다를 보고 부럽다는 감정과 미묘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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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다."
아직까지는 제국 7성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루시는 가상세계의 권한을 되찾는데 완전히 성공했다.
이 덕은 모두 유다 덕분이었다.
루시는 유다가 전투하고 있는 장면을 관찰했다.
"역시.. 나에게 마력이 티끌만큼만 감지되도록 경지를 속이고 있었구나."
루시는 유다가 비범하다는 것을 알고 그가 이미 경지를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가 터무니 없는 강함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다.
"내 공방에서라면... 6할..? 아니 5할정도의 승률을 보일 수도.."
마법사는 본디 준비하는자. 마법사의 공방안에서의 강함은 상상을 초월했지만 유다가 보여주는 무력앞에서는 루시 역시 경외감을 느꼈다.
"음음.. 좋아.. 이제 확실하게 정했어."
원래 이번 사태가 끝나면 제국 7성을 그만두고 권력도 내려놓고 널널하게 살 계획이었다. 물론 그 상태에서 이상향을 만들 유다를 도와주려는 생각은 있었지만 적극적이지는 않을 예정이었다.
"이러면 말이 달라지지."
루시의 눈에는 이미 성공이라는 단어가 보일 정도였다.
"저 나이에.. 벌써 초월의 경지라.."
마법사로 치면 9위계에 못 미치는 루시였지만 유다의 강함은 9위계 이상이라고 해도 별다른 반론이 없을 지경이었다.
게다가 유다의 나이는 이제 20살도 되지 않았다.
"좋아.. 이제부터.. 당신을 믿겠습니다."
루시는 유다에게 존중을 담아 존칭을 사용하기로 했다.
당장 가상세계를 종료할 수 있었지만 루시는 그러지 않았다. 대신 수도에 사는 제국민이라면 유다가 전투하고 있는 장면을 볼 수 있도록 아주 크게 띄었다.
"언제나 위기속에서 영웅이 나타나는 법이지."
루시는 영웅을 만들 것이다. 유다의 무력은 이미 차서 넘쳤고 그의 세력은 충분했다.
"무성의 표정이 일그러지겠는데?"
루시는 쿡쿡 웃었다. 제국 7성중 무성은 황제에게 충성하고 불변의 제국을 원하는 자였다. 그로서는 결코 제국의 이변을 원치 않을 터였다.
"아카데미 서바이벌 사건이 이슈가 되었을테고.."
신문사들이 몰려온 것을 보면 숨길 수도 없었다. 그렇기에 루시는 더욱 더 판을 키운 것이었다.
"책임은 이제 빼도박도 못하게 내가 물어야 겠네."
하지만 상관 없었다. 제국과 유다중 간만 보던 마성은 끝났다. 이제 루시는 유다를 선택했다.
루시가 만들어낸 거대한 화면에서 유다와 검은색 촉수는 격돌했다. 촉수는 펑펑 터져나가면서 유다에게 접근했고 유다는 한치의 물러섬도 없었다.
"이게.. 영웅이지."
유다의 모습을 바라보던 이들 중 신성함을 느낀자들은 기도하고 다른 사람들은 악으로부터 싸우는 유다를 응원했다.
"부탁해요. 나의 희망. 당신의 힘을 보여주세요.
루시는 유다에게 전부 베팅했다. 화면속에서의 유다는 계속 격돌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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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네..'
유다는 끊임없이 느려진 세상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창을 휘둘렀다.
퍽!
창이 휘둘러짐과 동시에 수박터지는 소리가 나고 주변의 촉수들이 터져나갔다.
유다는 체력적에서 지침을 느끼지는 않았지만 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 질렸다.
'아직.. 구조는 아직인가?'
아직 전투가 시작한지 1시간도 지나지 않았지만 유다의 체감상 1일은 넘게 싸운것 같았다.
유다의 입장에서는 답답하기만 했다. 하지만 유다의 그런 답답한 생각과는 다르게 루시는 이 가상세계를 '못' 끝내는게 아니라 '안' 끝내는 것이었다.
루시는 유다가 저 괴물을 물리쳐주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밖에 세상에서 자신의 모습이 나오는지 알지 못하는 유다는 다시금 창을 휘둘렀다.
또 다시 쉽게 터져나가지만 다시 재생하는 촉수들이었다.
저 촉수들은 없애도 끊임없이 재생되었다. 게다가 촉수를 호위하듯 검은 기사들도 달려드니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이대로 가다간 끝도 없겠어.'
제일 안전한 방법은 이대로 버티는 것이었지만 유다는 그때까지 학생들이 버틸 수 있을까 의문이었다.
만약 지금 이 순간에 창에 찔린채로 고통받는 학생이 있다면 시간이 지날 수록 정신적인 쇼크가 크게 올 것이었다.
'망할.. 그게 뭔 대수라고.'
유다는 착한 사람이 아니었다. 불가능하면 포기하고 때로는 잔혹하게 움직이는 착한 사람과는 거리가 아주 먼 사람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유다였지만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말씀이 떠올랐다.
"유다. 귀족이라면 누구보다 모범을 보여야하고 남들이 하기 꺼려야하는 것을 먼저하는 의무가 있단다."
유다는 그런 아버지의 말을 좋아하지 않았다.
누구보다 고귀했던 아버지는 그토록 모범을 보여야한다는 의무로 기사들을 영지에 끝자락에 있는 몬스터 토벌의 임무로 보내고 호위가 줄어든 틈을 타 아버지는 암살당했다.
유다는 가족을 좋아했지만 한때 아버지가 어리석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 촌구석을 상관쓰지 않거나 최소한의 병력만 보내서는 안됐던 것입니까?'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완전히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아... 나는... 할 수 있다.."
현실이 아니기에 유다는 할 수 있었다. 가상세계에서의 위험은 아주 적기에 유다는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행동은 유다를 계속해서 바꾸어나갔다.
유다는 백색창을 들고 몸을 한쪽으로 모으며 달려나갔가.
일점돌파.
촉수들이 옆에서 유다를 덮쳐오는 순간보다 더 빠르게 뚫고 지나가는 아주 위험한 방식을 유다는 선택했다.
유다가 지나간 길은 아주 순수한 백색 잔상만 남겼다.
아주 빠른 속도는 가상세계임에도 엄청난 고통을 선사했다. 아무리 가상세계여도 고통만은 진실이기에 유다는 근육이 파열되고 뇌가 타는 고통을 느꼈다.
"으아아아아아!"
유다는 다시 한번 되뇌였다.
'할 수 있다.'
유다의 창이 거대한 촉수의 더미를 한 순간에 뚫고 지나갔고 그 순간 촉수들은 유리조각처럼 깨지고 먼지로 사라졌다.
"헉.. 헉... 해냈다.."
가상세계라면 지치지 않아야 하지만 유다는 크나큰 피로감을 느끼고 눈을 감았다.
"뇌에서 크나큰 부담을 느끼는 모양이군요. 수고했어요. 나의 희망."
유다는 아련하게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으며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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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여기는.."
"유다!"
제나가 눈물을 흘리며 유다에게 안겨들고 그런 제나를 보고 눈을 흘기는 캐시부터 모든게 완벽한 일상이었다. 머리가 조금 많이 뜨거운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캐시. 상황정리좀 부탁할게."
캐시는 그런 유다의 태도에 유다기 잠들어있는 동안 일어났던 일을 전부 말하기 시작했다.
"그런일이 있었나."
유다는 바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안돼요. 주인님. 안정을 취하셔야.."
안절부절하는 캐시를 보고 피식 웃으며 유다가 말했다.
"괜찮아. 머리가 조금 아파도 멀쩡하다고."
캐시의 말을 들어 상황은 어느 정도 파악되었지만 그래도 직접 상황을 살펴보는것이 중요했다.
결국 유다의 고집에 못 이겨 유다는 결국 이카데미에 등교하게 되었다.
물론 옆에서의 제나의 극심한 보살핌이 있었지만 솔직히 유다 입장에서는 불필요할뿐이었다.
드르륵..
유다가 반에 문을 열고 들어가자 모든 반의 아이들이 유다에게 시선이 몰렸다.
'왜 빤히 쳐다...'
그런 유다의 의문은 오래가지 못했다.
"오오오 싸인을!"
"유다님 멋있었어요!"
"어떻게 그일을!"
"백창의 사도!"
"싸인좀!"
여태 자발적 아싸였던 유다에게 반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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