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화 〉 모두가 마피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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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첩자는 아무나 하는 직업이 아니었다.
자신이 맡은 역할을 연기해야 할 지능이 필요했고 그게 높은 행정직 업무라면 자리에 맡게 더욱 뛰어나야 했다.
첩자들은 고통에 대한 높은 내성이 있었고 만약에 상황을 위한 자결을 향한 의지도 충만했다. 게다가 예외에 상황을 해결할 무력까지 갖추었으니 그들은 만능 인재였다.
그래서…. 그들은 제국 행정부라는 집단에 부품으로서 갈려나가고 있었다.
"오늘치 업무가 끝나지 않으면 집에 못 갑니다!"
서류를 무더기 채로 운반하는 이들이 따로 있을 정도이니 그들의 업무처리량은 상당했다.
"후아…. 후아…. 지치는구만…."
데모티아의 첩자인 후안도 상당한 피로감을 호소했다. 그가 쉬고 있을 무렵에 사건이 발생했다.
쨍그랑!
제국 행정부에 있는 바깥 창문이 깨지면서 참새가 한 마리 들어왔다.
그리고 후안은 본능적으로 반응하고 말았다. 주머니에 있던 페이퍼 나이프를 집어 던진 것이었다.
휙!
칼이 던져지고 난입한 참새에게 정확히 명중했다.
후안은 자기 자신이 던지고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런…. 훈련소에서 이수 받을 때의 본능처럼….'
후안은 실수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곧 사라졌다.
주변에서도 흘긋 보고 곧바로 관심을 꺼버리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이 정도 일이면 그래도 일반인 정도면 할 수 있지 않나?'
행정부에서 커피 동산을 두 손가락으로 공중제비를 돌면서 오는 사람도 있었기에 별로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이건 오랫동안 첩자들이 우글거리는 행정부에서 일해오면서 상식이 망가진 폐해였다.
그렇기에 제국 행정부에서는 서류업무를 단축시키기 위한 온갖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몇 초 아껴보겠다고 서류를 날려 공중에서 처리한다 등등….
그렇게 제국은 잘 굴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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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뚜벅.
후안은 기분 좋게 길을 걷고 있었다. 아주 오랜만에 하는 퇴근이었다.
비록 첩보를 위한 위장용 집이었지만 자그마치 제국에서 몇 년 동안 있었기에 이미 정이 들어버린 곳이었다.
그리고 집안을 연 순간. 집에 놓아둔 꽃병의 위치가 미세하게 바뀌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침입자가 있군.'
후안은 발 빠르게 눈치챈 후 경계상태를 유지하며 최대한 태연하게 행동했다.
물을 한 컵 떠서 마시고 주위를 경계하면서 책은 읽지도 않지만, 일부러 책장을 펼쳤다.
그리고 시간이 꽤 지난 후. 무언가가 움직이는 것을 눈치챘다.
"거기닷!"
후안이 그나마 제국 행정부에서 일하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한 가지는 암기술이 많이 늘었다는 점이었다.
왜냐고? 제국 행정부는 툭하면 펜을 날려댔기 때문이었다.
펜은 날아가서 벽에 강하게 박히고 말았다. 그것을 본 침입자는 연기를 마구잡이로 뿌리고 사라졌다.
"칫. 연막을 사용한 건가. 그나저나 이 정도의 연막이라니…. 첩보 신상품이 새로 나왔나?"
그리고 그 시각 제국 행정부의 사람들은 일제히 습격받았다.
그리고 행정부의 관리 중 한 사람은 습격자의 검을 가뿐히 피하면서 제국의 치안을 증진할 방법을 고민했고 또 다른 사람은 제국의 안보가 문제라고 생각했다.
"아니…. 왜 혁명군에서 나를 습격한 거요? 나도 혁명군인데?"
"닥쳐라! 네놈이 배신자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습격자들과 한패인 관리도 있었다.
"음…. 동지. 들어보게 지금 제국이 무너졌다가 인프라가 박살 나 엄청난 죽음이 뒤따를 걸세. 그러니 안정화하는 쪽으로 혁명을"
"닥쳐라! 네가 이런 생각을 한다는게 배신자라는 증거다!"
제국 행정부에 소속된 이들은 제국의 실체를 알았고 만약 제국이 무너지면 경제 붕괴로 옆에 나라도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 같아 오히려 조심하는 효과가 났다.
어느새 첩자들은 오랜 시간 제국의 업무를 처리하면서 제국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런 유능한 자들이 그럴수록 제국은 점점 윤택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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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혁명군이다."
제국 내에 혁명군 임시본부에는 사람과 수인 그리고 여러 종족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벨라레 가문이 커지니 벨라레 가문만 꺾을 수 있다면…!"
"안된다."
사실 지금 시기는 아주 좋았다. 황제의 권력이 약해지고 귀족들이 득세하고 있었지만, 그 귀족들마저 벨라레 가문에 꺾이면서 혁명군을 견제할 제국의 세력이 남아나지를 않았다.
"지금이 기회입니다!"
"우리는 아직 준비가 필요하다."
어린 청년의 말에 혁명군을 이끄는 지도자인 그는 단칼에 거절했다.
"왜…. 왜입니까!"
"제국의 정예기사 1명만 있어도 여기 안에 있는 이들은 전부 몰살당할 수 있지."
그것은 혁명군의 지도자인 그가 제일 잘 아는 사실이었다. 겪어보았기 때문이었다.
혁명군은 과거에도 많은 혁명을 일으켰다.
"혁명군은 과거에도 많이 있었지만 실패했지. 왜 그런지 아나?"
"겨우…. 마나의 유무 차이지 않습니까! 그딴 기사들 암살하면…."
청년은 어리석기 짝이 없었다.
"틀렸다. 그딴 마나가 아니다. 어쨌든 지금 혁명을 일으키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아카데미에 잠입한 우리 요원들이 연공법을 빼돌리고…. 또 수백 년이 지나면 혁명은 결국 성공할 것이다."
혁명군의 지도자 아주 멀리 보고 있었다. 마나도 없는 사람에게는 지옥 같은 도시이지만, 빼돌린 마나 연공법으로 그들이 미나를 다룰 수 있는 이가 많아진다면 언젠가 철옹성 같은 제국도 결국에는 무너질 것이라고 그는 강하게 믿고 있었다.
"비록 내 대에서 제국의 몰락을 볼 수는 없겠지만 말이야."
혁명군 지도자는 그렇게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내 대에서 안 되면…. 다음 대에서…. 그래도 안 되면 다다음 대에서…. 그래도 안 된다면…. 더더욱 다음 대에서…."
혁명군의 장점은 무력도 수도 아니었다. 그들은 꺾이지 않는 의지를 갖췄고 끈질김을 가졌다. 그들은 종족을 따지지 않고 제국을 바꾸어 나가기를 바랬다.
"대장님!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이냐!"
그리고 혁명군에게는 날벼락 같은 일이 발생했다.
"강경파가 일을 진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뭐라고?"
강경파에는 무력에 자신이 있는 이들이 꽤 속해있었다. 그리고 무력에 자신이 있다는 뜻은 혁명군 내에 얼마 없는 마력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란 뜻이었다.
혁명군의 지도자는 결국 선택을 내려야 했다.
강경파와 온건파가 분리되는 순간 혁명군은 단단한 결속을 잃게 되었다.
결국, 혁명군은 같이 힘을 합쳐 움직여야 한다는 뜻이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안 되기 때문이지.'
그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이번대에서 기반을 다져놓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실패한다 해도. 결국, 민중은 포기하지 않을 지어니…."
"홍련…. 준비해라."
"알겠습니다. 대장님!"
그들은 제국 습격 계획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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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첩자가 되긴 했는데 뭘 해야 할지."
안톤은 많은 돈을 받았고 그 대가로 그들에게 정보를 제공해야 했다.
'지금 당장은 도망칠 구석이 보이지 않으니…. 좀 더 버텨야겠군.'
안톤은 황제를 다시 만날 생각을 하니 눈물이 앞을 가릴 기분이었다.
'일단 최대한 평소처럼 평범하게….'
안톤은 자신의 평소 모습을 떠올렸다. 안톤은 평소에 열정적으로 업무를 처리했다.
"그래. 일단 헨리의 보고서를 올리기로 진리구제회를 정리하는게 맞겠지."
쓱쓱….
빠른 속도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수도 방위군에게 협력을 요청했다.
"노바 크리시란 아카데미 학생과 레이시 나자이드를 체포하도록. 그리고 나자이드 가문도 구속영장을 보내도록."
레이시의 입장에서는 난데없이 날벼락을 맞는 꼴이었다.
한편 유다의 방.
유다는 또다시 바쁘게 서류를 처리하고 있었다. 사실 최근에 제나가 방치해둔 테낙스가의 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행정관을 대량으로 고용했지만 이렇게 된 사태는 비타치스가에 있었다.
"망할…."
드디어 업무 지옥에서 벗어나 여유를 누릴 줄 알았지만, 바타치스 가문을 흡수하고 있는 도중이었다. 당연히 반발이 있었고 그것은 업무 폭탄으로 다가왔다.
"더 고용해야 해…. 캐시…. 가문에 행정관을 더 고용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줘…."
이러다가는 진짜로 서류에 파묻혀 죽고 말 것이다. 물론 유다의 신체 건강은 캐시의 솜씨 덕에 아주 멀쩡했지만, 정신은 아주 너덜너덜했다.
그 덕분에 유다는 제나를 만나러 가지도 못하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캐시가 웃고 있는 것 같은데….'
캐시는 자신이 이렇게 고생하는게 좋단 말인가…. 약간 충격받을 것 같았다.
유다가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사이 캐시가 도도도도 움직이며 유다의 앞에 도착했다.
"주인님. 저희 정보부가 긴급사태라며 물어온 정보가 있습니다."
"뭔데?"
유다는 정보부를 까먹고 있었다가 다시 떠올렸다.
'아 맞다 정보부 가지고 있었지?'
유다의 정보부는 가끔 귀중한 정보들을 주는 곳이었다.
'이 맛에 내가 쓸모없는 시크릿 클랜 지원금을 주는 이유라니까?'
"주인님. 현재 레이시양께서 진리구제회의 끄나풀로 오해받고 있다는 상황입니다."
"음…. 그래? 해결할 수 있어?"
웬만하면 친구를 도와주고 싶었다.
"당연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럼 해줘."
유다는 몰랐다. 자신의 가벼운 말이 엄청난 폭풍으로 다가올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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