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화 〉 아카데미 탐정놀이(1)
* * *
방안에 쌓여있는 서류들의 산.
"아이고……."
유다는 슬퍼서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원인은 바로 제나한테 있는데….
제나가 하필 가신들을 전부 언데드로 만들어서 행정업무를 봐줄 사람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테낙스 영지가 제대로 돌아갈리 없었다.
그나마 제나가 영지에 있을 때는 혼자 열심히 처리해서 구색이라도 맞췄지만, 제나는 이제 아카데미에 와있는 상황이었다.
제나가 아카데미에 있으면 테낙스 가문의 행정업무를 봐줄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그 사실을 안 유다가 테낙스 가문의 행정처리를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유다도 가문의 사람들에게 벨라레 영지의 행정업무는 어느 정도는 맡겨놓았지만 중요한 업무는 유다가 처리하고 있었다.
그 상태에서 테낙스 가문의 업무를 처리하고 또 제나가 혼자 몇 년 동안 처리했기에 무척 엉성하게 처리된 행정업무를 맡아서 처리하고 있었다.
"으…."
오늘따라 쓴 커피가 더욱 썼다.
'그나마 최악 중에서 다행인게….'
유다가 업무를 처리하는 책상 옆에는 또 하나의 책상이 놓아져 제나도 같이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사실 제나의 테낙스 가문인 만큼 도와주는게 정상이지만 그래도 유다는 도와준다는 사실에 감사를 표했다.
'안 도망친게 어디야.'
테낙스 가의 행정업무를 처리하고 있으면 문득 드는 의문은 '이게 3대 공작가중 하나?'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아무리 몇 년간 제나가 혼자 업무를 처리했다 해도…. 상당히 엉망이야….'
물론 공작가인만큼 세수와 영지 발전도가 눈부셨지만, 겉으로 보일 만큼 탈세와 횡령이 심했다.
"에휴…. 세금을 떼먹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헤헤…."
"웃지 마. 그거, 네 영지 문제야."
사실 유다도 제나의 영지를 무상으로 도와주는 이유는 몇 가지 있었다.
'아마…. 나는 제나와 결혼하겠지.'
유다도 싫지 않았고 제나도 싫지 않았다. 하지만 유일한 후계자인 제나와 벨라레 가문의 가주인 유다의 결합은 엄청난 파장을 몰려들게 할 것이고 하나 된 세력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엄청난 견제를 보일 것이다.
'한 마디로 결혼 전에는 미리 전부 정리해놓아야 해.'
벨라레와 테낙스 가의 만남. 둘이 합쳐져 새로운 가문이 되는 것이었다.
'물론 누구의 성을 이어갈지는 제나와 상의해봐야겠지만….'
벨라레의 성을 이어간다면 가문의 반발을 억누를 수 있고 무난하게 세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테낙스 가문의 성을 이어간다면 바로 공작위를 얻을 수 있었다.
'각자의 장단점이 있는 만큼 고민해야 할 문제야.'
"제나. 거기 있는 서류 좀 갖다 줘."
"이거 말이야?"
"응."
그렇게 유다는 오늘도 서류 지옥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갔다.
'제나한테…. 제발 행정관료 좀 뽑으라고 말해야겠어….'
유다는 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서류를 처리했다. 물론 그 대열에는 제나도 함께였다.
'수업시간에도 서류를 처리해야 하는 판이지만….'
다른 학생들이 기밀 서류 같은 것을 볼까 봐 휴식시간을 수업시간으로 바꿨다.
"유다님. 이제 아카데미에 등교하실 시간입니다."
옆에서 캐시가 공손히 말해왔고 매우 지친 유다와 제나는 환호성을 질렀다.
'아마 교실에 도착하면 기절한 듯 잠만 자지는 않을까?"
유다와 제나가 함께 반으로 걸어가고 있는 도중에 클레아 황녀가 매우 바쁘게 뛰어왔다.
지친 듯 숨을 내뱉은 클레아의 모습은 안타까워 보였다.
"허억…. 허억…."
"괜찮습니까? 황녀님?"
유다가 조심스레 괜찮냐고 물어보자 클레아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고 자신의 용무를 처리했다.
"여기…. 황실정보부 접선. 방법 쓰여 있어요…."
'물어보긴 했지만…. 여유 있게 줘도 상관은 없을 텐데.'
무엇이 황녀를 조급하게 만들었을까?
유다에게 빠르게 쪽지를 건넨 클레아는 유다의 방향과는 반대로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많이 바빠 보이네."
"난 마음에 안 들어."
유다의 혼잣말에 제나는 황녀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래도 황녀님인데 그런 말을 하는 건 옳지는 않지."
"난 상관없거든~ 게다가 지지세력이 없는 황녀를 누가 신경 쓴다고."
'그래도 예전 원작에서는 강한 세력을 가진 황녀였는데…. 이게 나비효과라는 건가.'
원작에서는 강한 세력을 바탕으로 황자들과 힘겨루기를 하는 클레아였지만 지금은 지지세력이 몰락했기에 비운의 황녀로 바뀌었다.
'나비효과…. 역시 무시무시해.'
'아마도 아카데미를 습격한 진리구제회의 영향이 크겠지.'
유다와 레이시가 아카데미 습격 사건의 범인이 진리구제회임을 확신하는 이유는 바로 원작 속 진리구제회는 아카데미를 4번이나 습격했고 결국엔 아카데미를 무너트렸기 때문이었다.
'하필 나비효과의 영향으로 진리구제회가 날뛰어서…. 황녀는 보면 볼수록 안타깝네.'
황녀의 지지세력이 몰락한 이유가 자신에게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조차 하지 못한 유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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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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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유 씹."
레이시는 처참해진 헨리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미안해 헨리.'
"이것이 회개입니다!"
기뻐하는 노바를 보고 속으로는 헨리를 축복했지만, 겉으로는 노바에게 동의했다.
열심히 모든 정보를 뱉어낸 헨리는 떨어진 체력에 기절하고 말았다.
노바도 이쯤 하면 회개되었다 싶었는지 레이시한테 물어보았다.
"레이시 자매님. 혹시 뒷처리에 대한 계획이 있으신가요?"
원래라면 마나 계약서를 쓰고 못 말하게 하려고 했지만, 노바의 번들거리는 눈동자를 보니 풀어주자는 말이 쉽게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하하하…."
결국, 웃음으로 대처한 레이시는 올라간 노바의 입꼬리를 보았다.
"레이시 자매님. 혹시 처리방법이 없으시다면 제 방식으로 처리하겠습니다. 괜찮으십니까?"
"괘. 괜찮아요."
결국, 수락하고 말게 된 레이시는 헨리의 명복을 빌어주었다.
'미안해 헨리….'
아마 헨리는 이날 이후 영원히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기절하듯 쓰러진 헨리를 노바는 작은 체구의 맞지 않게 번쩍 들어 올렸다.
"그…. 그럼 나중에 만나…."
"그러시지요. 자매님."
레이시는 결국 쫓기듯이 노바와 헤어졌다.
"그나저나…. 이제 에픽퀘스트를 진행해야 하는데…."
사실 퀘스트의 강제성은 없었지만, 보상이 너무 좋았기에 반강제성이나 다름없었다.
'아 이걸 어떻게 참냐고.'
'일단 퀘스트를 진행하기 위한 황녀의 위치부터….'
레이시의 앞으로 바쁘게 지나가는 클레아가 보였다.
'운이 좋군.'
'일단 황녀에게 합류해야 하는데…. 자연스럽게 합류할 방법이 없을까?'
방법을 고민했지만 자연스럽게 합류 각이 안 나왔다.
'평소에 친한 것도 아닌데….'
*에픽퀘스트: 아카데미 탐정놀이
황녀의 아카데미 조사를 도와 수상한 자를 1명 이상 붙잡거나 사살하세요.
1명 완료 골든티켓
2명 완료 플래티넘티켓
3명 완료 전용장비뽑기
퀘스트가 지금 황녀를 잡지 않으면 사라질 것 같이 반짝거려서 레이시는 선택해야만 했다.
"저기 황녀님!"
"무슨 볼일이지? 레이시 나자이드?"
황녀가 레이시에게 퉁명스럽게 말했다.
"아. 그 황녀님 지금 아카데미 조사 중이 아니십니까?"
"!?!"
'너무 직설적이었나?'
하지만 이미 후회하기는 늦었다. 못 먹어도 고다.
'어쩔 수 없이 황녀랑 친해 보이는 유다 이름 좀 팔자.'
황녀가 경계한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레이시는 유다의 이름을 팔기 시작했다.
"그게 유다가 황녀님이 아카데미를 조사한다고 해서요. 제가 도와주러 왔습니다! 뭐든지 잘합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제발…. 제발…. 골드티켓이라도 먹어보자….'
레이시의 말이 끝나고 한동안 침묵이 흐른 뒤.
"알았다."
'나이스! 유다 이름 팔기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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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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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 벨라레가 수상하지만…."
클레아는 유다를 믿고 싶었다. 그렇기에 이 행위는 그의 신뢰를 증명하기 위한 조사였다.
먼저 아카데미의 방어력은 철옹성에 가까웠다. 온갖 마법이 걸려있기에 아무리 청마탑주라 할지라도 한순간의 해체는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예전에 준비해두었겠지.'
만약 유다 벨라레와 학장이 범인이라면…. 아카데미 내부에 백도어를 만들어 두었을 가능성이 컸다.
백도어란 결계의 제작자가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서 만들어 놓는 기능이었다.
"유다 벨라레는 아카데미에 투자를 많이 했어…. 이득을 많이 보았기는 했지만…. 과연 그게 순수한 의도였을까?“
클레아 자신이 만약 유다라면 자신의 영향력 안에 있는 돈이 쓰인 장소에 수작을 부렸을 것이다.
그래서 클레아의 다음 목적지는 유다 벨라레의 돈을 받고 지어진 건물인 행정관이었다.
'그전에 내 고유능력을 발동시키기 위해서 유다와 틈틈이 접촉도 해놓아야 해.'
클레아의 일정은 빠듯했다. 그래서 빠른 걸음으로 행정관 쪽으로 향하고 있었지만….
"저기 황녀님!"
황녀의 앞을 분홍 머리의 소녀가 막아섰다.
황녀는 자신을 막아선 분홍 머리 소녀를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같은 반에다가…. 이름이…. 레이시 나자이드였나?'
"무슨 볼일이지? 레이시 나자이드?"
"아. 그 황녀님 지금 아카데미 조사 중이 아니십니까?"
"!?!"
'어떻게 그 사실을….'
클레아는 레이시를 경계하며 뒤로 물러섰다.
"그게 유다가 황녀님이 아카데미를 조사한다고 해서요. 제가 도와주러 왔습니다! 뭐든지 잘합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유다 벨라레에 관해서 조사하려는데 갑자기 유다가 보냈다? 정보력이 말도 안 됐다.
'역시 위험한 남자였어.'
어쩌면 감시당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만약 여기서 레이시의 부탁을 거절한다면….
'레이시가 말하는 것을 보아하니. 진짜 내가 조사할 것이라는 내용밖에 모르는군.'
'언제라도 꼬리를 자를 수 있게 정보를 제한한 것이겠지….'
황녀는 유다란 사람이 무서워졌다.
"알았다."
자신을 위해서도 그리고 레이시를 위해서도 일단은 레이시의 부탁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참다 보면 언젠가는 기회가 오기 마련이지. 네 낯빛을 까발려 주지.‘
이미 클레아의 마음 안에는 유다가 범인이었다.
* * *