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화 〉 가문을 위하여(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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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주하고 도주한다. 황녀는 심연을 보았고 그 심연을 버틸 수 없었다.
"황녀님이 미친 듯이 뛰쳐나갔군. 왜지?."
유다는 불퉁한 표정을 지었다.
"허…. 네가 먹히지도 않는 농담을 해서 분명 도망간게 분명해."
레이시는 유다의 그런 태도에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유다의 마지막 말은 레이시 자신도 순간 소름이 돋을 정도였으니 무서웠을 만도 했다.
"흠…. 농담으로 말한 거지만 황녀님께 사과드려야 하는게 옳겠지."
유다는 자신의 농담이 진심으로 별로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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쓱…. 쓱….
아자젤은 피가 덧칠된 검을 닦고 있었다. 그런 아자젤의 옆에서는 제나가 서 있었다.
"우와 아자젤 언니. 역시 교단의 사도야. 어쩜 이렇게 강해요?"
"뭐…. 그만큼 노력했으니까. 그래도 제나 너도 저번에 싸우는 것 보니까 장난 아니던데."
아자젤은 쓴웃음으로 제나의 말을 넘겼다.
'이런 순수한 아이한테 질투라니. 나도 참.
'언젠가 유다도 결혼을 할 테지…. 그래도 그전까지는….'
아직 자신의 사심을 채워도 괜찮을 것이다.
"그나저나 전에 밟아주었던 진리구제회가 다시 활동을 벌이다니."
아자젤 그녀의 손에만 죽은 진리구제회의 신도만 몇 명인가 아자젤은 자신의 신앙을 증명하기 위해서 진리구제회의 신도들을 수도 없이 죽여왔다.
아자젤은 진리구제회를 바퀴벌레 같다고 생각했고 제나도 그런 아자젤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러게요. 진리 구제회 녀석들 기분 나쁜 녀석들이네요. 그래도 덕분에 좋은 재료를 얻었기는 하지만…."
이야기가 점차 어두워지자 아자젤은 분위기를 밝게 하려고 주제를 변경했다.
"제나. 그러면 아카데미 습격 사건도 대충 마무리 지은 것 같으니…. 유다 보러 갈래?"
"좋아요. 유다 보러 가요. 언니."
그렇게 아자젤과 제나는 유다의 방으로 향했고 아카데미 습격 사건은 일단락되는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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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억…. 허억…."
자신의 방으로 들어온 황녀는 일단 문을 바로 꽁꽁 잠가버리고 다리의 힘이 풀린 나머지 엎어져 버렸다.
"하…. 하…."
의미 없는 실소를 몇 번 내뱉고 난 뒤에야 황녀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과민하게 반응을 했구나…."
귀족들의 경우를 보면 오히려 유다 벨라레보다 더한 경우가 많았다.
그저 자신이 충격받은 이유는 제국 7성인 아리아나 윈터를 죽인 사실과 그리고 분위기와 유다의 말에 휩쓸렸던 까닭일 것이다.
불행 중 다행하게도 유다 벨라레가 죽인 명단을 보았을 때 유다 벨라레는 진범이 아닐 가능성이 높았다.
"이걸 다행이라고 봐야 하는지…."
그나저나 유다에 의해 아리아나 윈터가 죽었다. 무려 제국 7성이 죽었다. 그것도 20살도 되지 않은 사람에게.
유다의 무력에 숫제 경외감을 느낄 뿐이었다.
"그나저나…. 아리아나 윈터를 유다 벨라레가 죽였다면…. 그 남자는 도대체 얼마나 실력을 숨기고 있는 거야…."
클레아 자신이 아는 아리아나 윈터는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패색이 짙은 기색을 보면 바로 도망가는 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아리아나를 죽였다? 아리아나가 도망치기도 전에 죽였거나 아니면 도망치는 것을 추격해서 죽인 것일 수도 있었다.
'둘 중 아무거나라도 해도…. 정말…. 강력하게 짝이 없겠어.'
아마 유다 벨라레는 괴물이 틀림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자신의 적일 확률이 낮다는 사실이었다.
'적이 아니라고 하지만 우호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일단 황녀는 자신이 보여준 치태를 사과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 전에 유다에게 추출한 정보를 기록하기로 했다.
"이반! 거기 있어?"
황녀는 자신의 충실한 수족 이반을 불러서 정보를 기록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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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유다의 방문이 열렸고 제나와 아자젤이 유다의 방으로 들어왔다.
"유다!"
유다는 아자젤을 보고 반가워했지만, 제나를 보고 한숨을 푹 쉬었다.
"누나 안녕. 하아…. 그리고…. 제나 테낙스…."
"미안 유다! 하지만 충분히 반성하고 있다고!"
제나의 당당한 말에 유다는 한숨을 푹 쉬었다. 유다가 한숨을 푹 쉬었지만, 제나는 알고 있었다. 유다의 암묵적 용서라는 것을.
"그나저나 누나 오랜만이네…."
"그래…. 오랜만이야. 잠시 사도직을 파직당해서…."
"파직?"
"응. 1주일간 잘 쉬다 오래."
아자젤의 1주일 사도 파직은 조금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어째서? 누나만큼 열성적인 루스 교단의 사도가 어디 있다고."
"그게 너무 일을 크게 벌여서 잠시 머리 식힐 겸 쉬고 오래."
"그래? 그러면 쉬다 아카데미에서 쉬다 가."
아자젤의 사도 권한이 1주일간 박탈되었기 때문에 아카데미를 빠질 수 있는 권한도 같이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벨라레 가문의 힘을 이용해 그 1주일도 병결로 처리할 수는 있었지만….
아자젤은 그러기를 원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1주일간은 아카데미에 등교해야 할 것 같아 유다."
"누나. 그럼 숙소는?"
참고로 아자젤 누나의 아카데미 숙소는 필요가 없었기에 존재하지 않았다.
"잘 부탁해 유다."
누나가 화사하게 웃고 있는 것은 기분 탓일까? 유다의 입장에서는 오랜만에 받는 가족의 온기이니 나쁠 것은 없었다.
'그나저나 오랜만에 가족끼리 같이 잔다라…. 그러고 보니 이사벨을 못 본 지 오래되었네.'
제나와 흉성을 쓰러트린 이후에 벨라레 영지에서 약간의 휴식을 취했지만, 유다의 여동생인 이사벨은 바쁘기 때문에 볼 수 없었다.
'방학 때에는 이사벨이랑 같이 놀아줘야겠어.'
하지만 그전에 처리할 문제가 있었다.
벨라레 가문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내 가족을 위협하는 이를 제거하기 위해.
'다울 벨라레 건을 처리한다.'
이미 조사는 대부분 끝났다. 유다는 자신의 삶과 가족을 사랑했고 잃는 것은 지긋지긋했다.
'절대로…. 아무것도 잃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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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되었고 아침이 되었다. 아자젤은 유다의 손을 붙잡고 아카데미를 소개시켜달라고 하였다.
'하긴 아카데미에 3년이나 다녔어도 실상 다닌 일수는 10일조차 되지 않으니.'
그 어떤 대귀족이라도 아자젤만큼 아카데미를 빠졌을 리가 없었다.
유다도 어디에서나 자유로운 사도의 모습을 보면 조금 부러운 느낌도 받았다.
하지만 유다는 벨라레 가문의 가주이기에 책임이 무엇인지 알았다. 책임은 사람을 구성하는 요소이자 가주인 유다의 의무였다.
"유다 일로와!"
아자젤이 유다의 손을 붙잡고 학생식당으로 이끌었다. 아마 아자젤의 입장에서는 식당을 이용하는 것이 처음일 것이다.
유다는 등 뒤에서 못마땅하게 보고 있는 제나를 보지 못하고 아자젤의 손에 이끌려 학생식당으로 도착했다.
빠드득….
제나의 손에서는 무언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약간이지만 들렸다. 그 소리에 맞춰 유다는 뒤를 돌아보았지만….
"제나?"
"아…. 응 아무것도 아니야."
제나는 평소와 같이 화사하게 웃어주었다.
유다는 제나와 아자젤을 양쪽에 끼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아카데미 학생식당으로 이동했다.
마침 학생식당에는 의기소침하게 앉아있는 클레아 황녀가 있었고 그 옆에는 레이시가 있었다.
둘은 어제 사건 이후로 친해진 기분이어서 미묘했다.
'둘은 언제 친해졌담.'
당연히 유다도 자신의 말실수를 알고 황녀에게 사과하러 황녀 앞에 서는 순간.
"저기.""황녀님."
"먼저 말하는""먼저 하십시오."
서로 말이 겹쳐 어색한 순간이 되었다. 서로 간 몇 초의 침묵이 오가자 클레아 황녀의 뒤쪽에서 레이시가 온몸으로 난리 치는 모습이 보였다.
레이시의 처지에서는 새로 사귄 친구와 자신의 상사인 유다와의 답답한 상황을 풀고 싶은 마음이었다.
레이시의 어색한 분위기를 풀고 싶다는 마음을 손짓, 발짓으로 유다에게 어필하자 우주의 기도가 통했던 탓일까? 유다가 먼저 움직였다.
"어…. 그럼 제가 먼저 말해도 되겠습니까. 황녀님?"
"네…. 네…. 먼저 말하세요."
"우선, 제가 어제 했던 말 중 마지막 말은 황녀님의 기분을 고려하지 못한 제 불찰이었습니다."
"저도 무례하게 뛰쳐나가서 죄송한걸요."
그렇게 유다와 황녀의 갈등은 일단락 되는 듯싶었지만...
유다는 보지 못했고 뒤에서 상황을 지켜본 레이시만 알 수 있는 상황이 있었다. 유다의 뒤쪽에 서 있는 제나와 아자젤의 표정이 심히 좋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레이시는 제나 테낙스를 무서워했다.
'제나 테낙스는 원작에 비중 있지도 않았으면서….'
레이시는 그날의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아카데미 초장기에 있던 날이었다.
유다가 자신에게 목줄을 채운 뒤 바로 그다음 날이었다.
유다의 눈치를 두려워서 피하고 있는 도중에 제나가 레이시의 옆을 스쳐 가면서 손톱으로 그녀의 피부에 상처를 주고는 이렇게 말했었다.
"유다에게 더 접근했다가는 다음에 네 목이야."
레이시는 제나의 사람 잡아먹을 것 같은 눈이 두려웠다. 최근에 괜찮아졌다고 생각했지만…. 제나는 다시 그 눈을 한 채로 황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도…. 첫 친구인데…. 도움을 줘야 하려나?'
아마 도움을 주었다가는 같이 제나한테 처리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그래도 황녀인데.'
레이시는 황녀 코인을 매수하기로 했다.
어차피 제나와의 사이가 안 좋고 황녀와 사이가 좋기에 내릴 수 있는 결정이었다.
'그나저나…. 뭘 어떻게 도움을 줘야 할까?'
왠지 모르게 레이시는 피곤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