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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흑막이라고요-50화 (50/79)

〈 50화 〉 전면전?(1)

* * *

댕댕댕….

거대한 종소리가 울려 퍼지고 연회가 시작되었다.

파티의 참여자들은 모두 흰색 가면을 쓰고 예의를 지키지 않고 파티를 즐긴다. 물론 예의를 지키지 않는다고 해도 여기에 참여할 수 있는 이는 귀족밖에 없었다.

이것이 제국 최대 규모의 바타치스 공작가가 개최하는 가면무도회였다.

모두가 성대한 파티를 즐기고 있는 마당에 연회장 최상층에는 비밀 장소가 있었다.

최상층은 화려하게 장식돼있고 매우 넓었지만, 역설적으로 방 안쪽은 테이블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테이블에 앉아있는 두 사람. 알렌 두카스와 윈프레드 바타치스.

삼 공작가의 수장이자 제국의 방향을 결정하는 이들이었다.

"알렌. 파티가 만족스럽지 않나?"

"흘흘…. 네 녀석의 파티는 항상 무언가 부족하지."

항상 불만족을 표하는 알렌이었지만 윈프레드는 평소 하던 대로 그를 대하기는 미묘했다.

왜냐하면, 최근 바타치스 가의 세력이 깎여 미묘한 균형이 조금 어긋났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윈프레드…. 아직도 멀쩡한 척을 하고 있군. 하지만 내 앞에서는 앓는 소리 정도는 내도 괜찮다고?"

알렌의 계속되는 도발에 윈프레드는 화를 내는 대신 자신의 건제함을 그에게 보여주기로 하였다.

"하하…. 무슨 소리를…. 트로피를 가지고 오도록."

짝짝….

윈프레드는 짧게 박수를 쳐 하인에게 트로피를 가져오게 시켰다.

찰그랑…. 찰그랑….

곧이어 쇠사슬 소리가 나더니 거적때기를 걸치고 있는 소녀가 등장하였다.

"어떤가. 이번 내 트로피가…."

윈프레드는 자신만만한 태도로 알렌을 바라보았고 알렌도 감탄했는지 박수를 두어번쳤다.

"굉장하군…. 최근 멸망한 바르트 왕국의 공주라니. 한참을 찾아보아도 안보인다 생각했는데 자네가 먼저 빼돌렸군."

대륙 중부에 있는 프론티아 제국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나라는 짧게 세워지고 멸망하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렇게 된 나라의 왕족들은 모두 제국의 놀잇감이 되는 형식이었다.

"하하…. 그뿐만이 아니지. 이년은 외모뿐만 아니라 검희라 불릴 정도로 꽤 강력한 무력도 소유하고 있었다고. 게다가 백성들의 사랑을 받으니 트로피가 되기에는 정말 최고이지 않은가…."

바타치스 공작은 수많은 트로피를 수집해왔다. 자유롭게 날아오르는 자들의 날개를 꺾고 자신의 진열대에 전시해두었다.

물론 트로피 중에 2년을 버틴 이가 없었지만 다른 트로피를 찾으면 그만이었다.

알렌과 윈프레드는 태연하게 끔찍한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읍읍읍!"

쩔그렁 쩔그렁­!

알렌과 윈프레드의 소리를 들은 멸망한 바르트 왕국의 공주는 반항했지만, 곧바로 공작의 부하들로 추정되는 이들에게 제압당했다.

"그나저나 저 트로피 아직 교육이 안 돼 있군."

"뭐…. 잡은지 얼마 안 되었으니 그럴 수밖에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시끄럽군."

마치 아침에 뭘 먹지 하는 고민처럼 윈프레드는 단숨에 결정했다.

"목소리는 듣기 싫으니 성대를 잘라버리도록."

"읍읍읍!"

윈프레드의 사형선고는 내려졌고 공주는 몸부림쳤고 공작의 부하는 끌려나가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는 공주를 끌고 나갔다.

공주가 끌려나가고 바타치스 공작이 말을 꺼냈다.

"괜한 스트레스 해소용 트로피에 스트레스를 받아야 쓰겠는가? 트로피는 그저 신경 써줄 필요가 없어서 좋지."

"동감일세."

알렌 두카스도 동의를 표했다.

두 사람은 테이블에 나온 애피타이저를 먹으며 말했다.

"애피타이저도 먹었으니….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봐야겠지."

"그래. 윈프레드 뭐가 문젠가?"

"벨라레 가문에 대해서 말이네."

"벨라레라……. 확실히 성장세가 매섭지."

알렌은 짧은 흰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그래. 특히 유다 벨라레. 젊어서 그런지 빠릿빠릿하더군. 이대로라면 공작위를 무난하게 받을 수 있겠지."

윈프레드 바타치스의 말에 알렌 두카스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이번에도 역시 제거를 택할 셈인가?"

과거 벨라레 가문에 공작을 시도했지만 큰 타격을 주지는 못했다.

"아니. 이번에는 시대의 흐름에 편성하는 것이 좋겠지."

초창기 제국부터 이어져 내려온 절대 명제. 공작가는 오로지 세 군데밖에 없다는 점.

알렌 두카스의 주름이 깊게 파였다.

"그렇다면 우리들 중 한 명을 내치겠다는 소리군…. 나는 아닐 테고…."

알렌의 눈이 윈프레드 바타치스를 향했다.

"당연히 바타치스나 두카스가문은 아니지. 우리가 아니라면 남은 가문이 있지 않나?"

알렌 두카스도 알고 윈프레드도 이미 결과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테낙스 가를 육성으로 말하지 않는 이유는 몰락해버린 공작가에 대한 일말의 안티까움과 비웃음만이 있기 때문이었디.

알렌은 눈동자를 희번덕거렸다.

"그 가문에는 불쌍한 어린양 하나만 남았다지?"

알렌에 말에 윈프레드가 말했다.

"방심은 하지 않겠지만, 재차 말하지. 지금쯤 나타나지 않는 흉성을 보니. 그 불쌍한 어린양은 어떻게 된 것인지는 몰라도 흉성을 막아냈다."

하지만 알렌도 윈프레드도 흉성이 죽었음을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고작 공작가의 어린 후계자랑 같은 선상에 올리기에는 제국의 별이 가진 무게가 상당했다.

"당연히 방심 따위 하지 않는다네…. 그리고 혹시 검성에 대한 일은 어떻게 됐는지 알 수 있겠나?"

알렌의 말에 윈프레드는 씁쓸하게 미소지었다.

"역시 자네도 모르는 일이었군. 검성이 바타치스의 사람이지만….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군! 망할 황녀 같으니…. 그렇게 지원을 해줬는데 날려 먹어?"

"끌끌…. 그 덕분에 내가 지원하는 파벌에서 이득을 보았지."

"더욱…. 큰일인 건 진짜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것일세."

윈프레드의 말에 알렌 두카스는 흠칫하고 놀랐다.

"진짜 문제긴…. 문제군…. 자네 동생이 암흑가를 꽉 쥐고 있지 않나?"

알렌이 언급하는 윈프레드의 동생은 제국 7성 중 한 명인 암성을 말하는 것이었다.

"에센말인가? 쯔쯔…. 최근에 그 녀석을 보니 암흑가가 그 녀석의 통제를 벗어났더라고. 처분해야겠어."

"그래도 혈육이지 않은가?"

"오히려 혈육이니까 처분하는 것이지."

"끄응…. 그나저나 자네도 아니고 나도 아니면…. 검성은 어디로 솟았겠는가…."

"뻔하지. 제3세력이 있는 거다. 알렌, 너도 대충은 짐작하고 있겠지."

윈프레드는 하인을 시켜 종이와 펜을 가져오게 시켰다.

"여기 종이에 자기가 짐작하고 있는 바를 쓰고 상대방에게 보여주고 있는게 어떤가."

알렌과 윈프레드는 각자가 생각한 바를 쓰고 종이를 동시에 펼쳤다.

"똑같군."

"자네도 대충 추측하고 있는 내용이지 않은가."

"너무 비어있는 부분이 많기는 했지."

정확한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소거법으로 찾아낼 수 있었다.

"암흑가가 통제를 벗어나고 우리 둘도 아니고 테낙스 가는 여력이 없고 검성이 통제를 벗어났지. 아카데미 사건이 빨리 묻혔으니 황성에도 그들의 첩자가 최소 한 명은 있을 테고."

"그렇다면 남은 것은…. 암흑가에 평범한 클랜인척하지만 실상은 지배자인 블러드투스클랜."

"우리가 생각한게 같아서 기쁘군."

알렌과 윈프레드가 다시 제국의 공고한 지배권을 얻을지 논의하고 있던 도중 윈프레드의 하인이 달려왔다.

"큰일입니다! 혁명군! 혁명군입니다!"

"뭐라고? 혁명군 따위 쓸어버리면 그만이잖­"

쨍그랑­!

두 명의 공작이 있던 방에 유리가 깨지고 괴한이 등장했다.

두 공작가의 호위기사들이 검을 뽑았고 방안으로 혁명군들이 들이 닥쳤다.

바깥에는 횃불을 든 무리가 끊임없이 연회장으로 몰아치고 있었다.

"망할 평민 놈들…. 쓸모도 없는 주제에…."

여기에서 전면전을 할 수는 있었지만, 기사의 수가 부족했다.

물론 저들과 싸운다 해도 지지는 않겠지만 기사가 죽음으로써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었다. 빠르게 판단한 공작들은 탈출하는 길을 택했다.

"바타치스 공작님! 여기입니다!"

바타치스 공작과 두카스 공작을 하인이 미리 준비해둔 탈출 장소로 안내하였다.

"젠장…. 알렌 자네. 나한테 빚진걸세. 이런 공간이동 마법진은 비싸다고…."

"헤…. 무슨 소리를 엄살 부리지 말게나."

그렇게 그들이 공간이동 마법 진의로 탈출하자 성은 무슨 소란인 듯 곧바로 조용해졌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공작을 안내해준 하인의 모습이 변했다.

"아. 수고했어."

붉은 머리를 한 그녀는 블러드투스 클랜의 로드이자 시크릿 클랜의 일원인 아델라였다.

그녀는 한 손으로 방금 훔친 열쇠고리를 빙빙 돌렸다.

"달다…. 달아…. 이걸로 공작의 비밀금고로 가는 물건은 전부 모았고…."

"애들아 철수해라!"

아델라의 말에 마치 연회장의 벽이 세트장의 벽처럼 허물어졌다.

"로드님! 철수 준비가 끝났습니다!"

"그래 기절시킨 사람들은 전부 제자리에 나 두고! 전부 공작이 한 것처럼 조작도 해!"

조작해봤자 금방 들키겠지만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았다.

"쉽다. 쉬워…. 제국을 지배하는 공작이라고 약간은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별것 없네."

아델라는 이 모든 것을 지원해준 시크릿 클랜에 들어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 지금쯤 두 공작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엄청난 분노를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제 공작가 몰락 작전의 시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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