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가 흑막이라고요-63화 (63/79)

〈 63화 〉 아카데미 서바이벌(4)

* * *

숲을 돌아다니던 유다는 어느새 몰래 숨어있는 사람을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 대상은 유다가 구해준 다음에도 불구하고 말을 듣지 않았다.

덜덜덜덜….

"히익…. 사. 살려주세요!"

"진정해. 현실로 돌려 보내줄 테니까."

유다가 흰색 창을 들고 다가오자 학생은 점점 뒷걸음질 쳤다.

"현실로 돌려보낸다는 것도 영혼째로 돌려보낸다는 것이겠죠!"

"자…. 잠깐!"

"으아아아아!"

[공포 2단계]

그 학생은 공포감을 너무 느낀 나머지 공황상태에 삐지고 도망가기 시작했다.

"능력은 전혀 사용하지도 않았는데…."

유다는 모르겠지만 유다의 능력은 발전하고 발전해서 유다가 능력을 사용하지 않고 노려보는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존재감을 내비칠 수 있었다.

결국, 유다는 창을 들고 그 학생을 쫓아갔고 그 학생의 공포심을 자극하는 행위가 되었다.

"히이이익! 제발 살려주세요!"

"진짜 괜찮다니까? 잠깐 얘기 좀 하자!"

유다는 도망치는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리 자신이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지만 말조차 통하지 않을 줄은 전혀 몰랐다.

"하아…."

굳이 저렇게까지 극구 거부하는 이를 쫓아야 하는가 싶기도 했다.

그렇게 억울함이 반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반씩 섞여 그렇게 그 학생을 추적했다.

"거기 서!"

학생은 도망갔고 유다는 쫓았다. 그 도중에 발견한 다른 학생들을 향해 유다는 상황 설명해주기 바쁘기 때문에 비로 창을 찔러넣었다.

유다가 창을 찌르기 전에 적들에게 당해 고통을 받는 채로 죽지 못해 얌전히 있는 경우는 양반이었다.

유다가 창을 들면 다들 공포를 느꼈고 유다에게 도망가고자 했다. 이를 통해 유다는 학생들에게 딱히 구두로 하는 설명은 필요 없다 생각했다.

'시간 낭비이니까.'

그런데 유다가 맨 처음 도망갔던 학생을 쫓고 있었지만, 그 학생은 도저히 잡힐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다? 내가 체력에서 밀린다고?'

안드레아에게는 밀리지만 아무리 그래도 유다의 체력은 다른 사람보다 뛰어났다. 아무리 뒤쫓고 있는 대상이 유다를 피해 필사적으로 도망가지만 지치지도 않았다는 게 중요했다.

"내 말 좀 들어봐! 그리고 아프지 않아! 다 너에게 도움 되는 일이라고!"

유다가 학생을 설득하기 위해 말을 걸었지만, 그 학생은 무언가에 홀린 듯 묵묵부답이었다.

"젠장."

뭔가 이상해도 이상했다. 30분 이상을 전력에 가까운 속도로 추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저 학생은 지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만들어진 가상세계라 불구해도…. 거의 모든 현상은 현실의 물리법칙을 따를 텐데….'

'잠깐 그렇다고 치더라도…. 죽지 않는 것은 이미 큰 사항을 위반했는데….'

그렇게 의심을 하기 시작하니 가상세계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그러고 보니 우리들의 신체 능력을 어떻게 가상세계에서 표현할 수 있었지?'

아마 가상세계의 주인인 루시가 학생들의 신체 능력을 가상세계에 보내기 전 측정해서라고 말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빠른 시간내에 측정할 수 있나? 그것도 다수의 사람을 말이야.'

게다가 가상세계에서 자신의 고유 능력마저 발동시킬 수 있었다.

이 말은 즉 자신이 알고 있는 자신의 정보가 가상세계에 반영되는 것이었다.

'설마….'

유다는 문득 한가지 생각이 들었다. 여기가 마치 자각몽처럼 자신의 의지대로 무언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바로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끙….'

유다는 저렇게 정신없이 뛰고 있는 학생을 보며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다.

'정신없이 뛰었기에 자신의 한계를 설정하지 못했다면….'

유다는 그것을 보고 자신에게 끊임없이 되뇌기 시작했다.

자신의 체력이 뛰어나다는 생각을 지속적으로 반복했다. 인간의 뇌는 이렇게 여러 번을 번복하는 것만을 가지고 그것을 진실로 믿게 만드는 가벼운 최면을 걸 수도 있었다.

그렇게 자가암시를 몇 번이고 반복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유다는 어느새 자신이 지치지 않음을 깨달았다. 유다는 마치 가상세계에 제한 해제를 얻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이 방법은 진짜 자신의 힘으로 인식하려고 자가최면에 가까운 방식이기에 무작정 마법을 부릴 수는 없었다.

막 걸음 한 번에 바닥에 크레이터를 만들 정도의 자가최면은 애초에 불가능할 것을 알기에 되지조차 않는 것이었다.

그래도 유다는 이전보다는 해방감을 느꼈다.

지쳐가던 육체는 끊임없은 활력을 얻고 좀 더 민첩해졌으며 육신은 튼튼해졌다.

그렇게 유다는 여유롭게 도망가던 학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잡았다!"

털썩­!

유다는 학생을 밀어 넘어트렸고 넘어진 학생은 벌벌 떨었다.

"사…. 살려줘…."

"너도 깨어나 보면 나한테 고마워 할 거야."

유다는 설명 대신 창을 찌르는 게 빠르다는 것을 파악했고 학생의 심장을 페이탈 트리거가 찔렀다.

곧이어 학생은 하얀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휴우…. 겨우 쫓아가서 찔렀네."

유다는 그렇게 다시 다른 학생들을 찾아 나섰다.

.

.

.

"허억…. 허억…."

유다와 헤어진 안드레아는 유다의 말대로 창을 찾기 시작했다.

'그게 이 상황을 빠져나갈 수 있는 탈출구라 했으니….'

하지만 그런 안드레아의 간절한 기도와는 다르게 안드레아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다.

'저게 뭐야…….'

안드레아는 깊게 숨을 죽였다. 그가 숨을 죽인 이유는 단 하나.

철컥…. 철컥….

당연히 학생들을 창으로 꼬챙이로 만들고 다니던 흑기사들 때문이 아니었다.

그들이 숫자가 많기에 위협이 되기는 했지만 하나하나의 개체로 보면 안드레아 혼자서 충분히 처리할 수 있었다.

흑기사들은 다른 학생에 비해 강한 편이지만 안드레아에게는 그런 사실은 통용되지 않았다.

안드레아가 유다가 말한 창을 찾고 있는 도중 만난 흑기사들을 전부 쓰러트렸다.

"하지만 저건 아니지…."

엄청난 크기의 검은색 구체에는 붉은 렌즈가 다닥다닥 붙어있었고 무수한 촉수도 달려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흑기사들을 양산해내고 있었다.

안드레이가 덤빌 엄두조차 나지 않는 거대한 크기였고 저것이 이상한 붉은 빛을 쏘아내기라도 하면 그 경로에 있던 것들은 말 그대로 삭제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에도 안드레아는 그것을 보며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이유는 꼬챙이에 꿰뚫린 학생들을 흑기사들이 여기에 모으고 있기 때문이었다.

'저게 도대체 몇 명이야….'

서바이벌에 참여한 대부분의 학생이 꼬챙이에 걸려있는 모습은 잔혹하기 그지없었다.

"하아…."

안드레아가 어떻게 해야 하나 감이 잡히지 않을 때 수풀에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

안드레아는 지신의 검을 꺼낼 준비를 했지만, 수풀에서 나온 바로 유다였다.

"유다?"

"안드레아."

안드레아와 유다는 그렇게 다시 만났다.

그리고 안드레아는 당당하게 저 괴물을 처리하자는 유다의 말을 듣고 유다에게 열등감을 느꼈다.

.

.

.

"안드레아."

안드레아는 손가락으로 쉿 모양을 만들더니 유다에게 경고했다.

안드레아는 유다에게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했고 안드레아는 그런 유다 귀에 속삭였다.

"저기를 봐…."

안드레아가 가리킨 곳에는 비정상적인 기운을 내뿜는 기계가 있었다.

'그런데…. 이게 루시가 만든 세상에 기계가 있다니….'

점점 루시가 만든 세계일까에 대해 의심이 되었다.

"유다 창은 구했어?"

"어. 구했어. 이제 이걸로 현실로 돌아갈 수 있어."

"바로 찌르게?"

"아니. 일단 학생들부터 구하고 나서."

빨리 현실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가진 안드레아는 잠깐 볼을 붉혔다. 그런 모습을 본 유다는 안드레아에게 권유했다.

"안드레아 먼저 보내줄까?"

유다는 안드레아를 걱정하는 채로 말했다. 유다의 입장에서는 주인공이 불우한 사고로 죽을까 봐 걱정되어서 하는 말이지만 안드레아는 유다의 말을 듣고 양심이 찔렸다.

'아픈 척을 하면 유다가…. 아무런 의심도 없이. 보내주겠지.'

실제로도 계속해서 움직였으니 매우 지친 안드레아였다.

저렇게 당당하게 학생들을 구하자고 말하는 유다를 볼 때마다 안드레아의 마음은 착잡해져 갔다.

안드레아가 자꾸만 한숨을 쉬자 안드레아가 힘든 줄 알았던 유다는 안드레아를 배려했다.

"안드레아. 아프면 여기 있어."

"잠깐 유다. 위험할 수도 있는데…."

"이쪽 세계에서는 죽음이 없기에 나는 최선을 다할 거야."

그런 유다를 안드레아는 막을 수 없었다.

안드레아는 열심히 움직이는 유다를 보고 쉬고 있는 자신에 대한 혐오감과 내가 못했던 고고한 일을 하는 유다를 보고 열등감이 생겼다.

거대한 촉수가 달린 구체를 보고 유다는 생각했다.

'여기는 자신이 믿는 것이 구현되는 세계.'

과거의 유다라면 바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바로 도망갔을 터이지만 오늘은 달랐다.

'나는 이길 수 있다.'

유다는 자신에게 직접 되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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